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인 삶을 위해 Part 2. 칸반 보드

이문기
9 min readMar 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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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엔 더이상 계획 없이 살 수 없어서 할 일 앱을 사용하게 된 이야기를 짧게 해봤습니다. 그 내용은 계획적인 삶을 위해 Part 1. 무계획에서 할 일 앱까지를 봐주시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할 일 앱을 썼을 때의 아쉬운 점 몇 가지를 적었습니다. 요약하면 ‘할 일'과 ‘한 일', 두 가지의 구분으론 복잡한 작업들을 관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구분 없이 쌓여만가는 ‘할 일'은 쉴틈없이 일어 쏟아지는 이미지를 만들어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고 한 권의 책을 찾게 됩니다.

애자일과 칸반

짐 밴슨, 토니안 드마리아 배리 지음, 퍼스널 애자일 퍼스널 칸반, 박성진 옮김, 쿠퍼북스(2020년 06월 15일)

이 책은 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방법으로 애자일과 칸반을 제안합니다. 여기에서 애자일이 뭔지 칸반이 뭔지 자세하게 이야기하는건 능력 밖이기도 하고 경험을 다루는 내용에서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간단한 설명 정도만 적겠습니다.

애자일이란 작은 계획으로 실행하고, 결과에 대해 받은 피드백으로 개선 및 다음 계획을 세운 후 실행하는 일련의 민첩한 과정을 말합니다. 즉, 정해진 과정 또는 상황을 따르는게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 빠르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방법입니다. 정확한 정의는 아니지만 주로 이런 의미로 많이 사용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을 참고해주세요.

칸반은 게시글을 붙여놓는 보드를 생각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이 보드에는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행중인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완료한 일이 무엇인지 등을 적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애자일과 칸반일까? 애자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나 칸반에 대한 설명을 참고할 때, 그리고 활용하면서 느끼는 애자일과 칸반은 이렇습니다.

“작게 시작하고 빠르게 피드백(성찰 그리고 회고)하여 개선한다.”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할 일 앱이나 다이어리, 계획표 등은 우리의 위치가 수동적입니다. 정해진 규칙을 따라야하고 정해진 공간에 써야합니다. 하지만 칸반은 작게 시도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최소한의 규칙과 함께 능동적으로 동작합니다.

그래서 각자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작업(할 일)을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할 일 앱을 사용할 때 처럼 단순한 구조였던 제 칸반 보드는 점점 새로운 시도와 개선을 통해 실제 제가 작업을 관리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그 과정과 노하우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Trello

오랜만이야 트렐로 ! (출처)

칸반 보드를 사용하기 위해 전 트렐로를 사용했습니다. 사용한 이유는 단순 했습니다. 아주 옛날(아마 2014년 즈음?) 칸반 보드를 처음으로 사용한 앱이 트렐로였고 다른 앱은 솔직히 찾아보기가 귀찮았습니다…

그래서 ! 트렐로를 활용해 설명을 하려고 합니다. 다른 앱을 사용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도구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앱을 사용하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칸반 보드의 기본

먼저 ! 칸반 보드를 만들면 아래와 같이 비어있는 보드가 생성됩니다.

우리 모두 계획적인 삶을 위해 !

이렇게 비어있는 보드를 먼저 보여드리는 이유는 할 일 앱과 달리 구조가 자유롭다는 사실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할 일 앱처럼 ‘할 일', ‘완료'로 이루어진 칸반 보드를 만들어도 되고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작업 프로세스를 구현해놔도 좋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아래처럼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구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 형태를 가장 기본적인 보드의 구조로 생각하는 이유는 어떤 작업 프로세스든 이 흐름을 대표적으로 갖기 때문입니다. 그럼 각 리스트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백로그는 쌓여있는 장작더미를 의미합니다. 지금 당장 태워서 사용한다기 보단 미래에 사용하기 위해 쌓아둔 장작들입니다. 이곳엔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든 모든 작업을 쌓아둡니다. 일종의 ‘작업 메모장' 입니다. 전 이 곳에 분류하지 못한 모든 작업을 쌓아둡니다.

이렇게 생각나는 모든 작업을 쌓아둡니다. 언제 해야하는지, 우선순위는 어떤지, 제목은 적절한지 등은 고민하지 않습니다.

