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팀의 OKR 도입 및 6개월 사용기(1/2)— 마이뮤직테이스트

김명수 Mike Kim
MyMusicTaste
Published in
7 min readJan 7, 2020

이 글은 MyMusicTaste Growth Team(이하 ‘마이뮤직테이스트’, ‘그로스팀’)이 2019년 6월부터 두 분기 동안 OKR(Objective Key Result)을 도입하고 운영해온 과정에 대한 회고입니다. 왜 OKR을 도입하게 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도입했는지, 어려웠던 점과 좋은 점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그리고 운영 과정 속에서 배운 것 등을 다룹니다.

2019년 4Q Growth team의 OKR 보드

마이뮤직테이스트 그로스팀은 2019년 6월 마이뮤직테이스트 내에서는 처음으로 팀에 OKR을 도입했습니다. 그로스팀 내에서도 OKR을 사용해본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도입한 것이라 지난 6개월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OKR을 경험해본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당장 올 해 1월부터도 OKR을 사용할 정도로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이번 분기 OKR을 준비하며 지난 두 분기 OKR에 대한 회고 겸 기록을 해보려고 합니다.

왜 도입했나?

연 단위 목표의 한계

마이뮤직테이스트는 매년 초 회사 전체가 1년 단위의 전사 KPI와 개인 KPI를 설정합니다. 그로스팀도 2019년 초에 팀원 각자가 1년간 달성해야 하는 KPI를 설정했습니다.
문제는 이 시기에 그로스팀은 갓 만들어진 신생팀이었고(2018년 10월 시작), 아직 명확한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채 다양한 후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4–5개월 정도 지나 어느 정도 팀 업무의 방향이 잡혔을 때에는 기존에 세워둔 KPI와 팀의 방향이 많이 어긋나 있는 팀원도 있었습니다. 동시에 팀의 방향을 위한 업무와 더불어 늘 그러하듯 여기저기서 긴급하게 들어오는 업무 때문에 누구도 본인의 KPI에 집중하지 못한 채 눈앞에 닥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집중할 수 있는 지표의 필요성

그럴수록 팀에게 집중해야 할 지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이전 직장이었던 눔 코리아의 그로스팀은 단일 목표 지표인 OMTM(One Metric That Matters)을 설정하고 팀 내의 모든 자원을 OMTM을 높이는데 집중하는 것을 잘 하던 팀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팀이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여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저는 적절한 목표 지표와 잘 짜여진 업무 방식이 팀을 얼마나 도전적이게 만들고 성취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지 경험했습니다.
2018년 11월부터 마이뮤직테이스트 그로스팀의 팀장을 맡으면서, 우리 팀도 단순히 해야하니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몰입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의 성취/성장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OKR이었나?

사실 OKR이라는 키워드를 어디에서 처음 발견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주변에 물어봤던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한 키워드(OMTM, Performance metrics 등)로 구글링을 하다가 발견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2018–2019년은(그 이전부터도) OKR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보이던 시기였던 것 같고, 그래서인지 구글링을 통해서나 시중에서도 자료를 찾기가 쉬웠습니다. 구글링을 해서 찾은 자료들과 함께 마침 시중에 나와있는 대표적인 번역서 두 권을 읽어봤고(책1, 책2), ‘실행해볼만 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3개월이면 사람도 팀도 다시 태어난다니…ㅋ

처음 시작하기

제가 이해했던 OKR은 단순히 책에 나오는 가이드에 맞춰 ‘Objective와 Key Results를 설정하고 정기적인 미팅을 하면서 Confidence를 체크하며 Priority of this week 리스트를 업데이트하고 OKR이 중요하다는 것을 늘 강조하며 CFR도 신경쓰는’ 것이 핵심인 시스템은 아니었습니다(물론 책이나 각종 아티클에서도 ‘형식을 맞추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구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이 시스템을 사용할 사용자인 저와 팀원들이 ‘왜 이걸 해야하나’, ‘이걸 달성하는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해하고 여기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뒤에는 OKR의 기대효과라 할 수 있는 ‘정말 해야할 일에 집중해서 해내는 것'이었구요. 이게 가능하려면 OKR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의 일관된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예를들어, ‘OKR과 연말 성과평가는 직결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는데 막상 연말이 되니 OKR 달성률을 통해 성과평가가 이루어지면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회사 설득하기

먼저 회사, 더 정확히는 그로스팀이 속한 플랫폼 본부의 리더님(제 상관)과 HR 본부의 리더님을 설득했습니다. KPI의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서 OKR을 도입하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기존에 사용하던 KPI를 아예 중단하고 OKR만 사용해야 했습니다. 이 논의가 오가던 시기가 이미 1년이 절반 가량 지나가고 있던 5월이었고, 전사에서 그로스팀만이 실험적으로 OKR을 도입하려고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려가 적지는 않았습니다. 그동안 리서치했던 것과 제 생각을 바탕으로 설득하였고, 결론적으로 아래 내용을 도출했습니다.

  • 현재 그로스팀의 팀 KPI와 개인 KPI를 모두 OKR로 대체함. 연말 인사평가 과정에서도 OKR을 활용함.
  • OKR 달성률이 인사고과에 정량적&절대적 비율로 반영되지 않음. 달성률을 참고하여 팀장과 본부장의 정성적인 평가를 통해 인사평가가 이루이짐.

어찌보면 큰 도전이자 실험이었던 이 일에 대해 회사에서 허가를 해주신 데에는 물론 저의 준비도 중요했겠지만, 1)이미 HR 부서에서도 OKR을 검토 중이셨다는 점 2)이전부터 인사평가에 대한 각 부서별 재량권이 높았다는 점이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KPI 시스템도 인사평가에 반영되는 방식은 OKR과 비슷하게 이루어지고 있던 터라, OKR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다기 보다는 ‘KPI를 분기마다 새로 설정하고 이걸 종합해 다른 팀의 KPI처럼 사용’ 하는 정도의 변화를 가져오는 상황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환경은 이미 갖춰져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팀 설득하기

먼저 회사를 설득해 OKR을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뒤에는 팀 설득에 나섰습니다. 다행히도(?) 팀원 모두가 KPI가 내 업무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연초에 잡은 목표가 지금 맡고있는 업무와 다소 동떨어져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설득은 상대적으로 더 쉬웠던 것 같습니다.
* ‘KPI는 모두 이런 식이다’나 ‘KPI보다 OKR이 더 좋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당시 그로스팀은 이제 막 만들어진 신생팀이라 1년 단위 KPI를 적용하기에 어려운 환경이었으며, 업무 목표와 방식이 어느정도 고정된 마이뮤직테이스트 내의 다른 팀은 KPI를 통해서 충분히 성과를 내고 있었습니다.

아래는 팀에게 OKR을 소개하고 설득하기 위한 발표에서 썼던 슬라이드입니다.

후다닥 만든 못난이 슬라이드. 후반부의 OKR 소개보다는 전반부의 ‘왜?’ 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회고가 너무 길어져 2부로 이어집니다.
2부에는 본격적으로 그로스팀이 OKR을 사용해서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 설명하고, 두 번의 OKR 주기를 거치면서 경험했던 ‘어려웠던 것’, ‘좋았던 것’, ‘돌아보니 중요했던 것’, ‘돌아보니 덜 중요했던 것’을 정리했습니다.

2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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