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6. 사람들이 안정되게 살 수 있는,
계속해서 살고 싶은 곳
* LAB2050 ‘제조업 도시들이 흔들린다: 지역별 고용위기 시그널과 위기 대응 모델’ 보고서의 온라인 버전입니다. 주석, 참고문헌 등은 PDF 버전(다운로드)과 마지막 포스트(링크)에 표기하였습니다.
9. 결론
이상과 같은 연구를 진행하는 중 수 차례 받은 질문은 “지방 도시일수록 제조업 대기업, 대공장은 고용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이런 일자리가 앞으로 없어져도 상관없다는 주장을 하는 것인가?”라는 것이다. 지역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연구가 아니냐는 의미였다. 어떤 면에서는 그럴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어떤 지역에 대공장이 존재했고, 그 지역에서 아무리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 공장이 그곳에 계속 존속하리라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조업 일자리가 무너질 때의 해법을 지역에서는 ‘그와 거의 동일한, 유사한 다른 공장을 유치해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능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앞으로 지역에서 제조업 및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지방 정부가 할 수 있는 일과 아닌 일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일자리,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 핵심은, 지역을 ‘사람들이 안정되게 살 수 있는, 계속해서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스웨덴과 스페인, 프랑스, 호주, 그리고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특히 스웨덴과 호주에서는 직장에 속해 있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생활안정, 교육, 의료의 기본적 수준이 높다는 것을 연구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나라에서의 고용위기와 한국에서의 고용위기는 그 파급력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익숙한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문구를 스웨덴과 호주 연구자 및 정부 관계자들에게 설명했을 때, 머리로는 이해하는 것 같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느끼지는 못 하는 듯 했다. 한국에서는 고용위기의 상황마다 목숨을 저버리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한국의 사회안전망, 복지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하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하나씩 이뤄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용위기의 상황에서 공공의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이라도 실질적으로 노동자,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방향으로 사용돼야 할 것이다. 그런 시스템이 바로 안정망이고,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될 것이다.
말뫼 시의 전 공무원이이자 말뫼 대학 교수인 크리스터 페르손 씨는 “코쿰스 조선소가 폐쇄되기 8~10년 전부터 이미 경쟁력 상실을 경고하는 조사 결과가 있었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고 했었다. 호주 애들레이드 플린더스 대학의 존 스피어 교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이 도시에서 이어진 미쓰비시, GM 등 자동차 공장 폐쇄 경험이 쌓였기에 2017년 홀든 GM 폐쇄 상황에 보다 잘 대처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시행착오가 있다.”고 했다.
지금 우리에게도 고용위기 위험을 알리는 시그널이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앞선 경험의 사례들도 있다. 그런데 거기 주목하지 않는다면, 현재 시스템의 문제를 찾아내고 혁신하지 않는다면 한국도 ‘쇠락 도시’(rust-belt city)의 경험을 직접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고통을 감당하는 것은 개인들, 그 가족들, 자녀들의 미래일 것이다.
참고문헌
고영우, 2016, ‘지역별 일자리 창출.소멸과 정책과제’, 한국노동연구원, 정책연구 2016–03
김정후, 2016, ‘빌바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교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디오션
나석훈, 2018, ‘GM 군산공장 정상화 및 고용·산업 위기극복 지원정책 추진’, <한국 GM 군산공장 폐쇄결정 이후 지역 고용·산업정책을 위한 토론회>(2018.5.31.) 자료집
이규용·고영우·노용진·이병훈·전병유·정승국, 2016, ‘고용위기 지역의 지역고용전략 해외사례연구‘, 한국노동연구원 정책자료 2016–06
이남표, 2016, ‘빌바오 도시 재생의 비밀’, 희망제작소, 세계는 지금(10)
주무현, 2018, ‘고용위기 실태와 대응 방안’, <한국 GM 군산공장 폐쇄결정 이후 지역 고용·산업정책을 위한 토론회>(2018.5.31.) 자료집
김경철, 경상매일신문, 2018.11.1, <침체된 구도심…도시재생으로 ‘이천년 고도 경주 부활’ 꿈꾼다>
김남홍, 파이낸셜투데이, 2018.6.30., <구미 경제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수원 이전에 ‘걱정’>
김세희, 전북일보, 2018.6.29., <군산지역 상반기 실업급여 수급자 급증>
김윤곤, 대구한국일보, 2014.04.03, <도시, 디자인&브랜드를 되 묻다>
김주연, 시사온, 2019.1.31., <[20대 남성이야기] “젠더갈등이요? 일자리가 필요해요>
송윤경, 경향신문, 2019.1.19., <20대 남성은 왜 문재인 정부에 화가 났나>
이호준, 경기일보, 2018. 9.30, <‘수원역 주변 구도심 상권 활성화 사업’,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2018 상권활성화 사업’ 선정>
장철순, 경인일보, 2018. 12.13, <부천시, ‘2018년 원미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 활동 공유회’>
최명국, 전북일보, 2018.11.26., <전주시, 구도심 저층주거지 도시재생 박차>
Anne Power, 2016, ‘Bilbao City Story’, LSE Housing and Communities, CASEreport 101
Alfonso Martinez Cearra, 2018, ‘Regional Development and Social Economy in Bilbao’,(2018.10.12 스페인 GSEF 국제사회적 경제 포럼 특별세미나_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혁신 발제문)
Bert Provan, 2016, ‘Lille City Story‘, LSE Housing and Communities, CASEreport 104
Davies AR, Homolova L, Grey C, Bellis MA, 2017. ‘Mass Unemployment Events (MUEs) — Prevention and Response from a Public Health Perspective‘, Public Health Wales, Cardiff ISBN 978–1–910768–42–6
METROPOLITAN BILBAO 2035.A LOOK INTO THE FUTURE, 2016, BILBAO METROPOLI-30
OECD, 2018, Job Creation and Local Economic Development 2018 — Preparing for the Future of Work
Statista, 2016, Installed industrial robots per 10,000 employees in the manufacturing industry
Willem Van Winden, 2017, The AS-Fabrik Project Journal N°1, UIA, Expert journal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통계청 2018년 9월 고용동향
유럽위원회 홈페이지
프랑스 릴 시(Ville de Lille) 홈페이지
전체 포스트
Part 3. 고용위기, 정책 대응과 실업 노동자의 경험
Part 6. 사람들이 안정되게 살 수 있는, 계속해서 살고 싶은 곳
관련 포스트
말뫼 혁신 전환의 ‘진짜’ 비결
말뫼는 정말 눈물을 흘렸을까?
가장 안정적인 일자리가 흔들린다,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쏟아져 나오는 일자리 정책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미래에서 온 ‘실패’ 보고서, 제인스빌
‘자녀 하버드 가고 노벨상 받게 키우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