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까지 한 걸음(4/5)

Giio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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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min readApr 26, 2021

Ep04. 누가 어떻게 오아시스에서 돈을 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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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1. 오아시스, 그리고 메타버스

Ep02. 오아시스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콘텐츠는?

Ep03. 오아시스가 되기 위해 필요한 사용자 경험 요소는?

4월 15일부터 오큘러스 스토어 내 ‘유료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Rec Room. Rec Room은 6축 경험이 가능한 소셜 VR 서비스로 최근 12.5억 달러로 가치평가를 받아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출처 : Venturebeat)

업데이트(since 2021.2)

이제는 무서울 정도다. 지난 두 달 새 ‘메타버스’는 거의 ‘4차 산업혁명’급 단어가 되어버린 듯 하다. 메이져 언론들이 앞다투어 ‘메타버스 경제’(혹은 가상경제)를 대서특필하는 것은 물론, 주식시장에서는 ‘메타버스 테마주’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고, 보수적인 금융권 조차 ‘메타버스’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리포트를 써내고 있다. 이미 이렇게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메타버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더 보탤 내용이 있을까? 사람들은 벌써 <레디 플레이어 원>을 훌쩍 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GiiOii)를 ‘메타버스와 연결되는 xR 콘텐츠(실감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라고 소개하면 여전히 그걸 만들어서 돈은 어떻게 벌 수 있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 특히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진지하게 이 질문을 꺼낸다. 외부의 호들갑과 달리 막상 이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잘 와닿지 않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것이다.

기존 온라인 생태계와 완전히 다를 것 같은 미래적 이미지와는 별개로 현재 XR 생태계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방식으로 형성되고 있다. 기존 애플 앱스토어/구글 플레이처럼 XR 분야에서는 오큘러스/스팀/플레이스테이션/바이브포트 스토어가 운영 중이고 이곳에 콘텐츠를 업로드 하게 되면 전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유료 판매가 가능하다.

이미 성공사례도 많다. 작년 최고의 VR 게임으로 불리는 ‘하프라이프:알릭스’는 스팀을 통해 유통되어 작년 한 해 동안 200만 다운로드를 기록,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오큘러스는 퀘스트 전용으로 유통되는 콘텐츠 중 30%에 달하는 60여 편이 지난 2월 기준 매출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지금 상황은 콘텐츠를 잘 만들면 그냥 팔리는 상황이다. 어디다 팔아야 할 지, 사 줄 소비자는 있을 지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아직 한국 시장은 열리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맞다. 하지만 이곳은 시작부터 글로벌로 형성되어 있어 콘텐츠만 좋다면 충분히 해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작년 3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국내 VR 콘텐츠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리얼 VR 피싱’(미라지소프트)은 매출의 99%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이제 국내에서도 ‘오큘러스 퀘스트2’ 품절대란에서 보듯 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이에 비례해 스토어 거래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마치 10년 전, 모바일 앱스토어 초창기 누구나 앱을 만들어 대박신화를 꿈꿀 수 있는 그 분위기가 점점 형성되어 가는 상황이다.

이는 물론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이 정도로 ‘메타버스 경제의 본격적 개화’라고 부르기엔 조금 섣부른 감이 있다. 지난 번 글을 통해 ‘오아시스 경험(=메타버스 경험)’의 본질은 6축 경험이며, 온라인-미디어 경험이 3차원 공간 경험으로 바뀌면서 기존 오프라인-물리적 경험과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것이 진정으로 혁명적인(패러다임 전환적인) 요소임을 언급했었다.

