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고 번거로운 일을 대신해드립니다 — 오토 컴파운딩 (Auto Compounding)

그 외 잡다한 디파이 이야기들

Hyunbin Jeong
CURG
12 min readOct 1, 2021

--

Hyunbin Jeong in CURG
a New Penthouse Resident of STAR ATLAS
20층에 사람 있어요!

내용 보충 : 2021.10.18

사진 출처 : bsctimes

펜트하우스 라고 하니 작년 초에 작성했던 글 서두에 코스모스 5300층 펜트하우스 어쩌고 하는 멘트를 적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 때는 마침 코로나로 인한 패닉셀이 시장을 덮친 직후였기 때문에 5300층이면 상당한 고점이었지만 이제는 다시 보기 어려운 가격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이 기분이 참 묘하다. 필자가 포모(FOMO)를 이기지 못하고 20층에서 충동매수한 스타 아틀라스도 언젠가는 구조대가 도착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뽀글이형 살려줘요!

긴 모험을 마치고 태초마을로 돌아온 아틀라스 (10월 1일 오후 2시 기준)

이번 글에서는 지난 글에서 다루지 못한 일드파밍 전략의 소개와 기타 잡다한 디파이 관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우선 제목에서 언급한 오토 컴파운딩(Auto Compounding)부터 살펴보자.

오토 컴파운딩 (Auto Compounding)

일드파밍은 디파이 서비스에 기여한 대가로 보상을 받아가는 것을 말하고, 보상으로 쥐어지는 것은 해당 서비스의 거버넌스 토큰인 경우가 많다. 이 보상을 받아다가 현금화를 하던 재투자를 하던 어떻게 지지고 볶던 간에 일드파머 본인이 직접 보상을 청구(Claim Reward)하는 것이 지극히 일반적인데, 오토 컴파운딩은 이 일드파밍 수익을 재투자하는 일련의 절차를 자동화해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말로 와닿는 표현으로는 자동 복리 예치 정도가 있다.

디파이 사이트들을 들락거리다보면 APR과 APY라는 용어를 자주 마주치게 되는데, 디파이에서 APR은 Annual Percentage Rate로 단리이자율, APY는 Annual Percentage Yield로 복리이자율, 즉 주기적인(주로 하루에 한번씩) 보상의 재투자를 가정했을 때의 수익률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BSC 계열의 대표 디파이 서비스인 팬케이크스왑의 거버넌스 토큰 CAKE의 단일 예치 풀

팬케이크스왑을 예시로 든 위의 사진을 보면 Auto CAKE 풀은 APY로, Manual CAKE 풀은 APR로 이자율이 표시된 것을 알 수 있는데, Auto CAKE 풀은 해당 풀에서 발생한 보상이 자동으로 동일한 풀에 재투자되고, Manual CAKE 풀은 해당 풀에 투자한 일드파머가 직접 보상을 청구해야 한다.

수작업으로 재투자하는 작업은 농사꾼들 사이에서 손복리 라는 전문용어(?)로 불리기도 한다.

잠깐, 자동으로 재투자를 해주는 풀이 있는데 굳이 수동으로 보상을 청구해야 하는 풀이 있을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한 당신, 훌륭한 농사꾼의 자질이 보인다!

정답은 아래에.

왼쪽은 팬케이크스왑에서 제공하는 Auto CAKE 풀의 자세한 정보인데, 마지막 문장의 performance fee 라는 용어를 주목하자.

Performance Fee는 자동으로 보상을 재투자하는 거의 모든 풀에서 걷어가는 일종의 이용료로, 귀찮은 수작업을 자동화해주는 대신 받아가는 팁 같은 것이다.

2%의 Performance Fee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56.28%의 APR을 APY로 환산 시 74.05%보다 높은 수치가 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수작업으로 보상을 청구하는 Manual CAKE 풀은 모든 일드파밍 보상을 온전히 받을 수 있지만, 일드파머 본인이 직접 시간을 들여야 하고 직접 트랜잭션을 작성하기 때문에 가스비 지출이 발생한다.
2. 자동으로 보상을 재투자하는 Auto CAKE 풀은 투자금을 회수하기 전까지 별도의 작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약간의 Performance Fee를 떼이게 된다.

