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마케팅②] 위메프의 도광양회

JS Liu
Internet Service & Mobile
6 min readJan 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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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시받던 소셜커머스 후발주자부터 티몬 인수의향서 제출까지

도광양회(韜光養晦): 약자가 모욕을 참고 견디면서 힘을 갈고 닦는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유비가 조조의 식객 노릇을 할 때 살아 남기 위해 일부러 몸을 낮추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이도록 해 경계심을 풀도록 만들었던 계책.

2014년 마지막날. 소셜커머스 업계의 ‘빅이슈’가 터집니다. 위메프, 티몬 인수의향서 제출 사건.

위메프 관계자는 티몬에 대한 인수의향서 제출은 극비리에 진행했다고 밝혔다. 티몬을 인수하는 것이 효과적 시너지 창출방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일정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인수의향서 제출은 공짜(?)니까… 위메프로서는 잃을 게 없는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허민 창업주가 갖고 있는 자금력도 있으니 실제로 인수를 할 수 있는 힘도 있겠고요.(위메프 본사 땅값이 얼마나 올랐더라…돈이 모이는 사람이 있긴 한가 봅니다.)

위메프가 쿠팡, 티몬과 어깨를 견주는 소셜커머스 3강이 됐다는 점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고 있는 시기에 벌어진 이슈입니다.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죠.

하루 아침에 찾아온 영광은 아니었습니다.

시계를 4년 전으로 돌려봅니다. 2010년 10월 위메프가 설립된 뒤 주위 시선은 줄곧 곱지 않았습니다. 제가 소셜커머스 취재를 시작한 때는 2013년초였는데요. 시쳇말로 동종업계의 ‘다구리’가 벌어지고 있더군요.

“소셜커머스를 한다면서 하루에 100개 딜을 여는 게 말이 돼?”
“수수료 후려치기 그만 해라”
“직원들 월급 주면서 회사 운영해야지?”
“타사 디스 광고(김슬기?)는 뭐니?”

김슬기가 출연해 소셜커머스 쿠팡을 디스한 동영상과 관련해 최근 소송까지 걸린 상태입니다. 유튜브 위메프 채널에서도 내려진 것으로 봐서 한발 물러선 게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위메프는 소셜커머스 업계에서 미운오리새끼였고, 영원한 후발주자라는 괄시를 받아왔습니다. 위메프는 이러한 인식들에 직접적으로 반발하기보다는 수모(?)를 감수하면서 동종업계에 ‘잽’을 날렸죠. 수수료 대폭 인하, 김슬기 광고 등이 그 결과물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잽이 ‘어퍼컷’으로 변했습니다. 결정적 이유가 있었는데요.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마케팅 전략이 있습니다. 고무성 위메프 BM팀 차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요. 기사에는 넣지 않았던 내용을 담았습니다.

소셜커머스는 원래 하루에 1개 딜(제품)을 열어 고객을 모으는 방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위메프의 딜은 처음 1~2개에서 시작해 3개, 5개로 늘어났다가 100개를 돌파하기에 이르렀죠. 그때 많은 사람들이 위메프를 놓고 ‘소셜 빠진 소셜커머스’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고객과 판매자의 소통 과정을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소비자센터, 게시판 댓글 등을 분석한 결과 하루에 1개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여러 개를 진열하는 것이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결과적으로 위메프의 예측이 옳았습니다. 다른 소셜커머스 페이지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이제는 쿠팡, 티몬, 위메프를 막론하고 오픈마켓 페이지와 필적할 정도로 많은 상품을 팔고 있습니다. 더 이상 ‘소셜’이라기 보다는 ‘모바일 커머스’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포인트’를 마구 풀었던 것도 결국 위메프의 체류시간을 높이는 데에 일조했습니다.

위메프는 지난 2013년부터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열어 선착순 10만 명에게 결제 금액의 50%를 포인트로 돌려주고 있습니다. 결국 돌려받는 것은 돈이 아닙니다. 무엇을 의미할까요? 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위메프에 한 번 더 방문해야 한다는 게 됩니다. 일전에 내부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맞다”고 하더군요.

위메프는 2014년 블랙프라이데이에 2013년 금, 토 2일간 동기 대비 회원 가입 수(약관동의자) 10배, 신규 배송대행 신청건수 10배, 전체 신청건수 7배를 기록했다. — 위메프박스, 올 ‘블랙프라이데이’ 10배 키웠다

고객의 체류시간이 늘어나게 되면서 얻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매출이고, 둘째는 브랜드의 충성도 확보입니다. 쿠팡, 티몬의 틈바구니에서 떠오를 수 있게 된 요인 중 하나가 포인트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조직 내부의 안정성도 높이고 있습니다. 위메프는 SAP의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해 내부 시스템을 바꾸고 있습니다. ERP는 기업의 자금, 회계, 구매, 생산, 판매 등 모든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 경영의 효율을 꾀하는 시스템입니다.

ERP를 구축하면 기업의 생산, 영업, 구매, 재고관리, 회계부서 모두가 기업에 필요한 정보를 동시에 갖게 된다. 기업의 전 부문이 통합적으로 돌아가는 것. 기업은 생산시간의 손실을 최소화하게 되며, 시스템상에서의 재고 정확도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수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ERP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더 배워야겠지만(^^), 적어도 위메프가 경영 내외부 여건을 모두 수치화해 처리한다는 점 자체에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인터넷, 모바일이라는 공간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디지털 마케팅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소 무모하고 과격해보이기도 했던 위메프의 소셜커머스 진출기. 소비자, 제3자가 ‘소셜커머스 3강’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위메프는 다음 목표를 지마켓, 옥션과 같은 오픈마켓으로 잡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소셜이라는 딱지를 떼고 그 자리에 모바일을 넣기 시작한 겁니다.

이커머스 업계의 2015년.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요. 취재하는 입장에서도 기대하게 되는 한 해가 막 떠오르고 있습니다.

<디지털 마케팅>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온라인에서 모바일까지. 언제부턴가 우리는 백화점 대신 인터넷에서 옷을 삽니다. 심지어 매장에서 옷을 본 뒤 스마트폰을 이용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쇼루밍족’이라고도 하죠. 디지털 마케팅이 중요한 시대인 겁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의사결정자는 ‘디지털’에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조직에 미래가 있을까요? 그래서 디지털 마케팅에 힘쓰는 업체를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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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L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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科技圈深度观察, interested in AI, Ecommerce, Fintech, Chinese t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