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노동이 온다: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포트폴리오 워크의 미래

LAB2050 보고서 인사이트2050–01

LAB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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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min readSep 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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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현아 (서울특별시 청년허브 연구협력실장)

회사에 고용되지 않고 자유롭게 혼자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이 종사하고 있는 노동의 형태를 ‘자유노동’이라고 하고, 실제 자유노동을 하고 있는 이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그 특징을 정리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자유노동이 늘어나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까요? 보다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같이 읽고 생각을 나눠 주시기를 바랍니다. 주석, 참고문헌 등은 별도 포스트(링크)PDF 버전(다운로드)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 경직 사회의 생존자들, ‘자유노동’의 확대

한국의 경직된 노동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회사에 고용되지 않고 자유로운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이들이 종사하고 있는 노동의 형태를 잠정적으로 ‘자유노동’이라 부르고 그 특징을 포착하고자 한다.
자유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은 고용주와 표준적 고용 관계를 맺지 않는다. 자신의 노무나 재화를 그것을 원하는 고객에게 직접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다. 자유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은 동시에 다수의 고객을 상대하면서 여러 일을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던 개념 중에는 ‘프리랜서’의 일이 자유노동과 가장 가깝다. 이는 주로 전문성을 가진 소수만이 할 수 있는 일의 형태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자유노동은 그 기준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형태의 일이 늘어나는 경향은 세계적인 추세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는 표준적 고용 관계와 다른 형태로 노무의 제공, 재화의 판매, 재화의 대여를 수행하되, 단기 계약을 맺고 대가를 지급받는 노동을 ‘독립 노동’(Independent Work)이라 정의했다.[1]
연구소는 2016년 기준으로 미국과 유럽 6개국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러한 독립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체 근로 연령 인구의 20~30%, 약 1억 6,000만 명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이 글에서는 자유노동을 독립 노동의 일부 또는 전부를 뜻하는 유사 개념으로 사용한다.

한국에서도 자유노동의 확대가 통계상으로 확인된다. 2011년 고용노동부의 조사에서 130만 명 규모였던 ‘특수형태고용 종사자’는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연구에서는 210만 명으로 늘었다. 또한 동일한 조사에서 집계한 1인 자영업자, 프리랜서, 플랫폼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새로운 유형의 노동자까지 합쳐 보면, 자유노동의 규모가 전체 취업자(2,709만 명)의 17.3%(약470만 명)에 달한다.

한국에서 자유노동이 확대된 1차적 배경은 우선 한국의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와 기업들의 외주화 증가 때문이다. IMF 이후 진행된 노동 유연화로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고,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양산됐다. 더불어 기업의 외주화와 하청화, 프랜차이즈화가 이루어졌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거나, 기업이 외부화한 일을 위탁 받아 수행하는 자영업, 프리랜서, 특수형태고용 종사자가 되는 선택지를 갖게 되었다. 즉, ‘자유노동’의 증가는 한국의 경직된 고용구조와 기업의 외주화 전략 사이에서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는 이들의 생존 방식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자유노동의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종합무역상사가 상품 발굴과 유통을 대행했다면, 이제 고객과 생산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직접 거래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한 것이다.
플랫폼은 광범위한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를 신속히 매칭하고, 원활한 소통과 평판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인 업워크(Upwork), 운송 대행 플랫폼 딜리버루(Deliveroo), 우버(Uber)는 그 대표적인 예다.
한국의 경우에도 숨고, 크몽 등의 플랫폼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편리한 지불 시스템, 원격 협업 도구의 발전도 자유노동의 거래를 촉진한다. 기업들이 외부 전문가에게 프로젝트 아웃소싱을 맡겨 원하는 산출물을 얻는 것이 훨씬 용이해진 것이다.

문화적인 변화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기업 조직의 위계 구조 아래서 일하는 대신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일하기를 선호하는 개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및 모바일 기술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어 혼자 일하는 데 기술적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또 자원봉사, 육아, 취미생활 등 다양한 활동을 일과 병행하는 삶을 추구해 근무시간이 유연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독립성이 높아져 통제와 지시를 받으며 일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유노동이 확대될 수 있는 저변이 넓어졌다.