대기에는 집 뒤에 쌓아둔 장작더미에서 불을 지피기 위해 가져온 장작을 쌓아둡니다. 백로그에는 쌓아두고 잊어버려도 되지만 대기로 옮겨둘 때부턴 최대한 완료 기한을 적어두는 편입니다.

어떤 앱이든 똑같겠지만 이렇게 기한을 설정하면 알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진행중에는 현재 진행중인 작업을 끌어다 놓습니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도 그랬지만 우리는 보통 ‘진행중’을 관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리해야 할 일들을 보면 부담을 느끼고 심하면 압박감을 느낍니다.

내가 하고있는 일이 이렇게 많다니 !!

그렇기 때문에 소개해드린 책에선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로 ‘진행 중인 작업의 갯수 제한하기'를 강력하게 제안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뭔가 진행하는 방식을 보면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책을 보면서 축구를 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진행중인 작업의 갯수를 2개 또는 3개로 제안하고 늘릴 수 있다면 천천히 하나씩 늘리는 걸 추천합니다. 처음엔 2개가 너무 적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기중이었던 작업을 진행중으로 끌어당기고 완료하면 완료로 옮기는 단순한 과정은 진행중인 작업을 2개가 아닌 하나로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또한 내가 현재 어떤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줘서 작업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분명 진행중인 작업이 늘어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작업이 완료되려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만약 제출한 과제가 검토받은 후에 최종으로 완료된다면, 그리고 검토하는데 시간이 계속 길어진다면 이 작업은 계속 진행중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작업이 늘어난다면 진행중인 상태의 작업이 계속해서 늘어나게 됩니다.

그럴 땐 이런 특징을 갖는 상태들을 나타낼 수 있는 별도의 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로든 내가 진행하고 있는 작업은 물리적으로 지나치게 많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에서 알아야할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우리의 현실은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보드도 계속해서 변해야 합니다. 한 번 진행중에 들어간 작업이 어떤 이유로 완료되지 않고 계속 남아있다면, 그리고 다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 이 상황을 우린 다른 방법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작업들은 엄연히 말해 똑같이 ‘진행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 그들만의 스토리를 갖고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통해 보드를, 내가 작업을 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건 진행중인 작업의 갯수를 제한하고 그 규칙을 지키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완료 상태에는 마무리된 작업을 옮겨놓습니다.

이렇게 완료된 일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건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입니다. 완료된 일을 시각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우린 어떤 것들을 이뤄왔는지 까먹고 이루지 못한 것들에 집중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일이라도 보드를 통해 관리하고 완료했을 때의 뿌듯함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게 어떨까요?

이렇게 할 일을 쌓아두는 것부터 끝내기까지의 흐름을 살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칸반 보드를 활용하기 시작하는 분들을 위한 제 경험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먼저 처음부터 너무 많은 생각들 또는 아이디어를 활용하지 않는 걸 추천 드립니다. 라벨을 달거나 시작일을 기록하고 이런저런 리스트를 추가하는 등 많은 기능을 처음부터 사용하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면서 작업보다 작업을 관리하는 시간이 더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보드와 멀어지게 되죠.

그래서 전 지속적인 개선을 추천합니다. 사용해보고 불편한 점 또는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그 때 도입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새로운 방법을 사용해보고 나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그 방법을 버리는 것 또한 개선의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리고 보드를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간단한 작업이라도 보드에 기록하는 연습을 해야합니다. 만약 머릿속에서 관리하는 작업이 있고 보드를 통해 관리하는 작업이 따로 있다면 보드는 단지 번거로운 문서작업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익숙하고 편한 방법을 더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할 일을 다 적어두고 그 흐름을 눈으로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보드를 신뢰하기 시작하면 평소 할 일을 관리하던 뇌는 그만큼 다른 일에 신경 쓸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까먹은 일은 없는지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단지 보드를 한 번 살펴보면 됩니다.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

이제 정말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다음 글부턴 처음을 위한 가이드가 아닌 제가 보드를 사용하면서 만든 개선점, 노하우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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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기

사용자를 생각하고 개발자를 생각하는 프런트엔드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표준, 접근성, 아키텍처, 테스트 등을 꾸준히 훈련하고 적용하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