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콜렉티브 10월 모임] 관계를 통해 돌봄 시스템 전환하기

Juon Kim
C.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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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min readOct 22, 2021

전환콜렉티브 10월 모임은 <관계를 통한 돌봄 시스템 전환>을 주제로 국내외 연사와 함께한 포럼으로 진행했습니다. 이 기획의 시작에는 영국의 사회혁신가 힐러리 코텀의 저작 <래디컬 헬프>가 있는데요. 전환콜렉티브 멤버인 제시가 이 책이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실험 사례들, 그리고 그 기저에 있는 관점에 깊은 감명을 받고 힐러리 코텀을 만나보자고 적극적으로 제안한 것이지요. 저를 포함한 씨닷 멤버들 역시 지원주택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며 돌봄 시스템에 대한 고민 속에서 이 책을 참고한 터라 그 제안에 반갑게 응했습니다.

포럼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힐러리와 마찬가지로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셰어드라이브플러스의 알렉스 폭스 대표도 해외 연사로 초대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의 돌봄 현장에서 의미있는 시도를 해오신 분들을 함께 모시고 서로의 경험과 고민을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사전신청 인원이 200명에 가까워서 준비팀을 놀라게 했던 이번 모임은 대체휴일이었던 10월 4일 늦은 오후에 열렸습니다. 줌 화면 속이지만 와글와글한 분위기를 느끼며, “지금 나를 만든 돌봄의 관계가 무엇인가요?”라는 체크인 질문에 답하며 시작했습니다. 가족, 친구, 직장 선배, 선생님, 반려동물, 동지 등등 잼보드 포스트잇 위에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졌어요.

‘뿌리’로 돌아가서 모두를 돌보는 시스템을 고민하자

그후 힐러리 코텀과의 대화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청중들의 배경지식이 상이할 거라 생각해서,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왜 <래디컬 헬프>를 쓰게 되었는지를 첫 번째 질문으로 던졌습니다. 힐러리는 왜 우리가 복지/공공서비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우리의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쟁 속에서, 저는 실천들이 중요하며 거기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실천 사례를 책으로 쓰고 싶었습니다. 우리 사회 시스템은 대부분 2차 대전 이후에 대량 생산을 했던 산업 시대를 기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당시에 설계된 이 사회 제도는 지금의 시대와 잘 맞지 않습니다. 기술이 사회를 바꾸고 있고, 인구학적인 변화가 있고, 고령화, 대규모 이주, 기후 재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이 설계되었을 때는 이런 문제들이 잘 보이지 않았죠. 이 문제들을 해결할 때는 그때와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어떤 뛰어난 CEO나 정치인들이 이걸 하자, 다들 따라라 이렇게 해서 해결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죠. 일상 속의 흐름들을 잘 살펴보고 사람들이 커뮤니티 속에서 행동할 수 있도록 지원 해야 합니다. 또한 여성에게 돌봄을 전담하게 했던 기존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단순히 기존의 돌봄 시스템에 더 돈을 많이 투자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급진적인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영국 사회는 빈곤이라는 커다란 문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영국인 중 5분의 1가량이 절대 빈곤 상태입니다. 한국에서는 빈곤율이 감소하고 있습니다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대단히 불평등한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인 빈곤이 나타나고 있고 청년들은 실업 문제가 심각하죠. 이러한 각 국가별 통계의 수치를 보게 되면 빈곤과 불평등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이 문제들의 해결 방법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래디컬 헬프의 ‘래디컬’이 근본, 뿌리로 돌아간다는 뜻이죠. 뿌리로 돌아가서 우리가 모든 사람을 잘 돌보고자 할 때 그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삶을 가능하게 하는 관계

그렇다면 힐러리가 <래디컬 헬프>에서 ‘관계’를 현저히 중요한 요소로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 단순히 자금만 투입하면 될 것인가, 아니면 심리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가. 아니면 행동과 관련한 접근을 취하는 것이 중요한가. 또는 넛지 전략을 취할 것인가. 그런데 제가 볼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자가 어떤 삶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이러한 변화를 추구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나나 다른 사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사람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아마티아 센의 철학과 역량 기반 접근 방식에서 시작합니다. 굉장히 심오하지만 간단한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내가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마약 중독자니까 이것이 필요하겠지 라고 보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이 시점에서 내가 원하는 꿈을 추구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역량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저는 네 가지 중요한 역량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좋은 일, 즉 노동이 필요하고,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움, 심리적인 도움과 물리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또 지역 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와 같은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고 관계성이 있어야만 합니다. 우리가 삶을 향유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있어야만 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있어야만 삶이 가능해집니다.”

거버넌스, 인식, 지표의 변화

힐러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시스템 전환을 위한 도전과제로 세 가지를 얘기했습니다. 첫째로, 수평적이고 촉진하는(facilitating) 리더십을 구축함으로써 개개인의 역량을 충분히 배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힐러리는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면서도, 정부 부처로 돌아가서 마련한 솔루션을 사람들에게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모습을 비판했습니다. 그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험하면서, 새로운 것을 적용하면서, 계속해서 변화하고 적용해나가야 합니다.