2. 자유노동[2] 이란 무엇인가

이 글은 자유노동(free labor)을 ‘고용주에게 종속되지 않는 계약 형태를 통해, 일하는 방식에 대한 높은 자율성과 통제권을 갖고,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여 소득을 얻는, 단기간에 수행되는[3] 새로운 형태의 일’로 정의하고자 한다. 자유노동이 전통적인 일자리와 핵심적으로 구별되는 지점은, 고용-피고용으로 성립되는 표준적 고용관계에서는 축소되거나 제거될 수 밖에 없는 생산자로서의 ‘자유’를 극대화한 노동 형태라는 점이다.

자유노동은 과거 프리랜서나 단기계약직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첫째는 인터넷과 모바일 등 소통 기술을 통해 기업 또는 고객과의 원활하고 효율적인 협업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실시간으로 매칭과 작업수행의 소통이 이뤄지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생기면서 자유노동이 더 촉진되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포트폴리오 워크(portfolio work)의 형태를 띤다는 점이다. 자유노동자는 한 기업에서 소속되어 단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거나 다자의 고객과 계약을 맺고 일한다.
때문에 파편적인 노동 이력의 조각을 모으고 조합하는 방식으로 경력을 형성한다. 즉, 비정형 노동 형태인 자유노동은 많은 경우 포트폴리오 워크로 이루어진다.

자유노동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자유노동이라는 노동 방식을 적극적으로 선호하여 선택한 경우와 단지 소득을 벌어야 하는 필요 때문에 선택한 경우, 그리고 벌어들이는 소득이 주 소득인지 보조 소득인지에 따라 4개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유계약형(free agents)은 자유노동을 선호하고, 자유노동을 주된 소득원으로 삼는 유형이다. 주로 순수 1인 자영업이나 프리랜서가 이에 해당한다. 부분소득형(casual earners)은 자유노동 방식을 선호하면서 자유노동을 통해 생계 소득이 아닌 보조 소득을 확보하는 경우다. 직장에 속해 있지만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거나 흥미로운 일을 하고 싶어서, 또는 추가 수입을 벌고자 자유노동을 하는 경우가 포함된다.
생계전업형(reluctants)은 생계를 위해 자유노동 형태로 주소득을 버는 형태로,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전통적 일자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유형이다. 마지막으로 생계보조형(financially strapped)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유노동으로 부수입을 얻는 유형으로, 저소득층이 이 유형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Manyika et al, 2016).

[표 1] 자유노동의 4가지 유형[4]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이러한 자유노동의 범주에 따른 노동 참여 현황을 파악한 연구가 없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독립노동 현황을 조사한 연구[5]에 따르면, 자유노동을 순수 선호에 의해 선택하는 자유계약형과 부분소득형 비율이 대략 70%를 차지하며(자유계약형 30%, 부분소득형 40%), 생계를 위해 택하는 경우는 3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발적으로 자유노동을 택한 경우가 월등히 높았다. 한편, 자유노동자의 약 50%는 보조소득자였다.

자유노동은 고객 또는 기업에게 노무만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유노동은 자신의 노동력을 투입해 생산한 재화를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것,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대여하고 수입을 얻는 것 등을 포함한다.
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과 플랫폼의 확대와 더불어 자유노동의 형태는 분화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자유노동의 형태와 매칭이 이뤄지는 플랫폼의 사례를 들면 아래와 <표 2>와 같다.

[표 2] 자유노동의 다양한 형태와 플랫폼의 예

3. 자유노동은 미래의 일인가?

한국에서 자유노동에 대한 시각은 두 부류로 갈린다. 법과 제도로 보호받지 못하는 비정형 노동이 더욱 양산될 것이라는 부정적 입장과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역동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모두 나오고 있다. 자유노동이 더욱 증가할 것이며, 그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은 같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 보고서에 소개된, 미국과 유럽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자유노동과 전통적 일자리의 만족도 비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자유노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이 전통적 일자리를 가진 사람보다 훨씬 더 행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과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 일에 대한 자율성과 창의성, 노동시간, 인정과 보상, 성장과 역량 개발의 기회 등에서 자유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에서 플랫폼을 이용하는 종사자들이 노동법과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해 복지 사각지대로 추락하고 있으며, 플랫폼 기업들은 이를 저비용으로 해고가 쉬운 노동력을 고용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생계를 위해 자유노동을 택한 이들은 소득 수준과 안정성 측면에서 전통적 일자리보다 만족도가 떨어졌다. 위 ‘자유노동의 유형 분류’에 따르자면 ‘필요에 의한 선택’ 유형 중 주로 ‘생계전업형’이 여기 해당한다.

