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까지 한 걸음(2/5)

Ep02. 오아시스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콘텐츠는?

Giioii
ixi media
16 min readNov 10, 2020

--

Previous Story

Ep01. 오아시스, 그리고 메타버스

0. ‘대세’는 어떻게 시작될까?

당신은 지금의 ‘대세’ 플랫폼인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언제 어떻게 처음 쓰게 되었는지 기억하는가? 아마도 누군가는 주변 지인들의 초대를 받았을테고 다른 누군가는 학교나 회사에서 해당 플랫폼을 활용해 업무를 해야한다는 지침을 받은게 계기가 됐을 것이다. 아니면 ‘이거 재밌어’하는 링크를 공유받아 처음 접속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이는 모두 이미 해당 플랫폼이 대세가 된 다음에 접속하는 경우다.

이러한 보통 사람들보다 앞서 먼저 서비스(처음엔 플랫폼이 아니다. 그냥 서비스다)를 스스로 찾아 써보고 그 서비스의 가치를 주변에 알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소위 얼리어답터들, 혹은 인플루언서들은 호기심에 이것저것 다 써보고 한곳에 머물렀다가도 곧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이들이 어느 한 곳에 꽤 오래 눌러 앉기로 결정할 때 그 서비스는 ‘대세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얼리어답터들이 ‘눌러 앉게 되는’ 계기란 무엇일까?

일단 기존 메이져 플랫폼이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했다고 해서 그게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 얼리어답터들은 귀찮아서 눌러 앉지 않는다. 그게 가능했다면 네이버가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톡에 주도권을 내어 주고 구글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주도권을 페이스북에 내어주는 상황은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진다. 얼마 전 페이스북은 앞으로 자사의 VR 서비스 ‘오큘러스’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페이스북 계정과 연동시켜야 한다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페이스북이 출시할 메타버스 서비스 ‘페이스북 호라이즌’을 대세 플랫폼으로 띄우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게될까? 페이스북이 보유한 압도적인 회원 수를 보면 당연히 그러리라 예상해볼 수도 있지만 새로운 대세 플랫폼이 등장해 온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확신할 수는 없어 보인다.

페이스북 호라이즌은 대세가 될까? (출처 : https://www.facebook.com/FacebookHorizon/)

어떤 플랫폼이 대세로 거듭나는 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가지 모델을 예상하는 듯 하다. 하나는 압도적으로 훌륭한 콘텐츠, 혹은 경험이 등장하는 것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이런 새로운 경험이 가능하구나!’라고 깨닫게 해주는 경험. 한번 그 경험을 하게 된 사람들이 계속 그런 경험을 찾게 되고 특정 플랫폼이 그런 경험을 계속 제공하면 대세가 된다는 가정이다. 다른 하나는 사용자들이 어떻게 놀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손쉽게 새로운 경험을 만들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하고 그걸 주변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보내준 콘텐츠를 보고 압도당하지는 않지만 ‘나도 해볼래’라는 마음으로 따라하기 시작하고 그런 사람들이 몰려들면 그곳은 대세가 될 것이라는 가정이다. 첫번째 모델은 넷플릭스, 혹은 디즈니랜드/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테마파크 모델이다. 두번째 모델은 유튜브, 혹은 쇼핑몰(스타필드)이나 컨벤션 센터(코엑스) 같은 모델이다.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 속 오아시스는 어느 쪽에 속했을까?

1. 초창기 오아시스

“오아시스가 처음 발매되었을 때 유저가 탐험할 수 있는 행성은 기껏해야 수백 개였다. 모두 GSS의 프로그래머와 아티스트들이 창조한 작품이었다.”

