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처럼 주변은 어둡지만 갖가지 색을 뽐내는 번화가 새벽 5시, 불꽃놀이는 끝이 났고 어두운 골목길 환한 가게 하나 그리고 써진 ‘24시간 영업’
‘에이 씨, 오늘도 실패야’
‘연속 3일째 허탕이라고 답답하다 답답해’
‘대체 얼마나 힘을 풀어놨길래 말을 안 들어?’
마른 덩치에 살짝 굽은 어깨.
약간 덥수룩한 머리, 소리 없는 걸음걸이.
조용한 듯 보이지만 붉은기가 있는 코와 눈에서 약간의 장난기가 보인다.
소년은 매일 모두를 관찰한다.
손은 바쁘게 타자를 치고 있지만 눈은 화면을 보지 않는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조용히 눈동자를 굴리며 쳐다본다.
가을, 단풍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가을의 깊이는 쌀쌀함을 이겨내는 듯하다.
그 특유의 그윽함은 여기 음악실에도 들어왔어.
가을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나는 가을 노을 빛이 훨씬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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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지.
‘헤어지자 우리’
새벽 3시에 몽쉘을 까먹는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글은 싫다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내고 여기예요- 손흔들지 않아도
작은 길에 아무렇지 않게 피어난 들꽃을 알아보는 누군가처럼
나의 글에 잠시나마 취해 향을 맡고 기뻐할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 뿐이다
혼자만 간직하는 글이 매력없이 느껴질 때가 있다.
사각사각.
자정을 넘긴 시각. 쥐죽은 듯 고요한 침묵을 펜소리만이 사정없이 깨뜨리며 평온한 고막을 뒤흔들었다. 펜이 휙휙 날아다닌 자국은 고스란히 글자로 남았고 이야기가 되었다. 나는 귀신에 홀린 듯 미친 속도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바로 너와 나의 이야기.
“너는 끝없는 미로를 탈출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나는 그런 너를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고, 출구가 영원히 나타나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넌 참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이구나.”
그는 자조섞인 말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그리고 들고 있던 나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아직 어색한 내 몸이 나는 불편했다.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와 만난 지 3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와 하루도 빠짐없이 붙어있었다. 그가 나를 처음 만났을 때, 환희에 차 있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나는 도도한 시선과 몸짓으로 그를 사로잡았다. 그는 나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