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큹융공학 series] 1. 크립토 옵션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Decipher) 큹융공학 팀에서 크립토 옵션 시장 현황 및 분석에 대한 글을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본 글은 ‘큹융공학: 크립토 옵션 시장 현황 및 분석’ 시리즈의 첫 번째 편으로, 본 편에서는 크립토 옵션 시장의 개요에 대해 전반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옵션 프로토콜인 리본 파이낸스에 대한 로직 분석은 2편(링크), 리본 파이낸스 코드 분석은 3편(링크), 옵션 프로토콜의 한계 및 개선점은 4편(링크)에 서술하였습니다.
[큹융공학 : 크립토 옵션 시장 현황 및 분석]
Authors
정수현, 신지훈
Seoul Nat’l Univ. Blockchain Academy Decipher(@decipher-media)
Reviewed by 최주원, 정재환
[목차]
- 옵션이란?
- 크립토 시장에서의 옵션
- 크립토 옵션 시장 현황
- 나가며
1. 옵션이란?
옵션은 기초자산에 대한 권리를 사고파는 계약으로써, 옵션을 매수한 주체와 매도한 주체로 구분됩니다. 옵션을 매수한 주체는 옵션 행사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자신에게 유리한 경우 옵션을 행사할 수 있고, 자신에게 불리한 경우 옵션 행사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옵션을 매도한 주체는 매수자가 옵션을 행사하는 경우, 이에 응해야 하는 의무를 집니다. 이때, 옵션 매수자와 매도자 간에 형성되는 비대칭적인 관계를 보완하기 위해 옵션에 가격을 붙여 거래합니다. 이를 옵션 프리미엄이라고 하며, 옵션 매수자가 권리를 갖는 대가로 옵션 매도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뜻합니다.
한편, 옵션의 가치는 내재가치(Intrinsic Value)와 시간가치(Time Value)의 합으로 이루어지는데, 옵션 가격은 내재가치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됩니다. 이때, 옵션 가격과 내재가치의 차이가 시간가치이며, 옵션이 행사되거나 만기일이 되면 시간가치는 소멸하고 내재가치만 남게 됩니다. 그러나 만기일 이전의 옵션 가치는 내재가치에 시간가치가 더해지게 됨에 따라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습니다.
옵션의 종류는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나눌 수 있지만, 대표적으로 콜 옵션(Call Option)과 풋 옵션(Put Option)이 가장 많이 언급됩니다. 콜 옵션은 기초자산을 행사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며, 풋 옵션은 기초자산을 행사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또한, 행사 조건에 따라 유러피안 옵션과 아메리칸 옵션으로 구분할 수도 있는데, 만기일 이전에 언제든지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면 아메리칸 옵션에 해당하며, 오직 만기일에만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면 유러피안 옵션에 해당합니다.
1993년 유러피안 옵션 가격을 산출하는 방정식인 블랙-숄즈 모형(Black-Scholes Model)이 제시되면서 옵션 시장은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자산과 시장에 대한 여러 가정을 바탕으로 블랙-숄즈 모형은 기초자산(S), 행사가격(X), 무위험 수익률(r), 잔존기간(t), 기초자산의 변동성(σ) 등 5가지 요인으로 옵션의 공정 가격(V)을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인 식은 아래와 같으며, 블랙-숄즈 모형에 관한 설명은 2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옵션을 거래하여 투자자가 얻는 이점은 무엇일까요? 옵션을 거래하는 이유로는 크게 1) 헤지거래(Hedge)와 2) 투기거래(Speculation)를 꼽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기초자산을 매수함과 동시에 기초자산의 불확실한 가격 변화에 노출됩니다. 이때 풋 옵션을 매수하거나, 뒤에서 언급할 커버드 콜(Covered Call) 전략을 펼침으로써, 기초자산의 가격 하락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유한 자본보다 더 큰 규모의 자본 플레이를 펼치고 싶을 때, 옵션은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전통 금융시장에서 증거금률을 기준으로 가장 레버리지(Leverage)가 큰 상품은 옵션이며, 어떤 자산을 상품화하는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옵션의 레버리지는 25배~70배(선물의 4배~10배)를 허용합니다. 이는 1배의 자산으로 최소 25배에서 최대 70배의 자산이 있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이유로 옵션은 전통 금융시장에서 다양하고 빈번하게 활용되었습니다.
2. 크립토 시장에서의 옵션
지금까지 옵션의 정의, 가치, 종류, 가격 산출 방법, 거래 이점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았는데, 이는 모두 전통 금융시장 기준이지, 크립토 시장과 옵션은 무관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크립토 옵션 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단에 있는 세 가지 그래프를 근거로 한 가지 가설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 1을 보면, KOSPI200의 선물 거래대금이 현물 거래대금보다 많게는 4배, 적게는 2배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래프 2를 통해 KRX에 상장된 선물/옵션 전체 거래대금 규모가 해가 지남에 따라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래프 3을 보면, 크립토 현물(Spot) 거래대금이 파생상품(Derivatives) 거래대금을 앞섰던 2020년과는 달리, 2021년에는 파생상품 거래대금이 현물 거래대금을 추월하였고, 2022년 1월에는 전체 크립토 거래대금 중 파생상품 거래대금이 60%대를 넘어섰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주식 현물 시장 규모가 주식 파생상품 시장 규모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처럼, 크립토 파생상품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여, 크립토 현물 시장 규모를 월등히 앞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크립토 파생상품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이 크립토 옵션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반드시 귀결한다고 단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래의 그래프는 크립토 옵션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더 블록 리서치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옵션 거래량은 2020년 710조 달러에서 2021년 3,870조로 443% 성장했습니다. 크립토 옵션 시장의 성장 이유로는 헤지거래와 투기거래가 가능한 옵션 자체의 기능적인 영향도 존재하지만, 전통 금융시장에서 사용되었던 다양한 거래 도구가 크립토 시장에 도입되어, 전통 옵션 트레이더가 진입할 환경이 갖추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현재 크립토 옵션 시장은 어떠한 양상을 이루고 있을까요?