하지만 현재 XR 스토어를 이용하는 경험은 3차원 공간 경험이라기보다는 마치 3차원 공간에서 ‘2차원 미디어를 이용하는 경험’과 유사하다. 홀로 VR 헤드셋을 쓰고 디폴트로 제공되는 나만의 방에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이용할 때처럼 눈 앞에 뜬 여러 개의 직사각형 썸네일 중 하나를 골라 결제한 뒤 이를 실행시키는 방식은 과도기적으로 활용될 지는 몰라도 산업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3차원 공간 경험에 적합한 UI가 필요하고 사람들이 이걸 쓰기 시작할 때 진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 적합한 UI라는 게 무엇일까? 온라인 경험이 ‘3차원 공간 경험’화 된다는 것은 오프라인 공간이 확장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땅’이 넓어지는 것이다. 즉 더 많은 공간을 체험하고 더 많은 골목을 누비고 더 많은 지역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에 적합한 감각을 디자인 하는 것이 새로운 UI가 될 것이다. 좀 더 적나라하게 얘기해보면 이곳의 비즈니스는 부동산 개발, 혹은 관광지 개발과 훨씬 더 흡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현재 오큘러스 퀘스트에서 가장 성공한 국내 VR 콘텐츠 : ‘리얼 VR 피싱’ (출처 : 원티드)

누구나 ‘건물주’가 되는 세상

“오아시스 안에 점포를 차리고 싶은 기업은 GSS로부터 가상부동산을 임대하거나 매입해야 했다. GSS는 이것을 예상해 섹터 1을 상업구역으로 따로 남겨 두었고 초현실 부동산 수백만 지구를 매매하거나 임대하기 시작했다. 도시만큼 큰 쇼핑몰이 눈 깜박할 사이에 세워졌다. … 도시개발이 이렇게 쉬운 적은 없었다.”

요즘 XR 분야에서 가장 “쏠쏠한” 아이템 중 하나는 버추얼 이벤트 제작이다.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분야의 ‘오프라인 이벤트’들이 타격을 입은 작년 한해 ‘줌’ 등을 활용한 2D 화상 컨퍼런스와 버추얼 프러덕션 기술을 활용한 2D 가상 콘서트는 오히려 크게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대면 접촉과 물리적 현장감이 주는 3차원 경험을 2차원으로 변환함에 따른 근본적 열화가 있기에 작년의 시도들은 기존 오프라인 이벤트들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궁여지책, 혹은 임시방편적 대응에 가까웠다. 따라서 좀 더 나은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온라인에서 3차원 공간 경험을 활용해보려는 움직임도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작년 많은 관심을 모았던 포트나이트, 제페토,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모여라 동물의 숲 등 기존 온라인 게임 속 3차원 공간을 활용한 라이브 이벤트, VR Chat, Sansar, Altspace VR 등 기존 소셜 VR 플랫폼을 활용한 라이브 페스티벌 개최 등이 바로 이러한 시도들이다. 이에 더해 기성 서비스를 활용하는 대신 직접 특정 이벤트를 위한 3차원 온라인 공간을 제작하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별도의 실행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필요없이 웹으로 접속이 가능하고 VR 기기 뿐 아니라 모바일, PC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한 접속을 지원하는 웹 XR 방식이 편의성 측면에서 호평을 받으며 활용사례를 늘려나가는 추세이다. 올해 선댄스영화제 및 며칠 전 ‘지구의 날’을 맞아 열린 Secret Sky Fest 같은 행사가 대표적이다.

버추얼 이벤트 제작 대행은 의뢰 받은 이벤트와 어울리는 기성 플랫폼을 찾아서 커스텀 공간을 만들어 주거나 웹 XR 기반으로 별도의 3차원 온라인 공간을 제작하는 일이다. 이 영역은 높아진 수요 대비 기존 컨벤션 및 이벤트 대행 업계의 대응이 늦었고 기술적으로도 기존 범용 솔루션 및 게임엔진을 활용하여 충분히 제작이 가능하기에 마치 무주공산 같은 영역으로 떠올랐다. 그렇기에 올해 들어 이 사업에 새롭게 뛰어들어 버추얼 전시, 공연, 페스티벌, 컨퍼런스를 만들고자 하는 기업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동시에 웹 XR 및 상용 게임엔진들은 늘어난 ‘버추얼 이벤트’ 수요에 대응하여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좀 더 멋진 행사를 만들 수 있도록 그래픽적으로 훌륭한 공간 샘플과 에셋들, 그리고 버추얼 이벤트에 최적화된 다양한 기능(스트리밍 중계, 실시간 음성 채팅, 외부 데이터 연동, 사용자 간 상호작용 등)을 제공하는 추세이기에 향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손쉽고 저렴하게 버추얼 이벤트를 위한 공간을 직접 만들고 그곳에서 행사를 치를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단 이렇게 버추얼 이벤트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말 그대로 부동산 개발의 세계에 접어들 수 있다. 물리적 현실에서 우리 대다수는 땅이 없거나 자본이 없어 부동산 개발업을 하거나 건물주가 되는 일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누구나 오프라인과 동일한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자신의 땅을 갖거나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스마트폰 대중화로 완성된 2차원 스크린 시대가 결국 ‘누구나 내 방송국을 가질 수 있는 시대’를 의미한다면 앞으로 시작될 3차원 공간 경험 시대는 ‘누구나 내 건물, 혹은 나만의 테마파크를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누구나 건물주가 될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 기분 좋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건물주가 된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임대수익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는 주변에서 ‘임대문의’가 층층 마다 붙은 건물, 텅 빈 쇼핑몰, 그리고 유령도시 같은 테마파크와 폐허가 된 관광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아무리 땅과 건물이 있더라도 그곳으로 사람들을 모으지 못하면 돈을 벌 수 없다. 결국 이곳의 비즈니스는 내 땅을, 나의 건물을 어떻게 하면 핫 플레이스로 만들 것이냐의 싸움이다.

