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 벌려 당신을 안아봅니다
포근하고 따스한 당신의 품이 타고 남은 향의 재가 되어 힘없이 바스라집니다
저는 재를 좇고 있었네요
이미 당신은 날아가 버리고 없었는데
따스한 국수 한 그릇이 고파서
집 근처 국수집에 들렀습니다
open 11:00~
close 22:00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쉽니다.
가게 영업시간을 알리는 문구
정기휴일보다,
주일보다,
누군가의 마음들이 살짝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제 옆의 여자분은 정신없이 마음을 표현하느라 바쁘네요
엄지손가락으로 톡톡 하면 마음이 전달되는 요즘, 물어보진 않았지만 마음 부자인가 봅니다
문득 내가 받은 마음들은 내가 어떻게 대했나 돌아봅니다
누군가에게는 온 마음을 담아 고민 끝에 전하는 감정일지도 모르는데, 하나하나 살피기에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제 속이 너무 좁은 탓이겠지요. 미안하네요.
술은 저만 마셨나요 아 당신은 꺾어 마셨군요
따라줄까요?
술은 먹고 싶은 사람이 알아서 따라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하호호
님야너형오빠언니누나동생
취기가 오르고 말은 꼬이네요
엉덩이는 무겁고 술잔은 가볍네요
고요함 뿐인 집에서도
매일 같은 풍경의 고개 숙인 출퇴근 길에서도
침묵가득한 지하철에서도
너가 늦잠을 자서 뛰어오는 와중에도
커피향이 입안 가득 찰 때에도
나는 여행중이다
틈나는 대로 대서양을 넘나들고
시간을 이동하며
너를 따라 적었다
들리는 대로 적었다
보이는 대로 적었다
느끼는 대로 적었다
적기만 했다
이제 그만 적을란다
나는 너를 밤새 들었다
고장난 라디오처럼 볼륨도 주파수도 바꿀 수 없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잠들 수 없었다
커피 탓을 해본다
커피가 억울해 하겠다
내가 보는 세상은 딱 안경알만큼이다
점점 흐릿해져가는 사람들, 건물들 사이에서 내가 살 만큼만 바로 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어느 틈엔가 내려앉은 먼지들로 눈을 마주칠 수 없다
얼른 옷으로 닦아냈더니 더 뿌옇다
괜히 문질렀다
안경점에 갔더니 상처가 많아서 새로 렌즈를 해야한다고 했다
길 건너편에 당신이 서있습니다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네요
얼굴엔 미소가 만연합니다
그러다 주위를 살피지 못하고 사고라도 날까봐 조마조마합니다
당신은 발을 종종거리다가 얼른 이쪽으로 건너옵니다
당신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도 잠시,
저를 지나쳐 등뒤로 사라집니다
마음이 잔잔해지면 작은 배를 띄웁니다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으나 돛을 올립니다
해안에서 머지 않은 곳까지 나아갑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나아갈 것입니다
잔잔한 것들, 거센 것들이 섞여 배를 덮칩니다
숨이 콱 막히고, 눈을 뜰 수 없어 캄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