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디자인 패턴 시리즈 #1 :: 토큰 이코노미의 중요성과 토큰 디자인 패턴(Token Design Pattern)

Eddy Song
8 min readMay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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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왜 혁신이라고 불릴까요?

사실 비트코인이 주목받기 이전에도 ‘탈중앙화된 디지털 화폐’라는 아이디어를 시도한 사례는 많았습니다. Digicash(1992), Cybercash(1994), e-Gold(1996) 등이 있었고, 이들은 비트코인이 사용한 기술 일부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특정 주체가 권력을 가지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든 참여자가 신뢰할 수 있는 장부를 만들어낸 것은 비트코인이 최초입니다. 비트코인은 이전의 기술과 무엇이 달랐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비트코인이 이전까지의 기술과 달랐던 이유는 컴퓨터 공학, 암호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참여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경제학적 요소가 시스템에 녹아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의 시스템에선 어떤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결국에는 누군가가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네트워크 내의 규칙과 질서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이 규칙과 질서를 프로토콜로 대체함과 동시에 프로토콜의 규칙을 따르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잘 되어야 참여자들이 이득을 보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앱 기획에 경제 설계가 필요해지는 시대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어플리케이션의 전부는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고안해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서비스는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내부에 각자의 서비스와 참여자에게 맞는 경제 체제를 탑재해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이제는 어플리케이션 하나를 만들 때에도 그 위에서 돌아가는 경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블록체인의 설계자들은 단순히 프로그래밍으로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고민을 해결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보상(토큰)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참여자에게 줄 것인가?

- 어떻게 토큰이 가치를 갖게 할 것인가?

- 사람들이 토큰을 보유해야 할 유인은 무엇인가?

- 토큰의 발행량은 얼마로 하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 네트워크의 성장과 토큰의 가치 상승을 어떻게 연동할 것인가?

- 토큰의 가격 변동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고민은 사람들의 행동을 연구해온 사회과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렇게 블록체인 기반의 어플리케이션, 네트워크 위에 존재하는 작은 경제를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라고 합니다. 토큰(Token)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다양한 참여자들이 가치를 주고받는 경제(Economy)입니다.

토큰 이코노미란 원래 심리학에서 보상을 통해 행동을 강화시키는 방법을 뜻하는 말인데,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좀 더 광범위하게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의 경제 구조 전체를 일컫는 말로 많이 쓰입니다.)

토큰 이코노미의 중요성

토큰 이코노미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성공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비트코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는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중앙 주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교하게 짜인 규칙과 보상 구조가 있어야만 참여자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현재는 블록체인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상용화된 서비스가 많지 않아 블록체인과 관련된 대부분의 연구는 어떻게 하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기술이 보급된 이후에는, 어떻게 블록체인 위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와 보상 체계를 만들어내는가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결국, 블록체인을 돌아가게 하는 것은 참여자 간의 협력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시작하시려는 분들, ICO를 하려는 분들, 혹은 프로젝트에 투자하려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토큰 이코노미를 공부하고, 이것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블록체인 위에 토큰을 생성하는 것 자체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 토큰을 중심으로 한 경제 체제를 설계하고 평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토큰 마켓 핏(Token-Market Fit)

최근 토큰 이코노미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토큰 이코노미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토큰의 수량만 제한되어 있으면 토큰의 가치가 오른다고 쉽게 얘기합니다. 하지만 토큰의 가치를 네트워크의 성장과 연동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네트워크의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토큰의 수요는 그만큼 증가하지 않는 상황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편 Payment에서 다시 자세하게 다룰 예정입니다.)

또는 소비자들이 지속적이고 빈번하게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기록해야 하는 서비스임에도, 모든 행동에 대해서 수수료를 설계하게 해놓은 예도 있습니다. 사용자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토큰 이코노미 설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토큰을 교환(Exchange) 수단이 아닌 예치금처럼 넣어놓고(Staking) 서비스를 사용하게 하는 방법 등을 사용해서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토큰 이코노미 설계를 해야 합니다.

따라서 네트워크 참여자의 특성에 따라 그에 맞는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비즈니스 블록체인>의 저자 William Mougayar는 이를 토큰 마켓 핏(Token — Market Fit)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스타트업계에서 Product-Market Fit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도 토큰 이코노미와 소비자들의 특성을 맞추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실현할 수 있더라도, 참여자들의 특성과 경제 구조가 맞지 않으면 그 네트워크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가이드라인의 부재

문제는 토큰 이코노미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막상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하면 잘 설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나 분석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하고자 하는 분들은 이를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 또는 토큰 활용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상용화된 서비스가 거의 없어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더 나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계속 등장하기 위해서는 토큰 이코노미 설계에 대한 가이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디사이퍼는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토큰 이코노미 설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토큰 디자인 패턴(Token Design Pattern)

프로그래밍을 배워보신 적이 있다면, ‘디자인 패턴(Design Pattern)’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프로그래밍에서는 시스템을 설계할 때, 비슷한 종류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미 문제를 많이 풀어본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패턴화시켰는데, 이것을 ‘디자인 패턴’이라고 합니다.

서울대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는 이번 리포트에서 토큰의 ‘디자인 패턴(Token Design Pattern)’에 대해 정리하고자 합니다. 토큰이 사용되는 시스템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는 공통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사전에 정리된 ‘토큰 디자인 패턴’이 있다면, 토큰 이코노미 설계 시에 이를 참고하여 해결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리포트는 현재 나와 있는 다양한 토큰들을 분석하고 거기에서 특성을 뽑아내 디자인 패턴으로 정리함으로써, 토큰 이코노미의 설계와 평가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이 되고자 합니다.

디사이퍼의 토큰 디자인 패턴 리포트를 읽으신 분이라면, ‘거래 빈도가 높아 매번 네트워크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이 불편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때 먼저 ‘Means of Staking 토큰’을 고려해볼 수 있으며, 그중에서도 ‘헤비 유저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중요한’ 서비스라면 ‘Discount 토큰’을 고를 수 있을 것입니다. (‘Means of Staking 토큰’과 ‘Discount 토큰’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어지는 글에서 곧 설명할 것입니다.)

이 디자인 패턴들은 서로 완벽하게 분리되거나 배타적인 개념은 아닙니다. 동시에 적용할 수도 있으며 서로의 특징을 섞어서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토큰의 종류를 엄밀하게 분류했다기보다는 토큰 설계 시에 참고할 수 있는 다양한 패턴들을 도출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토큰 디자인 패턴 리포트의 구성

본 리포트는 특정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토큰(Utility token)의 설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화폐의 성격을 띠는 가치 저장 토큰(Store of Value token)이나 증권의 성격을 띠는 시큐리티 토큰(Security token)은 범위에서 제외하였습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앞으로 올라올 글들에 대한 많은 관심과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Intro

#1. 토큰 이코노미의 중요성과 토큰 디자인 패턴

Means of Exchange

#2. Payment : Means of Exchange의 Payment 패턴이란?

#3. Burn and Mint : Means of Exchange의 Burn & Mint 패턴

Means of Staking

#4. Work : Staking Token중 Work Token패턴

#5. Discount : Just in 10 minutes — Discount Token

#6. Access token 패턴

#7. Curation token 패턴 (TCR)

#8. Voting : Voting Token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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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dy Song

Cryptoeconomics Researcher @Decipher @Decon, Author of <외계어 없이 이해하는 암호화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