두 번째는 복지 수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인데요. 복지 수혜를 받는 사람들 대부분은 도움받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위계 질서에 대해서 도전할 수 있고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끝으로 새로운 지표 개발을 짚었습니다. 새로운 제도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하는 지표가 필요합니다. 예컨대 역량 중심 접근 방식을 적용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지표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방식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지는 새로운 지표를 가지고 측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드는 돈이 훨씬 많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새로운 실천들이 비용을 줄이는 과정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죠. 특히 의료 측면에서는 이것이 사람들의 역량, 자기가 할 수 있는 바를 키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람들이 삶이 바뀌는 것뿐만 아니라 비용도 절감되는 걸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장애인 시설에서 오래 살다가 나온 후 지역에서 자립해 살아가시고자 하는 분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장애인들의 삶의 역사가 제한적일수록 서비스 지원 등 ‘유료 관계’ 이외의 관계로 확장이 어려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힐러리는 관계를 만드는 일에는 정말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기존의 국가제도와 평가 시스템 가진 근시안적 시야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애초에 누구도 시설과 같은 장소로 보내져 관계로부터 고립되지 않게 하는 것임을 강조했던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기술은 후단(back end)에 있다는 것

또한 관계를 기반으로한 역량에 주목할 때 디지털 기술이 갖는 가능성과 과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기술은 문화적인 측면과 하드웨어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기술혁신을 통해 수평적 관계 기반을 만들수 있습니다. 설비 투자에 들일 수 있는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도 단순한 기술 플랫폼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연결하고, 자원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모금활동, 취업솔루션 등) 하는데 기술은 혁신적인 기능을 제공합니다. 활동 성과를 측정할 때도 기술이 적용됩니다. 돌봄 제공자들이 측정을 하는 것이 아니고 돌봄을 받는 사람들이 측정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내가 발전하고자 하는 그런 경로 속에서 어디에 와 있느냐를 직접 측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술은 후단(back end)에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앞에 있는 것은 사람들입니다. 관계를 만들어가고 서로 지원을 제공하는 그런 사람들이죠. 그런 측면에서 기술 플랫폼은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다국적 기업이 기술을 제공하는데 매우 폐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에 대한 극복이 필요합니다. 우리 데이터를 플랫폼에 추가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쉽게 허용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디지털 기술 영역이 도전할 영역이 아닐까 합니다.”

변화를 위한 다리가 되기

우리나라에서 빈곤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이라 볼 수 있는 임대주택 단지에서 일하면서 어떤 새로운 협력과 제도를 실천할지 고민하는 서종균 님의 질문에 대해 힐러리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고립되고 단절되고 우리도 이 사람들하고의 다리 놓기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궁극적으로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 지역사회는 이런 사회입니다. 우리가 이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다리가 돼줘야 하는 것이죠.

저의 경험에서는 유대 관계가 있는 지역 사회의 경우에는 이 사회와 다른 지역사회의 교량 역할을 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넓혀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영화를 같이 보거나 사회활동을 함께하면서 일반적으로는 절대 만나지 않을 사람들이 만나고 편안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더해 힐러리는 지역 주민들에게 먼저 질문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정말 변화가 생겨나고 있는지, 자신들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러운 변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다리 역할을 하는 관계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것인지를 말입니다.

돌봄 시스템 전환을 위한 실천 사례들

이어지는 2부 세션에서는 쉐어드 라이브즈 플러스의 대표 알렉스 폭스와 앰배서더 토마스 민스,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유여원 경영고문,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의 김정하 대표이사가 차례로 돌봄 혁신의 실천 사례와 고민을 발표했습니다.

