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가을의 깊이는 쌀쌀함을 이겨내는 듯하다.
그 특유의 그윽함은 여기 음악실에도 들어왔어.
가을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나는 가을 노을 빛이 훨씬 좋아.
.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지.
빌 틈 없었던 빈 속의 어쩔 수 없는 초대손님:
쌔끈하게 닦여진 나의 몸뚱아리가 매끈한 진열대에 둥그렁둥그렁 담겨있다.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들에게 나는 그저 힐끗 눈길을 한번 줄까말까한 그런 존재랄까?
달콤한 디저트도 상큼한 탄산수도 뒤로하고 이곳에서까지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기는 하겠지…?
노오란 불빛 아래서 그렇게 기다리기를 한참,
“넌 참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이구나.”
그는 자조섞인 말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그리고 들고 있던 나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아직 어색한 내 몸이 나는 불편했다.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와 만난 지 3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와 하루도 빠짐없이 붙어있었다. 그가 나를 처음 만났을 때, 환희에 차 있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나는 도도한 시선과 몸짓으로 그를 사로잡았다. 그는 나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불꽃놀이처럼 주변은 어둡지만 갖가지 색을 뽐내는 번화가 새벽 5시, 불꽃놀이는 끝이 났고 어두운 골목길 환한 가게 하나 그리고 써진 ‘24시간 영업’
‘에이 씨, 오늘도 실패야’
‘연속 3일째 허탕이라고 답답하다 답답해’
‘대체 얼마나 힘을 풀어놨길래 말을 안 들어?’
새벽 3시에 몽쉘을 까먹는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글은 싫다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내고 여기예요- 손흔들지 않아도
작은 길에 아무렇지 않게 피어난 들꽃을 알아보는 누군가처럼
나의 글에 잠시나마 취해 향을 맡고 기뻐할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 뿐이다
혼자만 간직하는 글이 매력없이 느껴질 때가 있다.
지쳐있던 그녀가, 힘이 들 때 들어가는 작은 다락방,
비밀의 문.
아무도 모르게 그녀의 방에 숨어 있는 작은 다락방에는,
그녀의 추억들이 한 가득 쌓여져 있다.
벽에는 어릴 적 운동회 사진, 수학여행 사진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어느 추운날, 나는 어딘가 너즈막한 곳에 친구들과 손과 손을 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뭉쳐있다.
“애들아, 내 옆에 있어줘. 추워…”
나의 이야기를 들은 나와 친구들은 조금더 가까이 옹기종기 모인다. 친구들과 함께 뭉치다 보니, 내주위의 친구들이 하나하나 많아진다. 모든 친구는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과의 관계들이 어느순간나에게 부담으로,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그 관계 속에서 나는 크고 작은 상처들을 받게된다.
‘헤어지자 우리’
1.
그날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다. 사람들로 가득했던 거리는 저녁이 되자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아이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던 엄마는 세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가 사 준 빨간 풍선을 손에 꼭 쥔 채 두리번거렸다.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아이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짜장면 냄새였다. 아이는 어제 엄마가 사 준, 처음으로 먹어 본 짜장면을 떠올렸다. 아이는 다른 또래의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