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en Model Simulation #0. Why Simulation?

Eddy Song
DECON
Published in
9 min readOct 8, 2018

Decon의 토큰 모델 시뮬레이션 구현기

Token Model Simulation

#0 Why Simulation?
#1 바보들의 합의 Part 1: 바보들의 합의 문제 및 시뮬레이션 환경 소개
#1 바보들의 합의 Part 2: 시뮬레이션 결과 분석

출처: civilax.com

위의 사진은 Midas Gen라고 하는 공학용 설계 &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스크린샷입니다. 건축 엔지니어들은 건축물의 구조를 설계할 때, 실제 이 구조가 여러가지 환경에서 잘 유지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이러한 복잡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합니다.

(참고로 Midas Gen은 신의 직장으로 잘 알려져있는 한국 기업 ‘마이다스아이티'의 제품이며,부르즈 할리파,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 베이징 공항 등 세계적인 건축물을 설계할 때 쓰일 정도로 전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건축 설계에서 시뮬레이션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건축물은 한번 구현되면 변경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건축 설계에서 한번의 실수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것은 굳이 두 번 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자신의 설계가 실제로 구현되기 전에, 사람이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호작용 환경에 노출시켜 얼마나 안전한지를 테스트합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프로토콜의 설계는 어떨까요?

도시를 만들 때 건축/토목 설계가 필요하다면, 탈중앙화 네트워크를 만들 때는 토큰 모델의 설계가 필요합니다. 블록체인 위의 탈중앙화 네트워크는 중앙에 의한 질서가 아닌 토큰을 매개로 한 시장의 자발적 질서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만들고자 하는 팀들은 토큰 모델을 신중하게 토큰 모델을 설계해야만 의도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토큰 모델 설계는 인터넷 기반의 기술이지만, 기존 인터넷 서비스의 설계보다는 앞서 말한 건축 설계와 더 닮아있습니다.

잘못 설계했을 때의 임팩트가 매우 크다.

건물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냥 한번 만들어보지’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단순한 정보가 아닌 ‘가치를 지닌 자산’이 오가는 인프라를 목표로 합니다. 그래서 설계가 잘못될 경우 많은 사람들의 자산이 허공으로 날아갈 수 있습니다.

유명한 사례로 약 750억 원 가치의 토큰을 해킹당한 The DAO를 들 수 있겠네요. 토큰 모델을 설계할 때는 단순히 사진을 올리거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책임감 있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쉽게 바꾸기가 어렵다.

스타트업의 최고 격언은 ‘빠르게 실행하고, 계속 수정하라’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탈중앙화 네트워크의 설계는 그런 접근법이 어렵습니다.

단일 주체가 통제하지 않는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한번 규칙이 설정되면 바꾸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외부 상황이 바뀌어서 경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쉽게 수정할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건물도 그렇습니다. 한번 지었는데 문제가 있다고 건물 구조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그러니 애초에 최대한 신중하게 설계를 해야겠죠.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토큰 모델의 설계자는 이 모델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 것인가를 추론해야 합니다. 게임 이론 등의 도구를 사용해서 합리적 사용자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를 판단합니다. 그러나 게임 이론은 대부분 단순화된 이론적 모형을 벗어나면 예측력이 떨어집니다. 토큰 모델은 수천 수만명이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시스템이고,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해(Solver)를 찾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건축물을 설계할 때 자연재해, 내부 하중 등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듯이, 토큰 모델을 설계하는 것도 굉장히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고 복잡합니다.

건축과 마찬가지로, 토큰 모델을 구현하기 전에도 시뮬레이션이 필요합니다.

Trent McConaghy는 자신의 글 ‘Towards a Practice of Token Engineering’에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시뮬레이터는 1970년대에, CAD 툴은 1980년대에 주류가 되었으며, 누구도 그 이전을 돌아보지 않았다. 이 도구는 현대 반도체 설계에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생산 공정에서 5백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5백억을 쓰기 전에 그 설계를 증명하고 최적화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바보같은 일일 것이다.

Simulators came on stream in the 1970s and CAD tools in the 1980s; and no one’s looked back. These tools are crucial to modern chip design. It costs >$50M to manufacture a design on a modern process; it would be, well, stupid to not verify and optimize that design to the best possible level before committing the $50M.