자유노동은 한국사회에서 미래의 일로서 어떤 가능성을 가질까?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자유노동에 종사하고있는 9명을 인터뷰했다. 자유노동을 택한 이유, 일하는 방식, 일과 생활에 대한 만족, 인정과 보상 측면에 대한 평가, 자유노동의 의미와 사회적 영향 등을 알아보고자 했다.
다만 이번 인터뷰에서는 ‘필요에 의한 선택’ 유형은 제외하고, ‘선호에 의한 선택’ 유형의 자유노동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이 글의 명확한 한계로, 자신의 선호에 의해 자유노동을 선택한 이들의 사례만을 가지고 선호와 무관하게 확산되어가고 있는 모든 자유노동 일반을 논의할 수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호에 따라 자유노동을 택한 이들의 사례를 통해 기존의 정규적인 고용과는 다른 형태의 노동의 특성을 논의할 수 있는 시사점을 일부 도출할 수 있다고 보았다.

[표 3] 인터뷰 대상자 9인 이전 직업과 현재 노동 형태

▶ 다양한 일의 조합, 포트폴리오 워크(portfolio work)

자유노동자들은 동시에 여러 고객과 계약을 맺고 일하거나 여러 프로젝트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포트폴리오 노동에 종사한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대부분 포트폴리오 워크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하나의 회사에 소속된 상태에서도 사이드 프로젝트로 자신의 관심 분야의 일을 진행한 경우가 많았다.

전직 기자 최광 씨는 3개 스타트업의 언론 홍보 대행 일을 하고 있다. 주 5일 중에서 이틀은 2개 스타트업의 일을 하루씩 수행하고, 또 다른 스타트업의 일에는 이틀을 할애한다. 나머지 하루는자신의 개인적인 네트워크나 작업에 쏟는다.
조직 내 홍보 전담 인력을 두는 것이 부담스러운 스타트업의 상황과, 한 회사에 고용되는 것보다 자유로운 프리랜서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 개인의 니즈가 연결된 경우다.

회사에 속한 상태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창업을 한 경우도 있다. 박종범 씨는 농사 유통 회사에서 일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회사 밖의 프로젝트로 진행하다가 아예 자신의 비전과 방식으로 일하는 새로운 소셜벤처를 만들었다.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나를 n 분의 1로 나눠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제 몸을 쪼개기로 했습니다. 2곳은 일주일에 하루씩, 1곳은 이틀 일하고, 남은 하루는개인적인 네트워크나 작업에 써요. (최광)

내 시간을 쪼개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 일’에 대한 욕심도 조금씩 생겼던 것 같아요. (…) 회사 시간은 회사 시간대로 쓰고 또 저녁 때 개별 프로젝트 하고 주말에 또 나가고. 그렇게 힘들 게 하지 말고 그냥 네 거 하라는 거죠.
그러다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제안했는데 그게 accept이 안되는(받아들여지지 않는) 순간에 갈등이 커졌고, 그 때, 내가 ‘회사 일’을 더 하고 싶은지, ‘일’을 더 하고 싶은지 고민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박종범)

이 밖에도 인터뷰 대상자 대부분이 여러 일을 조합하여 수행하는 포트폴리오 워크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조한진씨는 1인 창업을 준비하면서 주식 투자와 기업 인적성 시험 준비 컨설팅을 통해 소득을 벌고 있다.
인적성 컨설팅은 플랫폼 숨고를 통해 매칭된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창업, 투자, 플랫폼 노동을 병행하는 셈이다. 조기현 씨는 상시적인 영상예술 작업 외에 청년 대상 영상 교육, 프로젝트 매니저, 영상 편집 외주 작업 등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포트폴리오 노동을 하고 있다.
나경호 씨는 지역 커뮤니티 동료들과 팀을 이루거나 개별적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동근 씨는 공동 창업한 IT 외주대행 회사의 일과 사이드잡 플랫폼 ‘알유프리’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 자유노동 선택의 이유 —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전통적 일자리에 대한 회의

