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과 인간의 일상,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Sujung An
Unusual Suspects Festival Seoul
18 min readNov 30, 2018

# 언서페에서 만난 미래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

Intro. 어느날 갑자기,

“핸드폰이 안되더라고요. 피자 가게가 유선도 KT, 인터넷 이것도 KT. 안 돼요. 다 안 돼, 모든 데가 안 돼요. 안 돼요. 같이 오전에 있다 친구와 나갔는데 원래 사람 많은 고깃집인데 사람 한 명도 없는 거예요. 어떻게 된 거예요 그랬더니 오늘 카드가 안 돼서. 그래서 카드가 안 되면 어떻게 해요. 현금 뽑으러 가잖아요. 현금 뽑으러 갔는데 현금이 안 나와요. ATM이 안 돼요.”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일부 발췌

며칠 전, KT 서대문지사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인근 KT 이용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핸드폰을 비롯한 통신과 단절되었다. 사람들은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을 디지털 난민으로 칭하기도 했다. 데이터 연결이 끊어져 안내 문자도 받지 못했고, 자신의 핸드폰이 고장났나 수십번씩 데이터 버튼을 다시 눌렀다고 한다. 다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단절’에 알 수 없는 불안을 느꼈다고 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발전된 기술이 삶을 이렇게 잠식했구나 생각하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119전화가 먹통이 되어 생명을 잃기도 했다.(관련 기사)

다가올 미래 기술에 대한 언론 보도가 쏟아진다. 4차 산업혁명과 미래기술이 인간을 더 편하고 살기 좋게 만들 것이라 말하고, 또 한편에서는 우리 삶을 불안하게 하고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 지적한다.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이 안겨준 충격 이후, 며칠 동안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는 알파고였다. 인공지능, 무인자동차 다가올 미래 기술이 쏟아진다.

하지만, 사실 우리 주변은 그 속도만큼 변하지 않았다. 우리가 다니는 길,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풍경은 아직도 몇 년전 그대로 인 것 같다. 하지만 KT 화재 사태로 우리가 경험한 인간의 기술 의존성과 그 영향은 우리의 상상 이상 이었다. 다가올 미래 기술에 대한 상상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수많은 기술이 우리 삶의 전반으로 스며들어있었다.

11월 1일 ~ 3일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이 열렸다. 언서페의 기록자로 참여하고 있는 나는 어떤 세션에 참여할까 곰곰히 생각했다. 인공지능? 미래 기술? 사실 익숙치 않아서 내겐 언유주얼한 세션들이었다. 내게는 막연한 불안감으로만 자리 잡은 미래기술이 나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알아보기 위해, 아래 두 개의 세션에 참여했다.

  • <How can artificial intelligence strengthen human relationships?: 어떻게 인공지능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증진시킬까?> 에서는 인공지능이 발달하게 될 향후 10년의 미래를 상상하며, 미래기술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함께 논의하는 세션이다. AI가 인간의 관계와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하고 이야기 나누고 논의를 바탕으로 AI를 공동 창작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하니, 나와 같은 기알못(기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참여했다.
  • <레스토랑데이: 도시사용 라이선스 디자인하기>는 콜라보레이터 사전 인터뷰를 통해, Dark matter labs 강은지님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중심 도시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상할 수 있을지 직접 참여해서 경험하고 싶었다. 새로운 기술과 시민참여의 시대에 인간중심의 도시 거버넌스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 두개의 세션은 미래기술과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관계를 맺을지 질문했다. 미래기술이 사람들에게 어떤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지, 방법은 무엇인지 함께 모여 상상하는 공동 창작의 시간이었다.

일상 곳곳에 스며있는 AI(artificial intelligence)

“E-mail, 지도앱, 음악스트리밍 서비스, SNS 서비스하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요?”

언서페 세션 두번째 날 열린< How can artificial intelligence strengthen human relationships?: 어떻게 인공지능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증진시킬까?> 세션 참여자들이 받은 첫 질문이었습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참가자들에게 진행자 Megumi Koyama(SIX)는 한번 더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기서 혹시 처음 본 것 있으세요?”

