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i 의 가장 큰 딜레마 — 유동성과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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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man Research
Published in
6 min readJun 4, 2022

효율적 시장 가설

“효율적 시장 가설은 어떤 금융 자산의 가격과 기대 수익률은 이미 공개된 모든 정보를 반영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서는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가 모든 정보를 공평하게 가지고 있을 때 가격과 기대 수익률은 이미 공개된 모든 정보를 반영하여, 내부정보 등을 이용하지 않고는 초과수익을 낼 수 없다는 가설이다.

차익거래와 효율적 시장 가설

물론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김치 프리미엄이 있다. 같은 암호화폐임에도 불구하고 해외거래소와 국내거래소의 가격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가격차이는 해당 가격차이를 차익거래하는 차익거래자들에 의해 해소되게 된다. 이렇게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자들에게 차익을 줌으로써 시장은 항상 효율적인 상태로 수렴하고자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A은행에서 나에게 1% 이자로 1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 해주고, B은행에서는 2% 이자의 예금상품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나는 아무런 자본을 들이지 않고 연에 10만원씩 들어오게 된다. (1년에 한번 공짜로 오마카세를 갈 수 있는 것이다. 행복하다.) 이것을 계속 반복하면 A은행 대출금리가 오르고 B은행 예금금리가 낮아져 중간정도 효율적인 상태에 수렴할 것이다. 이렇게 자본은 더욱 높은 이자를 주는 쪽으로 움직여 시장을 효율적으로 하고자 하는 성질이 있다.

차익거래

DeFi와 유동성 보상

DeFi가 자본을 끌어모으는 방법은 유동성 보상을 주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Olympus DAO라고 볼 수 있는데, Olympus DAO는 쉽게 말해 기존 Uniswap 구조와 같이 유동성 공급자가 유동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급한 유동성을 다시 프로토콜에 판 다음 거버넌스토큰으로 바꿔주고, 그에 대해 이자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Olympus DAO Model

초기에 수십만%의 APR을 제공해 매우 화제가 되었다 (비록 그 이후로 APR이 계속 우하향하긴 했으나…)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USD $4B 수준의) 유동성을 모으기도 했다.

Olympus DAO

이후에 결국 고래들이 익절하며 토큰가격도 우하향하고 폰지 엔딩을 맞는 듯 하다. 이유는 모두가 알듯이 과도한 이자율이다. 이는 비단 Olympus DAO만의 문제가 아니긴 하다.

만약 APR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지급했다면?

나는 이것이 Olympus DAO의 모델로 인한 결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Olympus DAO가 유동성 Inflow/Outflow에 따라 적당히 유동성을 조절했다면? 만약 LP토큰들이 yield를 만드는 만큼만 APR을 제공했다면? 올림푸스 다오는 정말로 지속가능한 크립토의 리저브 자산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지속가능성과 유동성 — 딜레마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자. 만약 올림푸스 다오가 수십만%의 유동성을 제공하지 않고 철학이나 내세우며 지속가능한 프로토콜을 만들고자 했다면, 수조원의 돈을 모아보기라도 했을까? 만약 중간에 “이대로는 안되겠다" 하며 APR을 낮췄다면, 유동성이 다른 고 APR 프로토콜으로 넘어가지 않았다고 얘기할 수 있었을까?

이것이 현재 DeFi 씬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문제라고 본다. 패시브한 유동성에 대해 높은 APR을 제공하지 않으면 결국 유동성을 많이 모을 수가 없는 환경인 것이다. 그러니 대부분 거버넌스 토큰들이 높은 APR,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사실상의 폰지사기 구조로 변해가는 것이다.

Ponzinomics

이자율의 본질

이자율의 본질은 결국 생산성과 기회비용이다. 돈을 빌리고 이자를 지급했다면, 빌린 돈으로 그 이상의 효용가치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내 곳간을 털어 주거나(앵커?) 나중에 진입한 사람 돈을 뺏어 주거나 (올림푸스다오?) 해야 한다. 그래서 사실 자본만 공급하고 내가 뭔가 효용가치를 만들지 않는데 높은 이자율을 받을 수 있다면, 항상 의심해봐야 한다.

결국 딜레마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수준의 APR을 책정하자니 유동성을 빠르게 모을 수 없고, 반대로 하자니 결국 폰지사기 엔딩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DeFi가 다음으로 나아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해결책 — 차등 APR

해결책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이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이 차등 APR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DeFi 프로토콜은 그저 Taking or Making이다. 패시브한 유동성만 시장에 존재하고 그마저도 APR 따라 얌체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결국 유저들이 자신이 가진 백그라운드와 능력에 따라 다른 형태로 APR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현존하는 유명 프로토콜 중 가장 이것을 잘 구현한 사례는,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수록 높은 APR을 받는 구조인 Uni V3, 그리고 대출자들을 Audit하는 엣지로 높은 APR을 받도록 하는 Goldfinch 정도인 것 같다. 자본 외에 추가의 “생산성" 을 공급하는 사람에게 높은 APR을 주고, 단순 자본만 공급하는 사람에게는 낮은 APR을 주는 것이다. 다양한 Risk Profile을 가진 자본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동시에, 경쟁 기반의 프로토콜 가치 상승 또한 기대할 수 있다. (두가지 프로토콜은 리뷰글 썼으니 보시길)

탈중앙화 신용대출 프로토콜 Goldfinch
Uniswap V3

결론

높은 APR은 폰지사기가 될 가능성이 높으나, 높은 APR이 없다면 유동성을 모으기 어렵다는 딜레마는 DeFi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이자율은 결국 생산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본질을 생각하면, 패시브하게 자본을 넣는 것 외에 참여자들이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Risk Profile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있는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한 DeFi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 딜레마에 대해 다양한 해결책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런 해결책들은 우리가 같이 얘기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코멘트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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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man Research

Consistent Quant Trader / CIO of Silentist / Leader of Quant.start() Commu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