소설은 오아시스가 보통의 MMO 게임과 유사한 형태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묘사한다. 사용자들은 캐릭터 레벨업을 시키고 희귀 아이템을 발굴하고 퀘스트를 수행하며 GSS(오아시스의 개발사)가 제공하는 수백 개의 행성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런 서비스들의 문제는 개발사가 준비해놓은 스토리와 레벨이 끝에 다다를 때 생겨난다. 캐릭터 만렙을 찍으면 그 다음엔 뭘 할 수 있는가? 아무리 압도적인 경험이라도 결국 끝나기 마련이다. 특히 특정 작가가 주도적으로 창조했다거나 특정 주인공의 여정이 담긴 스토리가 중심이 된다면 더욱 그렇다. AI가 작가를 대신해 끊임없이 스토리를 생산해낸다거나 아티스트나 개발자를 대신하여 끊임없이 레벨을 디자인 해내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프라이프:알릭스’(이하 알릭스)는 의심의 여지 없이 올해 최고의 xR 콘텐츠 중 하나일 것이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했고 그동안 xR 콘텐츠가 기록하지 못했던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시장 조사업체 Superdata에 따르면 올해 알릭스가 거둬들인 매출은 86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매출은 2019년 모든 VR 게임이 거둔 매출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라고 한다) 하지만 알릭스가 제공한 경험은 대략 드라마 한 시즌 분량 정도의 경험(12~15시간)이었다. 대부분의 TV 시리즈 시청자가 그러하듯이 일단 알릭스의 엔딩을 본 사람들은 다시 알릭스에 접속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된다. 필자 역시 알릭스에 마지막으로 접속했던 기록은 7월에 멈춰 있다. 곧 출시 될 ILMxLab의 새로운 스타워즈 xR 콘텐츠인 ‘Star Wars: Tales from the Galaxy’s Edge’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분명 놀라운 경험을 제공할테지만 거기에 압도당한 사람들 조차 한 달 후에는 더 이상 찾지 않게 될 것이다. 기존 콘솔게임 분야 최강자인 ‘너티독’ 같은 곳에서 xR 콘텐츠를 만든다고 해도 별반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방식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알릭스급 콘텐츠가 사용자의 경험주기에 맞춰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마치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그러했듯 막대한 비용을 지속적으로 쏟아부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런 방식으로 대세가 되는 건 매우 비싸고 어려운 일이다. (물론 그 어려운 걸 넷플릭스가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 해냈듯이 누군가 xR 분야에서 그걸 해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회사가 우리 주변에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하프라이프:알릭스 (출처 : https://www.half-life.com/en/alyx/ )

2. 대세가 된 오아시스 — 오픈소스 현실

심지어 오아시스 조차 그런 방식으로 대세가 되진 않았다. 오아시스가 대세가 되는 계기에 대해 소설은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GSS는 MMO 게임의 개념을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오아시스는 유저를 단일 세계나 십여 개 정도의 행성에 묶어놓는 것을 넘어섰다. …유저는 오아시스 내부에 있는 가상세계의 콘텐츠를 수정할 수도 있었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도 있었다”

오아시스는 최초에 개발사가 제공했던 수준의 가상세계를 사용자들이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오아시스는 ‘리니지’나 ‘검은 사막’ 같은 MMORPG가 아닌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 같은 샌드박스 게임과 비슷해지기 시작한다. 샌드박스형 게임들은 개별 콘텐츠의 완성도가 ‘압도적’이진 않을지라도 수많은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플랫폼’으로서 훨씬 긴 생명력과 사용자들을 ‘눌러 앉힐 수 있는’ 힘을 발휘한다. 오아시스의 설립자들은 이 때문에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오픈소스 현실’이라 부르고자 했다.

“할리데이와 모로는 ‘오아시스’를 오픈소스 현실 이라고 칭했다 . 기존에 보유한 가정용 컴퓨터나 비디오게임기를 통해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열린 세상이란 뜻이었다“

‘오픈소스 현실’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도구가 배우기 쉬워야 하고, 동시에 그렇게 만든 결과물의 품질이 훌륭해야 한다. 만약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 프로그래머만 쓸 수 있는 도구라면 아무리 ‘오픈소스’로 제공된다 해도 콘텐츠의 양은 크게 증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작툴이 쉽기만 하고 그 결과물이 개발사가 처음에 제공했던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면 결국은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런 도구가 값싸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 된다. 돌이켜보면 ‘유튜브’ 시대는 기존 전문 영화/방송 장비 대비 훨씬 저렴한 디지털 카메라와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가 사용자 편의성과 결과물의 품질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를 이야기 하기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그러한 쉽고 값싸고 품질 좋은 콘텐츠 저작도구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언리얼/유니티로 대표되는 상용 게임엔진이 그러하다. AAA급 콘텐츠 제작에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이들 게임엔진들은 현재 개인 작업자들에게 거의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만약 언리얼/유니티를 다룰 수 있다면 현재 기술로 가능한 최고 수준의 x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가격과 품질 두 가지 조건은 충족된다. 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편집 앱’의 난이도를 고려해볼 때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이들 게임엔진을 직접 다루게 될 것이라 가정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인 태도처럼 보인다. 좀 더 쉽고 직관적인 도구가 필요하다.

언리얼과 유니티(출처 : https://www.affinityvr.com/unreal-engine-4-vs-unity/)

