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강의 만든 후기

송요창
7 min readJun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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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목표였던 프로그래밍 강의를 만들고 내 자신이 너무 기특해서 후기 남겨본다.

인프런에 올라간 강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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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작을 결심하다

직장인의 3대 거짓말에 유튜브 해야지가 있다면 나에겐 동영상 강의 만들기가 있었다. 예전부터 공부한 내용을 알려주는게 좋아서 간혹 튜토리얼을 배포하곤 했었다. 그리고 동영상이 대세인 지금 시대에 편승하고 싶기도 했다.

마침 컨텐츠도 하나 떠올랐다. 면접자들 서류 검토할 때 Web API 없어서 클론 코딩한 프로젝트만 적은 경력기술서를 보고 안타까워 간단한 화면과 Web API만드는 방법을 강의로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물론 바로 실행하지 못했다. 2021년에는 우연한 기회에 스터디를 진행하게 되어 어물쩍 넘어갔다. 2021년 회고에서는 이런 나태함을 피하고자 생일선물을 볼모로 잡았다.

이렇게 선언했더니 Twitter로 DM이 하나 왔다.

향로님께 받은 Twitter DM

‘아 더이상은 미룰 수 없겠구나’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두뇌풀가동 작업계획하기

구체적인 작업 실행 계획이 필요하겠지만 일생 그런 계획을 세운적 없으니 잘 될리가 없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해보자. 의식의 흐름은 대충 이러했다.

🤔 프로그래밍 강의니까 우선 소스코드가 필요하겠지.

👨‍💻 제작할 때 단계를 잘 나눠서 커밋하면 스크립트 쓸 때 도움이 될거야!

책 쓸 때 이것때문에 🐶고생했으니 정말 커밋 잘 남기자!

🎥 소스코드만 나오면 영상 찍는건 일도 아닐꺼야!

이런 생각의 흐름을 지켜본 뒤 첫 걸음으로 소스코드를 만들려고 했지만 미루기 스킬이 발동되어 작년 12월 커밋 하나 던져두고 끝이 났다.

토이 프로젝트, Blahx2

탱탱 놀다가 2월즈음 익명 질문 서비스를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트윗을 발견했다. 마침 익명 질문 서비스 만들어서 강의 제작할 생각을 하고 있던터라 신나게 서비스를 만들었다.

커밋을 보니 주요 기능은 2월 25, 26일에 다 만들었다.

그리고 얼렁뚱땅 서비스를 오픈했다.

사용자는 몇명없지만 갑자기 타오른 불꽃으로 소스코드 전체를 얻었으니 잘 된 일이다.

스크립트 작업이 뭔가요?

소스코드 나왔으니 대략 5부분으로 나눠서 스크립트 작성하고 줄줄 읽으면서 녹화하려고 했다.

* 프로젝트 소개 및 작업 준비
* 메인 페이지 제작
* 사용자 홈 페이지 제작
* 메시지 상세 페이지 제작
* 배포

그런데 왠걸 1강 스크립트를 쓰는데 별반 작업 진도가 안나갔다. 다 만든 소소코드 복기하면서 여기에 뭘 해야한다고 글로 정리할라니 죽을 맛이었다. 몇 일 비벼보다가 나는 틀린 인간이라고 자책하며 세월을 보냈다.

가끔 아내님이 작업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물으면 ‘응 해야지’ 말끝을 흐리며 도망다녔다. 그러다 정신차려보니 온갖 이슈에 떠밀려 벌써 5월 말이 코앞에 왔다.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우연히 Think Media 비디오를 보고 내 작업이 잘못된걸 알았다.

나같은 초보자가 완성된 스크립트를 유려하게 작성할리 만무하고 설령 스크립트가 있다고 해도 녹화할 때 제대로 읽지도 못할꺼다. 2021년 우아콘 촬영 때를 돌이켜보면 스크립트를 읽기보다 그냥 큰 흐름을 외워서 장표만 보면 무슨 내용인지 대충 짐작하고 읊어내려갔다. 한번 성공했던 방법이니까 같은 방법을 써보자!

주로 다룰 내용을 큰 얼게만 담기도록 대강 정리한 뒤 첫 녹화에 뛰어들었다.

스크린샷을 찍고보니 정말 이정도로 녹화가 된다니 기적과 같구나.

테스트 녹화로 방향 타진해보기

아무리 대충해도 영상 다 만들고 보여줬는데 품질에 문제가 있다면 곤란하지 않나. 그래서 테스트 촬영해서 간단한 편집까지 해봤다.

