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복지 천국’ 핀란드가 분배제도 혁신 실험을 하는가

Searching for a New Distribution System in Finland, the Most Well-facilitated Welfare S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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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in readMay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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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상상 2018 / 세션1. 디지털 전환 시대, 경제적 안정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 발표 1

올리 캉가스 핀란드 사회복지국 국장

올리 캉가스 © 새로운상상 2018 (REIMAGINE 2018), LAB2050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핀란드의 기본소득실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기본소득 실험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왜 핀란드는 이런 실험을 시작했을까요?

완벽한 복지국가 핀란드

핀란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복지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의 보편적 복지에 가까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 대상은 거주 사실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다시 말해 시민권이 없더라도 핀란드에서 거주한다면 거의 비슷한 헤택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또한 핀란드의 복지 제도 하에서는 비교적 원칙적인 소득 보장이 이뤄집니다.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가정주부, 실업자, 병가자에 대해서도 급여와 같은 수준의 소득을 보장합니다.

핀란드의 특징은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달리 소득연계 상한선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급의 단위가 개인이고, 과세도 개별로 이루어집니다. 가족단위가 아닙니다. 예외는 주거수당인데, 이는 가구 단위로 지급됩니다. 기본적으로는 개인 단위인 것이지요. 성평등 수준이 높고 임금과 자산의 불평등이 낮습니다.

아마도 핀란드는 비교적 개방된 사회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가족의 환경이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교육에 대해 말씀을 드리면, 핀란드에서는 부모들의 교육 수준이 자녀의 교육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낮습니다. 상대적으로 삶의 만족도 또한 높습니다. (개별적으로 물으면 다르겠지만, 통계는 높습니다.)

Rationale of the basic income trial © KELA

노동시장의 변화, 복지국가의 변화

이처럼 핀란드는 흥미로운 복지국가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데 기본소득을 고민하게 되었을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노동시장의 변화입니다. 산업화 시대에 만든 복지국가 모델이 오늘날 혹은 미래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핀란드의 사회정책 프로그램은 50년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재와 미래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 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또 핀란드만의 문제도 있습니다. 후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수당만으로 살아가며 노동을 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탈근로 유인, 근로 억제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업자이고 모든 사회적 수당을 받는 경우에 헬싱키에 거주하면, 1인가구는 월 1400유로를 받게 됩니다. 이때 만약 일자리를 구해 월 1000유로를 받게 되면, 기존 수당을 받는 삶과 큰 변화가 없습니다. 1000유로를 벌든, 3000유로를 벌든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은 달라지지 않고, 세율은 높아집니다. 노동으로 얻은 수입의 상당부분이 세금으로 나가게 됩니다. 이런 문제가 핀란드 정부의 고민거리였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근로 억제 요인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기초 보장 수당들은 질병, 사회보조 등 40여개에 달합니다. 때문에 이것을 담당하는 기관인 사회복지국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기초보장 수당을 결합하여 제공하는 편이 나은지, 기본소득으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나은지 그 효과를 비교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핀란드의 기간별 실업수당 © 새로운상상 2018 (REIMAGINE 2018), LAB2050

기본소득 실험까지의 과정

저는 이와 같은 기본소득 실험을 설계하는 책임을 맡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연구원들과 ‘불가능한 임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원도 시간도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작은 규모의 실험인 ‘마이크로 시뮬레이션’을 시도했습니다. 34번정도의 마이크로 시뮬레이션 모델링을 하고, 여러가지 조합의 세율과 기본소득액을 조합해서 실험했습니다. 어떠한 기본소득 수준과 세율을 맞춰야 할지에 대해 실험 그 결과치를 보여주겠습니다.

기본소득 수준과 세율에 따른 지출액 시뮬레이션 © 새로운상상 2018 (REIMAGINE 2018), LAB2050

월 450유로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려면 40%의 세율, 월 750유로이면 50%의 세율을 적용해야 합니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완전한 기본소득 모델이 모든 다른 기본수당을 대체하게 되는 경우 1,000~1,500 유로의 기본소득은 70~80%의 세율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이 수준은 비현실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는 너무 높은 세율이고, 현재의 핀란드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시행하려면, 소득 등록부(Income Register)를 도입해야 합니다. 이것이 완전히 구축되기 이전에는 실행이 어려우므로 부의 소득세 모델은 당장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우리의 마이크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서 기본소득 실험을 하기 원했습니다. 그래서 500~600 유로 단위의 월 기본 소득을 지급하는 모델로 설계를 했습니다.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전국적인 무작위 샘플링을 하였고, 지방 정부차원에서의 실험도 계획했습니다. 지방정부의 실험은 네트워크, 제도, 상호성, 외부성 효과를 함께 분석하도록 했습니다.

사회 보장국에서 실업수당을 지급 하는 재원을 기본소득 실험에 사용하도록 총리에게 설명하고, 지금과 같은 실제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월 지급액은 560유로, 지급 대상자는 2000명으로 결정했고, 대상자 중에서 기존에 받던 사회복지 혜택이 560유로를 넘을 경우 그 차액을 추가로 지급했습니다. 실험 대상은 실업수당을 받는 사람들인데, 이들이 고용될지라도 기본소득을 계속 받도록 설계를 했습니다.

이 실험은 2017년에 시작이 되었고 올해 말에 끝이 납니다. 저는 차기정부에서도 이 실험을 계속하기를 희망합니다. 더욱 보강되고 확대된 실험을 하기를 원합니다.

기존에 시행했던 2000명의 실업자를 넘어선 실험이 필요하며, 월 560유로의 기본소득이 실업자에게 고용의 유인책이 될 수 있는지 실제로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노동시장에 있어 이 기본소득이 어떠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발전된 실험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존의 실험은 17만 5천명 중, 무작위로 선정한 참여자를 실험에 강제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들어 선택 편향이 없습니다. 2,000명의 실업자인 대조군과 마찬가지로 2,000명의 실업자인 실험군이 있었는데, 배경 요인은 동일했습니다.

이렇게 엄격한 대조군을 두고 실험이 진행됐으며 건강기록부 상의 자료, 즉 사회보장 내용, 진료 및 약 복용 내역 등이 분석에 종합적으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이 것 만으로는 사람들의 행태, 실제 변화를 확인할 수 없기에 왜 이런 효과가 나타났는가에 대한 면대면 인터뷰를 시행할 것입니다. 후속 연구로 서베이와 인터뷰가 더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실험을 처음에 왜 ‘불가능한 임무’라고 불렀는지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 사람이 사회보장에 포함이 되면 여러가지 일이 벌어집니다. 이 실험이 시작되었을때, 변수들을 하나하나 고려해야 했었고, 모든 복잡한 요소들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나는 이미 실험을 나름대로 성공적이라 생각합니다.

  1.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했고
  2. 무작위 강제 실험이어 선정에 편향이 없으며
  3. 대조군과 실험군을 추출해 비교했고
  4. 또한 정부 승인에 의해 진행되었기에

이미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실험의 결과는 기록부 분석이 끝나야 알 수 있습니다. 이 기록부의 경우 1년 후의 결과를 반영하므로 시간차가 있습니다. 2017년에 실험의 결과를 2018년에 알 수 있는 형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실험의 최종 결과는 2020년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 다시 한 번 여러분을 만났으면 합니다.

전체 발표 영상 © 새로운상상 2018 (REIMAGINE 2018), LAB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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