두 전략 모두 나름의 트레이드오프가 있으며, 두 풀의 예치량에서 확인할 수 있듯 Auto Compounding 기능을 제공하는 풀이 그렇지 않은 풀에 비해 약간 더 선호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오토 컴파운딩 전문 디파이의 등장

오토 컴파운딩의 예시로 팬케이크스왑의 CAKE 풀을 들기는 했지만, 팬케이크스왑은 기본적으로 ‘거래소’ 이고, 거버넌스 토큰인 CAKE 또는 유동성 공급시 받게 되는 LP토큰을 예치하여 부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일드파밍 기능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수동으로 보상을 청구해야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전 글의 팬케이크스왑 파트를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BSC(Binance Smart Chain)의 디파이로 한번 예시를 들었으니 다음으로 Terra의 디파이로 예를 들면, 합성자산 발행 및 거래 플랫폼 미러 프로토콜 (Mirror Protocol), 스테이블코인 예금 및 대출 플랫폼 앵커 프로토콜 (Anchor Protocol), 신규 프로젝트 런치패드 플랫폼 파일런 프로토콜 (Pylon Protocol) 모두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 APR로 이자율을 표시한다.

각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일드파밍이 가능한 유동성 풀들이 모두 수동으로 보상을 청구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 복리 예치에 대한 수요가 존재했는데, 먼저 시장을 선점한 오토 컴파운딩 서비스가 스펙트럼 프로토콜 (Spectrum Protocol)이다.

스펙트럼에서 지원하는 파일런 볼트(Vault)와 앵커 볼트

취소선으로 처리된 수치가 각 서비스(미러, 앵커, 파일런)에서 제공하는 기본 APR이고, 그 오른쪽에 쓰여 있는 수치가 오토 컴파운딩 시 예상되는 APY에 스펙트럼에서 제공하는 별도의 거버넌스 토큰인 SPEC 토큰 보상을 합친 이자율이다.

상당히 이자율이 뻥튀기 되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APR을 APY로 바꾼 것에 거버넌스 토큰 보상이 ‘약간’ 추가된 것 뿐이므로 ‘와 개쩐다’ 같은 생각이 들면 곤란하다. 거기다 스펙트럼에서 떼어가는 Performance Fee가 무려 5%에 달하는데, 위의 APY는 이것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오토 컴파운딩 서비스의 거버넌스 토큰의 가치

스펙트럼 오픈 7일차에 남긴 스크린샷. 이자율이 상당히 높아 많은 매수세가 있었다.

팬케이크스왑과 같은 거래소의 거버넌스 토큰은 그렇다 쳐도, 그저 다른 디파이 서비스들의 일드파밍 수익 재투자를 자동화해주는 것이 메인 기능일 뿐인 스펙트럼 같은 서비스의 거버넌스 토큰은 대체 어떻게 가격을 형성하는 것일까.

사용자의 유입이 최우선 과제인 오픈 초기에는 우선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여 어느정도의 TVL(Total Value Locked)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충분한 TVL이 확보되면, 일드파머들이 시장에 매일 뱉어내는 거버넌스 토큰의 매도 압력을 막아낼 충분한 매수세가 필요한데, 스펙트럼의 경우 앞서 언급한 5%의 Performance Fee를 SPEC의 바이백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10월 1일 오후 6시 기준

SPEC-UST 풀을 제외한 모든 풀에서 5%의 Performance Fee를 걷어들이고 있는데, 현재 TVL에서 SPEC-UST 풀의 TVL을 제외한 수치의 5%인 수백만 달러 규모의 자산에서 발생하는 일드파밍 수익이 매일 모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라는 생각에 도달한 직후, 필자는 돌격했다.

눈도 깜짝 안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거버넌스 제안 및 투표와 같은 사용처, 그리고 거버넌스 토큰 보유자들이 이를 장기 홀딩할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스펙트럼의 경우 바이백 물량의 일부를 스테이커들에게 분배하는 방법을 선택했으며, 꾸준한 소통과 로드맵 업데이트를 통해 민심(?)을 컨트롤하고 있다.

잠깐, 바이백되어 스테이커들에게 분배된 물량이 다시 시장에 풀리면 바이백의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가? 사실 그렇다. SPEC 토큰의 가격은 바이백 자금 규모에 비해 잘 오르지는 못하는 편인데, 필자는 우하향이 아닌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2021.10.18 내용추가) 본 글 작성 이후 SPEC 토큰의 가격은 스펙트럼의 편의성 업데이트 등으로 잠시 좋은 흐름을 보였지만, SPEC-UST 풀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신규 프로젝트(발키리, 넥서스 등)의 등장과 함께 빠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마도 SPEC-UST 풀에 유동성을 공급하던 투자자들의 이탈에 의한 하락인 듯.

번외 1. Yield Aggregator?

각 디파이 서비스들을 소개하는 문구를 보면 Yield Aggregator 내지는 Yield Optimizer 같은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 용어들이 다소 구분 없이 사용된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1세대 Yield Aggregator 하면 떠오르는 와이언 파이낸스(Yearn Finance)는 사용자들로부터 예치한 자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전략을 취해 일드파밍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면 Yield Aggregator는 최적의 전략을 찾아 자산을 분배해서 파밍해주는 서비스를 말하는 것인가?