3. 크립토 옵션 시장 현황
크립토 옵션 시장은 크게 중앙화 거래소(CEX)와 디파이 프로토콜로 나뉩니다. 대표적인 옵션 CEX로는 데리빗(Deribit), 오케이엑스(OKEX), 비트닷컴(bit.com) 등이 있습니다. 또한, 디파이 프로토콜은 구조화된 상품을 판매하는 프로토콜(Structure Products), 유동성 풀 방식으로 거래되는 옵션 마켓플레이스(Liquidity Pool Marketplace), 오더북 방식으로 거래되는 옵션 마켓플레이스(Orderbook Marketplace)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디파이 옵션 프로토콜로는 리본 파이낸스(Ribbon Finance), 오핀(Opyn), 제타(Zeta) 등이 있습니다.
데리빗은 오더북 기반의 크립토 옵션 거래소로서, 2016년부터 운영된 대표적인 옵션 CEX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BTC 및 ETH 옵션 거래량의 대부분을 데리빗이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수치로 환산하면, 95% 이상의 거래량이 모두 데리빗에서 발생합니다. 데리빗은 BTC, ETH 외에도 SOL을 비롯한 다양한 선물/옵션 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BTC는 100배, ETH는 50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틱 간 간격이 크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데리빗은 크립토 옵션이라는 새로운 파생상품을 개척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해당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우는 데 공헌했다고 평가됩니다.
한편, 유동성이 풍부한 CEX와는 달리, 디파이 옵션 프로토콜은 유동성 문제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오더북이 아닌 다른 방식의 옵션거래를 고민하였으며, 유니스왑 AMM 방식을 차용하여 DOV(DeFi Option Vault)라는 상품을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DOV는 각 옵션 포지션을 상품화하여, 사용자가 Vault에 토큰을 예치하면 자동으로 옵션 포지션을 구축하고 이익을 얻을 수 있게끔 구현했습니다. 이에 사용자는 별도의 노력 없이 커버드 콜, 풋 셀링(Put Selling), 스트래들(Straddle)과 같은 전략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DOV는 전통 금융시장에서 기관만 거래할 수 있었던 옵션의 진입장벽을 낮추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니며, 제품 시장 적합(PMF)이 높다고 평가받습니다. 현재 리본 파이낸스와 프릭션(Friktion), 도펙스(Dopex) 등이 TVL 측면에서 DOV 시장을 점유 중입니다.
TVL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핀은 감마(Gamma)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는 유러피안 옵션을 거래가 가능한 토큰(oToken)의 형태로 발행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사용자는 감마를 통해 기초자산(BTC, ETH) 및 스테이블 코인(USDC)을 담보로 옵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는 생성된 옵션을 더치 옥션(Dutch Auction), AMM, 오더북 방식 중 하나로 선택하여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때 AMM을 선택하는 경우, 블랙-숄즈 모형을 기반으로 옵션 가격이 산출됩니다.
이밖에 주목해야 할 옵션 프로토콜로는 제타가 있습니다. 제타는 솔라나 네트워크에서 옵션/선물을 거래할 수 있는 탈중앙 거래소(DEX)와 옵션 발행/경매 인프라(FLEX)를 함께 제공하는 프로토콜입니다. 과담보를 요구하는 다른 옵션 프로토콜과 달리 제타는 적은 담보(Under-collateralized)를 활용한 옵션 거래를 허용합니다. 이는 솔라나 네트워크가 400ms의 블록 타임을 유지하기 때문인데, 초당 여러 번 가격을 업데이트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으므로, 적은 담보를 허용하는 마진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솔라나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오더북 거래, 부분 청산, 저렴한 가스비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4. 나가며
지금까지 옵션의 개념, 크립토 옵션 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크립토 옵션 시장 현황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았습니다. 기초자산에 대한 권리를 사고파는 계약인 옵션은 롱 포지션을 헤지하거나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위해 주로 사용되었으며, 전통 금융시장에서 옵션을 비롯한 파생상품의 거래 규모가 현물의 거래 규모를 이미 앞섰고, 그러한 추세가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크립토 시장 역시 파생상품의 거래 규모가 현물의 거래 규모를 크게 앞설 기미가 관찰되고 있으며, 이러한 배경에는 기능적 영향과 기술적 영향이 맞물린 것으로 추측됩니다. 한편, 크립토 옵션 생태계는 크게 CEX와 DeFi 옵션 프로토콜로 양분되며, CEX에서는 데리빗, DeFi에서는 오핀, 리본 파이낸스, 제타가 두드러졌습니다. 또한, 유동성이 부족한 DeFi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DOV라는 새로운 형태의 상품이 개발되었습니다.
2편에서는 앞서 언급한 세 옵션 프로토콜 중에서 DOV를 최초로 상품화한 퍼스트 무버이자, 전체 옵션 프로토콜 중 TVL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리본 파이낸스를 집중적으로 다루어볼 예정이며, 이를 위해 옵션의 가격 결정요인을 먼저 살펴본 뒤, 리본 파이낸스의 주요 상품인 커버드 콜 및 콜 매도의 구조에 대해 알아보고, 어떠한 방식으로 행사가격이 선택되는지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