Secret Sky Festival 2021 (출처 : Active Theory 트위터 계정)

‘건물주’를 넘어 ‘조물주’가 될 수 있다면

“GSS 는 경쟁업체가 개발한 기존의 가상세계도 들여왔다 . 그래서 ‘에버퀘스트’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게임 콘텐츠가 오아시스로 연계되면서 각각의 배경무대인 노라스와 아제로스가 안 그래도 점점 늘어나고 있던 오아시스 행성 템플릿 목록에 추가되었다”

우리는 요즘 어떤 기준으로 관광지를 고르는가? 핫 플레이스란 무엇인가? 내가 ‘핫’하다는 것을 인증할 수 있거나, 남들에게 얘기꺼리가 될 만한(혹은 남들이 들으면 부러워할 만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도 좋다. 하지만 그에 앞서 위시리스트 우선 순위에 오르는 공간은 내게 특별한 의미를 줄 수 있는, 어떤 식으로는 ‘성지순례’가 가능한 공간이다. 성지순례 플레이스는 언젠가 내가 책이나 영화 속에서 본 장소, 내가 좋아하는(존경하는/숭배하는)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들인 경우가 많고 우리는 그런 곳을 직접 방문함으로써 그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체험하며 만족감을 느낀다.

‘오아시스’에서는 그동안 글이나 영상을 통해서, 또는 상상만으로만 접근할 수 있었던 공간들을 직접 가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 속 중간계, ‘해리포터’ 속 호그와트, ‘왕좌의 게임’ 속 북벽 같은 곳이다. 이렇게 길이 열리기만 하면 찾아올 팬들이 보장되어 있는 ‘공간’들을 가지고 있다면 사업적으로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공간’들을 가지고 있는 IP들의 가치는 지금 보다 훨씬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소설/만화(웹툰)/영화/드라마 속 배경만이 이러한 성지순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아티스트가 구축한 세계관 속 공간이라던가, 특정 브랜드들이 구축한 세계도 팬들에게는 우선순위 방문지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빙그레’가 구축한 빙그레우스 세계관 속 공간들은 새로운 성지순례 코스가 될 수 있다. 어쩌면 머지 않은 미래에 빙그레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식품 라인업 보다 빙그레우스 세계관 운영으로 더 큰 돈을 벌게 될 지도 모른다.

‘빙그레’ 뿐 아니라 향후 모든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팬덤을 구축하고 규합하는 브랜드 월드, 혹은 브랜드 행성을 만들 수 있는 조물주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성장성이 좌우될 수 있다. 단순히 매출적인 측면 뿐 아니라 ‘고용’의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향후 브랜드의 신규 고용은 ‘오아시스’ 내에서 브랜드 월드를 유지하고 지속 발전시키는 쪽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반면,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물리적 영역은 점차 자동화가 고도화 됨에 따라 오히려 고용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결국 ‘휴먼터치’가 필요한 쪽은 물리적 영역이 아닌 지금 우리가 ‘가상공간’이라 부르는 영역이 될 것이다.