스펙트럼과 마찬가지로 오토 컴파운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폴로 다오(Apollo DAO)는 본인들을 Yield Aggregator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비슷한 오토 컴파운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펙트럼은 본인들을 Yield Optimizer라고 소개한다.

마침 본인들을 Yield Optimizer라고 소개하는 다른 디파이 서비스가 있는데, 바로 벨트 파이낸스(Belt Finance)다. 그런데 벨트는 오토 컴파운딩 서비스가 아니라 최적 자산 분배 전략을 제공하는 곳이다.

이쯤되면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그냥 별 구분 없이 써도 무방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런 번외 이야기였다.

솔팜에서 제공하는 레버리지 파밍 기능

번외 2. Leverage Yield Farming — 정신나간 APY의 유혹

어느 시장에서든 ‘레버리지’라는 단어는 투자자를 혹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일드파밍이 널리 알려지자 여기에 레버리지를 얹은 서비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 시초는 알파 호모라(Alpha Homora)로 알려져 있으며, 위의 예시는 솔라나 기반의 디파이 서비스인 솔팜(Solfarm)을 가져왔다.

레버리지 일드파밍의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투자자가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자산을 빌려서 파밍하는 것. 일반적으로 1.5배~4배 정도의 배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배수가 높을 수록 청산 리스크도 따라서 높아진다. 안 그래도 기본 APR이 높은 풀이 흔한데 여기에 3~4배 레버리지를 써서 받는 3~4배의 APR에 복리 예치를 한다고 가정하면, 예상 APY가 위의 사진과 같이 정신나간 수준으로 높아지게 된다. 이 정도면 ‘와 개쩐다’ 라고 해도 딱히 문제 없을 듯.

수익을 극대화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레버리지 파밍은 상당한 숙련도를 요구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솔팜의 암호화폐 렌딩 마켓

레버리지 파밍을 위해 자산을 빌려올 필요가 있기 때문에, 레버리지 일드파밍 기능을 제공하는 디파이 서비스들은 위와 같이 자산의 단일 예치가 가능한 렌딩(Lending) 마켓 기능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번외 3. 거버넌스 토큰 이야기 조금 더

어떤 디파이 서비스의 거버넌스 토큰 매수를 고민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필자는 디파이 서비스의 펀더멘탈과 거버넌스 토큰의 시가총액이라고 생각한다.

서비스의 펀더멘탈이라 하면 TVL, 그리고 사람들이 그 서비스를 써야 하는 이유 및 거버넌스 토큰을 매수할 유인과 바이백이 있다면 그 규모를 파악하는 것. 거버넌스 토큰의 시가총액이라 하면 말 그대로 현재 시총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Token Release Schedule 같은 것을 고려할 수 있겠다.

서비스의 펀더멘탈 대비 거버넌스 토큰의 시총 규모를 대충 가늠할 수 있게 되면, 내가 투자를 결정하는 시점에 거버넌스 토큰이 저평가되어있는지 아닌지 정도는 대강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물론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의 펀더멘탈로 TVL만 고려하는 아주 단순한 예시

최근 Terra에 새로 런칭한 오토 컴파운딩 서비스 아폴로는 일시적으로 Performance Fee를 10% 떼어가는 대신 그만큼 거버넌스 토큰인 Apollo를 개당 $0.25의 고정가로 계산하여 교환해주는 것으로 일종의 토큰 세일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Performance Fee로 10달러를 떼였다면 이벤트 종료 시점에 40개의 Apollo를 청구할 수 있게 되는 셈.

아폴로의 TVL이 약 1억 5038만 달러로 유지된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진행중인 아폴로의 세일 이벤트는 총 900만 개의 Apollo가 분배되는 시점에 종료되고, 종료 시점에 분배된 물량의 절반이 거래 가능한 상태가 되며, 아폴로 팀 물량 중 100만 개의 Apollo로 테라스왑에 초기 풀이 생성될 예정이다. 즉 해당 시점에 예상 가능한 Apollo의 유통량은 550만 개.

경쟁 플랫폼인 스펙트럼이 약 1억 2367만 달러의 TVL에 SPEC의 시가총액이 약 2022만 달러이므로, 스펙트럼과 아폴로의 펀더멘탈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Apollo의 적정 시가총액은 약 2459만 달러, 즉 Apollo의 적정 가격은 약 4.47달러라는 단순 계산이 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개당 0.25달러로 쳐서 교환해주네? 돌격한다!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