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과 기술혁신이 만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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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min readMay 30, 2018

How Technological Innovation Can Connect to Social Innovation?

새로운상상 2018 / 세션 2. 혁신이 모두를 위한 기회가 되려면 / 토론2

© 새로운상상 2018 (REIMAGINE 2018), LAB2050

‘기본소득’을 주제로 한 새로운상상 2018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기술 발전으로 사회가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준다. 발전의 수혜가 공평하게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 양극화, 소외 등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소득’이라는 대안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콘퍼런스의 두 번째 세션, ‘혁신이 모두를 위한 기회가 되려면’은 그런 걱정에 대해 다른 관점의 답을 제시하려 했다. “기술이 오히려 사회혁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방법을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Hackathon)을 통해 찾아가고 있는 장병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세션 2 기조발제를 했고, 사회혁신가 및 사회적 기업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는 한상엽 sopoong 대표와 박선영 아쇼카 글로벌 벤처프로그램 공동대표가 각각 발표를 통해 그동안 목격한 사회혁신과 기술혁신의 융합 사례들을 소개했다.

4차 산업혁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세션 2의 토론 자리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주제를 다뤘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어떻게 기술을 가진 사람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게 할 것인가, 이런 접근이 사회 문제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LAB2050의 이사인 박선영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 새로운상상 2018 (REIMAGINE 2018), LAB2050

먼저, 한상엽 대표는 장병규 위원장에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를 보면 그것이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질문이 빠져 있다는 인상을 받는데 그런 근본적인 논의도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그에 대한 현 정부의 기조는 ‘사람 중심’이라는 키워드로 명확하게 나와 있다.”고 설명하면서 “4차 산업혁명으로 어떤 기술 발전이 오든, 인간에게 좋은 기회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이 오면 인간의 일자리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저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꼭 일을 지금처럼 해야 합니까? 인류 역사에서 지금처럼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 시대가 있었습니까? 이렇게요. 일을 덜 하고 잘 살면 더 좋은 것 아닐까요? 저는 그동안 공산주의 모델의 실패와 자본주의 모델의 발전 과정을 보면 결국은 인간들의 본성에 맞게 더불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실험해 온 과정이었다고 봅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만들어낸 것도 결국은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기존의 경제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겠죠, 그러면 이제 우리는, 이런 큰 변화의 시점에 어떻게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를 대화하면서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들면 되는 겁니다.”

구조의 원인을 파고 들어야 한다

한 대표도 “제가 볼 때도 기술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보고, 누구에게 이 기술이 적용도록 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사회 혁신가였다.”고 말했다. 300여 개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데 참여해 온 한 대표는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사회적 문제 정의하고 참여하는 방법을 조언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어떤 사회 문제들이 여태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 기존의 정부나 시민사회 섹터에서 이미 해결을 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만큼 어려운 구조가 있다는 것이죠. 그 구조의 원인이 뭔지 계속 파고들어 가야 비로소 뭔가 보입니다. 당연히 자료 조사도 하고, 현장의 목소리도 들어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소셜 벤처 분들에게 ‘팀원들끼리 꾸준히 토론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밝힐 때까지 더 알아가고, 그 해법이 기업의 방식으로 가능한 것인지를 판단해야 그 다음이 있는 것이니까요.”

과학기술 교육의 순서가 바뀌어야

박선영 © 새로운상상 2018 (REIMAGINE 2018), LAB2050

발표를 통해서 과학과 기업가정신이 융합된 ‘사이프리너십’(Sci-Preneurship)을 소개한 박선영 공동대표는 이런 요건을 갖춘 인재를 한국에서 어떻게 길러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한국은 이미 글로벌한 사회 문제 해결에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의 잠재력이 큰 나라”라고 전제하면서도 교육 방식에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건 ‘사이프리너’들이 많이 나오려면 과학기술 교육 방식이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은 기술을 익히고 나서 이것을 적용할 곳을 찾거든요. 이 순서를 바꿔야 해요. 과학기술 인재들로 하여금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를 먼저 보게 하고 그 문제와 사랑에 빠져서 해법을 파고들고 실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죠. 이렇게 일하는 인재들을 아쇼카 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기관들에서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또 길러야 한다고 봅니다.”

