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GL INSIDE] 혁신적인 수다 현장기록 — ‘Ventures with the Highest Impact: 정치 스타트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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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in readJun 27, 2016

지난 6월 22일 저녁, 와글의 이진순 대표가 코워킹 스페이스 카우앤독에서 ‘듣도 보도 못한 정치’라는 주제로 개발자 협동조합 빠흐띠, 시빅 해킹 커뮤니티 코드나무와 함께 새로운 정치참여에 대한 토크를 했습니다.

<가장 큰 임팩트를 지닐 수 있는 벤처, 정치스타트업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나눈 와글의 이야기와 함께, 현장에서 받은 질문과 답변들을 공유합니다!

Ventures with the Highest Impact: 정치스타트업의 미래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정치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정치 스타트업’은 가장 벤쳐러스(venturous: 모험적인, 무모한)하고 리스크가 많지만, 아주 작은 부분에서라도 무언가 성취를 이룬다면 광범위하게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분야입니다.

우선 사진을 몇 장 보실까요.

이 사람을 아는 분이 혹시 있나요? 뭐하는 사람 같아 보이나요?

(청중) 이번에 로마시장에 당선된 분 아닌가요?

오! 알고 계시는 분이 있네요. 다음 사진들도 볼까요.

변화하는 세계

이 네 사람의 공통점은 뭘까요? 바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물론 ‘그냥 정치’를 하는 분들은 아니지요.

처음에 보여드린 비르기따 욘스도티르(Birgitta Jónsdóttir)라는 분은, 아이슬란드 해적당의 원내 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해적당은 원내에 3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총선에서 해적당이 3석을 얻은 경우는 세계적으로 아이슬란드가 유일합니다. 놀랍게도 현재 아이슬란드에서는 해적당이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에서 보신 이 여성분이 유력한 차기 총리후보로 거론되고 있지요.

두번째로 보여드린 분은, 어떤 분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딱 3일 전인 지난 일요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시장으로 선출된 비르지니아 래지(Virginia Raggi)입니다. 정치경력은 아주 짧고, 이탈리아의 반기득권 정당인 오성운동 출신입니다. 오성운동은 기존의 양당체제와 다른 문법으로 정치를 하며 주목을 많이 받고 있죠.

> 오성운동 이야기 더 보기

세번째는 파블로 이글레시아스(Pablo Iglesias Turrión)라고 하는, 유럽 보수주의자들이 혐오하다시피 하는 인물이에요. (웃음) 그렇다면, 예상하시다시피 반대로 기층 시민들은 환호하겠죠. 스페인의 신생정당 포데모스의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 포데모스 이야기 더 보기

마지막으로 보여드린 아다 콜라우(Ada Colau)는, 사실 와글 멤버들이 너무나 사랑하는 정치인인데요. 현재 바르셀로나 시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되기 전까지 정치 경력은 전혀 없었고, PAH라는 주거권 운동을 하던 시민 활동가로 이 운동을 통해 시장이 되었죠. 이분의 시정 운영은 우리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아다 콜라우 이야기 더 보기

이들의 공통점은, 일단 젊고요.(웃음) 기득권에 반대하고, 일반 시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혁신의 기수라는 점입니다.

정치혁신의 두가지 요소

‘정치’라고 하는 분야는 처음 들으면 짜증이 나고, 좀 더 들으면 더욱 더 짜증나는 분야죠. (웃음) 그런데, 어려움이 많을 수록 거기서 생기는 작은 변화에서 야기되는 임팩트는 매우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와글은 정치혁신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렇다면 이 정치혁신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할까요? 혁신적인 정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 중 첫번째는 ‘의사결정과정의 혁신’입니다. 즉, 모든 의사결정을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진행하고, 공직자가 어디서 누굴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고 어떤 결정을 했는지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공개합니다.

http://ajuntament.barcelona.cat/alcaldessa/ca 아다 콜라우의 시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페이지.

예를 들어 아다 콜라우의 경우, 자신의 일정을 온라인에 전부 공유합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우리 시장이 어디서 뭘 하고 누굴 만나는 지 전부 다 알 수 있죠.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단순히 일정을 공개한다는 부분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과의 만남을 얼마나 중시하느냐, 거기서 논의되고 합의되는 바를 얼마나 중요하게 시정에 반영하느냐입니다.

두번째 요소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인데요. 후보 선출도, 정책과 공약의 선정도 공개투표 방식을 통해 상향식으로 공개결정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말이죠. 이렇게 공개적인 과정으로 상향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도 당론과 다른 독자행동을 하기는 어려워 집니다.

정치 스타트업 와글

‘이렇게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라는 고민에서 와글이 생겼습니다. 와글은 작년 8월에 시작한 정치 스타트업으로, 조금 더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시민이 통치할 수 있도록 돕는 정치 실험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와글이 진행하는 주요 사업은 ‘4C’, 즉 캠페인(Campaign), 커뮤니티 형성(Community), 협업(Collaboration), 시빅 테크(Civic tech) 분야인데요. 오늘 혁수다의 제목이기도 한 ‘듣도 보도 못한 정치’라는 이름으로 해외 사례들을 10회에 거쳐 연재하며 새로운 정치 문법에 대해 소개하며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 ‘듣도 보도 못한 정치’ 스토리 펀딩

또 지속적으로 다양한 지역, 단체에서 초청받아 모임이나 강연을 합니다. 단순 1회 방문으로 끝내지 않고 후속모임까지 꾸준히 이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청년활동가 및 해외 활동가들과 네트워킹도 하고 있고, 시빅 테크와 관련한 여러 동향들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직업적 정치인들은 정치를 공학적인 접근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는 정치공학이 아니라 공감을 바탕으로 함께 만들어나가는 ‘예술’로서의 정치입니다. 그래서 ‘A.R.T. 정치’라고 이름 붙였는데요. 혁신적인 정치를 위해 정치인은 약속을 지키고, 시민의 요구에 반응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 ‘A.R.T. 정치’ 이야기 더 보기

질의 응답

Q. 와글에서 하는 일이 여전히 잘 감이 잡히지 않는데요. 예를 들어 정치 혐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대안이 뭔지 잘 모르는 시민들에게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리소스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계신 것처럼 보입니다.

