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게임 사업을 준비 중이다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Published in
5 min readMay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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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베테랑 게임 업계 임원들과 접촉하고 있다. 게임 사업을 감독할 담당자를 고용하려는 건데, 이 상황에 정통한 사람들은 넷플릭스가 전통적인 필름 사업을 넘어서 성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염병 대유행으로 넷플릭스는 많은 구독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는 성장 둔화를 보이며, 현재 사업 구조로는 광고를 추가하거나 구독료를 인상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당연히 소비자 반발이 심한 방법이기 때문에 쉽게 실행할 수 없다.

넷플릭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대표적인 프렌차이즈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다. 신규 IP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지만, 시도하는 것과 인기를 얻는 건 다른 문제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작정 많이 만든다고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런 점에서 게임 사업의 고려는 넷플릭스가 프렌차이즈 콘텐츠 마련과 이를 통한 사업 확장을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더 매직 오더

이미 넷플릭스는 대표 IP를 만들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2018년, 첫 번째 만화책인 더 매직 오더(The Magic Order)를 출간했는데, 2017년에 인수한 밀러월드(Millarworld)와의 합작이었다. 그리고 최근 밀러월드 원작인 드라마 주피터스 레거시(Jupiter’s Legacy)를 내놓았다.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말이다.

게임도 비슷한 맥락에서 보면 놀랄 일이 아니다. 게임이 인기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영화 및 드라마와 게임이 동시에 내려앉을 수도 있다. 오히려 광고나 구독료 인상보다 리스크가 크다. 그런데도 넷플릭스가 게임에 관심을 보이는 건 여태 시도한 것 중 제일 반응이 뜨거웠던 분야여서다.

2019년 넷플릭스가 선보였던 블랙미러 밴더스내치(Black Mirror: Bandersnatch)는 시청자의 선택으로 스토리가 바뀌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주목을 받았다. 5시간 분량의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어서 콘텐츠를 반복해서 즐길 수 있는데, 일종의 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또한, 같은 해에 오리지널 콘텐츠인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이 공식 게임을 출시한 바 있다. 드라마의 시즌3와 함께 공개되었으며, PC, 모바일, 콘솔 게임기 등 멀티플랫폼을 지원한다.

기묘한 이야기3 더 게임

악시오스는 ‘넷플릭스의 게임 서비스를 작은 애플 아케이드로 보고 있다.’라면서 ‘이 번들은 라이센스를 받은 넷플릭스 IP와 독립 스튜디오에서 의뢰한 원작을 혼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로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처럼 기존 넷플릭스 앱에 포함된 콘텐츠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기존 구독과는 별개 구독 옵션이고, 합쳐진 번들 구독도 예상할 수 있는 얘기다.

넷플릭스는 드라마 위쳐처럼 게임과 연관된 콘텐츠를 제공한 경험이 있다. 자사 IP를 게임으로 제공한 경험도 있다. 물론 둘의 성격은 다르다. 위쳐는 성공적인 게임 성과로 주목을 받았으나 드라마 평가는 미묘해다. 다만, 주목만으로 공개 28일 동안 7,600만 명이 시청하는 기록을 세웠다. 미디어로서의 평가와 달리 성과는 좋았기에 다음 시즌도 예정되었다. 기묘한 이야기는 시즌3 홍보를 위한 게임이었으나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게임으로 옮겨가는 효과를 보았고, 텔테일 게임즈가 기묘한 이야기의 새로운 게임을 개발 중이었으나 개발사의 파산으로 취소되었다. 다음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 드라마는 시즌4 방영을 예정 중이어서 게임이 함께였다면 IP의 지속성이 유지되는 상황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는 IP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이 성과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방증한다. 성과가 이어지면 IP를 소모하지 않을 수 있고, 스핀오프 콘텐츠 제작 같은 거도 기대할 수 있어서 심화한 콘텐츠 경쟁에 힘을 줄 수 있다.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경쟁사인 디즈니는 2016년 자체 게임 개발은 포기했으나 게임사에 IP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프렌차이즈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은 영화 배급사인 MGM을 인수하여 IP를 흡수했고, 자체 게임 스튜디오인 아마존 게임즈를 보유해서 언제든 게임 사업을 기대할 수 있는 위치다. 그에 비해서 넷플릭스는 IP도 부족하고, 게임에서는 병아리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이미 콘텐츠 경쟁 방향이 넷플릭스가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모험적이지만, 약점을 극복할 방법으로 성과를 본 게임에 기웃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넷플릭스가 게임 사업으로 향한다는 건 아주 흥미로운 얘기가 아니다. 굉장히 불안한 시도이며, 정확히는 지금까지 기술 플랫폼으로 성장한 넷플릭스가 플랫폼 경쟁력과는 상관 없는 새로운 가치를 평가 받아야 한다. 기존 플랫폼이 게임 사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IP로 관심은 끌더라도 끝내 재미 없는 콘텐츠로 덮힌다면 소비자는 구독하지 않을 것이다. IP를 활용하는 역량, 서비스들의 시너지, 영상을 넘은 복합 콘텐츠의 제작 능력, 심지어 아마존을 겨냥한다면 개발자 생태계나 하드웨어까지 비교할 지점이 되었다는 의미이기에 스트리밍으로 사업을 전환한 이후 넷플릭스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될 거로 보인다.

악시오스는 넷플릭스가 2022년에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험적인 만큼 포기할 수도 있다. 또는 생각보다 사업을 크게 벌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마저 넷플릭스에 대한 평가에 반영될 테니 아쉽거나 그럴 문제가 아니다. 그저 넷플릭스가 사업을 확장하고도 여전히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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