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동대문 젠트리피케이션: 기술 노트

Seoul Libre Ma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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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in readAug 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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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룬, 소원영

일반적인 지도는 제작 당시의 공간을 다루며, 지금 여기에 실재하는 것들을 기록한다. 시간이 지나 사라진 것들은 지도에서 사라지고 새로 생겨난 것이 그 자리를 메꾸는 방식이다. 기록들이 누적되면 역사가 되고, 이러한 기록의 시간 축을 따라가다보면 특정 장소에서 일어났던 여러가지 일들을 시간순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리슨투더시티는 <청계천, 동대문 젠트리피케이션>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한다. 지도는 언제나 실재하는 것만을 기록해야 하는가? 이와 관련하여, 개인의 기억 또는 집단의 사회적 기억은 어떤 방식으로 지도에 기록되는가? 온라인 디지털 지도에서 특정 장소의 역사를 기록하고 드러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모든 기록의 역사가 그렇듯이, 일부러 역사에 기록하지 않은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기록 과정에 대한 이와 같은 질문들은 <읽고 쓰는 오프라인 맵핑>과도 맞닿아 있다. 청계천·동대문 노점상들의 기억 지도에는 노점상 개개인의 시간과 역사가 녹아들어 있다. 길게는 30년 이상 노점을 운영한 상인들의 기억은, 오픈 지도 진영이 마주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인 “역사 기록으로서의 지도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요청한다.

오픈스트리트맵 커뮤니티에서는 이처럼 사라진 장소에 대한 데이터를 아카이브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지만, 현재 활발하게 유지되고 있는 곳은 드물다. 오픈 히스토리컬 맵은 그 노력 중 하나로, 이미 사라져버린 지형지물에 대한 지도 데이터를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안한다. 오픈스트리트맵과 다른 모든 것이 동일하고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컬럼이 있다는 것만 다르다.

start_date=* and end_date=*

데이터베이스의 구조가 거의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 OSM에서도 완전히 같은 방법으로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이 가능하다 — 이 플랫폼은 OSM의 여타 사이드 프로젝트들과 달리 OSM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별개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데, 이는 현재 존재하는 지리정보를 다루는 오픈스트리트맵과 상충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인 것으로 보인다. 또는 댄 파이퍼의 워크숍에서 언급되었던 후즈온퍼스트 프로젝트와 같은 시스템을 응용해 사라진 공간을 위한 데이터 플랫폼으로 새롭게 고안할 수 있다. 오픈스트리트맵이 한 장의 지도로 표현될 수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시각화라는 관점에서 리슨투더시티가 기록한 기억 지도와 같은 데이터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시각화되어야 할 것이다.

반면 리슨투더시티가 둘째 날 진행한 청계천 맵핑은 오픈스트리트맵에 바로 기여가 가능한 성격의 데이터셋이므로, 워크숍 당일 바로 OSM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었다. 다만 수문의 위치가 청계천의 도보 위에 바로 있는 것처럼 기록되어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수정 작업이 필요하다. OSM에 기여된 청계천 수문과 비상 계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리슨투더시티의 청계천 지도는 <서울자유지도>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청계천 맵핑의 기여 결과물: 보행로 (하양-빨강 점선) 주변에 탈출 사다리와 수문이 맵핑된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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