[WWCode Seoul 오리지널 콘텐츠 #2] 우리 회사 DEI, 뭐부터 시작할까

Ji Eun Shin
wwcodeseoul
Published in
8 min readAug 30, 2022

지난 글에서는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가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 특히 국내 IT 기업에서 DEI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이야기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놀랐는데, 특히 많은 WWCS 리더분들께서 글에 공감해 주시고 내용이 유용했다는 피드백을 주셔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부분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 용기를 얻었다.

이번 글에서는 DEI를 처음 고민하기 시작한 기업 및 사내문화 담당자들을 위해 다양성, 형평성, 포용을 각각 나눠 방향을 제시하고 몇몇 실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해 보려 한다. 특히 이전 글에서도 강조했듯이, 막연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해외 사례 말고, 한국 담당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고 한국 기업에 적용할 수 있을 만한 예시를 고민해서 골라 소개한다.

사내 다양성 높이기

출처 peregrineglobal.com

먼저 다양성부터 시작해 보자면 목표는 간단하다. 사내에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모으는 것. 그렇지만 다양성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각 집단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한 명씩 골라 우표 수집하듯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 요점은 사람을 모을 때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삼되 첫째, 다양성을 해치는 기준은 삭제하고, 둘째, 소수 집단을 대표하는 후보에게는 약간의 어드밴티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한 얘기지만 사내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채용 팀의 책임이 막중하다. 특히 위의 두 가지 방향은 국내에서도 많은 사례(남녀채용할당제, 지방인재특별채용 등)가 있지만 잘못 적용하는 경우도 있어 역차별 등을 이유로 상당한 비판을 받아 왔다. 역차별 논란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사람을 채용할 때 능력만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줄세우거나, 심지어는 능력이라고 다들 착각하는 일부 자질(예: 높은 수능 점수)을 기준으로 사람을 채용해 왔다. 하지만 사실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 기준은 오로지 능력이 아니다. 대다수의 회사나 조직의 운영 목표는 능력이 뛰어난 구성원 개개인이 각자 단기적으로 작은 성공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간의 시너지와 조화가 극대화되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집단이 장기적으로 큰 성공을 달성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기준에서는 이전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다양성이 없는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더 손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다양성을 달성하기 위한 채용은 역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위의 모든 특별 채용에 찬성한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이런 정책들에는 특채로 할당된 비율이나 가산점에 대한 합당한 근거, 그리고 후보자들에 대한 투명한 평가 체계가 따라야 한다. 또한 다양성에 대한 책임은 채용 팀만이 지는 것이 아니라, 채용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매니저들이나 회사 구성원들 또한 회사의 방향에 공감하고, 소수 집단을 대표하는 후보자를 인터뷰하거나 동료로 맞이할 때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나와 다른 그 사람들이 다소 대하기 어렵거나 불편하더라도 그들이 우리 팀 또는 회사에 가져다 줄 색다른 관점과 장기적인 이익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또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런 이야기를 하면 꼭 나오는 항의가 있다. “하지만 우리 분야에는 여자가 없어.” “남자가 지원을 안 하는데 어떻게 뽑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기회의 평등과 같은 새로운 아젠다가 나올 수 있지만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서 내가 제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직업이나 회사를 대표하는 콘텐츠를 만들 때 소수 집단의 대표성을 높이는 것이다. 일례로 나는 우리 회사에 있는 여성 엔지니어 및 세일즈 매니저의 인터뷰를 미디어에 게재하는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으며, 현재 위민후코드 서울 커뮤니티는 IT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다양한 직군의 여성을 집중 조명하는 블로그 글을 연재하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이나 대학을 졸업하고 새롭게 채용 시장에 나오는 수많은 인력들이 무의식적으로 “저 산업/직업은 특정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만이 일할 수 있는 것”이라는 편견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형평성 있게 대우하기

앞선 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형평성은 개개인에게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고루 형평성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키워드는 바로 “평가”다. 앞서 사내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한 책임이 주로 채용 팀에 있었다면, 사내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책임은 사내의 매니저들 및 리더들에게 있다.