이 모든 것 AI 즉, 알고리즘을 통해서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입니다. AI가 알파고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법한 로봇이라고만 생각했던 저는 이미 우리 삶과 일상 곳곳에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꽤 놀라웠습니다.

미래를 상상하기 위하여 모인 사람들 ⓒ 씨닷

SIX와 이 세션을 공동으로 기획한 연세 데시스 랩(Yonsei DESIS Lab)의 백준상 교수(연세대학교 생활디자인학과) 는 AI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로 세션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AI가 어떻게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것인지는 크게 2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AI가 사람들의 관계를 파괴하거나 사람들을 지배하는 등 디스토피아로 그려진 공상과학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정적인 관점이 우세한 듯 보이는데요. 인류를 파괴할 12가지 도전에 AI가 포함될 정도로 AI에 관한 지배적인 관점은 부정적인 것에 놓여있는 것 같기도 하죠.

한편, 우울증 환자들에게 대화를 거는 챗봇/우울증 진단을 위한 앱 등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또 저희 랩에서도 독거노인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스마트 집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AI가 사람의 관계를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진 않을까요?” — 백준상

백준상 교수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사용자의 관점에서 디자인 하는 것을 강조했는데요. 그래야 사용자가 좀 더 권력을 가지고 기술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로봇이 지배하는 미래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기술들을 어떻게 디자인 하고 활용하여 우리 삶으로 스며들게 할 것인지 기술을 사용할 사람들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죠.

참여자의 대부분은 서비스디자인 전공 학생들, 인공지능을 공부하는 학생들이었습니다. 학교 근로 시간에 맞물려 우연히 참여하게 된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인공지능이나 서비스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들 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모인 자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함께, 공동으로 만든 미래의 AI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팀을 이루어, ‘2018년 당신을 잠 못이루게 하는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총 4팀이 만들어지고, 저도 한 팀에 속해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지금 나를 잠 못 이루게 하는 사회 문제는 무엇인가요? ⓒ 씨닷

“제 경우에는 SNS 문제를 이야기 하고 싶어요. SNS가 발달하다보니, 누구와도 쉽게 연결된 것 같아요. SNS에서 나의 친구 혹은 건너 건너 알게된 사람들의 지인이 제게 추천되기도 하더라고요. 제 SNS도 누군가에게 동일한 형태로 추천되어지겠죠? 괜히 좀 무서운 것 같기도 해요.” 참가자 A

“요즘은 사람들이 관계에서 일어나는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소개팅 하기 전에 미리 상대방의 SNS를 쭉 훑어본다고 하더라고요. 면대면 만남에서의 위험성을 줄이고자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의 조건에 맞춘 데이팅 앱이 인기인가 싶기도 해요.” 참가자 B

“사회의 전반적인 신뢰도 자체가 많이 떨어진 느낌이예요. 흉악 범죄 같은 경우도 예전에는 뉴스를 통해 접하는 정보가 대부분이었으면, 요즘은 온라인 상에서 훨씬 더 상세하게 내용이 전달되는데, 그게 더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 같아요.” 참가자 C

제가 참여한 팀은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전반적인 사회적 신뢰도 하락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사회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면서 생겨난 AI서비스, 상품은 어떤 것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는데요.

안심거래 서비스, 조건맞춤형 데이팅 앱, 범죄율이 높은 지역을 알려주고 귀가길의 안전도를 알려주는 앱, 심리상담 서비스 앱, 챗봇 앱 등 좀 더 안전한 환경을 누리기 위한 다양한 앱들이 있음을 공유했습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감소시키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살펴보니, AI가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이 같은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지금으로부터 10년이 흐른 2028년 우리는 어떤 사회, 어떤 환경에 놓여있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지금 시대를 풍미한 것 처럼 너무 기술이 발전하니 오히려 반작용으로 레트로가 유행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old&new가 새로운 형태로 조합이 된 모습 말이예요. 예전 시대의 감수성이 또 하나의 유행처럼 그 사회 전반에 있지 않을까 해요.” — 참가자 D

