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내기 창업자의 스타트업 창업하기 9화

성장 플라이휠 만들기

Gary Kim
당근 테크 블로그
5 min readDec 2, 2018

--

아마존의 성장엔진(Flywheel)

위 그림은 아마존의 성장 플라이휠(Flywheel)을 설명하는 그림입니다. 낮은 비용구조가 더 낮은 가격을 가능하게하고, 낮은 가격은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이 만족하면 트래픽이 증가하고, 트래픽이 증가하면 판매자가 몰리고, 판매자가 몰리면 상품군이 다양해지고, 이는 또 고객만족을 증가시키는 물고 물리는 구조가 성장을 가속화하는 하나의 성장엔진을 만들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아마존은 초기에 낮은 가격다양한 상품군을 핵심 경쟁력으로 본 것 같습니다. 아마존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일반 회사는 상상하기 힘든 일도 많이 했는데요. 유명한 일화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고객들이 아마존에서 장난감을 구매하게 만들기 위해 장난감 회사로부터 수백억원 어치의 장난감을 선매입해서 최저가로 판매하고 남은 재고는 모두 땅속에 묻어버린 일입니다. 비용/수익을 생각하면 거의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인 일을 플라이휠을 만들기 위해 수백억의 손실을 보며 투자한 셈입니다.

당근마켓도 이런 플라이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을 통해 동네 근처의 매물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동네마켓을 구경하는 재미가 서서히 생깁니다. 자주 구경 하다보면 사고 싶은 물건이 보이고 거래로 이어집니다. 특히 친절한 동네주민과의 직거래 경험은 고객만족으로 이어지고 트래픽의 증가(=재방문)로 이어집니다. 트래픽의 증가는 동네 판매자들을 불러모으고(‘당근마켓에 올리면 금방 팔려. 너도 팔아봐'라는 입소문) 이는 또 더 다양한 판매상품군으로 이어져 구경하는 재미를 높여줍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너무 많은 상품이 있으면 오히려 구경하는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의 큰 차이점 중에 하나입니다. 백 개가 넘는세부 카테고리와 수십만 개의 상품들이 입점한 마켓은 구경하는 재미를 오히려 떨어뜨립니다. 파리를 여행하는 많은 사람들이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그 엄청난 규모에 질려 유명 작품 3~4개만 눈도장 찍고 빨리 나가버리는 이유와 비슷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당근마켓은 잘 되는 지역일수록 동네범위를 줄여버립니다. 사용자수가 면적 대비 적거나 비활성화된 곳은 거래범위가 내동네를 기준으로 반경 10km인데 반면, 사용자수가 많고 활성화된 지역은 거래범위가 4km 정도입니다. 그만큼 하루에 보여주는 물품 갯수나 마켓 참여자수가 특정 수치를 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습니다.

구경하는 재미를 높이기 위해 또 하나 신경쓰는 부분은 전문 판매업자들이 새상품을 팔지 못하게 제한하는 부분입니다. 동네 주민들이 소소하게 중고물품을 사고 파는 플리마켓에 대형 트럭에 신상품 재고를 수백개 쌓아놓고 파는 업자들이 많아지면 플리마켓의 매력 자체가 없어져버릴 수 있습니다. 이분들이 수백만원의 자릿세를 낸다고해도 활동을 제한하는 이유입니다. 당근마켓에서는 사용자 신고 뿐만 아니라 머신러닝을 통해 전문판매업자의 물품으로 판단되는 물건들을 자동으로 찾아내 노출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머신러닝으로 업자확률 100%로 판별한 게시물 예시

마지막으로 어쩌면 제일 중요한 부분일 수 있는데 기존의 택배 중심 거래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따뜻하고 친절한 거래의 경험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중고 물건을 거래한다는 행위는 ‘사기 안 당하면 다행이지’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거래 과정에서 상대방을 믿기 보다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탐색을 해야하는 피곤한 과정이었습니다.

당근마켓은 반대로 이 과정을 감성적으로 매우 따뜻하고 친절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채팅방에서 당근이 이모티콘을 무료로 제공해서 자칫하면 건조해질 수 있는 거래 대화를 좀 더 친근하고 귀엽게 표현하도록 유도합니다.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채팅이 오면 ‘당근~’하는 귀여운 알림음이 울립니다.

한 달에 한 번 동네 주민끼리 무료나눔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나의 매너온도, 재거래 희망률, 받은 매너 칭찬과 긍정 거래후기를 프로필에 노출해 상대방이 과거 거래한 사람들로부터 어떠한 평판을 받았는지 확인가능하게 합니다. 그리고 비매너가 심한 사용자는 경고 및 이용 제한을 하기도 합니다.

당근마켓의 성장 플라이휠

당근마켓팀에서 하는 이런 노력들은 모두 따뜻한 거래 경험을 만들기 위한 노력입니다. 동네에서 따뜻한 거래를 경험한 사용자들은 기존의 차갑고 의심 많은 택배 거래 경험으로 돌아가기가 힘들어집니다. 이는 결국 서비스 리텐션과 트래픽으로 돌아오고 당근마켓의 플라이휠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