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모바일 앞에서 길 잃다

네이버-다음 메인페이지로 본 정체성 혼란

JS Liu
Internet Service & Mob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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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다음 검색 점유율을 높여라’라고 밀명을 내렸다는 한겨레의 기사를 봤습니다.

“검색 점유율을 높여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진한테 준 ‘밀명’이다.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으로 오는 10월 출범 예정인 ‘다음카카오’가 네이버와 맞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검색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음카카오가 출범하면, 김 의장은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그동안 관련 업계에서는 김 의장이 어떤 전략으로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을 한게임과 네이버의 합병에 버금가는 ‘신의 한 수’로 그려지게 만들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밀명인데 온 동네 사람들이 알게 됐네요.

“여러분과 저만 아는 비밀~”

그래요. 비밀이었어요.

과연 김범수 의장이 말했던 것처럼 포털의 ‘검색 점유율’이 중요한 걸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검색은 포털의 다음(NEXT)을 방해하고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영광에 머물게 하기 때문입니다.

포털이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지식(콘텐츠)을 모아 자사의 사이트로 이용자들을 모았습니다. 인터넷, PC 시절 콘텐츠의 ‘허브’ 역할을 자청했던 것입니다.

15여년 전으로 돌아가봅니다. 다음은 이메일(1997년) + ‘카페’ 중심의 커뮤니티를 구축했고, 네이버는 카페를 벤치마킹하는 것에 더해 지식인 서비스를 더해 유입자들을 모았습니다. 물론 이메일 서비스도 있었고요.

두 업체의 공통점은 뉴스 서비스를 구축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우리 서비스에 뉴스 좀 붙여달라”고 신문사들을 찾아다녔다고도 하는데요.(확실치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콘텐츠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는데, 이들을 몰려들게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뉴스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콘텐츠를 모은 후 이들은 ‘검색’을 활용하기에 이릅니다. 전에 지겹게도 언급했지만 PC 기반에서 가장 적합한 정보 습득 방법은 검색입니다. 키보드를 조금만 배우면(저는 포트리스에서 상대편이랑 욕배틀(?)하면서.. 타자를 배웠…습니다) 편리하게 자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큰 화면, 즉각즉각 나오는 결과물들. 포털로서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을 마구 모았습니다.

그렇다면 모바일은요? 적어도 검색은 아닐 겁니다.(+검색 빈도가 늘어난 것은 인정합니다.)

양사의 모바일 페이지 전체를 캡처해 붙여봤습니다. 아이폰5를 기준으로 다음은 화면 세로 길이의 5배, 네이버는 4배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길기도 해라…….

메인페이지의 경우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뉴스를 전면 배치했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네이버는 31개의 뉴스(사진기사 6개 포함)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으며, 네이버 모바일 서비스 중 잘 나가는 웹툰 배너를 중간에 끼워넣었습니다. 환율, 날씨, 광고 배너도 있군요. 그리고 다음은 21개(사진기사 6개 포함)의 뉴스를 메인페이지 상단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단에는 온라인 쇼핑 페이지를 열어두었습니다.

콘텐츠들이 덕지덕지 포털의 메인 페이지에 배치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바일에서는 PC 때만큼 사람들이 검색창에 오랜 시간 체류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메인 페이지를 이용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아지게 됩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에 메인페이지에 제품들을 큐레이션한 것이지요.

모바일에서 사람들은 PC 때만큼 검색을 하지 않게 됐고, 포털 업체들은 이 사람들을 모아둘 공간을 찾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메신저 시장에 더욱 집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네이버는 라인에, 다음은 카카오와 합병(당)하며…

하지만 포털과 메신저는 아직까지 그렇게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네이트온과 뉴스 서비스가 보기좋게 실패했던 사례도 있고요. 위챗이 메신저+타임라인으로 성공을 거두자 라인도 타임라인을 만들어놨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전무합니다.

모바일 페이지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개인화된 뉴스 페이지로 공략을 하고 있으나 결과물이 신통치 않다고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식쇼핑 메인페이지를 무료로 풀었으나, 중소업체 상생 때문이라는 후문도 있고요.

이유가 뭘까요. 포털은 갖고 있는 콘텐츠의 종류가 너무도 방대합니다. 반면에 모바일 화면 크기는 작죠. 현재까지는 콘텐츠들을 여기에 꾸역꾸역 넣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용자들은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가고 싶어합니다. 포털로서는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한 가지는 월화수목금별로 이색 콘텐츠를 메인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맞춤형 콘텐츠로 무장한 개인화된 페이지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양사의 기술력은 충분합니다. 그런데 왜 안되는 걸까요.

덩치 때문이겠죠. 그 동안 이렇게 해도 충분히 검색 광고 수수료 잘 나오고 먹고사는 데 지장 없는데, 굳이 당장에 이윤을 주지 못하는 서비스를 만들 필요는 못 느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라인, 카톡 등 메신저 하고 있잖아요. 전 세계로 뻗아가는 메신저에 투자하고 있으면 됐지 모바일 페이지에 또 혁신적인 요소를 넣기에는 뭔가 여의치 않나 봅니다.

여기에 빈 틈이 생겼습니다. 아이폰 3GS로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된 지 4년입니다. 네이버와 다음이 갈 길을 찾지 못했지요. 그 사이 포털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넘어갔습니다. 트위터가 저무는 것 같더니 페이스북이 뜹니다. 페이스북으로 피로감을 느낄 때쯤 되니 빙글이나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이 보입니다.

네이버와 다음, 다음과 네이버가 PC시절 누렸던 파워를 계속해서 가져갈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PC 이용자가 있기에 과거의 영광을 계속해서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너무도 늦었습니다. IT에서의 1년은 10년과 같습니다. 과거는 과거로 남는 법입니다. 콘텐츠 유통의 왕좌를 지키기 위해 지금이라도 대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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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L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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科技圈深度观察, interested in AI, Ecommerce, Fintech, Chinese t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