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에 대한 하나의 고찰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준비하며

Blockchain at Yonsei
Blockchain at Yonsei
7 min readSep 1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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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YBL 이현제(Jay Lee) 회장

Crypto-Anarchy, Public-Key, The Onion Router, I2P

블록체인의 이념

블록체인은 본래 인터넷 긱스(Geeks)가 2009년에 만들어낸 기술로, 비트코인으로부터 파생되었습니다. 이런 사실은 이제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이념 자체는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그 기원은 사이퍼펑크(Cypherpunk) 운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리바이어던 같이 강력한 국가조직(엄밀히 말하면 당시 NSA)의 감시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프라이버시(privacy)를 지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던 중 다양한 파생 기술을 만들어 냈습니다. 즉, 암호(Cipher)를 사용하면서 검열에 저항하는 방법으로 크립토 아나키(Crypto-Anarchy), TOR(The Onion Router), 크립토당(Crypto-Party) 등과 같은 조직적 저항운동을 벌였습니다. 이러한 검열저항 운동은 이후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세상의 이목을 받기 시작하자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이라는 다소 이념적인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국가나 기업과 같은 강력한 미들맨(Middle man)을 배제하고 p2p로 정보전달 혹은 가치전달을 이루어내자는 이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조금은 일찍 시작되었던 셈입니다.

Why Blockchain?

저의 경우에도 2017년 10월경부터 시작된 블록체인에 대한 생각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습니다. 처음 블록체인 기술을 접했을 때만해도 이 기술이 정말 세상의 판도를 바꿀 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sns를 블록체인으로, micro pay를 블록체인으로, game 거래를 블록체인으로 만들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프로젝트들이 나올 때마다 세상은 더 이상 미들맨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투기 광풍, ICO라는 목적을 위해 블록체인을 마구 사용하는 풍조를 지켜보며,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프로젝트를 보고 실제로 YBL에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팀원들끼리 지속적으로 프로젝트의 유효성에 대한 물음을 던져왔고 그 중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물음이 바로 “Why Blockchain?” 이었습니다. 이 질문은 끊임없이 저희를 괴롭히고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꾸게 만들었습니다. 왜 굳이 우리의 서비스가 블록체인을 이용해야만 하며, 그렇게 했을 때 기존의 서비스와는 어떤 점이 더 나은가? 대부분 대답은 ‘기존의 서비스가 훨씬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사람들은 우리의 서비스를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다’ 였습니다. 딱 하나 장점이 있다면 유저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수 많은 프로젝트들이 그 보상 시스템에 열광하며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보상 시스템 자체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이점을 대변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주변에서는 ‘보상 시스템이야말로 블록체인 기술의 꽃이며 코인 없는 블록체인은 말이 안된다.’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보상 시스템은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단편적인 모습이고,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본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저와 팀들을 괴롭힌 Why Blockchain? 은 본질을 찾기 위한 질문이며, 현상 뒤의 근본을 관통하며, 나아가 서비스의 차별점을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Blockchain = Reward System ?

‘그래서 너가 생각하는 블록체인은 뭔데?’ 라고 물었을 때, 저는 그 대답을 사이퍼펑크의 이념 속에서 찾습니다.

‘검열저항성’

NSA의 눈을 피해 자신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고 했던 활동가들의 움직임은 이제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으로 현신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상시스템은 이념 확장의 수단으로써 활용될 뿐이며, 검열에 대한 걱정을 없애자는것이 핵심 아이디어 입니다.

보통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자신들의 프로젝트 장점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이 ‘신뢰성’ 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블록체인 기술은 ‘불신’을 바탕으로 생겨난 기술입니다. 상대방을 믿지 못하고, 중개인을 믿지 못하고, 기업을 믿지 못하며, 국가를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불신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애초에 신뢰에 대한 개념을 없애버린 것 입니다. 그래서 사실 신뢰와 불신이라는 단어보다는 무신뢰(Trustless)가 좀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포털사이트가 입맛대로 정보를 검열하는 행위, 거래소가 마음대로 시세를 조작하여 이득을 보는 행위,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동의 없이 판매하는 행위 등 은 무신뢰 기반의 기술을 이용하여 방지할 수 있습니다. 바로 블록체인의 강력한 힘입니다.

Censoring Resistance

블록체인의 미래

앞에서 말했듯이 블록체인의 태생 자체는 어두운 음지였습니다. 정보 당국의 눈을 피하고, 국가의 감시를 피하면서 성장한 블록체인은 자연스레 마약, 무기, 포르노와 같은 음성적인 주제와 결을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랜섬웨어, 가격폭등과 같은 일련의 이슈를 거치면서 성공적으로 양지로 나오게 되었고, 이제는 4차산업혁명과 같은 인류의 장밋빛 미래를 책임질 기술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이 가진 불완전성을 해결하기 위해 밤낮을 지새고, 킬러앱(Killer App)을 만들어내기 위해 돈, 시간,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블록체인이 인류에 큰 혜택을 안겨줄 것이며, 사회를 좀 더 정의롭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 차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저 또한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이는 인류가 새로이 당면한 과제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부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이 태어난 곳, 사이퍼 펑크의 이념, 국가나 기업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곳. 사람들이 접근하기 꺼려할 수 있는 영역이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놀랍게도 서로 결이 맞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현재 DAPP들 중 가장 많은 DAU를 확보하는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카지노, 로터리, 포르노와 관련이 되어있다는 것과 동일한 맥락입니다. 곧 출원될 제 특허 또한 블록체인을 이용한 로터리 시스템이며, 보상 시스템 없이도 사용자에게 강력한 기능을 제공할것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시총은 대략 2천억 달러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가격의 변동이 예전 같지 않아 투자자들은 흥미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으며, 하나 둘씩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곧 블록체인 기술의 황금시대가 곧 도래한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껍데기는 가고 ‘진짜’들만이 남아 이 기술을 이끌어갈 것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프로젝트가 제2의 구글, 아마존이 되어 기존의 경제구조를 뒤바꿀 것이며, 인류의 생활양식을 변화시킬 것인지 매우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Picture Reference

  1. https://ngscrypto.com/news/introduction-cypherpunk-tale
  2. https://www.crypto-news.net/us-states-take-the-lead-on-crypto-adoption/
  3. https://medium.com/pandoraboxchain/censorship-resistance-and-public-blockchains-7e1dd41537d5

Reference

  1. https://ngscrypto.com/news/introduction-cypherpunk-tale
  2. https://en.wikipedia.org/wiki/Tor_(anonymity_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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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 a university student DAO at Yonsei University in pursuit of research and has a mission of becoming a key player in the global blockchain commu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