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 시리즈] #2 탈중앙화된 자산운용과 Yearn Finance
이전 글에서는 디파이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세 가지의 주요 플랫폼(대출, 환전, 자산운용)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봤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산운용 프로토콜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면서 디파이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더 높여보기로 하자.
특히,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자산운용 프로토콜인 Yearn Finance의 발전사를 통해 디파이의 현주소를 파악해 볼 계획이다.
자산운용 프로토콜이란?
디파이에서 자산운용 프로토콜이란,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구현된 채권형 펀드 상품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존 금융 시장의 펀드를 이해하는 것은 탈중앙화된 자산운용 프로토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최근 모바일 기반의 증권 서비스들이 보편화됨에 따라 펀드 상품 가입이 간편해졌다. 덕분에 펀드 투자를 경험해 본 사람들의 비율도 증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펀드의 수익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펀드의 운영 주체를 은행이나 증권 회사라 생각하는데, 이는 주로 해당 기관들을 통해 펀드 상품에 가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투자금을 운용하는 주체는 따로 있다.
보편적으로 펀드는 판매회사, 자산운용사, 수탁회사, 사무관리회사로 역할 및 권한이 나눠져 관리/운영된다.
투자자는 판매회사를 통해 펀드 상품에 가입한다.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의 자산은 판매회사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수탁회사에 예치된다. 자산운용사는 수탁회사에 주식 혹은 채권 등을 매매할 것을 요청한다. 실제로 주식 및 채권 매매를 수행하는 주체는 수탁회사이다. 사무 관리 회사에서는 펀드 관련 문서처리 및 펀드 가격 설정 등의 작업을 진행한다.
이렇듯, 펀드가 하나의 주체가 아닌 여러 신뢰 기관에 의해 관리됨으로써 투자자의 자산이 무분별하게 투자되거나 임의로 남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주체가 참여한 만큼 투자자가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증가한다. 결론적으로 하나의 기관을 신뢰할 경우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기 때문에 분권화할 필요가 있고, 그에 대한 비용을 투자자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디파이 자산운용은 판매회사, 자산운용사, 수탁회사 및 사무관리회사가 수행하는 역할을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투명하게 자동화함으로써 신뢰 기관의 필요성을 제거하였다.
자산운용 프로토콜은 알고리즘화된 투자전략을 통해 투자자의 자산을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대출, 환전, 자산운용)에 전략적으로 투자한다. 투자자는 투자 이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자신의 자산이 어떤 전략에 의해 투자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또한 복잡한 절차 없이도 언제든 원할 때, 원하는 만큼의 투자금 및 수익금을 회수할 수 있다.
자산운용 프로토콜의 필요성
자산운용 프로토콜은 투자자의 자산을 대출 프로토콜 및 자동화된 마켓메이커(AMM) 등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에 투자(유동성을 공급) 함으로써 이익을 도모한다. 심지어 다른 자산운용 프로토콜에 투자할 때도 있다. 그런데, 디파이 특성상 투자자가 직접 대출이나 AMM에 투자할 수 있는데, 수수료까지 지불해가며 자산운용 플랫폼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자산운용 프로토콜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Yearn Finance의 등장 배경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디파이 시장에서는 자산운용 프로토콜이 출시되기 앞서, 대출 프로토콜이 먼저 등장하였다. 투자자는 대출 프로토콜에 암호화폐를 맡기고 돈을 빌려 가는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이자 수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투자할 수 있는 대출 프로토콜이 둘 이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투자에 최적화가 필요해졌다. 대출 프로토콜의 이자율은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매번 이자율이 가장 높은 곳이 달라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투자 수익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여러 대출 프로토콜의 수익률을 관측하며 투자금을 옮겨 다녀야 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를 Compound, Dydx, Aave 등의 대출 프로토콜 중 연 이자가 가장 높은 곳에 투자한다고 해보자. 현재, 각 프로토콜의 테더 예치 시 기대하는 연이율이 6%, 9%, 4% 라면 자연스럽게 기대 수익이 가장 높은 Dydx에 예금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그런데, 일주일 사이 Dydx에 투자 자금이 몰려 Compound의 기대 수익이 Dydx 보다 높아졌다면,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하여 Compound에 예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기대 수익은 자금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끊임없이 대출 프로토콜들의 이자를 주목하며 투자금을 옮겨 다녀야 한다. Andre는 이러한 과정을 자동화하기 위해 Earn 컨트랙트를 개발하였다.