“요즘은 내가 접속하던 컴퓨터가 아닌 곳에서 메일링 서비스에 접속하면, 본인 확인 메시지가 함께 오거든요? 그것처럼 내가 신용카드를 쓰는데, 내 주요 행동반경이나 행위를 벗어난 소비 행위가 생기면 그것도 내가 쓴 것 맞냐고 되묻는 메시지가 올 것 같아요.” — 참가자 C

“그런데 또 한편 기술 발달로 발생하게 되는 기술 격차는 어떻게 할까 고민이 들기도 해요. 서울시 따릉이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할 때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어르신들이 와서 따릉이 어떻게 이용하면 되는지 제게 물어본 경험이 벌써 꽤 되는 것 같아요. 우리도 나이가 들면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기 힘든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아요. AI 기술을 배우는 AI가 필요한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 참가자 B

지금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하는 문제, 이와 관련된 현재의 기술과 서비스, 향후 필요한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미래 AI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프로토타이핑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미래 AI는 어떤 모습일까요? ⓒ 씨닷

‘AI의 목소리는 남자여야 할까? 여자여야 할까? 혹은 중성적이어야 할까?’, ‘AI가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일은 무엇이고 아닌 일은 무엇일까?’ 등 AI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주해야 하는 윤리적인 문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미래AI를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몇몇 팀에서 만든 프로토타입을 공유하며, 시간을 마무리했는데요.

“사회적 고립 이슈를 풀기 위해, 공동 노인정을 구성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체크할 수 있는 AI를 디자인했다. 필요한 사람들과 공공의 자원을 연결해주는 기능을 통해 사회적 고립감을 감소시키도록 하고자 한다.” -1팀

“헬스케어 영역을 주제로 했고, 고령화사회에서 노인층을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하여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 위급 상황에 병원으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가사 기능을 일정 정도 부담할 수 있는 AI이다. 두 가지 타입으로 외관을 디자인해보았는데, 하나는 인간형이고 하나는 고양이형이다. 너무 사람을 닮으면, 오히려 두려울 것 같다고 해서 고양이와 닮은 모습으로 하되 좀 더 추상적인 모습으로 만들어보았다.”- 3팀

세션을 마무리 하며, Megumi는 이런 논의가 왜 필요한지를 재차 강조했습니다.

SIX의 Megumi ⓒ 씨닷

“AI가 전문가들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을 활용하고 일상에 영향을 받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이 관련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너무 필요하다. 우리들이 AI를 만들면서, 어떤 경로로 어떻게 기술이 디자인 되는지를 경험하고, 어떻게 활용될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새로운 미래 기술을 받아드리고 관계를 설정하는데 중요한 점이 될 것이다.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 하는 과정은 답이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새로운 실험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죠.” — Megumi

새로운 기술과 시민참여의 시대에 도시 거버넌스는 어떤 모습일까?

앞서 소개한 인공지능 세션과 더불어 기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시스템 정책이나 인프라를 어떻게 디자인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레스토랑데이: 도시사용라이선스 디자인하기>는 앞서 사전 인터뷰(서울,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도 진행하였던 터라 더 관심이 갔습니다. Dark matter labs에서 system designer로 활동하고 있는 강은지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좀 더 인간 중심적인 도시 거버넌스에 대한 상상에 동참해 보고 싶었습니다.

레스토랑데이: 도시사용라이선스 디자인하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도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인간중심의 미래의 거버넌스 모델은 무엇인지 궁금했다는 참여자들이 모였습니다.도시계획이나 교육을 전공하는 학생들부터 마을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 시민참여를 고민하는 활동가까지 어느 세션보다 참여자의 범위가 언유주얼 했던 세션이기도 합니다.

세션은 인간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기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캠브릿지 아메리카 스캔들(관련 기사)은 페이스북 이용자 5천 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데이터 스캔들인데요. 유출된 개인정보가 미국 대선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조직과 개인을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네트워크로 연결했습니다. 이러한 연결은 미투운동, 아랍의 봄처럼 상상하기 힘든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하지만 캠브릿지 아메리카 스캔들 처럼 사람들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그렇게 정보를 모으고 규제하는 역할은 누구의 몫일까요?