소설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번 xR 유행 초창기부터 더욱 쉬운 도구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은 있어왔다. 구글이 내놓은 ‘틸트 브러시’와 ‘폴리’ 그리고 ‘블록스’, 페이스북의 ‘’, 어도비의 ‘미디엄’, MS의 ‘마큇’, 그리고 Tvori, AnimVR과 같은 소프트웨어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게임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어플리케이션으로 xR 환경에 들어가서 별도의 코딩 없이 마치 그림을 그리듯, 조각을 하듯, 또는 인형놀이를 하듯 조작하는 것만으로 xR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이들 도구들로 제작할 수 있는 3D 모델이나 애니메이션, 게임의 수준은 전문가의 영역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기능이 계속 고도화되면서 이제는 ‘이 정도면 전문가의 영역을 넘봐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결과물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 용으로 출시한 ‘드림즈 유니버스’(이하 드림즈)라는 앱이다. 지난 7월 소니는 오직 드림즈만을 사용해서 제작했다는 뮤직비디오와 그 제작기를 공개했다. 결과물의 수준은 보고도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후맥락을 모른 채 결과물만 본 사람은 당연히 전문 CG 그래픽 툴 및 게임엔진으로 작업했다고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드림즈 역시 현재로서는 아직 한계가 많은 도구다. 드림즈로 제작한 콘텐츠는 인터넷을 통한 멀티플레이가 불가능하고 로컬로 접속한 2~4명끼리만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 전용이다. 하지만 머지 않아 소니가 드림즈를 PC 및 모바일과 호환될 수 있도록 최적화 하고 온라인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 한다면 지금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가 누리는 지위를 드림즈가 가져가게 될 지도 모른다. 이미 드림즈는 xR 기기를 지원하기 시작했기에 드림즈는 VR Chat이나 AltspaceVR 같은 소셜 xR 플랫폼 또한 순식간에 위협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에 따라 기존 플랫폼들도 사용자들이 직접 콘텐츠 내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저작도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포트나이트 크리에이터 모드(포크리)’‘제페토 스튜디오’를 시작으로 Rec RoomSomniumSpace 등도 조만간 창작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아마도 메타버스 플랫폼의 주도권 경쟁은 어떤 플랫폼이 ‘가장 쉽고도 품질 좋은 콘텐츠 제작도구’를 제공하느냐에 좌우될 지도 모른다.

3. 에셋으로서의 IP — 플릭싱크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어떻게 노는 지 본 적 있는가? 대부분의 아이들은 상황극을 한다. 그리고 그 상황극의 소재는 아이들이 그 이전에 본 책과 영상 콘텐츠, 게임으로부터 나온다. 어른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코스프레처럼 적극적으로 자신을 캐릭터화 하는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은 자신에게 주어진 콘텐츠 저작도구를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멋진 구도를 재현하거나 뮤직비디오나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을 따라하는 데 사용한다.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어디에도 없는 집을 직접 디자인해서 만들기 보다는 어디선가 본 유명인의 저택이나 유명한 조형물, 역사적 장소를 자신의 공간에 재현하는 쪽이 선호된다. ‘오픈소스 현실’에서도 기존 콘텐츠 IP는 바로 이러한 사용자의 특성 때문에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GSS는 첫 번째 관문에 (영화) ‘위험한 게임’ 시뮬레이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서둘러 특허를 출원하고 옛날 영화와 드라마의 판권을 사들인 다음 ‘플릭싱크’라고 이름 붙인 몰입형 양방향 게임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플릭싱크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가장 좋아하는 옛날 영화나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해볼 수 있게 만든 게임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시장이 숨어있었다”

소설은 오아시스에서 큰 인기를 모은 서비스의 예로 ‘플릭싱크’를 소개한다. 플릭싱크는 사용자가 기존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주인공과 똑같은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이다.

“갤러그 한 판을 깼을 때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거기에 비친 얼굴은 내 아바타의 얼굴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매튜 브로데릭의 얼굴이었다… 그때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영화 속에 있었다… 할리데이는 영화 내용을 세세한 부분까지 재현해 체험 가능한 양방향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재창조해놓았다…

‘안녕 데이비드 형’

꼬마는 내가 하고 있는 게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영화에 나왔던 하위라는 이름의 꼬마였다. 영화에서 매튜 브로데릭은 하위에게 갤러그를 넘겨주고 서둘러 학교로 뛰어간다 …

나는 게임의 규칙을 알 것 같았다… 단순히 대사를 외워 낭독하는 것 이상이 요구되었다. 매튜 브로데릭 역이 영화에서 보여준 모든 행동까지 정확한 동작으로 또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연기해야 했다”

아직 기술적으로 실사 영상과 동일한 수준의 그래픽을 상호작용이 가능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이런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다면 분명히 나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저작권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러한 서비스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소설은 저작권 이슈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소설은 오픈소스 현실에서 IP들 역시 오픈소스로 존재하는 것처럼 묘사한다. 이렇게 되려면 현실적으로는 오아시스 쪽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콘텐츠 사용권을 미리 확보해야만 한다. 그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현존하는 소셜 VR 앱 중에서 가장 이용자 수가 많은 VR Chat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이 흥미로워하면서도 동시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VR Chat은 사용자들이 별도의 저작권 허락 없이 유명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가져와 아바타를 제작하고 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것이 VR Chat에 사람들이 몰리는 매력 포인트이긴 하지만 만약 이곳이 좀 더 대중화되고 수익이 창출된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면 해당 IP의 저작권자들은 반드시 VR Chat 측에 사용료를 요구하거나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걸게 될 것이다.