카메라 보면서 인트로를 촬영하고 개발 환경 셋업하는 내용을 이어서 녹화했다. NG가 나면 조금 쉬었다가 다시 말했고, 되도록 한번 테이크에 최대 30분 정도만 녹화했다.

이것도 Think Media에 나온 팁이다. 1시간 짜리 녹화가 NG나면 복구하기도 힘들고 편집기에 올렸을 때 너무 클립이 길어서 편집도 어려우니 잘게 나눠서 찍는거다.

이렇게 신경을 써가며 녹화해도 30–40분 분량 녹화에 2시간 이상 걸렸다. 😱 간단히 컷 편집만 해도 전체 녹화분을 다 봐야해서 그만한 시간이 또 들어간다. 거기다가 간단한 자막이라도 올려야하니 편집 시간은 더 든다.

가편집만된 영상을 메일에 담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MD 분들께 보냈고, 이대로 진행해도 좋다는 답장을 받았다. 후우. 이제 마감과의 싸움이 시작이다.

용사여 일어나세요

앞서 말한대로 크게 5부분이니까 한 주에 1부분씩 완료를 해도 5주가 걸리는 작업이란 계산이 나왔다. 여기서 발목을 잡는건 녹화다. 녹화는 한 호흡에 진행해야해서 끊어가기가 힘들다.

언제 녹화할 수 있을까? 아침부터 저녁은 업무 관계로 녹화가 불가능하다. 새벽(오전 7시 전)아니면 아이들이 잠들고 난 뒤 시간(오후 10시 후)을 이용해야하는데 이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새벽은 너무 피곤했고, 밤은 지쳐서 뭘더하기가 싫었다.

내 영혼의 인도자이시며 구원자이신 아내님이 이때 큰 도움을 줬다. 시간 확보를 위해 주말에 애들이랑 밖으로 나가줘서 3–4시간씩 작업 시간을 벌어줬다. 이렇게해서 녹화를 따니까 편집은 새벽 시간에도 가능했다.

원래라면 러닝할 시간인데 마침 비오는 날이 몇 일 있어서 편집하며 보냈다

막상 편집을 시작하고보니 다행히 자막이 들어갈 부분이 많이 없었다. 녹화된 내용 대부분이 코드를 작성하는 내용이고 경우에 따라 이게 뭐하는 작업인지 설명하는거라 중간중간 제목만 붙여주면 되는 수준이었다.

6월 6일 현충일 휴일까지 불살라 호다다다닥 작업한 뒤 영상을 모두를 업로드했다. 드디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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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간의 작업을 끝내고 난 뒤 느낀점

돌이켜보면 미루기만 하지 않았어도 더 빨리 끝났겠다. 그랬다면 신학기 버프를 받아 초기 판매가 더 좋았겠지만 지금도 후회는 없다. 어쨌든 6월안에 작업을 마쳐서 생일 선물을 지켜내지 않았나?

대단한걸 받는건 아니지만 있는것과 없는건 하늘과 땅 차이다.

쉽지 않은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성취감도 꽤 높다. 내년에 강의 하나 더 만들어야지 생각할 정도로 내 자신이 기특하다.

장모님이 좋은 배우자는 돕는 배필이라고 하셨다. 이번에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절절히 느꼈다. 아이보랴 밤에 북디자인 작업하랴 바쁜 아내님의 지원이 없었다면 강의 완성은 불가능했을거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장모님과 아내님께 감사 인사 전합니다. 정말 저는 행운아에요. 사랑합니다. 💓💓💓

강의 준비 꿀팁

강의를 만들며 얻은 팁 몇가지를 기록하고 글을 마치겠다.

이런걸 만들꺼라고 떠들고 다니자 💬

누군가 “너 그거 만들고 있으냐”고만 물어봐줘도 ‘아 해야지’하며 내 궁둥이 내가 걷어찬다

스크립트는 불렛포인트로 큰 얼개만 정리하자

녹화할 때 하나도 신경 못쓴다. 큰 흐름만 잘 적어두고 몇 번 녹화해보자.

바다건너 동양의 한 아저씨에게 큰 도움을 준 Think Media 여러분 감사합니다.

영상보다 소리(사운드) 🎙🔉가 중요하다

소리 녹음해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마이크 하나 구매해보자. 비싼거 안사도 된다. 이어폰이나 아이팟에 달린 마이크만 아니라면 충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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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요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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