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웹3 답사기] 텍사스 오스틴 Consensus 2022

everytreeisblue
Superblock
Published in
13 min readJun 30, 2022

본 글은 단순 정보 제공을 위해 작성 되었고 투자, 법률, 자문 등 어떤 부분에서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를 추천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본문의 내용만을 바탕으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마십시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일명 ‘윈터’가 왔다고 하지만, 컨센서스 2022의 현장은 뜨거웠다. 사람들의 열정이 뜨거운 걸 떠나서 일단 날씨가 진짜로 너무 뜨거웠다. 이번에 오버랩스(Overlabs, 구 슈퍼블록)에서는 필자와 김건영(Kay)님이 6월 9일부터 12일까지 코인데스크가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최한 컨센서스 2022에 참석하였다.

지난 몇달간 무서운 성장과 위기가 빠른 템포로 발생하며 블록체인 생태계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컨센서스 2022는, 잠깐 한 템포 쉬어 지금까지 블록체인이 걸어온 여정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갈 수 있는 기회였다. 컨센서스 2022에 참여하면서 필자가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해 고찰해본 점들에 대해 솔직하게 담아보고자 한다.

The bazaar of ideas and knowledges

필자는 지난 2월 ETH Denver 2022에도 다녀온 바 있으며, ETH Denver 2022 답사기 글에도 사실 같은 소제목을 사용했다. 이더덴버의 분위기는 ‘무질서' 그 자체였으며 모두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지식을 주고받는 야시장을 떠올리게 만든다고 썼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컨센서스 2022가 더 무질서했다. 애초에 ‘이더'덴버와 다르게 ‘블록체인' 그 자체에 대한 컨퍼런스이기에 세션의 주제와 참여자들도 훨씬 더 다양했고, 행사가 진행되는 베뉴의 사이즈도 훨씬 컸으며 사이드 이벤트들도 몇배는 많아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되기도 했다.

컨센서스 2022의 메인 베뉴였던 오스틴 컨벤션 센터 안에는 양 끝에 커다란 스테이지가 있고 그 한 가운데에 커다란 푸드존과 100 여개의 기업 부스들이 마련되어있었다. 지난 이더덴버때는 마치 동묘 옷시장처럼 티셔츠와 굿즈를 정신 없이 주고받는 분위기였다면 이번 컨센서스 2022는 굿즈 분배보다는 대화와 체험의 기회가 더 많은 장이었다. 각 부스에 방문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또 부스들 사이사이에 네트워킹을 위한 자리와 음료 부스들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 점이 좋았다.

NFT

PFP를 유리에 그려주는 로봇

특히 NFT와 관련하여 재밌는 체험 부스들이 많았는데, 자신의 pfp를 제출하면 유리에 직접 그려주는 봇이 인상 깊었다(필자도 신청했는데 누락되었는지 안 그려주더라). 작년 한해 동안 붐을 일으켰던 NFT인 만큼 여전히 세션 주제로도 적지 않게 거론되고 다수의 부스들도 생겼지만, 부스 이외의 장소에서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눌땐 상대적으로 많이 거론되지 않은 것 같다.pfp 프로젝트와 같이 NFT 그 자체가 중심인 프로젝트보다는, 다른 궁극적인 사업 모델 혹은 목표가 있는 프로젝트에서 NFT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사람들의 관심이 명확하게 넘어간 추세였다. 대다수의 뚜렷한 목적성 없이 판매를 통한 돈벌이가 주목적인 NFT 프로젝트가 만능 단어 ‘커뮤니티 가치’를 내세우며 자기 프로젝트를 정당화하곤 하지만,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개인 견해이다. 최근 비탈릭 부테린이 제시한 SBT(Soulbound Token)도 이런 움직임 속에서 탄생했다. 개인의 평판, 과거 행위, 아이덴티티를 저장하는 SBT를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신용대출을 하고, 중앙화된 기관 없이 온체인 데이터를 통해 공평하게 평가 받는 DeSoc(Decentralized Society)를 구축한다는 아 아이디어에서, SBT는 DeSoc라는 최종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수단일 뿐이다. 물론 웹 2.0이나 NFT도 가장 첫 시작 때는 탈중앙화를 외쳤지만 결국 자기 스스로가 타파하고자 한 또 다른 중앙화된 주체가 된 것과 같이, SBT의 첫 취지는 이렇더라도 향후 어떻게 변할 지에 대해선 열린 시각으로 지켜보고 있다. 예를 들어서, SBT를 통해 개인 신용도나 평판을 평가 받는 세상 속에서 SBT 발행주체들이 과연 진정으로 탈중앙화될 수 있을까? 누구나 자신의 과거 직업, 교육, 대출 이력을 담고 있는 SBT를 통해 공정하게 평가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발행된 SBT를 다 동등하게 취급해주는 서비스가 과연 존재는 할까? 그렇다면 또 다시 소수의 발행 주체를 위주로 시장이 조성되지는 않을까? 깊이 생각해봐야할 문제이다.