투자자는 더 이상 높은 이자의 대출 프로토콜들을 추적할 필요 없이, Earn에 자산을 예치하는 것만으로도 최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직접 대출 프로토콜을 옮겨 다닐 때마다 지불해야 했던 입출금 수수료(가스비)도 Earn에 입출금 시 한 번씩만 필요하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투자자들끼리 수수료를 나눠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많은 투자자산이 모일 경우, 개개인의 자금으로 시도할 수 없는 전략들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디파이 자산운용은 투자 전략적에서도 많은 발전이 진행되었는데, 단순하게 대출 프로토콜의 이자를 비교하여 기대수익이 가장 높은 곳에 투자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투자에 AMMs 프로토콜을 활용하거나, 각 대출 프로토콜 간의 이자 차이를 이용한 차익 거래, 무담보 대출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 등 다양한 전략들이 복잡하게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자산운용 프로토콜을 이용할 경우 개인은 복잡한 투자 전략을 이해할 필요 없이 자금을 예치하는 것만으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Yearn Finance의 진화
Yearn은 크게 세 개의 버전으로 구분할 수 있다:
- Earn
- Vault v1
- Vault v2
버전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구조적 측면과 투자전략적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Yearn의 초기 버전인 Earn은 투자 전략이 내부적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이러한 구조는 디파이 생태계 내의 서비스가 다양해짐에 따라 변화가 필요해졌고, Vault 버전부터는 자산별로 독립적인 투자 전략이 적용되었다. 또한, 필요에 따라 전략이 변경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Vault v2에서는 하나의 자산에 대해서도 여러 전략이 동시에 사용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했다.
Earn
최초의 버전인 Earn은 아주 단순한 구조로 입출금 및 자산 보관, 투자 전략 등이 하나의 단일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현되어 있다. 투자 전략에 고정되어 있으며, 자산의 종류와 관계없이 동일한 전략으로 투자한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각 투자 시점에 총 4개의 대출 프로토콜 중 APR(연이율)이 가장 높은 프로토콜에 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투자자가 Earn(그림에서 yToken v1)에 자산을 예치하면, APR Oracle을 통해 현시점 이자율이 가장 높은 대출 프로토콜을 결정하고, 모든 자산을 해당 서비스에 투자한다. APR Oracle 이란 외부 디파이의 연이율(APR) 정보를 가져오기 위해 설계된 스마트 컨트랙트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투자 과정은 스마트 컨트랙트 상에서 On-Chain 방식으로 이뤄진다.
<투자 흐름>
- 투자자가 Yearn 컨트랙트에 자산을 예치한다. 이때, 보관증에 해당하는 yToken을 발행 받는다.
- Earn 컨트랙트는 각 대출 프로토콜로부터 현재 기초자산의 이자 정보를 받아온다.
- 연이율이 가장 높은 대출 프로토콜을 투자 대상으로 결정한다. 만약 이전에 투자했던 프로토콜과 다를 경우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고 새로운 대출 프로토콜에 투자한다.
- 투자자는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yToken을 반환하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Vault
Vault v1의 구조는 Earn과 달리 기능 및 역할의 분리를 위해 다수의 컨트랙트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 금융 시장의 펀드처럼 역할과 권한을 분리한 것이다.
Vault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루는 주요 구성 요소는 Vault, Controller, Strategy 그리고 Governance가 있다:
- Vault : 투자자가 자산을 입출금 하는 창구에 해당한다. 투자금을 입금하면 보관증에 해당하는 yToken을 발행해 준다.
- Controller : Vault와 Strategy 사이의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며 커뮤니케이션 및 자금 흐름을 감독한다.
- Strategy : 투자 전략을 담당하는 컨트랙트로 Vault의 자산을 전달받아 외부 프로토콜에 투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 Governance : 전략 변경, 컨트롤러 변경, 볼트 관리 등 프로토콜 운영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위한 구성요소이다. 거버넌스 토큰(YFI) 보유자들이 투표를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능을 지원한다.
Earn에서는 DAI, USDT, USDC 등 자산과 무관하게 모두 동일한 투자 전략이 사용되는 반면 Vault v1부터는 각 자산마다 개별적인 투자 전략을 사용한다. 투자 전략은 Strategist 역할을 담당하는 유저에 의해 개발되며, 거버넌스 토큰 보유자들의 투표를 통해 Vault에 새로운 전략으로 변경될 수 있다.