4. 에셋으로서의 IP — 라이온 킹 & 더 무비

저작권 침해 위험도 크고 기술적 난이도도 높은 ‘플릭싱크’ 같은 서비스 보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실현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것은 콘텐츠 IP 권리보유자들이 자신들의 IP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에셋’의 형태로 메타버스 플랫폼에 제공하고 사용자들이 그것들을 활용하여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는 형태이다.

“타이렐(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회사)을 재현한 건물은 오아시스에서 가장 흔한 건물 중 하나였다 . 27 개의 섹터 전 구역에 걸쳐 웬만한 행성에는 다 복제품이 있었다 .타이렐 건물 코드가 오아시스 월드빌더 건축 소프트웨어에 무료 기본 템플릿으로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엿보게 해준 것은 디즈니의 ‘라이온킹’ 리메이크였다. 어쩌면 ‘라이온킹’이야말로 디즈니 입장에서 ‘플릭싱크’를 구현한 사례였다. 진화된 기술로 과거 라이온킹과 똑같은 환경을 실사처럼 구현하고, 똑같은 캐릭터를 실사처럼 만든 뒤 똑같은 대사를 시키는 것.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영화 자체의 감동 측면에서 이러한 시도는 실패였다. 하지만 IP 에셋의 관점에서는 다른 얘기일 수 있다. ‘라이온 킹’을 연출한 존 파브르 감독은 ‘라이온 킹’을 만드는 과정이 ‘멀티플레이어 VR 영화제작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과 같았다고 인터뷰 한 적이 있다. 제작진은 게임엔진을 활용하여 가상공간 내 ‘라이온킹’ 세계를 만들고 캐릭터를 제작한 다음, VR 기기를 쓰고 가상공간에 접속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마치 실사 로케이션 촬영을 하듯 연출은 연출의 역할을 맡고, 촬영감독은 촬영감독의 역할을 맡았다.

만약 제작진이 제작과정에서 만든 이 ‘영화제작 게임’이 일반 사용자들에게 제공된다면 어떨까? 사용자들은 이곳의 캐릭터와 환경, 그리고 영화제작 도구를 활용하여 기존 ‘라이온킹’과 다른 수많은 버젼의 이야기를 생성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꼭 이야기를 만들지 않더라도 자신의 아바타로 접속해서 ‘라이온킹’ 속 동물들과 인증샷을 찍고 영화 속 여러 공간들을 직접 방문한 기록을 남겨둘 것이다. 이곳은 인기 ‘버추얼 투어’ 관광지로 활용될 수 있다.

영화 ‘라이온 킹’ 제작모습 (출처 : https://medium.com/@therlabnyc/virtual-production-is-changing-the-game-for-creators-4bf3467f8b3c)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쯤, 실제로 ‘영화제작게임’이 출시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게임개발사 ‘라이온스 헤드’에서 출시한 ‘더 무비(The Movies)’라는 PC 게임이었다. 이 게임의 플레이어는 직접 할리우드 스튜디오 안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게임 속에서 찍은 영화를 실제 유튜브 등에 올려놓을 수도 있었다. 게임을 통해 제작된 콘텐츠들이 실제 콘텐츠로 유통될 수 있는 품질에 미치지 못했기에 게임 역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사그라 들었지만 어쩌면 지금 그때의 컨셉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부활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게임 ‘더 무비’ 속 영화 제작 장면 (출처 : https://jryanmvg.wordpress.com/2013/11/19/activision-shoots-a-brick-the-movies-review/)

이미 상용 게임엔진사들이 운영하는 에셋스토어에서 제공하는 에셋의 퀄리티는 AAA급 게임 및 전문적인 영화/드라마 제작에 활용되기 충분한 수준이다(이미 그렇게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콘텐츠 IP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무대 세트나 의상, 소품, 캐릭터 등을 에셋으로 제공하게 된다면 사용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모방하되 품질 면에서는 기성 콘텐츠와 큰 차이가 없는 작품을 새롭게 생산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용자 콘텐츠들이 유통되기 시작하고 인기를 모아 콘텐츠를 제작한 사람들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제작에 뛰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한 일이 벌어질 때 콘텐츠 IP 에셋과 저작도구와 그것들로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대세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실사 수준의 CG 에셋을 판매하는 공간 (출처 : https://quixel.com/megascans/home)

Coming Up

  • Ep03. 오아시스가 되기 위해 필요한 사용자 경험요소는?
  • Ep04. 누가 어떻게 오아시스에서 돈을 버는가?
  • Ep05. 윤리

--

--

Giioii
ixi media

기어이는 이제 막 설립된 신생 xR/이머시브 콘텐츠 프로듀서 그룹입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일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giioii_immersive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