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ginning of Thought

<별은 기다린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던 이는 어디가고

저 아래 지옥도 두려워하지 않고
휘몰아치는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양심 없는 이들만 남았는가.

(20141125) 육아 단상

“아빠, 지구를 사랑하고 아껴야 돼.
밥 다 안 먹으면 쓰레기 되고,
지구가 동글동글한데 쓰레기 때문에,
숨을 못 쉬어서 아프데.
우리는 밥 안 남기지~”

유치원 선생님께 잘 배우고 있는 듯.

<꽃봉오리 하나>

백년을 살아 온 나무가
꽃봉오리를 맺는다.
꽃봉오리가 나무가 되고
백년을 살고
꽃봉오리를 맺기를 바라며.

백년을
기다리고 참으며,
세월의 무게로 꾹꾹 눌러
자기 살을 찢으며
꽃봉오리를 밀어낸다.

<가지지 못한 가진 자>

낭비되는 에너지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발전소를 더 지으려 하고,
필요없는 일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면서
더 열심히 일하려 하고,
옆집 사람과 대화 한 마디 하지 않으면서
외국에 나가 영어를 써보려 하고,
화단에 핀 꽃과 길거리에 선 나무의 이름을 모르면서
익숙한 낯선 곳을 동경하며,
오늘을 살지 못하면서 더 오래 살기만을 바란다.

나의 양육 철학

부모는 자녀의 출발점이다. 재인이의 출발점은 아내와 나다. 재인이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대전에서 태어났으며, 지금의 환경과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오로지 아내와 나 때문이다. 타고나는 것도 있다. 외모, 성향, IQ 등등, 정확히 무엇이 이 목록에 포함되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확률과 연관성을 가지고 부모로부터 물려받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자식을 낳고 길러본 부모 중에 아이는 기본적인 기질을 타고 난다는 것을 부정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 부모의 직접적인 의지가 반영되기도 한다. 재인이가 평균적인 아이들보다 아빠와 더 많은…

<슬픈 진보여>

안나가 말한다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이라고.

삶이 말한다네
세상의 귀한 것은 모두 그와 같다고, 아홉을 충족해도 하나가 부족하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과학이 말한다네
인간은 자주 보이는 것을 옳은 것이라고 착각하고 인간은 현명하지 않다고.

<다른 것은 대체될 수 없다>

사과가 천원이고 배가 삼천원이면
사과 세 개의 값과 배 한 개의 값이 같지만
사과 세 개는 배 하나가 아니다.

의사 연봉이 일억이고 선생 연봉이 오천이면
선생 둘의 연봉과 의사 하나의 연봉이 같지만
의사 하나는 선생 둘이 아니다.

재인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난 어떤 아빠가 되어 있어야 할까?

재인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난 어떤 아빠가 되어 있어야 할까?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버느냐는 질문에 답하기에는 더 많이 번 사람이 있을테고, 어떻게 하면 성공하느냐는 질문에 답하기에는 더 성공한 사람이 있을테고, 어떻게 하면 유명해지냐는 질문에 답하기에는 더 유명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조각배 하나>

<조각배 하나>

항구에서 태어나
항구를 떠나야만 하네
떠나야 할 때는 없지만
모두가 떠나야만 하네

망망대해가 유혹하네
망망대해가 삼키려하네
떠난 곳을 뒤돌아 보지만
아무것도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