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민의 의견을 물을까요?

민주주의 서울 2018 결산 리포트 #3

빠띠 Parti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Parti Co-op
7 min readFeb 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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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띠는 2017년 서울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서울시와 함께 민주주의 서울플랫폼을 기획,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섯 회에 걸친 민주주의 서울 2018 결산리포트를 통해 지난 한 해 민주주의 서울을 운영한 과정을 정리하여 공개합니다.

#1편 — 민주주의 서울의 설계도를 공개합니다
#2편 — 시민의 일상에서 정책을 길어 올립니다
#3편 — 왜 시민의 의견을 물을까요?
#4편 — 시민의 손으로 공론장을 만듭니다
#5편 — 민주주의 서울을 오픈소스로 공개합니다

👋서울시가 ‘먼저’ 묻습니다

서울은 천만 인구가 사는 메가시티다. 그래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효율성을 위해 시민 다수의 의견을 묻기보다 전문가와 공무원의 판단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그걸로 충분할까? 천만 서울시민들의 실제 일상과 간극이 존재하지는 않을까?

민주주의 서울은 상상했다.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릴 때 서울시가 시민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볼 수 없을까? 서울시가 ‘먼저’ 대화를 청하고, 그 대화에 시민 여럿이 참여해 함께 토론하는 공론장을 연다면?

민주주의 서울은 ‘서울시가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이러한 방식의 새로운 공론장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서울을 바꿀 정책들을 가진 서울시 부서들이 지혜를 나눠줄 시민들을 찾아가는 방식의 새로운 대화를 시작해 보는 것이다.

2018년에 진행한 5회의 ‘서울시가 묻습니다’

💁‍♀서울시가 ‘무엇’을 묻는다는 걸까?

‘서울시가 묻습니다’는 서울시의 각 부서가 정책을 만들기 전 시민들의 생각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민주주의 서울의 공론장이다. 서울시의 각 부서는 민주주의 서울을 통해 앞으로 만들고자 하는 정책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시민들의 생각을 묻고, 이에 대해 시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 서울시 부서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더 나은 정책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민주주의 서울을 통해 시민들과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 서울은 각 부서의 질문이 시민들에게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공론장을 기획, 설계한 뒤 온라인, 오프라인 토론장을 열어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한다. 전체 과정으로 봤을 때, 민주주의 서울은 시민과 서울시 각 부서의 소통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맡는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가 묻습니다는 시민의 목소리륻 듣겠다는 서울시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장이기도 하다. 분명한 질문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거기서 듣는 시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대화의 출발점이 서울시 각 부서라는 점, 그리고 시민과 서울시 사이에 오고 가는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기존에 서울시가 시민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듣고, 답변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던 소극적 소통 방식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서울시가 묻습니다 프로세스

🔦사례로 보는 서울시가 묻습니다 :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하면 어떨까요?

지난해 서울시가 묻습니다를 통해 공론화한 질문은 총 5가지이다. 그 중에서도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하면 어떨까요? (이하 비상용 생리대 설치)는 서울시가 묻습니다가 어떤 효과를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비상용 생리대 설치에 관한 질문을 처음 던진 건 서울시 여성정책실이었다. 여성의 일상 생활을 개선하는 정책을 발굴하고 만들어 내는 여성정책실은 공공기관 비상용 생리대 설치라는 정책을 놓고 몇 가지 질문을 가지고 있었다.

  • 과연 시민들은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하는 이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 우리가 미리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은 무엇이 있을까?
  • 이런 정책을 시행하기에 우리 사회는 과연 준비가 된 걸까? 사회적 여론은 어떨까?

이러한 고민을 하던 중 여성정책실과 민주주의 서울이 만났다. 그리고 정책을 무작정 시행해 위험성을 높이기 보다 서울시가 묻습니다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과 반응을 먼저 살펴보고 추진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 결과 92%의 시민들이 공공기관 화장실 비상용 생리대 비치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을 보내주었다. 물론 생리대 도난이나 남용에 대한 우려로 반대 의견을 나타낸 시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사업에 대한 다수 시민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서울시의 ‘서울특별시 성평등 기본조례’를 개정하고, 10개 공공시설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때 반대 의견에 담겨 있던 시민들이 지적한 우려점들도 잊지 않고 생리대 도난과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들도 꼼꼼히 마련해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공공기관 화장실 비상용 생리대 비치 사업은 연말까지 진행된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에는 정식사업으로 확대되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공공기관 비상용 생리대 비치 정책을 실시할 예정이다.

출처 : http://www.seouland.com/arti/PRINT/4016.html

이렇듯 서울시가 묻습니다는 부서가 정책 시행 전 갖고 있는 고민과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시민들이 보내준 의견으로 정책을 미리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으며, 정책이 만들 변화의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묻습니다에서 만난 시민들의 찬성과 지지는 각 부서 담당자가 정책을 이전보다 더 힘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미 다 짜여진 각본 아니야?

어떤 정책을 가지고 시가 시민에게 먼저 질문했다면 ‘혹시 벌써 정해진 답이 있는 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묻습니다는 정해진 답을 향해 토론이 흘러가는 구조가 아니다. 그러한 사례로 ‘따릉이 헬멧 착용 의무화’ 관련 서울시가 묻습니다를 살펴보자.

지난해 9월, 자전거 안전모 의무 착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 도로교통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이 법에 의하면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의무적으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찬반 양측의 논쟁이 있었고, 서울시는 서울시가 묻습니다를 통해 따릉이 헬멧 착용 의무화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여의도 이용소에서 헬멧 무료 대여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동시에 서울시가 묻습니다를 통해 시민들의 헬멧 착용 의무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3,000명 가까운 시민들이 참여했고, 88%가 헬멧 착용 의무화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헬멧 착용 의무화로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목적은 이해하지만 헬멧이 근본적인 해결법은 아니라는 게 대다수 시민들의 의견이었다. 이러한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서울시는 헬멧 착용 의무화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또한 여의도 등 시범적으로 운영하던 헬멧 무료 대여소를 폐쇄하고 현재 안전한 도로 문화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이미 정해진 답이 있었다면 서울시가 준비하고 있던 헬맷 착용 의무화 찬성으로 시민들의 의견이 쏠렸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묻습니다 진행 결과는 그렇지 않았고, 해당 부서는 이미 준비하고 있던 사업을 재검토 하기로 했다. 각본없는 서울시가 묻습니다는 시민 토론 결과를 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틀로 삼아 이미 추진하던 정책도 수정, 보완한다. 그 결과 시민의 일상에 보다 가까운 발전된 정책이 만들어지고, 시민은 그 정책을 통한 높은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서울시가 묻습니다’가 ‘상식’이 될 수 있도록

2019년 서울시가 묻습니다는 더 많은 부서, 기관과 함께 다양한 주제와 방식을 도입하여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가 묻습니다가 단순한 정책홍보나 시민참여 이벤트가 아닌,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꼭 거쳐야 할 기본 과정이 되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하기 어려운 시민의 의견을 접할 수 있는 창구로 오프라인 토론을 더 많이 개최할 예정이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라는 겸손하고도 적극적인 자세를 씨앗으로 삼아, 서울시가 묻습니다는 앞으로도 빠띠와 함께 새로운 싹을 계속해서 틔워낼 것이다. 서울시가 시민의 삶을 생각하는 한, 더 나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한 질문은 끊임없이 시민들을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자세가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이 되는 게 더 나은 민주주의 세상을 만드는 가장 상식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던질 수많은 물음표들을 계속해서 기대해 본다.

— 민주주의서울 2018 결산 리포트 시리즈는 빠띠와 최지은 님이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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