이들이 자유노동을 선택한 이유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직접 1인 자영업을 시작하거나(조한진, 윤하나), 뜻이 맞는 동료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경우(나경호, 김슬), 창작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생계 소득을 버는 일을 병행하는 경우(김만수, 조기현), 회사에서 하는 본업과 별개로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별개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박종범, 이동근)가 해당한다.
자유노동은 기존 일자리에서 할 수 없었던 일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경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NGO에서 해보려고 했어요. 한 두 군데 NGO에 최종 면접까지 갔어요. 근데 너무 하는 질문들이.. 약간.. 뭔가 좀.. 제 생각에 좀 한심한 거예요. 종교 얘기 계속 하고.. 아침마다 예배보는데 나보고 거기 참여할 수 있냐. 지부장으로 3년 일하고 나서 그 다음 계획이 어떻게 되냐, 뭐 이런 얘기를 하는데. 질문만 들어봐도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는 조직문화 있잖아요.
아… 이건 안되겠다. 제가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한 방법을 몇 가지를 찾다가, 아 그냥 조그맣게라도 내가 해봐야겠다.. (윤하나)

또 다른 이유는 기존에 자신이 경험했던 고용 형태에 대한 문제 의식과 회의감에서 비롯된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언론사, 게임 회사, 광고 회사, 홍보 에이전시, 투자금융 회사, 유통 회사 등에서 소위 전문직이라 여겨지는 일을 했던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자유노동을 택하게 된 배경으로, 기존에 몸담았던 조직에서 경험했던 타율적인 노동, 불공정한 인정과 보상 체계, 위계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자유노동을 택하는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는 높은 자율성, 그리고 고용되어 있는 조직체계를 경유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이뤄지는 인정과 보상, 일하는 관계에서의 수평적인 파트너십을 선호하기 때문에 전통적 일자리에서 벗어난 것임을 알 수 있다.

전에는 금융투자 회사 브로커였어요. 사실 브로커는 자기가 직접 운용을 하는 건 아니고, 말 그대로 이제 기관운영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이거든요. (중략) 시키는 일을 해야 되는 거고, 제가 직접 운용을 하지 않는 게 조금 답답한 게 있었어요.
그리고 또 수입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이제 그 인센티브같은 게 직급별로 많이 주잖아요. 부장님들이 제일 많이 가져가고, 차장이 그 다음..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제가 아무리 성과가 좋아도 과장 이상인 분들 보다 제가 더 많이 받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 것도 짜증이 났고. (조한진)

회사에서 일하는 게 내 것이 아니더라고요. 디자인 회사에서 일한 용역 실적을 제가 못 써요. 알고 봤더니 회사 거더라고요. 제가 했던 작업 중에 평창 스페셜 올림픽 가이드라인 작업이라든가, 서울 메트로라든가 굵직굵직한 대기업의(일이 있었는데).. 저게 내가 한 작업이 아니라 회사에서 한 일이라서 제가 나가서 못 쓰더라고요.
에이전시 일이라는 건.. 클라이언트들은 그 일을 못해서 저한테 맡긴 게 아니라 던진 거예요. 자기가 하기 귀찮으니까. 서른다섯살 이전까지 한 번도 제가 선택한 일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게 싫어서 회사를 차렸는데, 그 회사에서도 정작 내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을 수행해주고, 내 시간을… 노동력을 대가로 돈을 받았던 거고. (나경호)

사람마다 자기가 잘하는 분야가 있고, 못하는 분야들이 있는데,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평균에 맞추려고 해요. 못하는 부분은 어떻게 해서든지 비슷하게 만들어가지고 이 사람을 평균치에 맞추려고 하지, 이 사람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고 못하는 것을 포기하게 하는 조직이 없더라고요. (최광)

▶ 일에 대한 만족 — 높은 자율성과 성취감

자유노동자는 노동의 동기, 과정, 결과에 있어 높은 자율성을 향유한다. 자유노동은 높은 성취감과 만족감을 가져다주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노동의 형태이다. 뿐만 아니라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협업 파트너들과도 비교적 대등한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3개 스타트업과 계약을 맺고 일하는 최광씨는 회사 조직 내부인으로 일하는 것과 달리 파트너이자 동반자로서 관계가 설정된다고 말한다. 자유노동이 표준적 고용관계에서 발생하는 종속적 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유노동을 하는 이들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업무 수행 여부와 방식 등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즉 자신의 방식과 선호에 따라 노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일을 통한 성취감이 높아진다.