Told you so… Institutions are coming

필자는 올해 초 이더덴버에 다녀온 이후, 기관들의 Defi 유입이 막 시작하려고 하고 있으며 향후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컨센서스 2022에서 기관 유입의 가속화를 더 실감할 수 있었다. 세션에는 “New Models for Market Making, Custody and Other Institutional Demands”, “Putting Your Digital Assets to Work with Staking: a Primer for Retail and Institutional Investors”, “Bitcoin’s Role in Institutional Strategy” 등과 같이 기관들을 대상으로 주제들의 세션이 많이 있었다. 메타마스크에서는 크립토 펀드, 마켓메이커, 트레이더들을 위해 최적화된 기능들을 제공하는 기관용 지갑 Metamask Institutional을 선보이며 부스를 열었고, 이외에도 기관들의 자금을 받아 투자를 진행해주는 펀드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이번 컨센서스에서는 블록체인 분야의 기업이 아닌 전통권에 있는 사람들이나 암호화폐에 대해 궁금하여 알아보고 싶어 왔다는 사람들을 복도와 파티에 오고가며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최근 테라 사태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기관들은 오히려 지금이 광기와 거품이 물갈이되어 보다 더 객관적인 판단 하에 진입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하는 거일 수도 있다. 기관들의 진입이 불가피(inevitable)하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 것처럼 기관들의 유입은 블록체인이 앞으로 걸어나갈 여정에서 집중해야할 대목이다.

Post Terra

Looking Beyond the Terra Rubble: What’s Next for Crypto? 세션 현장

컨센서스 2022가 열리기 불과 1달 전에 터진 블록체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인 테라 사태의 여파도 아무래도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6월 10일에는 메인 스테이지에서 “Looking Beyond the Terra Rubble: What’s Next for Crypto?”라는 주제의 패널 토론이 메인 스테이지에서 열렸다. 테라 사태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블록체인 자체의 반성과 응원을 전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세션이었다. Morgan Creek Capital의 CEO Mark Yukso는 “It literally went from Luna to Terra.(말 그대로 달에서 땅으로 추락했다)”라고 운을 떴다. 그는 테라 사태 이후에 본격적으로 찾아온 윈터는 오히려 Bad Things를 걸러낼 수 있는 좋은 때라고 말하며, 기존 웹 2에 있던 다양한 인재들과 프로젝트들이 블록체인으로 유입되게 되면서 지수적 성장이 시작될 때가 분명히 올 것이며 이때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DCG(Digital Currency Group)의 투자팀 헤드는 오히려 지금만큼 자신이 블록체인에 대해 bullish했던 적은 없다고 말하며, 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금까지의 핀테크(fintech) 서비스들은 문제점이 존재하던 기존의 금융 시스템을 그대로 가지고 그저 좋은 프론트엔드와 UI/UX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며, 블록체인이 근본적인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성과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핀테크, 아니 테크핀(techfin)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는 견해가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테라 사태가 많이 거론되기는 하는 동시에 또 사람들이 생각보다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한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라고 말할 수 있는 과거 사건으로 덮어두고 모두 미래에 대해 열렬히 이야기했다. 비탈릭 부테린은 자신의 블로그에 “크립토 세계는 끝없는 성장의 가정에 의존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현실 세계에서 일반적인 경제보다 훨씬 더 높은 리턴을 제공하는 것은 비정상적일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번 테라 사태 이후 많은 사람들이 폰지 구조 없이 정상적인 선 안에서 달콤한 고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없으며 근본에 집중해야한다는 것에 공감하게 되었을 것이다. 지난번 긴 윈터가 왔을 때 블록체인 산업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이자농사를 내세운 Defi였다. 하지만 오늘날 거버넌스 토큰을 통한 고수익을 내세워 사람들을 끌어모았던 Defi의 마케팅 내러티브에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넘어가지 않는 추세이다. 다시 한번 하락장을 맞게 된 블록체인계에 새로운 불꽃을 지필 수 있는 아이디어는 무엇일지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찾고 있었다.

Time to Build

텍사스에는 자전거 인력거가 교통수단으로 많이 쓰였다. 사진은 강아지가 귀여워서 그냥 넣었다.

