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먹방에 빠져들까?(2)

Chullin
6 min readJul 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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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개발자 Chullin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책에 대한 기록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책은 크리스티안 케이셔스님께서 집필하시고 고은미-김잔디 선생님 번역하신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 — 거울 뉴런과 뇌 공감력의 메커니즘”입니다. 앞의 1부 글에 이어 오늘은 2부입니다.

1980년대에 코카콜라의 유명한 라디오 광고가 있습니다. 쉿 하고 김이 빠져나가면서 병 따는 소리로 시작하여, 금속 병 뚜껑이 탁자에 부딪히면서 떨리는 소리, 유리잔에 음료수를 따르는 소리, 게걸스럽게 꿀꺽꿀꺽 마시는 소리, 그리고 마지막에 음료수를 마신 사람이 기분이 상쾌해져서 내는 만족스러운 “아!” 소리로 끝나지요. 지금도 무더운 날 이 광고를 보면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그 이유는 책에서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거울뉴런과 관련되어있습니다.

왜 우리는 남들이 콜라를 마시는 행동을 소리로만 들어도, 슈퍼가서 콜라 하나 사다가 먹고싶어 질까요? 물론, 거울뉴런과 관계되어 있습니다. 거울 뉴런은 타인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며, 우리는 타인이 콜라를 마시는 모습을 보면, 뇌는 우리 자신도 콜라를 마시는 모습을 시뮬레이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음식을 볼 때보다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을 볼 때 더욱 침을 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음식만 보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을 흘릴 수 있겠지만,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을 보면, 우리가 먹는 것 마냥 시뮬레이션을 돌리거든요.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스스로의 오감을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것이지요. 가상으로 한번 먹어보는 식이랄까요.

앞의 1부 글에서는 이러한 거울뉴런이 태동한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거울뉴런이 무엇인지, 어쩌다가 거울뉴런이라는 것이 1990년대 뇌과학 학계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글은 앞의 1부 글에서 던진 질문을 이어받아가보려고 합니다. 앞의 1부 글에서, 거울뉴런은 그 이름이 ‘거울뉴런’으로 명명되기 전에 “전운동피질의 일부”로서 발견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전운동피질의 일부”는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는 동안 촉발된다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가볼까요?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는 동안, 행동 없이, 전운동뉴런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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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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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밝혀진 연구 결과상, 거울뉴런은 전운동피질의 약 10%에 해당합니다. 전운동 피질의 그 10% 뉴런이 다른 뉴런들과 형태적으로 다른 것이 아닙니다. 형태적으로는 동일합니다. 다만, 독특한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뉴런들과 차이점을 보일 뿐입니다. 그 10%의 뉴런은 연결성의 측면에서 나머지 90%와 차이를 보여서 거울뉴런으로 명명되었습니다.

먼저 90%의 뉴런들을 살펴볼게요. 앞의 1부 글에서, 전운동피질의 역할은 계획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거울뉴런을 제외한 전운동피질의 90% 뉴런이 발화하면 행동 계획이 이뤄지고, 이어서, 행동과 직결된 일차운동피질의 뉴런이 발화하면 실제 행동이 이뤄집니다. 전운동피질 중 거울뉴런을 제외한 나머지 90% 뉴런들의 기능을 도식화하자면,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그림인 것이지요.

계획을 하면, 행동이 이뤄집니다.

전운동피질의 10%에 해당하는 거울뉴런은 위와 같은 도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거울뉴런은 발화해도, 행동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대신, 해당 10%의 뉴런은 기능이 독특합니다. 타인을 관찰하는 동안 해당 뉴런이 촉발되면, 관련 운동프로그램 쪽으로 뉴런신호가 전달됩니다. 그리고는 시뮬레이션을 돕습니다.

거울뉴런이 촉발되는 경우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시대의 먹방러 김준현씨가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해봅시다.

외부자극에서부터 시작해야겠지요? 외부자극인 광자는 음식을 먹고 있는 김준현씨를 툭 치고는 제 눈으로 들어와서 시신경을 자극합니다. 그 다음, 시신경은 광자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꾸어서 제 후두부 쪽 시지각 처리소로 보냅니다. 시지각 처리소에서 몇가지 처리를 거친 후에, 여러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 중에서 전두엽피질로 이동한 신호는 거울뉴런을 자극합니다. 거울뉴런은 음식을 먹는 과정에 참여하곤 하는 신체 부위 관련 뉴런을 자극합니다. 음식먹기와 관련된 운동프로그램 뉴런으로 신호가 전달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결국, 저는 제 입술과 입, 턱근육을 실제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뇌신호상 시뮬레이션을 돌린 것과 같은 결과가 됩니다.

거울체계의 근본적인 특성은 시뮬레이션입니다. 어떤 행동을 보거나 들을 때, 마치 자신이 같은 행동을 수행하고 있는 듯 동일한 두뇌영역을 활성화 시킨다는 점입니다. 두뇌는 자신이 보는 것을 이러한 환경에서 시뮬레이션 합니다.

유념해야 할 점은 시뮬레이션할 때 실제 행동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시뮬레이션 할 때, 실제 근육 자극을 담당하는 영역과 동일한 두뇌 영역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요.

예외는 항상 있습니다. 그런 경우를 동작모방증이라고 해요. 동작모방증이란, 타인의 행동을 단순히 관찰할 때에 우리가 내적으로만 시뮬레이션하기를 원하는 행동이 자동적으로 실제 행동으로 실행되는 상황을 지칭합니다. 현대 의학에서는 병으로 치부합니다.

이제 거울뉴런의 기능이 조금 들어오시나요? 타인이 음식을 먹는 과정을 보면서 거울뉴런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하기 때문에 더욱 맛있어 보이고 먹방이 흥하는 것입니다. 타인이 자전거 타는 과정을 보면서 거울뉴런을 통해 시뮬레이션 하기 때문에 관련된 내 신체 근육이 움찔거리고, 나도 자전거를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거울뉴런은 시뮬레이션을 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던져볼 수 있는 질문이 있습니다. 거울뉴런이 돌리는 시뮬레이션은 운동근육, 예를 들어 턱근육, 팔근육, 다리 근육들만 시뮬레이션을 돌릴까요? 아니면, 감정 혹은 정서도 시뮬레이션 될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타인이 슬퍼하는 과정을 보면서 거울뉴런을 통해 슬픈 모습과 관련된 내 신체의 경험을 시뮬레이션하기 때문에 나도 슬퍼지는 것일까요?

답을 말씀드리기에는 글이 길어졌으니, 질문만 남겨두고서 다음 글에서 찾아뵈어야 겠습니다.

전운동뉴런은 촉발하는 운동프로그램은 운동근육에만 한정될까요?

그럼 이만 안녕히 계세요. 개발자 Chullin이었습니다.

오늘은 기존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배워본 날이었습니다. 제가 쓴 내용 중에 궁금하신 점과 어려운 내용은 댓글로 답장 드리겠습니다. 도움이 되신 분들로부터의 Clap은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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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작 링크

나는 왜 먹방에 빠져들까?(1)

나는 왜 먹방에 빠져들까?(2)

나는 왜 먹방에 빠져들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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