소속된 것과는 약간 달라요. 그게..회사 조직 내부에서 내부인으로 있는 거랑 외부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그래서 직책도 커뮤니케이션 파트너로 봤거든요. 그러니까 나는 당신과 동반자이지 당신네 소속은 아니다.
하지만 너희가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까 이런 부분은 나랑 하자. 그렇게 외부인의 시각을 유지하려고 그래요. (최광)

예전에 회사 일 할 때랑은 조금 다른데, 어떻게 보면 제 맘대로 할 수 있잖아요. 제가 만들고 싶은대로 만들 수 있는 거잖아요. 그게 리스크가 큰 반면에 또 되게 성취감이 큰 부분이죠.
실패도 많이 하지만. 그런 면에서.. 어.. 되게 내가 하고 싶은 사람하고 같이, 하고 싶은 걸 만드는 것? 그런 게 활성화(activation) 되는 것, 플러스, 성취감이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윤하나)

누가 시킨 게 아니라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업무라고 생각해요. 지금 딱히 ‘일을 한다’고 생각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내가 선택해서 사회적 가치나 동기부여가 되고, 여러 가지 상황이 맞아서, 또는 금전적인게 맞아서, 제가 투입된 일들이고… 사회적 가치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어떤 형태로든 하고 있는 거죠.(나경호)

▶ 일과 생활에 대한 통제력 증가와 삶의 만족

자유노동을 선택한 사람들은 일에 대한 자율성 뿐만 아니라 생활에 대한 통제력도 커진다. 회사에 고용된 경우 일반적으로 출퇴근 시간과 노동시간이 표준화되어 있다. 그에 따라 일과 생활이 정확히 구분된다.
하지만 자유노동은 일하는 시간과 생활 시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노동시간에 대한 높은 통제력이 생기기 때문에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일하는 시간과 생활을 영위하는 시간이 다양한 방식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따라서 자유노동은 개인마다 삶의 만족감과 행복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물론 이런 조건이 주어진다고 해도 부정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나경호씨는 일과 생활 사이의 조율이 잘 이뤄지지 않는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저희는 9 to 6 이게 아니라 저희는 좀 폭넓게 다양하게 쓰고 있다고 생각해요. 주말, 심야, 새벽 다 필요 없이. 정말 선택해서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가끔씩 그런데 이게 100%는 완벽하게 조율이 안 될 때가 있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9 to 6로 갈 때도 있고, 하루에 2,3시간 못 자는 게 2,3주 갈 때도 있고. (…)일은 그만둘 수 있지만 삶은 계속 되잖아요. 저는 거기에 충실한 것 같아요.(나경호)

어떻게 보면 일과 다른 내 생활이, 직장생활을 하면 나뉘는 게 있잖아요. 딱 끝내고 저녁에 좀 이렇게 뭐.. 주말에 개인적인 라이프를 보고 이런 게 있는데, 어떻게 보면 하루종일 주말까지, 주중, 주말이 통합되어 있다 보니까 저는 그런 게 개인적으로 좋더라고요. 제가 뭔가 좀 이끌어가는 느낌? 제 삶의 스케줄이나 생활 같은 것을. (조한진)

3일간 영화제 같은 데 가서 일할 예정이라면, 미리 거기에 맞춰서 업무를 앞으로 다 당겨서 해요. 그리고 저는 강아지랑 출퇴근을 같이 해요. 중간 중간 강아지랑 산책하고 머리 식히는 시간은 항상, 짧은 시간은 다 보장되어 있는 것 같아요.(조기현)

