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에 들었던 음원 차트의 상위권 노래들, 지하철에서 클릭한 실시간 검색어 순위, 저녁에 찾아본 맛집 목록 그리고 잠들기 전 티비에서 틀어준 명작 멜로 영화까지.
등교길부터 잠들기 전까지 위의 예시에서 공통적으로 마주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입니다. 큐레이션 서비스란 특정 회사나 단체가 어떤 분야에 대해 엄선한 결과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말하는데 위의 예시처럼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일까요? 바로 누군가 우리를 대신해 많은 정보를 탐색하고 그 결과물을 선별하여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의 탐색비용을 큐레이션 서비스 제공자가 대신 지불하고 있는 것이죠. 그 결과, 큐레이션 서비스를 통해 우리는 동네의 모든 치킨을 다 먹어보지 않더라도 후라이드를 가장 잘 하는 집을 알 수 있고 모든 영화를 다 보지 않더라도 죽기 전에 꼭 봐야할 명작영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기존 큐레이션 서비스의 문제
하지만 이러한 큐레이션 서비스는 과연 믿을만할까요? 음원차트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음원사이트의 음원차트는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음원판매량, 스트리밍 재생수 등의 객관적인 수치로 결정됩니다. 그러므로 음원차트의 순위는 상당히 객관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객관적인 데이터들은 음원사이트의 중앙 서버에 기록되기 때문에 언제든지 조작이 가능하고 조작이 없더라도 실제로 데이터들이 순위에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우리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큐레이션의 효과가 매출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면 큐레이션이 악용될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실제로 음원 차트 조작 의혹이 제기되었던 닐로 사건을 비추어봤을때 큐레이션 서비스는 현재 완전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큐레이션 토큰의 등장
위와 같이 기존 큐레이션 서비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탈중앙화된 큐레이션 서비스, 즉 큐레이션 토큰입니다. 큐레이션 토큰은 소수가 아닌 다수의 집단 지성을 통해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다수의 참여자들은 올바른 큐레이션을 수행했을경우 보상을 받게 되는데 이 때 지급받는 것이 큐레이션 토큰 입니다. 이러한 보상은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합니다. 또한 다수의 참여로 큐레이션 결과가 얻어지기 때문에 부정이 개입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집니다.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탈중앙화 큐레이션 서비스 모델은 TCR(Token Curation Registry) 모델입니다. TCR은 리스트에 포함할 특정 대상을 투표로 정하고, 이 리스트를 큐레이션 해주는 방식입니다. 자세한 작동원리는 아래 Adchain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TCR(Token Curation Registry): 특정 목적에 맞는 리스트(예: 맛집 리스트)를 만들고 이 리스트에 진입하고 싶은 대상들에게 신청을 받아 여러 참여자들이 검수를 한 후 진입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었을 때 리스트에 포함시켜주는 방식
한편 TCR 방식 이외에도 랭킹이나 점수 방식으로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모델을 구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투표방식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TCR 방식만 상용화 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TCR 방식에 초점을 맞춰 큐레이션 토큰의 예시와 특징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Curation Token 예시: Adchain
서비스의 목적
Adchain은 기존 디지털 광고 시장의 문제점을 TCR을 통해 해결합니다. 현재 디지털 광고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소수 플랫폼 기업에 의한 독과점 입니다. 플랫폼 기업이 대부분의 광고 중개를 차지하고 있어 광고주들은 어쩔수 없이 플랫폼 기업과 계약을 맺게 됩니다. 하지만 광고주들은 어떤 웹사이트(또는 페이지)에 자신의 광고가 노출되는지 알 수 없고, 광고 노출이 실제 사용자가 아닌 봇(bot)에 의해 조작되는지 판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광고효과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dchain은 봇에 의해 조작되지 않고 광고 효과가 높은 양질의 웹사이트 목록을 TCR을 통해 제공해주어 광고주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광고를 게시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TCR의 이해관계자
- 고객(Customers): 리스트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들; adchain의 경우 광고주들을 말합니다.
- 신청자(Candidates): 리스트에 진입 하고자 하는 대상; adchain의 경우 웹사이트를 말합니다.
- 검수자(Challengers): 리스트 진입을 신청한 대상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challenge를 신청한 사람; 토큰 보유자들 중 누구나 challenge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 토큰 보유자(Token holders): 해당 TCR의 큐레이션 토큰 보유자; AdToken 보유자들
Adchain의 TCR 목록은 양질의 웹사이트를 모아놓은 리스트입니다. 신청자는 이 리스트에 자신의 웹사이트를 추가하기 위해 먼저 100adT(예시)을 보증금으로 예치합니다. 신청 후에는 일정 기간 동안 challenge period가 진행되며 토큰 홀더들은 리스트에 해당 웹사이트를 포함시킬지에 대해 심사합니다. 이때 특정 토큰 홀더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검수자(Challenger)로서 신청자의 보증금과 동일한 금액을 베팅하고 challenge 투표를 진행합니다. 투표에는 모든 토큰 보유자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stake 양에 따라 voting power가 결정됩니다.
투표 결과 challenge에 성공할 경우 진입 반대에 투표한 토큰홀더들은 신청자 보증금의 절반을 stake 비율만큼 가져가게 됩니다. 검수자 역시 신청자의 보증금 절반을 받게 되고 자신의 베팅금액을 돌려받습니다.
반면 challenge가 실패할 경우 검수자가 베팅한 금액의 절반은 진입 찬성에 투표한 토큰 보유자들에게 배분되고 절반은 진입 신청자에게 돌아갑니다.