A.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IT기반의 직접민주주의를 지금보다 훨씬 더 확대하고 현실에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여러 방법들을 제시하고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함께 할 청년활동가가들도 키워야 하고, 사례도 알려야 하고, 직접 참여하기 위한 다양한 툴들 소개하고 활용해야 하는 등 다면적인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Q. 왜 이 일을 하시나요?

A.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 우리 정치가 너무 이상해서요. (웃음) 캐나다의 토미 더글라스를 아시나요? 그가 의회 연설에서 ‘마우스랜드’ 이야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그 얘기가 뭐냐면, 생쥐들로 이루어진 생쥐나라에 고양이들끼리 모여 법을 만드는 의회가 있다는 거에요. 고양이들이 생쥐들을 위해 다양한 법들을 만든다고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생쥐 구멍을 넓히자는 법’을 만드는 이유가 고양이들이 드나들기 쉽기 위해서인거죠.

이런 비유가 굉장히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일반 시민들에 비해 재산, 학력, 인맥 등 모든 분야에서 최상위 1%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진짜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제도를 대신 만들고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해서 고칠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하며 와글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넷 기반의 시민참여에 대해 공부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까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Q. IT와 기술을 통해 어떻게 정치혁신, 사회변화가 어떻게 가능한가요?

A. 사실 ‘기술 자체가 언제나 진보적이고 민주적인가?’라는 질문은 학계에서도 논쟁이 많이 되고 있어요. 인터넷 도구라는 것 자체가 모든것을 해결해 주는 충분조건은 아니죠. 그렇지만, 최소한 필요조건이지 않을까요? 특히 정치영역에서는 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아직까진 IT 기반의 인터넷 도구들이 실제 우리 삶의 변화를 위한 제 역할을 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봅니다. 첫째는, 사용자 측면인데요. 온라인을 통한 숙의적 토론 과정을 경험해 본 적이 부족하다는 거에요. 다른 의견들을 만나고, 직접 부딪히더라도 그 의견들과 최소한 동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는 토론의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온라인 토론이라고 하면, 그저 감정적으로 욕설이나 비난이 난무하는 걸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은 숙의적 토론경험의 부족이 문제죠. 불가능한 게 아니라 아직 못해본 겁니다.

둘째로는, 이런 사용자의 문제를 벗어난 법과 제도의 문제 때문이에요. 세월호때 우리나라 인구의 1/10이상이 서명을 했었죠. 그런데 그게 어떤 실질적인 압력이 됐나요? 안됐죠. 그냥 청원일 뿐이니까 안해줘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외면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어요. 아이슬란드나 핀란드 등 해외의 사례들을 보면, 온라인으로 의견을 모으고 동의해서 시민의견으로 채택이 되면 바로 입법발의가 가능하다고 해놓았어요. 그렇게 시민들의 청원을 받을 수 밖에 없도록 법규로 강제해뒀어요.

아까 소개한 스페인의 포데모스를 예로 들어볼까요. 단순히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라는 개인의 카리스마로 쉽게 만들어진 정당이 아니에요.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초안을 내고, 각 지역 단위에서 ‘써클’이라고 하는 다양한 오프라인 기층 조직들이 있고, 그런 조직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충분히 토론하고 투표해서 우선순위를 같이 정한 내용들이 당의 정책들을 이루게 되는거죠. 이렇게 온라인으로 만들어진 여론을 어떻게 실제 현실에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위력적인 채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이 두가지가 함께 할 때 필요 충분조건이 채워지겠죠.

Q. 그런 일들을 함께하기 위한 협업자를 선별하는 가치관과 색깔이 있나요?

A. 지난 캠프 때 마드리드 시의회에서 왔던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우리는 좌에서도 우에서도 오지 않았다, 아래서부터 왔다.’ 이 친구의 말처럼 와글은 정파나 정치색, 진영과 무관하게 어떤 식으로든 일반 시민들과 함께 문제를 알아보고 해결하려는 사람들, 시민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그대로 반영하고 대변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협력할 지 결정합니다. 물론 이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비전도 있어야겠죠.

다만, 더 확산시키고 싶은 것은 정치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 생태계인데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방식으로는 저희가 지향하는 전면적인 정치혁신이나 직접민주주의의 확대를 도모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하며

Q. 정말 정치가 바뀔 수 있을까요?

A.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안 바뀔 것 같으면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맞는 건가요? 사람 앞 일은 모른다고 하잖아요. 스페인에서 그랬다고 해요. ‘다른나라는 다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안될거야’, ‘우리나라가 제일 이상해’. 그러다가 몇 달 뒤 갑자기 15M 운동이 일어난 거에요. 한국도 그렇게 갑자기 어떤 계기로 바뀔 지 모르니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그런 변화가 언제 찾아오든, 혹여 찾아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면서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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