빙그레우스 세계관 (출처 : 빙그레 인스타그램)

‘모두에 대한 특별대우’가 가능해지는 세상

“교장은 진급 가능한 성적을 받는 학생이면 누구나 오아시스 공립학교로 전학을 신청할 수 있다고 공표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현실의 공립학교들은 예산 부족과 정원 초과로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진 지 오래였다. ”

일단 이러한 공간들이 물리적 현실 공간들과 공존하기 시작하면 지금 감각으로는 전혀 ‘돈’이 될 것 같지 않은 영역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리적 현실 교육 시스템과 무관하게 운영되는 어떤 가상 공간 내 학교가 주목받고 그 학교 출신들이 새로운 엘리트로 자리잡는 것도 가능하다. ‘해리포터’ 월드가 공식적으로 운영되고 그 안에서 ‘호그와트’ 학교가 실제로 학생들을 선발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해리포터 월드에서는 호그와트 출신들만 마법을 쓸 수 있고 마법을 통해서만 그 세계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거나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세계의 작동원리 자체를 얼마든지 새롭게 설계할 수 있다) 동시에 이 해리포터 월드의 마법사들은 물건을 만들거나 건물을 지어주는 댓가로 돈을 받고 그 돈은 물리적 현실에서 얼마든지 교환이 가능하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해리포터 월드에서 마법사가 되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해 ‘호그와트’ 입학을 꿈꾸게 될 것이다.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물리적 현실의 대학을 나와도 취직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 상황 속에서 호그와트 등록금은 현실 대학의 등록금을 상회하게 될 수도 있다.

앞서 든 예시는 기존 물리적 현실의 ‘엘리트 교육 시스템’이 가상세계에 적용되는 경우지만 반대로 가상 세계가 기존 교육 시스템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사실 ‘교육’이야말로 ‘한정된 공간의 제약’이 큰 영역 중 하나이다. (출세가 보장되는) 명문학교는 자신들이 가진 교육상품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한정된 공간에서 제한된 수의 학생만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입시경쟁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간 제약을 받을 필요가 없는 ‘오아시스’ 세계에서 반드시 이러한 방식이 작동할 필요는 없다. 양질의 교육을 공간 제약없이 원하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게 되면 ‘명문대 입시’를 정점으로 연동되어 있는 다른 파생영역들(사교육, 학군-부동산 등)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사회 시스템 전반의 자원이 재배치 되어 경제 시스템도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어쩌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업모델은 바로 이러한 방식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XR을 포함한 첨단 기술들이 우리의 기존 교육 체계를 어떻게 혁신하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지에 대해서는 존 카우치의 책 ‘공부의 미래’(aka.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를 참조해 볼 것을 추천한다 (출처 : Education Shakers)

계약노예

“주 수입원은 풀타임 오아시스 기술지원 상담원으로 일하고 받는 봉급이었다… 주당 40시간씩 멍청한 꼴통들이 오아시스 콘솔을 재부팅하거나 햅틱 장갑의 드라이버 업데이트 하는 것을 돕는 일이었다“

‘오아시스’가 가져올 수 있는 사업기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누구나 건물주가 되는, 나아가 조물주가 되는 세상을 언급했다. 누구나 자신의 힘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면 마치 지금 물리적 현실에 존재하는 부자들처럼 우리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이다.

하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그렇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에 대한 묘사도 들어 있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을 위해 일하지 못하고 남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댓가로 겨우 먹고 사는 수준의 월급을 받는 사람들로 묘사된다.