Dark matter labs의 강은지 ⓒ 씨닷

“4차 산업혁명시대,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망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고 예측하여 예방하는 기술까지 나아와 있다. 그러니 기존 관료주의제도 하에서의 규제나 통제 자체가 불필요해지는 때가 올 수 있다. 다양한 조직과 네트워크가 등장하면서 행정기관의 대표적인 규제 정책이 오히려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사회 구조 하에서 가능해지진 않을까요?” — 강은지

세션 콜라보레이터 강은지님은 기존의 위계적 거버넌스 구조에서 벗어날것을 요구하며,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와 문제를 획일화된 통제 시스템으로 혹은 한 가지 프로젝트나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모인 사람들이 함께 도시 시민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의견을 나누고 우리의 대안을 논의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에 대한 상상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오늘 이 대학로의 교통 규제 정책에 대해 한번 상상해보자. 1세대 거버넌스에서는 대학로 앞 도로 속도를 50km로 제한한다고 해보죠. 국가가 일방적으로 규칙을 정해요. 시속 50km를 초과할 경우, 시장의 원리에 따라 10만원의 과태료를 부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같은 규칙은 이미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정부기관에 의해서 어떤 통제가 가해질지가 일방향적으로 정해둔 것이죠.

그렇다면 2세대 거버넌스는 어떨까요? 출퇴근길에 따라 속도 제한이 달라질 수 있어요. 데이터를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해서 도로의 통행량을 분석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2세대 거버넌스에서 정부는 데이터로 무장한 정부가 됩니다. 1세대 거버넌스는 속도위반에 대한 신호를 모은 후 다시 안내하는 방식이었다면 2세대 거버넌스는 속도위반을 하는 순간 운전자에게 메시지가 갈 수 있어요.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보이고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우리가 오늘 상상하고자 하는 3세대 거버넌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저희 회사에서도 지금 상상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규제를 받지 않고, 개개인마다 다른 속도 제한을 갖고 도로를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태풍이 와서 저 도로에 나무가 쓰러져 있으니, 속도가 50km가 아니라 오히려 20km 정도로 천천히 달려야 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 강은지

발달한 기술을 사람들을 더 잘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쓸 것인가 혹은 사람들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쓸 것인가는 이 기술을 쓰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정부가 혹은 당연히 시장이 해야 하는 기능, 규제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 어떻게 투명성과 책임성을 획득할 수 있을지, 도시공간을 중심으로 새로운 거버넌스를 상상하기 위한 워크숍이 이어졌습니다.

도시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도시사용라이선스 디자인하기 With 인간중심적 거버넌스

만약, 그렇다면 말이죠 ⓒ 씨닷

“대학로에서 거리 축제를 한다고 상상을 해봅시다. 미래 가능성을 갖고 제가 상상한 시나리오를 먼저 이야기 드릴께요. 축제를 열기로 한 사람들끼리 합의한 거리축제 라이선스를 휴대폰으로 신청하고, 축제 진행을 위해 준수해야 할 것에 대한 디지털 선서를 진행해요. 셀카를 통해 나를 증명하고, GPS로 어떤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검색해요. 거리 축제를 열기 전, 유투브에서 제공하는 요리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위생 사항을 철저히 시키기 위한 사전 학습을 진행해요. lv1~10까지 트레이닝 프로그램마다 총 10개의 뱃지를 획득하면 위생적이고 안전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축제의 모든 데이터는 공공데이터 레지스트리에 저장이 되고, 문제가 생겼을 때만 데이터를 열어볼 수 있어요. 누구도 조작할 수 없는 블랙박스와 같은 것이죠.”