▶ 배움과 성장, 역량 개발의 기회

지난 몇 년간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기존 일자리를 대부분 대체해 ‘노동없는 미래’가 올 것이라는 전망과 이전 산업혁명에서 그러했듯이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반대 주장도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대체로 2025년까지 고용에 영향을 받는 이가 전체 취업자의 70%, 1,800만명 가량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6] 고숙련, 관리자군의 경우 대체율이 49%에 불과한 반면, 단순노무직의 경우 90% 이상이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향후 제조업에서는 고용이 감소하겠지만 돌봄, 지식 집약적 산업, 첨단 기술 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물론 일자리 총량의 변화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의 고용 체제 하에서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여 개인들이 직업을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노동 시간이 가장 긴 축에 속하는 한국사회에서, 전일제로 고용된 이들이 새로운 일을 탐색하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자유노동은 새로운 역량 개발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자유노동자는 일과 생활 시간에 대한 높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사이드 잡(side job)을 매칭하는 플랫폼 ‘알유프리(aufree)’를 운영하고 있는 이동근 씨는 현업과 다른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의 제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포트폴리오 워크 방식으로 역량을 쌓아서 직업을 전환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투자 회사에서 나와 자유노동을 하고 있는 조한진 씨는 많은 시간을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는 데에 쓰고 있으며 그렇게 자신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데서 오는 자아 효능감을 이야기했다.
즉, 자유노동은 배움과 성장, 역량 개발의 기회를 획기적으로 늘릴 가능성이 높다. 자유노동이 긍정적 방향으로 확대된다면 미래 일자리의 변화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잘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IT개발 업무를 그냥 배운다면 취직이 사실 어려울 텐데, 저희를 통해서 프로젝트 두 세 개 하고 나서 스타트업에 취직하는 사람도 있고. 대기업에 있는 사람들이 저희 회사 통해 포트폴리오 쌓아서 외국을 나가는 경우도 있고. 사실 되게 다양하게 저희를 활용하고 다양한 실례들이 나오고 있어요.(이동근)

저는 뭔가 좀.. 능동적으로 자꾸자꾸 업데이트시키고, 새로운 거 알아야 되고.. 저도 이제 문돌이(문과 전공자)지만 반도체, 정유화, 철강 뭐.. 이런 것도 알아야 되니까, 그런 이공계쪽에 대한 공부도, 그러니까, 알아야 될 게 많다보니까, 그렇게 능동적으로 나를 자꾸 발전시켜가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조한진)

다만, 생계소득을 오롯이 자유노동을 통해 벌어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장시간 노동을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문제는 특히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는 노동, 예컨대 청소나 돌봄 노동, 운반 서비스 노동을 제공하는 생계형 자유노동자들의 경우에 두드러지는 문제다.
이 글에서는 앞서 밝힌 대로 이들의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다만 이 글에서 다루는 9명의 이야기에서도 소득 불안정의 문제가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유노동의 지속가능성을 가로막는 소득 불안정의 문제에 대해 다루기로 한다.

▶ 자유노동의 제약들, 가장 큰 문제는 소득 불안정

자유노동의 지속을 제약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회사에 고용되지 않은 새로운 노동 형태에 대한 사회적 인정 체계의 부재다.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개인이 가진 능력과 가능성 보다는 어떤 회사에 고용되었는지, 즉, 회사의 명성과 규모에 따라 신뢰도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이들은 새로운 협력 파트너나 고객에게 자신의 능력이나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많은 공을 들여서 설명해야만 한다. 대기업과 언론사에서 일하다가 홀로 창업한 최광 씨는 “회사라는 외투가 벗겨지는 순간, 벌거숭이로 세상에 던져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자유노동자는 초기 신뢰 자본을 쌓는 데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 이들은 또한 가족과 주변 지인들로부터 ‘회사’에 소속되어있지 않은 자신의 일이, ‘회사생활’을 할 때 뒤따라오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저평가된 경험을 토로하기도 했다.

