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게임 시장 진출 공식화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Published in
7 min readJul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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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넷플릭스는 투자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 경쟁자는 HBO가 아닌 포트나이트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인터뷰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계획이 있는 건 아니며, 넷플릭스는 이용자가 여가에 게임 컨트롤러 대신 TV쇼나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랬던 넷플릭스가 지난 화요일에 게임 계획과 전략을 설명했다. 넷플릭스 COO 그렉 피터스(Greg Peters)는 ‘이 계획의 성공은 훌륭한 게임에 있다.’라면서 ‘우리는 게임으로 더 많은 엔터테인먼트 가치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게임은 추가 요금 없이 구독자에게 제공된다. 초기에는 모바일 게임이 중심이고, 플랫폼 확장에 관하여 자세히 알려진 건 아니다.

넷플릭스

CNBC는 ‘지난 2분기 동안 미국과 캐나다의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40만 명 감소했다.’라면서 ‘비즈니스가 포화 상태에 직면했다는 신호이기에 게임을 추가하는 건 새로운 고객을 유인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들이 점점 창작물을 널리 판매하기보다는 스트리밍으로 직접 배포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넷플릭스는 게임으로 지적 재산을 확장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걸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가 포트나이트를 경쟁자로 지목한 이유는 체류 시간이다. 여가 동안 영화, TV쇼, 게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구독 모델의 특성상 자주 이용한 경험이 누적되어야 구독이 유지된다. 그런데 한정된 시간 동안 영화나 TV쇼 대신 게임을 즐겼다면 넷플릭스 경험은 연속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IP로 게임을 만들고, 게임과 연관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체류 시간을 공유할 수 있으니 가입자 이탈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말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었을 때 얘기다.

지난 5월, 넷플릭스가 게임 시장에 진출할 거라는 뜬소문에 대해서 필자는 ‘넷플릭스는 게임 사업을 준비 중이다’라는 글을 통해서 ‘자체 IP를 활용하여 게임 사업으로 향하는 건 경쟁사들이 앞서 있기에 흥미로운 얘기는 아니며, 오히려 불안한 시도이자 기존 경쟁력과 상관없는 새로운 가치를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넷플릭스

얼핏 넷플릭스의 게임은 기존 구독자라면 추가된 혜택으로 지출 없이 즐길 수 있는 무언가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포트나이트를 경쟁자로 지목한 이유처럼 연결된 게임도 한정된 시간 안에서 작동하고, 재미가 떨어지면 다른 콘텐츠나 플랫폼에 시간을 쓸 것이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넷플릭스의 모든 콘텐츠를 즐기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들의 막연한 기대감이다. 공개되지 않은 콘텐츠조차 기대감을 뿜을 수 있어야 하고, 실제 콘텐츠는 기대감에 미칠 수 있어야 일정 기간 콘텐츠 공급이 끊어져도 다음을 기다리기 위해서 구독을 유지할 거다. 그리고 이런 기대감을 쉽게 줄 방법이 기존 인기 있는 IP를 활용하는 것이다. IP와 연관한 콘텐츠라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를 자극할 수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그런 경쟁력을 지닌 독자적인 IP를 가지지 못했다.

고로 넷플릭스의 게임 시장 진출은 인기 IP를 생성하려는 수단의 하나이기에 게임이 성공적이었던 IP가 다른 매체에서의 성과가 나쁘다면 결과적으로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된다. 특히 넷플릭스는 게임에 대한 별도 요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는 단일 구독 모델의 지속가능성과 체류 시간에 극단적으로 늘리겠다는 의미인데, 미디어 간 연속성이 떨어지면 콘텐츠를 추가하고도 포화 상태가 해소되지 않는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수년 동안 전 세계 1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갖추지 못한 핵심 프렌차이즈는 게임을 덧붙여 만들길 희망하고 있으니 말이다.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이 회의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기존 가입자를 통한 초기 수요는 진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다. 다만, 리스크가 큰 만큼 넷플릭스를 또 도약하게 할 힘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결코 아니다.

루카스필름 게임즈

올해 1월, 디즈니는 루카스필름 게임즈(Lucasfilm Games)을 부활시켰고, 스타워즈, 인디아나존스 등 IP 기반 게임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디즈니 글로벌 게임 & 인터랙티브 익스피리언스 부문 수석 부사장 션 숍토우(Sean Shoptaw)는 기존 EA 등 게임사와 협력하다가 왜 다시 직접 게임을 만들려는 건지에 대해서 ‘대중들이 그걸 바라고 있으며, 게이머들과 게임 플랫폼은 게임의 고유한 스토리를 원하면서 세계관이 재해석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고객들 덕분에 방향성을 잡게 되었고, 디즈니 입장에서도 이제부터는 최고 품질의 게임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우리 IP로 최고의 게임을 만들 게임사를 찾는 것’이 디즈니의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IP의 세계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독창적인 게임이 최고의 게임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프렌차이즈가 파괴되지 않는 선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직접 게임을 제작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는 거다.

넷플릭스도 같은 입장인 것 같지만, 디즈니의 전략 변경은 이미 인기 있는 IP를 무작정 확장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유지하고, 소비자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거지만, 넷플릭스는 이제 프렌차이즈를 만들어가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디즈니는 뿌려놓았던 IP를 회수해서 직접 관여하는 형태로 바꾸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외부 제작사를 통해서 대표 프렌차이즈로 거듭날 수 있을 만한 소재들을 뿌리는 중이다. 즉, IP에 기댄 기대감의 깊이에서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차이가 극명한 것이다.

넷플릭스

그럼 수십 년에 걸친 프랜차이즈를 가진 디즈니가 넷플릭스보다 리스크가 낮은 걸까? 그렇지 않다. 정확히는 IP에 기댄 기대감으로 이어지는 연속성과 거기서 나타나는 콘텐츠 체류 시간을 고도화하려고 루카스필름 게임즈를 부활시킨 것뿐이다. 만약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세계관을 파괴한 작품이 나왔을 때 주변 IP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직접 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라는 걸 디즈니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그러니 IP를 확장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유지하고, 고도화하는 부분에서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스트리밍 시장과 연결하면 리스크가 크더라도 직접 게임을 개발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IP도 중요하지만, IP를 살린 게임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리스크를 디즈니와 넷플릭스가 똑같이 가진 것이다. 단지 두 업체가 전부 비슷하게 좋은 게임을 만든다는 가정이라면 명확한 IP의 디즈니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더 많을 뿐이다.

매체만 바뀌었을 뿐 넷플릭스가 성장하기 위해서 해내야 하는 건 바뀐 게 없다. 필자는 ‘넷플릭스의 다음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꼭 프랜차이즈가 정답은 아닐 수 있으나 경쟁사들의 강력한 프랜차이즈 역량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방해되는 건 분명하다.’라면서 ‘서비스 품질, 가격, 지원 플랫폼이 더는 넷플릭스만의 경쟁력이 아니기 때문에 프랜차이즈든, 하드웨어든 파괴적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게임은 파괴적인 분야가 아니다. 게임을 만들려는 의도 자체가 IP 확장에 있기 때문에 게임까지 연결한 프랜차이즈가 얼마나 파괴적인가를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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