예를 들어, DAI Vault의 경우 DAI를 기초 자산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현재 StrategyDAICurve라 부르는 투자 전략이 적용되어 있다. USDT Vault는 USDT를 기초자산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StrategyUSDT3pool라 부르는 투자 전략이 적용되어 있는 상태이다.
현재 Vault v1의 경우 대부분의 자산이 Curve AMM 프로토콜과 연계된 투자 전략이 사용되고 있다. 보다 자세한 투자전략은 깃허브에서 코드레벨로 확인할 수 있다.
Vault v2
Vault v2 구조에서는 컨트롤러 컨트랙트가 사라졌다. 대신 Strategist와 Guardian으로 등록된 유저가 기존 컨트롤러의 역할을 나눠서 수행한다.
Vault v2는 주로 투자 자본의 운용 효율성 개선에 초점을 두었다. 주된 변화는 각 자산마다 하나가 아닌 다수의 전략이 동시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각 전략마다 총자산 중 운용할 수 있는 상한선이 존재하며 투자 성과가 좋을수록 운용 비중이 높아진다. 이것은 특정 투자 전략이 더 이상 수익률을 높일 수 없는 경우에도 과도한 투자금이 배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너무 많은 자본이 특정 프로토콜에 투자될 경우 공급과다로 인해 투자 수익률이 저하될 수 있다.
Vault v2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기존 버전에 비해 상당히 복잡해졌다. 예를 들어, DAI Vault에 투자할 경우 사용되는 전략 중 하나인 StrategyGenericLevCompFarm은 다음과 같이 동작된다.
- 이전 투자 시점에 Compound에 예치해 발생한 이자(COMP)가 있을 경우, COMP를 수령해 Uniswap에서 DAI로 변경한다.
- Compound에서 DAI를 빌린다
- Compound에서 빌린 DAI와 Vault에 예치된 DAI를 합하여 Compound에 투자(Supply) 한다.
- Dydx에서 DAI x개를 빌린다.
- Dydx에서 빌린 x개의 DAI를 Compound에 투자한다.
- Compound에서 x개의 DAI를 떨어진 이자율로 빌린다.
- Dydx에 x개의 DAI를 상환한다.
특히, 절차 4~7은 Dydx의 플래시론(무담보 대출)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일시적으로 Compound의 대출 풀 공급량을 늘림으로써 임의로 대출 이자를 낮추는 전략이다.
다음은 위 전략에 의해 실제로 이동된 자산들의 경로이다.
Yearn의 각 버전의 구조적 발전과 전략적 발전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구조적 발전>
- Earn: 고정된 단일 전략, 중앙 집중식 컨트랙트 구조
- Vault v1: 변경 가능한 단일 전략, 분권화된 컨트랙트 구조
- Vault v2: 변경 가능한 다중 전략, 분권화된 컨트랙트 구조
<전략적 발전>
- Earn : 다수의 대출 프로토콜 중 매 투자 시점에 수익률이 가장 높은 프로토콜에 투자
- Vault v1: AMMs(Curve)에 유동성 공급(LP;Liquidity Provide) 투자
- Vault v2: 각 대출 프로토콜의 이자율 차이와 플래시론을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조와 전략이 발전했지만, 본질적인 목표는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있다.
마치며,
자산운용 프로토콜은 투자자가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을 분석하고 이해해야 하는 작업을 줄여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지갑 사용법과 사용자 친화적이지 못한 UI/UX는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향후 디파이와 자산운용 프로토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구조와 전략이 발전한 것처럼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측면의 발전도 요구된다. 결국 블록체인 도메인 지식이 없는 개인들이 접근하기에는 거래소에서 디파이에 대신 투자해 주는 형태의 CeFi 서비스 중심으로 활성화될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전략적인 부분에서는 소수의 전략가들에 의해 투자 전략이 설계되고 운영되고 있다. 향후에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전략을 제안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아 가는 형태로 진화함으로써 전략 제안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투자자들의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생태계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Yearn Finance의 발전과정을 통해 디파이, 특히 자산운용 프로토콜에 대해 살펴보았다. 자산운용 프로토콜은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에 의존적인 포지션에 있기 때문에 연동되는 프로토콜에서 발생하는 위험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다. 따라서, 자산운용 프로토콜의 가치와 위험성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와 연동되는 외부 프로토콜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해당 시리즈에서는 앞으로 AMMs, 대출 프로토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각 프로토콜 사이의 연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에 대해 차례차례 살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