내가 어느 회사 누구라고 소개하면 두 시간이면 끝날 일을, 이름 세 글자만으로는 10시간, 2주가 걸릴 수도 있고. 왜냐면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일을 해야 하니까. 아 사람들이 괜히 회사 들어가는 게 아니구나. (나경호)

정말 회사라는 외투가 딱 벗겨지는 순간에, 진짜 벌거숭이로 세상에 던져지는 기분이랄까. (최광)

너 정도면 뭐 좀 해야 되는 거 아니니? 하다 못해 회사에서 직급 같은 거… 전에 회사 열심히 다녔으면, 지금 나이로 거의 과장은 됐어야 되는 건데, 그리고 월급은 어느 정도 됐어야 하는데… 이런 시각들…
근데 저는 맨땅에 헤딩하는 1인 기업 같은 거니까.. 그런게 기회비용 같은 거라고 해야 돼요. (조한진)

또한, 자유노동은 시장 변동에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주로 자본 투입 없이 작은 비즈니스 또는 프로젝트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플랫폼 숨고를 통해 인적성 컨설팅을 하고 있는 조한진 씨는 최근 인적성 교육 시장이 변화를 경험하고, 기업은 대처 가능하지만 1인 창업가는 그것이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시장 트렌드가 바뀔 경우 새로운 수요에 맞는 콘텐츠를 신속하게 개발하려면 자본이 필요한데, 그런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윤하나 씨는 자신과 같은 1인 창업가 또는 자영업자의 처지를 “자본 없는 자본가는 최하위 계층의 노동자”라는 표현으로 자조하기도 했다.

최근 모 대기업의 채용 방식이 대규모 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바뀌었어요. 다른 기업도 수시채용으로 따라가면, 이런 인적성 시험 같은 것도 없어질 수 있는 거거든요. 그리되면 인적성 과외 시장이 없어질 수 있어요.
그런 변화에 해커스나 대형 학원들은 대처가 가능하죠. 다른 수업 할 수도 있고, 다른 쪽에 더 투입을 많이 한다든지. 대처가 가능한데 저 같은 경우에는 갑자기 다른 콘텐츠로 바꿀 순 없는 거잖아요. (…) 그런 거에 대한 대처가 조금(어렵고)..개인, 혼자 있다 보니까 규모가 밀려서, 그런(어려운) 것도 조금 있고. 혼자 할 때 불리한 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조한진)

제가 투자해서 혹은 누군가의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경영할 수 있는 거면 좋겠지만, 자본 없는 자본가는 최하위 계층의 노동자와 같은 그런..거라고 몸소 깨닫고 있기 때문에 자본 없이 제조업과 수입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윤하나)

무엇보다 자유노동을 제약하는 가장 큰 문제는 소득 안전망의 부재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이 문제를 강조했다. 자유노동은 대부분 고객과 단기 계약을 맺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상시적인 일이 아니라 초단기 노무 제공 또는 비교적 1년 미만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매우 크다. 일거리와 소득이 한꺼번에 몰릴 때도, 아예 없을 때도 있다. 1인 창업을 한 경우도 비슷하다.
소득 안전망의 문제는 자유노동의 지속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제약이 되고 있다. 윤하나씨는 자율적인 자신의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유형의 것(돈)’, 즉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행해지기 쉽다고 말한다.

제일 큰 건 아무래도 돈 걱정이에요. 뭔가 안정을.. 최소한의 안정을 갖추지 못했을 때 오는.. 연쇄적인 것들?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하는 사업이 시장에 안착도 해야겠지만 그게 만약 전혀 가망이 없고 어렵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수도 있겠죠.
동기부여나 성취감 같은 것들은 무형의 것들이에요. 사실 유형의 것이 제 1순위는 아니지만 그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행해지기 엄청 쉬운 구조이죠. (윤하나)

어떻게 여기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유지를 시킬 것인가? 그 자체를 만드는 것 자체가 하나의 또 다른 일이 된 상태예요. (김슬)

▶ 소득 보장은 자유노동의 활동성을 높일까?