장병규 위원장은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압박을 주지 말고 그냥 자기 방식대로 살도록 두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 사회적 기업가만 사회를 위해 사는 것은 아닙니다. 영리 조직의 기업가들도 사회와 함께 어우러져서, 타협할 것은 타협하고 협업할 것은 협업하면서 삽니다. 저는 사람들이 사회적 기업가가 되어서 사회를 혁신할 수도 있지만, 기업을 해서 돈 많이 벌어 세금을 많이 낼 수도 있고, 아니면 시민사회단체에 가서 열심히 일 할 수도 있다고 봐요. 그렇게 각자 자기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데 박수 쳐 주고, 다양한 삶을 존중해 주면 되죠. 그 모든 사람들이 다 있어야 좋은 사회잖아요? 그렇게 ‘다름’이 존중받는 사회라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신뢰 지수가 높아질 것이고, 사회 혁신을 위한 노력들도 활발해 지리라 생각합니다.”

윤리적인 조직을 알아보는 법

청중 중에서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어야 사회 혁신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기업들에 투자를 한다면 노동 환경도 고려하고, 투자한 기업에서 조직 갈등이 발생한다면 투자자들도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었다. 한 대표는 “우리도 이런 고민이 많다.”고 답했다.

© 새로운상상 2018 (REIMAGINE 2018), LAB2050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에 투자할 때 영리 기업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투자자로서는 현장의 모든 일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기업가의 윤리성이 얼마나 내재화 돼 있는지, 대표 개인만이 아니라 조직문화에 내재돼 있는지를 보려고 합니다. 지배구조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가족 기업에는 가급적 투자하지 않습니다. 합리적 의사결정이 어렵기 때문이죠. 대표 개인의 의사결정권이 너무 크지 않은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를 봐야 하는데, 아직 이사회가 대표를 견제하는 구조가 일반화 돼 있지 어떻게 그 쪽으로 유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젠더 관점의 투자도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데이터를 보니, 조직 내 여성 비율, 경영진 중 여성 비율이 높은 조직이 훨씬 윤리적이고 성과도 높더라고요. 그런 관점을 투자 판단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장 위원장도 이 질문에 대해 “거버넌스, 즉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의 방법론도 결국 합의를 이루기 위한 거버넌스 구조라면서 “한국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거버넌스 구축에 신경을 쓰지 못 했는데, 시민사회가 성숙해져 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보완한다면 지속가능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혁신의 ‘스케일 업’ 방법

기술을 활용해서 사회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작은 규모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를 보완하려면 사회혁신 섹터의 조직들이 규모를 키우는(Scale-Up) 데 주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박선영 공동대표는 “정부는 사회혁신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사회 혁신가들의 협력의 대상”이라면서 “정부가 어떤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것이어도 굉장히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릴 수 있고, 이를 보완하는 것이 사회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혁신은 불만과 짜증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서 새로운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보여준 것을 토대로 정부나 기업, 시민사회와 다한 방식으로 협력해서 아이디어를 전파해 나가는 일이 혁신인 것이죠. 아쇼카 펠로우 중에서 단체를 크게 키우려는 경우는 결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펠로우들이 속한 조직의 규모는 점점 작아지는 추세예요. 조직은 작아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영향을 받는 국가의 수, 사람들의 숫자는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있죠. 그런 점에서 혁신의 ‘스케일 업’과 일반 기업들의 ‘스케일 업’은 방식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새로운상상 2018 (REIMAGINE 2018), LAB2050

이 자리에서 나온 질문은 상당히 다양하고 깊은 내용들이었다. 토론 마무리 즈음에 토론자들은 이전의 발표들에서 긍정적 사례 위주로 간략히 설명한 것을 돌아보면서 “반성해야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방향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겠다는 데 모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리고 못 다한 이야기는 세 번째 세션, ‘전환의 시대 정책실험, 어떻게 정책혁신으로 이어지게 할 것인가?’로 이어졌다.

정리: 황세원 LAB2050 연구실장

토론 전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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