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살리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가 마지막 현장인 소방관 팀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로 의기투합한다. 어느 날, 다급하게 119 신고 전화로 홍제동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긴급 상황이 접수되자 팀원들은 위기를 직감하는데…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47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방화로 인해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은 당시 서울 서부소방서에 근무 중이던 소방관 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3명이 큰 부상을 입은 대형 참사였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가 알려진 바 있으며 오늘날 화마에 휩싸였던 곳을 중심으로 약 382m가량 되는 구간이 소방영웅길로 지정돼 국가적으로 이들의 희생을 추모하고 있다.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은 이 안타까운 사건을 소재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며 사람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진 소방관들의 용기와 희생을 스크린 위에 뜨겁게 펼쳐낸다.
사람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진심을 건드리는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아는 곽경택 감독의 힘을 새삼 또 확인하게 한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 결말이지만 기어코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기어이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든다. ‘사건’보다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에 집중한 덕이다.
그렇다고 억지 눈물을 강요하진 않는다. 감동을 위한 작위적인 설정도 없다. 그저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 연인이자 친구였을 그들의 작지만 소중한 일상과 그들의 용기 있는 선택을 담담히 비출 뿐이다. 감독의 전작에 비하면 건조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그래서 인물 한 명 한 명 더 생생하게 다가오고 그래서 더 깊은 공감을 안긴다.
프로덕션 완성도도 높다. 순식간에 번지는 불길,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고 가득 찬 검은 연기, 불에 타는 소리와 강한 폭발음까지 실제 화재 현장을 방불케 하는 완성도 높은 장면을 탄생시키며 화마로 뒤덮인 그날 그 현장으로 관객을 이끈다. 알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소방관들의 치열한 분투를 가까이서 지켜보게 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배우들도 진심을 다한 열연을 펼친다. 서부소방서에 첫 발령 받은 신입 소방관 철웅으로 분한 주원은 생사가 오가는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나가는 사회 초년생의 패기와 불안부터 진정한 소방관으로 성장하는 인물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고, 팀원들에게 값비싼 장비는 지원할 수 없지만 구조대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으로 구조대를 끌어나가는 구조대장 인기 역을 맡은 유재명도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몰입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