자유노동의 소득 불안을 완화하는 정책 지원이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민간에서 이뤄지는 소득보장 프로그램을 통해 그 효과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비영리 단체 <아름다운가게>의 ‘뷰티풀 펠로우’ 사업을 들 수 있다.
‘뷰티풀 펠로우’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하려는 사회혁신리더의 성장을 돕고자 사회혁신 기업가에게 3년간 매월 170만 원의 활동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박종범 씨는 ‘뷰티풀펠로우’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다. 그는 농산물 관련 유통회사에서 일하며 별도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다가 직접 사회적 기업인 ‘농사펀드’를 창업했다.
그는 “낮은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 외부 강의를 많이 하면서 사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며 창업가들이 초기에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매월 들어오는 뷰티풀 펠로우 활동비가 사업 자체에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저는 회사에서 받는 급여는 굉장히 낮은 편이에요. 그거로는 제 가족이 세 명인데 부족하죠. 그래서 한 때 고민이었어요. 제가 하는 농촌 관련 일 관련해서 강의를 할까… 지역에서 강의 요청 오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이렇게 번외로 농촌 기획자 이름으로 강의해왔었는데, 사업에 집중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일 자체에… 그래서 이제 어느 정도 사업적 관련 없는 것들은 다 안하려고 고민하던 차에 그 뷰티풀 펠로우에 선정이 됐어요. 다행히 거기에서 3년 동안 금전적으로 지원을 받게 되었어요.
올해부터는 인상폭이 적용돼 170만 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근데 그건 사용처에 제한이 없고 정말 그 혁신가를 지원하는 명목으로 지원되는 비용이어서 다 생활비로 쓸 수 있어요. 그게 제가 지금 받아가는 비용이 부족한 부분을 많이 해소시켜주고 있어요. (박종범)

인터뷰 참여자들에게 소득이 안정적으로 보장된다면 현재 각자 수행하고 있는 자유노동에 어떤 변화를 주고 싶은지 물었다. 박종범 씨는 이제까지 매출 부담 때문에 시도하지 못한 실험적 사업들을 과감하게 추진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윤하나씨 역시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는 소득 보장이 자유노동자들이 좀 더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도록 하며, 보다 혁신적인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주 최소한의 수준에서라도 베이스를 만들어주면, 저는 개인적으로 봤을 때, 물론 지금도 재밌지만, 사업이 더 재밌을 것 같고 그리고 크고 작은 시도들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리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윤하나)

더 실험적으로 플랫폼 운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장의 급여 걱정 없이. 예를 들면, 이 달의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서, 되게 보수적으로 일하던 거나 리스크 때문에 잘 시도 못했던 것들을요. (…) 아예 엄두를 못 냈던 일들을 하면서, 더 우리가 하는 사업에 엣지를 더 날카롭게 가다듬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종범)

4. 자유노동 기회와 사회 역동성

이 글에서 소개한 인터뷰 대상자들과 같이 선호에 의한 자유노동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첫째, 경제적 측면에서는 수요가 있으나 공급되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가 공급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자유노동의 높은 자율성은 일하는 사람의 만족도를 높이며, 창의성을 발휘할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이 더 많이 탄생할 수 있고, 나아가 새로운 시장이 개발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자유노동은 노동 생산성을 제고하고 혁신적인 서비스와 소비를 창출함으로써 경제적 역동성을 제고할 수 있다.

둘째, 자유노동의 확산은 사회혁신의 역동을 마련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많은 일들이 시장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 한다. 수익성을 따져야 하는 기존 기업에서는 시장 수요가 작거나 가치가 저평가되는 서비스나 재화는 지속되거나 새로운 일로 만들어지기 어렵다.
자유노동은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창출될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이 시도될 수 있도록 촉진할 수 있다. 수익성보다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독립적 자유노동자의 결단으로 그런 재화나 서비스를 시장에 새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공급된 재화나 서비스 중 틈새 수요를 발견한 것들은 사회에 살아남아 지속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다.

사회적 기업 운영자 윤하나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장의 언어’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시장 논리만으로는 선택할 수 없는 이런 길을 실제로 가는 사람들이 있어야 사회혁신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실질적 조건이 필요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유노동의 확산이 긍정적인 효과를 빚어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자유노동자들의 소득과 삶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선호에 의한 자유노동 종사자들조차도, 경제적 미래에 대한 불안은 활동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이었다.
청년 공동체를 조직해 마을 활동을 하고 있는 나경호 씨는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자유”가 확대된다면 사람들이 갖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고 “삶이 더 풍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라는 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거예요. 하나라도 선택지가 많아 질 수 있는 제도 말이에요. (…) 그럼 삶이 조금 더 풍족해질 수 있는 거고. 불안감하고 당혹스러움? 이런 걸 해소할 수 있는. (나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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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및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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