참여자들은 도시 사용 라이선스 디자인을 위한 요소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도시공간 활용을 위한 각 팀별 도시사용라이선스를 상상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도 상상해봅시다 ⓒ 씨닷
  • 오픈데이터: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야 할까? 어떻게 데이터를 보관하고 사용해야 할까?
  • 아이덴티티: 어떻게 나 자신이 나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핸드폰 잠금을 풀기 위해 나의 지문을 활용하는 등 나 자신임을 증명하는 방법에 대한 부분. 아이덴티티를 규정하는 개념자체가 다양해지다보니, 독일의 경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아이덴티티로 난민 대상으로 뱅킹 서비스를 개설하기도 했다.
  • 평판: 어떻게 좋은 행동을 장려할 수 있을까? 트립어드바이저는 평판을 통해 레스토랑의 순위를 부여하는 서비스이다. 이 평판이라는 데이터가 어떻게 조장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런던 2명의 청년이 페이크 레스토랑을 만들어서 자기 친구들을 동원해 평판을 조작하고 그 달 1등 레스토랑이 되었다. 그만큼 쉽게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어떻게 믿을만한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 장소: 어디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 추적성: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추척성은 투명성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의 기록이 다 저장되고, 누구나 접속해서 볼 수 있다면? 음식 하나를 스캔하면 음식이 농장에서 만들어진 순간 부터 레스토랑에 온 순간까지를 살펴볼 수 있다.
  • 준수: 어떻게 무엇이 합법적인지 알 수 있을가요? 만약 축제에 참여한 사람이 식중독에 걸렸다면, 그 책임은 누구의 몫 일까?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혹은 식재료 배달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까?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 허가: (도시공간 활용은) 누구로 부터 허가를 받을까? 공공 토지에 대한 열린 사용권은 누구로 부터 부여되어야 할까?
  • 기간: 어떻게 얼마나 이 라이선스는 지속할 수 있나? 그 기간은 누가 정할 수 있나?
  • 시민선서: 이 축제에 참여하는 시민의 책임은 무엇인가?

도시 사용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를 소개한 후, 각 팀 마다 ‘오늘 대학로에서 축제를 개최한다면?’의 주제로 도시 공간 사용을 위한 라이선스 디자인을 직접 구상해보았습니다.

학교 인근 동네 축제를 하려고 하는데요 ⓒ 씨닷

“커뮤니티 기반의 행사로 진행을 하되, 혹 축제에서 문제와 관련해서는 요리를 사는 사람들이 1%씩의 돈을 기부해서, 식중독이 발생했을 경우 치료비용을 시민보험 인수 방식으로 하면 좋겠어요.” — 선경

“배고픈 1인 가구를 위한 사일런스축제를 기획하려고요. 참가자들의 SNS등에서 빅데이터를 수집해서 사전에 참여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1인 가구에게 가장 그리운 음식, 엄마의 밥상을 차려주려고 해요. 다만 그 정보는 축제가 끝나는 즉시 폐기한다는 조건으로요. 신뢰할 수 있는 평판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음식을 다 먹고 난 표정 그리고 엄마 밥을 먹었으니, 엄마가 그리워서 엄마에게 전화한 횟수 등을 체크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하하. 그것만큼 정확한 게 있을까요? ” — 현진

어쩌면 엉뚱 하기도 한 이 대화와 상상이 모여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민주적인 도시 공간 활용에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 모델이 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에게 어떻게 도시 공간 사용을 허가를 받을 것인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 등 도시 공간 활용을 위해 던져진 다양한 질문들이 새로운 거버넌스를 상상하기 위한 근본적인 요소들이었습니다.

미래 거버넌스를 상상하는 일은 새로운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지를 상상하는 또 하나의 혁신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세번째 세대의 규제는 시민 혁신과 규제 실험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거버넌스의 미래를 설계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라이선스 디자인만으로 가능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새로운 거버넌스의 가능성을 상상하기 위한 작고 쉬운 단계/실험이 필요합니다. 레스토랑 데이가 그냥 재미난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 역시 하나의 블랙스완(일반적인 상식에 대해 반대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작은 하나의 실험이 또 다른 변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 강은지

다가올 미래에 우리는,

2 세션은 미래 기술이 다가올 때, 사람들과 기술 혹은 기술을 중심으로 한 관계에서의 상호작용, 권력이나 권한 체계를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를 질문하며, 일상을 살아갈 우리가 논의의 주도권을 갖고 상상하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2 세션을 보며, 다시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고도로 발전된 시대의 정보, 기술 사회에서 인간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혹은 어떤 역할을 대체하게 할 것인가? 어떻게 좀 더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와 같은 질문들 말입니다. 내 삶을 엄습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 보다는 내 삶에 다가올 변화에 주도적으로 반응하는 것, 어쩌면 예기치 못한 미래와 내일을 위해 우리는 좀 더 자주 대화하고 만나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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