블록체인이 밟아야 할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우리는 어디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아무도 그 정답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 답을 찾아야한다는 사명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었다. “It’s time to build”. 이번 컨센서스 2022에서 복도와 파티들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하락장이 왔지만 오히려 이때야말로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만들어갈 때라는 것이다. 필자도 사실 이번이 처음 겪게 되는 윈터이지만, 주변 동료 및 선배들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이전 윈터 때는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의 지속 자체에 확신을 잃었으며 떠나갔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번 윈터는 이전 윈터와는 다르게 블록체인 자체에 대한 확신을 잃지 않고 오히려 다음 단계를 위해 착실히 준비할 수 있는 시기로 여기는 듯 보였다. 사람들의 투기 심리, 그리고 자신이 산 이후에 더 많은 사람들의 수요에 의한 가격 상승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나와야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지속가능한 토크노믹스'에 대해 이야기를 해오고 찾아왔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문득 든 생각은, 애초에 지속가능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비단 토크노믹스뿐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와 기업이 그 자체로 지속 가능한 것은 없다. 모두 치열하게 새로운 기회를 찾아 전략을 수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감으로써 ‘생존'해나가는 것이다. 현재 아마존, 넷플릭스, 삼성과 같은 기업들의 사업 모델이 과연 처음부터 완벽하게 ‘지속가능'했던 것일까? 아니다. 살아남은 것이다. 블록체인 산업도 지금까지는 워낙 새로운 분야였기에 토큰을 발행하고 서비스를 런칭하면 많은 이들이 몰려들었다. 그 후 대다수의 서비스들이 지속가능성을 토크노믹스에서 찾았지만, 사실 토크노믹스는 만능이 아니다. 다음 스텝인 Mass Adoption을 위해서는 끝없이 성장하고 타인의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에 의존하여 수익을 내기 위한 돈놀이가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 실질적으로 ‘쓸모 있고', ‘필요하고', ‘재밌는’ 프로젝트들이 나와야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전적 보상을 떠나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무엇일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집중하고 있었다. 이번 컨센서스 2022에서 체감상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키워드는 게임으로 느껴졌다. 비단 게임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존에는 XX to earn이라고 하여 금전적 보상을 내세워 유저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Earn이 유저들의 근본적인 목적인 프로젝트들에서 그 엔드게임은 매도를 통한 현금화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처음부터 Earn을 바라보고 들어온 참여자들은 Earn이 흔들리면 곧 떠나가고 만다. 혹여 금전적 보상이 없더라도 실질적인 재미와 가치 창출을 통해 유저들이 계속 사용하고 참여할만한 프로젝트나 나와야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웹 2 세상에서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물론 돈이 주목적인 인플루언서와 같은 사람들도 있다) SNS, 게임, 커뮤니티에 참여하지 않는다. 본질적인 소속감과 재미, 그로 인한 자아 충족이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은 아니었을까? Earn은 이러한 본질을 똑같이 충족하는 과정 속에서 플러스 알파 요소가 되어야지, 프로젝트의 첫 시작점이 되면 안된다고 본다.

Optimism in Pessimism

오피셜 오프닝 파티의 현장

암호화폐 시장의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열린 컨센서스 2022였지만, 현장 속의 분위기는 오히려 뜨거운 축제와 같았다. 마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고, 모두 반짝거리는 눈으로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장에는 남녀노소에서 더 나아가 웹 2 or 3을 불문하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할지에 대해서 열띈 토론을 벌였다. 비관적인 상황 속에서 동떨어져 낙관주의자들이 모여 즐기는 파티와도 같았다. 하지만 동떨어진 낙관주의자들의 파티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발전되어 바깥으로 나가, 바깥 세상을 바꿀 것이다.

Carlota Perez가 기술의 발전에 대해서 쓴 책 Technological Revolutions and Financial Capital: The Dynamics of Bubbles and Golden Ages에서는 버블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첫번째는 튤립 버블과 같이 단순히 광기와 greed에 의해 일어나는 버블이고, 두번째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의 부상과 산업 구조 변화의 일환으로 일어난 ‘테크 버블'이다. 모든 ‘테크 버블’은 초기에는 greedy한 금융 자본이 모여들어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모든 기업이 살아남아 지속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붕괴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한 greed에 의한 버블과 다른 점은, 그 과정에서 그 산업의 지속에 필요한 인프라가 구축된다는 점이다. 이 때 구축된인프라는 이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새로운 산업 구조가 자라는 토대가 된다. 18세기 산업혁명의 시작 이후, 초기의 운하 인프라, 19세기의 철도 인프라, 20세기의 화학, 전기, 대량 생산 인프라, 21세기의 인터넷 인프라가 모두 이러한 과정으로 구축되었다. 필자는 블록체인도 지금 이러한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개인 프로젝트로 봤을 때는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들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향후 블록체인 산업의 토대가 다져질 것이고, 블록체인은 향후 세상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Contact information

email : ricky@overlabs.io

twitter : @SatoshiN0bunaga

telegram : @SatoshiN0bunaga

--

--

everytreeisblue
Superblock

everytreeisblue.com 개인 홈페이지에 앞으로 모든 글을 업로드합니다. 더 이상 미디엄 사용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