물론 상사나 팀장, 임원들도 일부러 편애하고 차별하지는 않는다. 대다수는 나름 공평한 기준을 가지고 평가할 것이며, 스스로 이 정도면 모두를 평등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자평할 것이다. 여기서 살펴보면 좋을 개념이 무의식적인 편견(Unconscious Bias)이다. 무의식적인 편견이란 말 그대로, 사람이 스스로 인지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편협한 생각을 뜻한다. 여기서 무서운 점이 바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부분이다. 사람은 누구나 무의식적인 편견을 가진다. 이는 우리 뇌가 보다 효율적으로 사고하기 위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종종 타인에 대한 부당한 평가와 차별을 야기한다.

출처 YouTube — The Employers Network for Equality & Inclusion

더욱 무서운 건 이런 무의식적인 편견에는 나와 다른 사람 또는 집단에 대한 채용률 저하, 업무 제외, 낮은 성과평가 등의 명백한 차별은 물론 낮은 빈도의 눈맞춤이나 의견 경시 등의 미묘하고 사소한 차별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아주 미묘한 차별의 경우 하는 사람은 물론 당하는 사람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원래 그런” 것으로 고착되어 콕 뭐라 집어 설명하기 어렵지만 경직되고 불편한 사내 문화를 만들기 쉽다.

이를 방지하고 사내 전반적으로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팀장과 팀원, 직원과 임원, 동료 등 서로에 대한 투명한 평가 체계이다. 회사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하는 데 모두에게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인적 평가의 경우 무의식적인 편견이 형평성을 저해할 수 없도록 상호 평가 및 크로스 체크(cross-check)를 할 수 있는 제도가 꼭 필요하다. 또한 부당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이 엄중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사내 법무팀 및 윤리위원회가 잘 작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포용적인 문화 만들기

출처 이미지 내 표기

마지막으로, 포용적인 문화를 만드는 책임은 기업 구성원 모두에게 있으며 가장 기본이자 필수적이지만 어려운 부분이다. 어떤 집단이나 주류와 비주류가 있기 마련이지만, 비주류가 무시되고 외면당하는 문화와 비주류도 집단의 일부로 포용되는 문화는 서로 다른 집단간 상호작용의 형태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포용적이지 못한 문화는 아무리 채용 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한데 불러 모아 조직에 높은 다양성을 달성했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소수자가 소외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집단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또한 구성원 모두의 지속적인 학습과 참여, 피드백과 개선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더 포용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구성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다. “알면 사랑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많은 경우 상대에 대한 적대는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함에서 출발한다. 비록 부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사내에 존재할 수 있고 생각보다 나와 가까이 존재하는 다양한 소수 집단에 대한 교육이 기업 차원에서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이런 교육이 반드시 소수 집단에 대한 것일 필요는 없다. 사회에는 다양한 집단간 이해의 괴리와 격차가 존재하며, 주류 집단간이라 할지라도 서로에 대한 적극적인 배움이 필요하다. 최근 많은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니어가 시니어들에게 스스로에 대해 알리고 이해도를 높이는 역멘토링(reverse mentoring)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나와 다른 집단에 대해 예전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다면, 자연스럽게 그 집단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마음으로 그들이 민감해하거나 불편해할 수 있는 말이나 행동들을 피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실천의 예가 바로 최근 많은 외국계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포용적인 언어(incusive language)다. 한국에서는 아직 다소 생소하지만, 이메일 서명란에 그/그녀 대명사 및 지칭어를 명시하는 활동 또한 타고난 성을 거부하는 이들에 대한 존중과 포용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에서 현재 흔하게 적용하고 있는 포용적인 언어 정책으로는 “여직원” 등의 성별을 특정하는 단어 사용 지양 등이 있다.

다만 위에서 지적했듯이, 이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특히 집단간 갈등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서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교육조차 거부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포용하지 않으면 고립된다. 이전 글에서도 지적했듯이, 스스로가 주류 중에서도 주류라고 믿는 사람들조차도 어떤 부분에서는 소수자가 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자신의 비주류적인 부분을 받아들여 주고 포용해 주는 지지자(ally)를 필요로 하며, 열린 마음을 갖고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한다면 그만큼 타인으로부터도 포용받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를 앨라이십(allyship)이라고 부르며 강조한다.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는 것이다.

글쓴이 신지은

해당 글은 WWCode Seoul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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