하지만 토큰 디자인의 세계에서는, 우리는 수 조원 가치의 생태계를 개발하고 배포하면서, 아무런 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1970년대까지 오지도 못했다.

Yet in the world of token design, we are building and deploying what we hope to be billion-dollar ecosystems, with barely any tools. It isn’t even 1970 yet.

McConaghy의 말처럼 블록체인과 그 핵심 엔진인 토큰 모델을 설계할 때, 설계를 검증하고 최적화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인간의 직관과 논리에 의해서만 수천만명이 사용할 반도체를 설계하던 1970년대 이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 있겠죠.

어렵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Decon은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토큰 모델을 설계하면서, 시뮬레이션에 대한 갈증을 항상 느껴왔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자율적 주체들이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나 지금 블록체인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시뮬레이션에 활용할 실증적 데이터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아직 널리 쓰여본 적이 없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들도 아직 상용화 단계에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두번째로 블록체인에서 메커니즘에 반응하는 주체가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일관성 없고, 어떨 때는 완전히 이기적이면서 어떨 때는 이타적이고, 어떨때는 합리적이면서 어떨 때는 예측하기 어려운 심리적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 인간 말이죠. 인간의 행동을 모델링하고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뮬레이션 자체가 가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보다는 낫습니다. 시뮬레이션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이를 참고해서 의사 결정(설계)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 예측을 생각해보세요. 전 세계 정부와 중앙 은행이 수많은 돈과 경제학 전공자들을 데려다가 매번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고 발표하지만, 사실 거의 대부분의 예측이 틀립니다. 하지만 그 모델이 의미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모델을 토대로 조금이나마 나은 의사 결정과 합의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Decon의 접근법, Agent-based simulation with Reinforcement Learning

그래서 Decon은 Agent-based simulation(ABS)과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결합하여 토큰 모델 시뮬레이션을 구현하려고 합니다.

ABS는 사회 현상(Social dynamics)를 시뮬레이션하고자 할 때 주로 쓰이는 방법으로, 복잡한 거시적 현상을 미시적 행동의 상호작용 결과로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Top-down으로 시스템이나 규칙이나 질서를 부여하지 않으며 미리 정해진 균형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합리적인 개인(Agent)들의 행동을 설정하고 그 행동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합니다.

ABS의 장점은 환경 변화에 따른 적응적인 의사결정(adaptive decision making)입니다. 거시 경제를 예측하는데 주로 쓰이는 Dynamic stochastic general equilibrium modeling(DSGE) 같은 방법은 전형적 주체(Reresentative agent)를 상정하기 때문에 주어진 균형 근처에서 확률적으로 변동할 뿐, 주식 시장의 폭락이나 경제 불황과 같이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ABS에서 주체(agent)들은 사전에 정해진 행동 규칙만 따르지 않고 경험을 전략을 수정, 적응해나갑니다. 이러한 피드백 메커니즘(Feedback)은 주체들이 다수를 모방하는 전략을 취한다거나, 패닉에 빠져 ‘비합리적' 행동을 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ABS의 요소(Component)로 사용합니다. 강화학습은 주체들이 주어진 훤경에서 보상을 최대화하도록 학습시키는 머신 러닝의 기법입니다. 강화학습을 이용하면 ABS에서 주체들이 행동을 취하며 얻는 경험과 정보를 통해 스스로의 최적 전략을 찾게끔 학습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강화 학습 모델을 사용하면 에이전트의 행동 전략을 미리 정의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것은 수시로 변화하는 환경에 재빠르게 적응하고 전략을 세워야 하는 실제 환경에 더 가까운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합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글에서 Decon이 토큰 모델 시뮬레이션을 구현해본 결과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처음에는 많은 부분을 단순화한 모델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시도와 학습을 통해 저희 또한 노하우를 터득하고, 좀 더 현실에 가까운 시뮬레이션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려 합니다.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상용화되면 토큰 모델 시뮬레이션도 필수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부족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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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dy Song
DECON
Editor for

Cryptoeconomics Researcher @Decipher @Decon, Author of <외계어 없이 이해하는 암호화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