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콘텐츠 생산자의 길?
<콘텐츠의 시대는 끝났다?> 후속편
콘텐츠 생산에 대한 글을 가끔 씁니다. 거의 처음에 올린 ‘뉴스마트(NEWS+MART) 시대’, 최근 ‘콘텐츠의 시대는 끝났다?’ 등.
정답은 없지만 답답한 마음에 일기 써내리듯 짧게 기록한 글인데, 그 중 한 개 글이 최근에 논란(?)이 되는 바람에….(네이버 검색도 안되는 블로그에 관심 가져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후속편을 남겨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사족을 붙이면, 모든 콘텐츠가 종말을 맞이하게 될 거란 결론은 아니었습니다. 저와 같은 기자. 즉, 콘텐츠로 먹고 살아야 하는 1차 생산자가 생존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모습을 농사에 비유하고 싶었죠.
그래서 후속편 역시 지극히 기자의 입장에서 만들게 됐습니다.
왜?
제가 기자라서…
때리진 마셔요..흑흑… 솔직히 말하면 제가 대안을 쓸 만한 깜냥은 안됩니다. 기자 3~4년 한 걸로 미디어의 미래를 논하는 건 선무당 사람잡는 격일 겁니다.
다만, 최근 만난 업계 종사자 몇 분과 대화를 나누며 느낀 점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군요.☺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뉴스 콘텐츠의 품질은 어떤가요. 예전에 ‘세월호와 저널리즘의 맨 얼굴’이라는 글에서 언급했던 적이 있습니다.
최초 보도를 받아적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단 전제가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통신사와의 제휴를 통해 거기서 나온 기사를 ‘리라이팅’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와 같은 형태는 저널리즘이 온라인을 만나면서 자연스레 기사쓰기의 표준(?)이 됐습니다.(중략) 자극적인 제목으로 자사의 뉴스 페이지 방문을 유도하는 기사들도 대량으로 등장했습니다. 페이지뷰(PV)에 따른 광고 수익을 위해 벌어지고 있는 현상입니다. 매체의 주요 수익구조 중 하나이기 때문에 포기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지요.
특정 미디어를 욕하고자 쓴 글은 아닙니다. 그래봤자 제 얼굴에 침뱉기죠.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콘텐츠 생산자가 힘을 잃고 유통업자에 종속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편일률적인 내용과 이를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
소비자가 대형 마트에 가는 이유는 뭘까요. 어차피 비슷한 상품을 더 저렴하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뉴스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A, B, C, D, E 다 비슷한 내용이라면, 다 모아서 보여주는 곳에서 남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를 골라볼 겁니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죠. 덕지덕지 붙은 스팸 광고도 없고요.
페이스북이 숨 쉴 틈을 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좋은 콘텐츠를 잘 ‘큐레이션’하는 곳에 사람들이 모입니다. 유통과 생산을 동시에 하는 미디어가 이에 해당됩니다. 슬로우뉴스나 ㅍㅍㅅㅅ가 좋은 사례죠.
(+피키캐스트, 위키트리, 인사이트는 법적, 윤리적인 이유로, 허핑턴포스트는 아직 지켜보는 중이라 열외로 하겠습니다. 2015/2/20의 기록)
그렇다면 유통 능력이 없는(ㅠ_ㅠ) 콘텐츠 생산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가장 중요한 것이 ‘연대(連帶)’라고 생각합니다. 연세대 말고요.
…??
우리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미디어 역시 마찬가지죠. ‘단독’의 의미가 퇴색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영역에서 다른 매체에서 특종이 나오면 ‘물먹었다’고 말하곤 합니다. 기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이 맡은 영역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에 지나치게 매달리다보니 자사든 타사든 영역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게 됩니다. 즉, 모든 기자를 ‘경쟁자’로만 보는 거죠.
경쟁하지 말자는 말을 하는 건 아닙니다.
2년 전 온라인 부서에서 일했을 시절 ‘협력’의 가치를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카드의 진화](上)플라스틱 카드의 종말? 아직은…’라는 기사를 쓸 때 경제부 선배와 협업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저는 IT를, 선배는 카드사의 이야기를 각각 담아 한 기사로 합쳤습니다.
그때부터 ‘매체를 초월해 협력한다면 얼마나 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와 같은 상상을 했죠.
같은 사안을 IT, 문화, 경제, 사회, 정치의 관점으로 각각 분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깨끗하고 질 좋은 유기농 식품을 먹기 위해 산지 직송 주문을 하듯 직접 콘텐츠를 보러오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거룩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이 실천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음력 새해가 시작하는데요. 저 역시 더 많은 영역의 분들과 연대해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속 가능한 콘텐츠 생산자가 되기 위한 길이 여기에 있지 않나 싶네요.☺
올해도 잘부탁드립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