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인수전을 바라보는 두 가지 우려

JS Liu
6 min readJan 24, 2015

LG유플러스, CJ오쇼핑 인수전 가동

티켓몬스터(Ticketmonster): 대한민국의 소셜커머스 업체로, 간단히 줄여서 티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 와튼스쿨과 맥킨지 & 컴퍼니를 거친 신현성 대표가 대학동기와 카이스트 출신 2명 등과 함께 2010년 5월 10일에 설립하였다. 설립 1년 만인 2011년 상반기에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하였다. 현재 1000여명의 직원이 있다.(위키피디아)

티몬(티켓몬스터)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셜커머스로 현재 쿠팡, 위메프와 함께 모바일 커머스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6년차 기업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글로벌 소셜커머스업체의 두 차례 인수가 있었으나 결과는 매각이었죠.

2011년 미국 소셜커머스 리빙소셜은 티몬을 인수했다가 올해 1월 그루폰에 매각했다. 그루폰은 티몬 인수 10개월 만인 올해 11월 재매각 추진 의사를 밝혔다.

왜일까요?

미국에서 ‘소셜커머스’라는 키워드로 초반에 일으킨 반향이 생각만큼 오래가지 못했던 겁니다. 일례로 그루폰이 ‘그랜드캐니언 투어’ 딜로 떠올랐으나 그것 외에는 아마존과 이베이가 갖고 있는 커머스 시장을 빼앗지 못했습니다.

결국, 리빙소셜과 그루폰 모두 재무악화로 인해 티몬을 다시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인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과연 티몬에게 좋은 일일까요? 두 가지 관점으로 정리했습니다.

#1 적자의 한계

국내 소셜커머스는 미국과는 다른 양상입니다. 원래 하루에 1개 제품을 ‘딜’이라는 이름으로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으면 이를 사고픈 사람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제품을 홍보해 자연스럽게 공동구매를 일으키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쿠팡, 티몬, 위메프 세 업체 그 어디서도 이렇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일일 수천개의 딜이 열립니다. 오픈마켓만큼이나 많은 제품을 팔고 있죠. 결국 ‘소셜’이 아니라 ‘모바일 커머스’를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국내 오픈마켓, 쇼핑몰이 네이버 지식쇼핑에 의지해 꾸준히 매출을 쌓았으나, 모바일에는 접근하지 못했을 시기에 틈새시장을 잘 노렸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만성 적자’입니다.

티몬는 2013년 매출 1148억원, 영업손실 70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2년과 비교해 매출은 41% 증가했고 적자폭은 줄었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적자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으로서는 사업을 확장해가는 상황에서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자가 몇년째 계속된다는 것은 또 다릅니다. 금전적인 수혈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죠. 자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신현성 대표(사진)는 티몬 인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죠.

이번 인수합병은 티몬이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오로지 전략적 이유로 진행한 것입니다. 합병 후에도 티몬이 보유한 브랜드와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하게 됩니다.

뒤집어 말하면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득불 인수를 당하지만, 브랜드의 가치와 의사결정은 침해받지 않을 것이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먹튀논란(?)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일 수도 있고요.

BEP(손익분기점)를 달성해야 자립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인데, 지난 6년을 돌아봤을 때 결국 실패했다고 결론낼 수 있습니다. 세번째 인수전이 시작되는 이유겠죠.

2. 국내 대기업 인수?

본격적인 인수전이 시작됐습니다. 초반에 인수전 참여 의사를 드러냈던 위메프는 최근 터진 대형사건(?)의 영향인지 탈락하고, LG유플러스와 CJ오쇼핑, 사모펀드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티몬은 리빙소셜, 그루폰에 인수됐을 때만 하더라도 자주적인 의사결정권과 서비스를 보장받았습니다. 과연 이번에도 지킬 수 있을까요? 결과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내 대기업의 경우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를 볼까요.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벤처기업들은 기업상장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기업 규모확대, 투자금 선순환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62.9%로, ‘비상장이 낫다’(37.1%)는 의견을 크게 앞섰다. 반면 M&A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소 많았다. 향후 ‘대기업이나 타기업이 M&A를 제의하면 검토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자, 절반이상의 기업이 ‘M&A보다 자체성장을 택할 것’(51.7%)이라고 답해 ‘M&A를 검토해 볼 것’(48.3%)이라는 응답을 웃돌았다. — 벤처스퀘어

왜 이들은 대기업의 인수를 꺼리는 걸까요? 그 동안 국내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한 뒤 기술탈취, 인력빼가기 등을 자행해왔던 전적 때문일 겁니다. 서오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특허권 소송 싸움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결국은 브랜드와 역량을 빼먹고 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는 거죠.

물론, 티몬은 기존 벤처기업과는 규모가 다릅니다. 인수가만 해도 2조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CJ오쇼핑의 경우 모바일 커머스 영역에서 시너지를 얻을 수 있고, LG유플러스는 통신사업과 연계해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를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국내 기업이 인수해서 시너지를 이룬 사례가 전무하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야심차게 결합했던 싸이월드와 SK커뮤니케이션즈의 결과도 참 좋지 않았죠. 몸집이 커지다보니 PC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는 시기에 제대로 대응을 못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자리를 내준 대표적인 실패 사례입니다.

SK컴즈가 그동안 인수했던 서비스를 살펴보면 대부분 그 당시 이미 잘 나가고 있던 것들이다. 2002년 인수했던 포털 사이트 라이코스코리아와 2003년 사들인 싸이월드 모두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 사업이었다. SK컴즈가 2005년 e러닝 사업에 뛰어들며 인수한 교육 기업 이투스도 이미 인기 브랜드였고 2006년 인수한 이글루스도 전문 블로그 사이트로서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러나 스스로 신사업을 발굴하지 않고 인수에만 전념하다보니 기존에 인수한 사업이 부진해지자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위기에 이르게 됐다. SK컴즈가 인수한 기업들의 대부분은 싸이월드처럼 다른 곳으로 팔리거나 서비스를 종료한 상황이다. — IT신화를 썼던 SK컴즈는 왜 초라해졌나

물론, 우려는 우려일 뿐입니다.

티몬이 갖고 있는 모바일 커머스 영역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오픈마켓, 포털, 주요쇼핑몰이 모두 모바일 전략을 펼치고 있으나, 소셜커머스에 빼앗긴 주도권을 찾아오기란 쉽지 않죠.

두 가지 우려라고 썼지만 뒤집어보면 이는 티몬이 해결해야 할 두 가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만성적인 적자를 극복하는 것, 국내 대기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스타트업 특유의 기업 문화를 보장받는 것. 소셜을 넘어 이커머스 영역으로 번진 전쟁이 본격화되는 2015년, 좋은 파트너를 만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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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Liu

科技圈深度观察, interested in AI, Ecommerce, Fintech, Chinese t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