쉐어드 라이브즈 플러스는 정해진 시간에 외부에서 가정으로 방문해 돌봄을 제공하는 기존 방식과 다르게 하루의 생활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지원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목표로 접근해온 사례를 발표했는데요. 좋은 삶을 사는 것, 즐거움을 누리는 것, 내가 집이라고 느낄 수 있는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바로 쉐어드 라이브즈 플러스 모델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공적서비스 속에서는 어떤 위기와 같은 상황을 경험 해야만 서비스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원을 일단 받기 시작하면 그런 시설, 상황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시설이나 상황 속에 계속 붙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벗어나서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기존의 복잡한 관료적 시스템을 벗어나서, 좋은 삶이란 과연 어떤 모습인가. 그리고 그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우리가 쉐어드라이브즈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현장에 실제로 뭔가를 바꾸는 대화들이 어떤 것인가 생각해보면, ‘관계를 구축하는 대화들’이라고 생각합니 즉,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대화들이죠. 사람들한테 필요하면 우리한테 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가가서 먼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계속해서 진행되는 프로세스이죠. 대화를 해서 니즈를 파악하는 단계가 있고 그 다음에 서비스 제공으로 넘어간다고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동등한 관계 속의 동등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대화를 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여원 경영고문은 지속가능한 돌봄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활동에 바탕이 된 돌봄 철학과 운영 현황, 관계와 협동 자치를 조합원 간에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협동의 관계망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요소로 환대, 개인의 성장 및 배움, 노동의 실천을 소개했습니다. 나아가 모두가 잘 돌보고 돌봄 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조건과 자원, 제도와 실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돌봄과 시혜는 다릅니다. 누군가는 돌보기만 하고, 누군가는 돌봄을 계속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돌봄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서 훈련, 경력, 의무와 책임감이 같이 있을 때 호혜의 관계망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든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돌봄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진다는 것은 자명한데 그렇다면 돈과 노동은 어떻게 대냐는 질문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돌봄의 생산 자체도 늘어나고, 돌봄이 아주 풍요로울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돌봄의 생산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생각을 바뀌어나가야 합니다. 갑자기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또 처음부터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모든 사람이 돌보는 인생을 산다는 것을 전제하고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시간들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제공되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고 계신 김정하 프리웰 대표이사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마주하는 뿌리깊은 복지 관료주의와 그로 인한 고민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어렵게 하는 여러 요소에 대해 짚었습니다. 나아가 차별과 혐오를 확대하는 문화, 능력주의, 자본의 계급화와 같은 한국 사회의 문제들 또한 지적했습니다.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 복지기관의 위계적인 거버넌스와 수급자의 자격을 따지는 복지제도 혁신을 통해 탈시설 이후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가는 이들이 의미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좋은 삶을 추구해나가도록 지원해야함을 강조했습니다.

“지원 주택에서 자립생활을 하시면서 연립하며 살아가시는 장애인분들도 정부 기관에 가서는 내가 얼마나 가난하고 노동능력이 없고 중증인지를 증빙해야만 수급자가 되는 사회에 살고 있어요. 사회환경의 요소들을 통해서 이 사람이 잘 살게 하기 위해서는 뭘 지원해야 하는지 고민이 시작돼야 하는데, 이 사람이 자격요건이 되는지 안 되는지만 고민하기에 바쁜 거죠.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서 자기를 깎아내릴 수밖에 없는 사회를 개선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인도, 가족도, 지역사회도 함께 배우고 일하고 서로 맞닿아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집중했다고 하는 대목이 정말 부럽고 지향을 이렇게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사회복지 안에서도 사회적 역할 강화, 자력화, 지역사회, 관계지향적 복지, 좋은 삶, 자산기반 등등 좋은 말들은 서로 하는데 혁신적인 도전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만약 어떤 전통적인 복지관 같은 기관에서도 실천가들이 혁신적인 모델을 시도해보고 싶을 수 있는데요. 일단 복지관이든 민간법인의 운영 구조가 굉장히 위계적인 탓에 수평적인 의사결정이 되기가 힘들고 실천가들 사이에서도 아이디어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민주적인 관계형성이 어렵고요. 또 현장에 있는 실천가들에게도 권한이 더 있어야 결정을 하고 도전해볼 수 있는데 권한이 굉장히 제한적이고 자기 업무 외에는 나머지는 입을 다물어야 하잖아요. 사회복지계 내에 융합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분절적인 구조들을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위기관리가 되지 않아서 큰 어려움에 처한 가정들이 뉴스에 나오면 그 지역에 있는 복지관이나 복지관계기관들에게 책임을 묻게 돼요. 그 결과 위기관리 위주로 복지시스템이 가고 있는데요. 거기서 조금 벗어나서 좋은 삶에 대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관계를 통한 돌봄과 좋은 삶의 실현

발표자와 패널들은 서비스와 자원, 인프라가 필요한 당사자를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의 주체로 보는 역량 기반 접근과 시도가 필요하다는 데 모두 공감했는데요. 돌봄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을 전인적(holistic), 총체적으로 보고, ‘관계’를 중심으로 한 연결을 통해 돌봄의 주요한 목적인 ‘좋은 삶’의 실현을 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포럼은 마무리 되었어요.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여러 이유로 돌봄이라는 관계에 함께하고 있을 것입니다. 본인이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이거나, 혹은 제공하는 사람을 돕고 있거나, 혹은 이 전체가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할지 그 정책과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미래에 경험할 돌봄 영역에서 나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 돌봄 관계 속에서 어떻게 나다움을 유지하면서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사실 돌봄이라는 영역, 그 중 특히 관계라는 것은 중요하지만 공식적인 것으로 이야기 하지 않는 경우가 참 많은데요. 이번 포럼을 통해 ‘관계’를 둘러싼 가치와 실천이 어떻게 공식화되어야 하고 우리가 만들고자하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중요한 것으로 자리하게 할지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장장 4시간에 걸쳐 진행된 행사라 신체적 피로감은 상당했을지라도, 서로를 지지하는 시간 속에서 함께 언어와 장소의 경계를 넘나들며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 그 자체로 훌륭한 ‘돌봄’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다음 모임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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