그 중에서도 최악은 ‘계약노예’이다. 소설에서는 카드대금을 연체하고 상환능력이 없다는 판단이 되면 연방법에 따라 강제 계약노예 대상자에 오르게 된다. 해당자는 원금을 모두 상환할 때까지 채권자인 회사에 귀속되며 회사는 채무자에게 강제로 일을 시킬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즉, 누구라도 계약노예가 될 수 있고 이 사회에서 계약노예는 합법이다)

계약노예가 되면 IOI로 강제로 구인된 뒤 오아시스 소프트웨어/하드웨어/네트워킹에 대한 테스트를 거친 뒤 업무배치가 된다. 연봉은 2만 8500달러. 주거비/식대/세금/의료비/치과 및 안과 진료비/문화생활비는 연봉에서 자동공제되고 남은 급여는 미납 채무금 상환에 쓰인다. 빚을 완전 상환해야만 구금 해지가 가능하며 계약노예는 보안발찌(위치추적 장치), OCT(귀에 설치하는 관찰 및 통신용 태그-감시카메라 및 스피커)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또한 길이 2m x 폭 1m x 높이 1m인 수면캡슐과 식사가 제공되고 오락용 콘솔과 평면 터치스크린(오아시스 접속 불가, IOI 인트라넷만 접속 가능) 역시 편의시설로 제공된다.

여기서 묘사되고 있는 ‘계약노예’의 삶과 지금 이곳의 ‘임금노동자’(회사원)의 삶은 정말 많이 다를까? 소설 속 ‘계약노예’란 그냥 현실 속 회사원들의 삶을 약간의 과장을 보태 표현한 메타포는 아닐까?

우리가 ‘오아시스’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있다고 할 때 당신이 더 좋은 조건의 ‘계약노예’가 될 기회가 있음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곳 생태계가 어떻게 구축되느냐에 따라 우리는 모두가 건물주가 되는 세상 대신 모두가 계약노예가 되어야만 하는 세상을 맞이할 수도 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계약노예 근무장소. 우리가 이러한 형태의 ‘버추얼 오피스’를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은 정녕 없을까? (출처 : Muddycolors)

‘오아시스’는 민간 사업자의 영역일까?

“오아시스의 가장 큰 매력은 무료라는 점이었다… GSS는 가입비로 단돈 25센트만 받고 평생 오아시스 계정을 이용하게 했다”

그 두 가지 방향성은 이 생태계의 정점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건물주가 되게 만들어 줄 수도 있고 계약노예를 만들어 버릴 수도 있는 서비스 제공자가 누구냐에 달려있다. 사실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이 서비스 제공자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경쟁을 그린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또한 우리가 ‘메타버스’를 차세대 온라인 플랫폼의 도래라고 본다면 결국 이 플랫폼의 최종 승자는 바로 이 서비스 제공자가 될 것이다.

오아시스의 최초 개발사 GSS 는 오아시스를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면서도 세계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회사로 묘사된다. 이들은 월정액 구독료를 청구하지 않지만 다양한 부분유료화 모델로 수익을 창출한다. 한편 ‘오아시스’를 적대적으로 인수하고자 하는 글로벌 초국적 대기업 IOI(Innovative Online Industry)의 생각은 다르다. 오아시스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오아시스 안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일을 주 사업으로 하는 IOI는 아예 오아시스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오아시스 유료화’ 및 ‘오아시스 광고 플랫폼화’를 추구하려 한다.

우리는 이 산업의 미래를 점치면서 습관적으로 ‘누가 이 생태계의 패권을 차지할 것인지’ 논한다. 때로는 페이스북이, 때로는 애플이, 또 어떨 때는 엔비디아나 소니가 ‘오아시스’의 왕좌에 앉을 것이라 전망한다. 하지만 그들 회사들이 GSS에 가까운 지 IOI에 가까운 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우리에게 디스토피아를 가져올 수 있는 일개 회사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기는 것은 맞는 일일까?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Coming Up

Ep05. 성공을 좌우하는 그 밖의 요소들

다음 번이 마지막 연재가 될 것이다. 이 세상에는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해도 해당 사업이 발전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해당 사업이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고 판단하거나,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리스크가 클 경우이다. 이 경우 해당 사업은 불법적인 음지 산업이 된다. 대표적으로 마약 사업이나 총기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오아시스’ 산업이 이러한 ‘음지’의 영역으로 굴러 떨어질 가능성은 없을까?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오아시스’의 산업의 발전을 지연시키거나 좌초시킬 수 있는 시장 외적 요소들, 특히 윤리/제도적 요소들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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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는 이제 막 설립된 신생 xR/이머시브 콘텐츠 프로듀서 그룹입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일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giioii_immersive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