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제품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고민해 볼 것들
스타트업 프로덕트 팀이 일하는 방식 02
클래스팅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로 결정했던 것이 2020년 초여름 입니다. 클래스 트라이브가 결성되기도 전이네요. 좋은 제품 만들기라는 여정의 시작점에서 우리가 어떤 고민들을 했고, 그 고민들이 제품 개발과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공유해보려 합니다.
새로운 제품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고민해 볼 것들 Summary
Product Market Fit
우리에게 맞는 성장 방식
좋은 제품이란
상황과 문제 인식
우리가 원하는 개발 방식
Product Market Fit
클래스팅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전천후에 능한 온라인 수업 플랫폼이었습니다. 가정과 연계해 수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학생에게 온라인으로 과제를 부여, 성취도를 평가하고 개별 피드백을 할 수 있으며, 교수자 간 협동을 통해 수업 자료를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멋진 서비스였죠. 하지만 오랫동안 현장에서는 ‘학교용 알림장 앱’으로 생각하는 고객의 비중이 꽤 높았습니다.
그러다 2020년, 전례 없는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전국 학교들은 수업 전체를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갑자기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비로소 클래스팅의 다면적인 가치를 알게 된 고객이 엄청나게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맞추기 어렵다는 Product Market Fit이 타이밍의 도움으로 마법처럼 들어맞았던 순간 같았습니다.
그런데 클래스팅은 이 시점에 신규 프로덕트 런칭을 준비하기로 결정합니다. 폭발적인 사용자 성장을 가속하기 위해 마케팅에 투자하거나, 잘 되고 있는 프로덕트를 개선하고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고, 새로운 수익화 모델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많고 많은 선택지 중에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요.
우리에게 맞는 성장 방식 (feat. 제품 주도 성장)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방식은 원하는 목표나 속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규모 퍼포먼스 마케팅 예산으로 신규 유입이나 구매를 늘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곳도 있고, 일단 인원을 늘리면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 비교적 어렵지 않은 곳도 있을 것입니다. 지역 단위 세일즈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짜서 전국을 먹는 것이 가능한 곳도 있겠죠.
전 편에서도 언급했지만, 클래스팅은 마른 수건 같은 공교육 시장에서 선생님 이용자의 로열티를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해 온 서비스입니다. 시장 특성, 고객 특성, 비즈니스 사이클, 성장 구조 등 다양한 상황을 따져보았을 때, 지금 클래스팅에 가장 잘 맞고 지속 가능하면서 탄탄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좋은 제품이 주도하는 성장이었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자! 그러면 그로스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funnel 은 flywheel이되어 제품 안에서 저절로 순환하게 될 것이다.
이런 믿음이 바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제품 만들기
자, 그럼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가장 먼저 체크해볼 점은 ‘지금 우리에게 좋은 제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협의점이 존재하느냐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에게 적용되는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특수성, 시장 상황, 하려는 일의 목적과 맥락을 고려했을 때 지금, 우리에게 좋은 제품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우선순위가 포함된 협의점입니다.
당시 좋은 제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은 리더와 구성원을 불문하고 개개인의 머릿속에서 조금씩 달랐을 것입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 중에서도 개발자, 프로덕트 매니저, 비즈니스 담당자, 혹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각자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매우 다르니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1) 우리의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고
2) 확장성이 있으며
3) 개선과 검증을 거듭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품
…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제품이라는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상황과 문제 인식
클래스팅이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제품의 특장점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SNS와 LMS의 장점을 살린 교육용 SNS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품으로는 다양한 상황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이용자의 니즈들을 충족시킬 수 없었고, 사용자가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커지는 불편을 해소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 환경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이 학교 현장에서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크게 얻기 시작하면서, 온라인 수업 툴이라는 서비스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니즈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백만 사용자의 pain point를 해결하고 그들의 고도화된 니즈를 차근차근 만족시켜 나갈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가장 먼저 고객에게 눈을 돌렸습니다.
아래는 문제 상황을 냉정하게 직면하기 위해 우리가 진행한 다양한 유저 리서치 방법들입니다.
- 앱내 설문조사
- FGI (Focus Group Interview)
- 사용성 테스트 (Usability Test. 클래스팅 프로덕트디자이너가 하는 일 참고)
- 사용자 인터뷰
- 고객센터 문의에 질의, 아웃바운드콜
- 시시때때로 질문할 수 있는 자문단 운영
프로덕트 팀에서는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그 어떤 준비 과정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제품의 방향을 정할 때, 우리가 생각한 요구사항이 확실치 않을 때, 와이어프레임을 테스트할 때, 비즈니스 기회의 우선순위가 애매할 때, 새로 합류하는 구성원의 도메인 이해도를 높여줄 필요가 있을 때…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하는 순간을 기회로 여기고 흘려보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개발 방식
클래스팅 클래스 트라이브에서는 도메인 주도 설계를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비즈니스 도메인(제품이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비즈니스 환경)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도메인에 특화된 언어를 이용해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인 제품 설계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인데요. ‘차세대 온라인 수업 플랫폼’인 새로운 클래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를 실천하기 위해 관련자가 모두 모여 이벤트스토밍(Event Storming)을 두 차례 정도 진행했습니다.
이벤트스토밍은 제품의 개발과 비즈니스에 관련된 사람들, 도메인 전문가가 모여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도록 가이드해주는 일종의 제품 설계 워크숍입니다. 우리 제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벤트들을 나열한 뒤 단위 집합으로 묶고 관계를 설정하는 활동을 서너 차례에 걸쳐 진행합니다. 도메인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를 채택해 제품과 도메인의 간격을 줄일 수 있고 참여한 사람들의 도메인 지식 수준이 함께 올라가는 효과도 있는 일석다조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래스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할 때 진행했던 이벤트 스토밍에는 CEO(이자 도메인전문가), CTO, 디자이너, 백엔드, 프론트엔드 개발자, 제품 비즈니스 담당자 등 다양한 Stakeholder가 참여했습니다. 우리 제품의 기존+잠재 사용자들이 어떤 문제와 목적을 가지고 제품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며칠에 걸친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도메인 전문가이자 대표님의 해맑은 증거물 1호)
저는 프로덕트매니징을 시작하기 전에 비즈니스 담당자로서도 다양한 제품의 이벤트 스토밍에 몇차례 참여했었는데요. 경험이 쌓이면서 프로덕트 구조와 작동 기제에 대해 좀 더 직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어 PM 업무를 시작할 때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이벤트 스토밍은 설계 당사자(개발자)뿐 아니라, 프로덕트 매니저, 프로덕트 디자이너, 비즈니스 담당자 등 다른 직군의 팀원이 우리 제품으로의 deep dive를 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니,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
기승전…팀!
프로덕트 팀이 조직의 다음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테스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우리처럼 이미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를 개편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고려할 것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후자가 더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 어려운 길의 시작점에서 했던 고민들을 공유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치열한 싸움을 같이 하고 있는 우리 팀을 응원합니다.
>> 클래스팅 클래스트라이브에서 함께 좋은 제품을 만들 팀원을 찾고 있어요. 왠지 모르게 챌린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 환영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