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Code Seoul 오리지널 콘텐츠 #3] DEI 성숙도 높이기

Ji Eun Shin
wwcodeseoul
Published in
7 min readSep 5, 2022

지난 첫 번째두 번째 DEI 시리즈 콘텐츠를 통해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가 왜 한국에서도 중요하며 어떻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지 설명했다면, 세 번째이자 마지막 콘텐츠인 이 글에서는 DEI를 이미 적용했거나 국내 DEI 문화를 리딩하고자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기업을 위한 DEI 성숙도 높이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이미 우리는 ESG 열풍이 우리나라를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갈 때 왜 장기적인 성숙도 관리가 중요한지에 대한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고 대외적으로 ESG를 열심히 외치며 단기적인 사내 이벤트 한두 번 진행하고 이를 기사에 낸 후 우리도 이제 ESG 기업! 이라고 외치는 많은 기업들 속에서, 묵묵히 기업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 시스템과 핵심 비즈니스 구조부터 바꿔가며 근본부터 환경을 위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기업들은 진정 반짝반짝 빛이 났다.

DEI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직 DEI 성숙도를 따지기엔 이른 단계인 기업들이 우리나라에는 많긴 하지만, 단기적인 목표와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넘어 DEI를 기업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의 하나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DEI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단계적으로 성숙시켜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출처 포브스 America’s Best Employers For Diversity, 원작 Illustration by Ping Zhu

한 명도 빠짐 없이

당연하지만 가장 기본적이자 중요한 요소는 임직원 모두의 참여다. 앞선 콘텐츠에도 일관적으로 강조했듯이 DEI를 기업 문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 대표와 임원진, 인사팀과 사내문화팀 등 핵심 부서의 참여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을 구성하는 모든 개개인이 DEI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이를 위해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회사에서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을 잘 안다. (최근 몇 차례 사내 이벤트를 직접 리딩해서 진행해본 후 더욱 뼈저리게 깨달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간과 노력, 이해와 실천이 필요한 모든 DEI 프로그램을 임직원들에게 강제로 적용한다면 사람들의 공감과 자발성, 장기적인 문화 정착으로부터 더욱 멀어질 위험도 있다.

일단 기업의 대표와 주요 임원 및 핵심 부서 직원 등 DEI에 단순히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머지를 이끌면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이들에게는 비교적 강한 강도의 교육과 참여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DEI를 성과 평가 요소 중 하나로 반영함으로써 더욱 큰 책임과 자발성을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직원들에게는 꼭 필요한 의무 교육 외에도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비강제 교육을 다양하게 신설하고 이에 참여하는 직원들에게는 부가적인 혜택(식사나 선물 등)을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이런 교육들은 일회적인 참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분기 또는 연 단위로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새로 입사하는 신입 및 경력 직원들에게도 필수 교육을 이수하게 함으로써 사각지대 없이 교육을 이어가야 한다.

DEI 문화 성숙에 따라 직원들의 추가적인 자발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앞선 콘텐츠에서 설명했듯이 DEI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며 구체적인 최종 형태가 없고, 시간이 지나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개념이자 추상적인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여정이다. 따라서 실제 여성, 장애인, 소수 인종 및 종교인 등 다양한 직원들이 스스로가 속한 집단을 대표해 직접 교육을 진행하고 공동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의 적극적인 참여도 장려할 수 있다.

그래서 점수는 몇 점?

여러분이 산을 오르고 있고 정상에 가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 지점을 향해 가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생각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어디까지 왔지?”

앞서 DEI는 구체적인 최종 형태가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상적이지만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움직이는 집단에는 어쨌든 수치화된 목표와 그에 따른 성과 환산이 필요하다. 그래야 목표하는 바를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쉬워지고, 진행 단계를 점검하면서 좀더 빠르게 목표에 도달하도록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예상보다 느릴 경우 현재 방법이 정말 효과적인지 재검토하고 빠르게 개선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다.

다만 수치화된 목표를 세울 때는 무조건 빠르게 100%를 달성하는 것만이 우리의 목적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진적인 달성이 필요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그 변화를 사내에 문화로써 정착시키는 것이 회사의 목표임을 인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남성 직원 비율이 우세해 남녀 성비를 50대 50으로 달성하는 것을 다양성 목표로 세운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회사가 정기 신입 채용에서 여성 지원자를 많이 뽑아 목표를 금방 달성했더라도 그 신규 여성 직원들이 사내에서 기존 직원들에 의해 소외됨으로써 1년도 안 되어 줄줄이 퇴사한다면 그 회사는 처음에 의도했던 다양성 목표를 진정으로 달성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DEI의 특성상 사회의 인식과 새로운 문화의 유입에 따라 목표 지점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공정한 평가와 수치화를 통해 우리가 현재 목표 대비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직원들이 다함께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도 알고

마지막으로 DEI 성숙도를 제고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바로 투명성이다. 큰 기업일수록 효율성을 추구한답시고 비즈니스 목표를 임원 및 매니저들과만 한정적으로 공유하고, 말단 직원들에게는 그냥 하라면 해!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실수를 하기 쉽다. 그러나 열린 문화, 그리고 선진 문화를 가진 기업일수록 말단 직원들까지도 회사의 운영 방향과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며, 특히 DEI와 같은 문화 형성과 정착은 모든 직원들의 참여와 이해가 중요하기에 모두와 투명하게 최종 목표와 현재 진전도, 그리고 그간의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특히 위와 같이 구체적인 목표를 여러 개 설정하고 이에 대한 현재 성과를 수치화했다면, 이를 전 직원들과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은 공동체의 목표를 다시 상기시키고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를 구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또 이 성과를 외부에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많은 외국계 기업들은 DEI 리포트를 매년 발간하고 있는데, 물론 이는 투자자 관계와 공시를 위해서도 필요한 요건이긴 하지만 그만큼 떳떳하게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목표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확인으로도 볼 수 있다.

회사는 곧 커뮤니티

“회사는 회사, 나는 나”처럼 공사 구분이 뚜렷한 것을 이상적인 회사생활이라 생각하고 회사에서는 가면을 쓴 것처럼 이중 인격을 형성하는 현대인들도 많겠지만, 나는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회사는 비즈니스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 법적 존재이지만 결국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인적 공동체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긴 하지만 결국은 그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좀더 오래 남아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종의 커뮤니티다.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눈 떠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하루 9시간, 일주일 7일 중에서는 무려 5일이나 몸담는 회사라는 공간은 결코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것처럼 “돈만 버는” 곳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그 공동체에 속한 개인의 가치관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건강하고 포용적인 사내 문화를 만들며 내부 직원들을 계속 교육하고 그 문화를 발전시켜 가는 것은 구성원들을 위한 회사의 책임이다. 그리고 회사에 속한 개인들 또한 자신이 속한 집단의 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할 책임이 있으며, 도저히 그 회사의 가치와 커뮤니티의 성격에 공감할 수 없는 경우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아서 떠날 권리도 있다.

DEI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내가 속한 집단이 나를 말해준다는 말도 있듯이, 내가 어떤 집단에 속할 것인지, 또 내가 속한 집단의 정체성을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앞으로 더 많은 국내 회사들이 DEI를 자신들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성숙시켜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

글쓴이 신지은

해당 글은 WWCode Seoul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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