위와같은 방식을 통해 adChain은 리스트 안에 광고 효과가 높은 웹사이트 목록을 포함시키고 모두에게 공개하여 큐레이션 결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adChain의 성장과 토큰의 가치가 연결되는 방식
큐레이션 토큰에서 네트워크의 성장은 곧 리스트의 가치 상승을 의미합니다. 네트워크가 활발히 돌아갈수록 리스트에 양질의 대상들이 진입하게 되고 더욱 평판이 좋아져 리스트의 권위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리스트의 가치가 올라간다면 이 리스트에 진입하기 위해 신규 신청자들은 토큰(adToken)을 구입해야하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올라갈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Adchain의 신청자들은 리스트에 진입할 경우 웹사이트의 홍보효과와 더불어 광고주들에게 신뢰를 제공할 수 있어 리스트의 권위가 하락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진입하려고 할 것입니다.
특징과 한계
특징
큐레이션 토큰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 번째는 네트워크의 결과물이 실체로 존재하는 것인데 이러한 결과물을 이용해 부가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합니다. 가령 adchain의 경우 웹사이트 리스트에 광고를 bidding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즉, 큐레이션이 끝이 아니라 큐레이션 결과물을 중심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죠.
두 번째 특징은 거버넌스와 인센티브가 stake 양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TCR 투표에서 voting power는 토큰홀더의 stake 양에 비례하고 보상금액 역시 stake 크기에 따라 배분됩니다. 이러한 특징은 토큰 홀더들에게 토큰을 보다 많이 보유하게 만드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권력이 집중되어 큐레이션이 소수에 의해 결정될 위험도 있습니다.
TCR 한계
Curation Token 중 가장 상용화되어있는 TCR의 한계점을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TCR의 투표 방식은 리스트의 진입 혹은 배제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0과 1의 투표방식(Binary Voting)입니다. 이 방식은 간단하지만 큐레이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리스트에 속해있는 대상들이 많을 경우 고객들은 이들 중 어느 것이 가장 좋은것인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 한계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랭킹 투표 방식이나 점수 투표 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데 이러한 방식들은 투표 과정을 좀 더 세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어 추후 시도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한계점으로는 challenge 시스템이 잘 작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challenge 투표가 발동되기 위해서는 토큰 홀더 중 누군가 challenge 신청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신청자의 보증금과 같은 양의 토큰을 베팅해야하고 실패할 시 토큰을 잃을 위험이있습니다. 이 경우 토큰 홀더들은 선뜻 challenge 신청을 하지 못하게 되어 리스트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challenge 베팅 금액과 진입 신청 보증금액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큐레이션 토큰 한계
큐레이션 토큰은 본질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듯이 집단지성으로 결정되는 큐레이션은 투명성을 높이고 많은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큐레이션 결과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큐레이션 토큰의 투표 과정에서 일반 토큰 홀더들은 투표 참여로 얻는 이득보다 적은 비용을 투입하게 됩니다. 즉,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자신의 stake가 낮아지고 이득도 낮아지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큐레이션 판단에 필요한 탐색과 분석 비용을 적게 투입합니다. 결과적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만으로 큐레이션 투표를 하게되고 이러한 투표가 반영되어 전문적인 분석이 결여된 큐레이션 결과가 도출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토큰을 보유한 참여자가 소량의 토큰 홀더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다량의 토큰 보유자들은 정확한 투표로 얻는 이득이 크기 때문에 투표에 많은 노력을 투입할 유인이 큽니다. 많은 노력으로 얻은 분석결과를 소량의 토큰 홀더들에게 알리고 설득할수 있다면 자신이 분석한 방향으로 투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큐레이션 결과에 전문성이 더해지고 많은 정보가 교류되는 커뮤니티 역할까지 담당할 수 있어 정보 교류 시스템은 큐레이션 토큰의 한계를 상당부분 보완할 것입니다.
비즈니스 기회
앞서 제시된 TCR 이외에 랭킹이나 점수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단순한 리스팅 이외에도 뉴스나 컨텐츠를 큐레이션 해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투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기는 힘들지만 투표 후에는 큐레이션이 별다른 신속성을 요구하지 않아 양질의 컨텐츠 제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랭킹이나 점수시스템은 단순한 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넘어 큐레이션 된 대상들을 서열화 시켜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한 투표 메커니즘이 필요합니다.
또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다른 비즈니스에 적용한다면 더욱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팀잇의 경우 현재 큐레이션 기준이 상당 부분 스팀 파워에 의해 결정되는데 아무리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도 자신의 스팀 보유량이 적거나 고래와 친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큐레이션 토큰을 적용해 토큰 홀더들이 좋은 컨텐츠를 발굴해내고 이들을 큐레이션 리스트에 추가한다면 영세 제작자들도 자신의 컨텐츠를 알릴 기회를 얻을 수 있게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큐레이션의 홍보효과와 스팀잇의 컨텐츠 수익이 결합되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스팀잇없이 컨텐츠가 큐레이션 되었다면 홍보는 되지만 컨텐츠 생산자는 직접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홍보를 위한 큐레이션과 지속적인 생산 인센티브를 주는 비즈니스가 결합된다면 큐레이션 토큰의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입니다.
Reference
- Adchain Whitepaper
- City Walls & Bo-Taoshi: Exploring the Power of Token-Curated Registries
- Token-Curated Registries 1.0
Intro
Means of Exchange
#2. Payment : Means of Exchange의 Payment 패턴이란?
#3. Burn and Mint : Means of Exchange의 Burn & Mint 패턴
Means of Staking
#4. Work : Staking Token중 Work Token패턴
#5. Discount : Just in 10 minutes — Discount Token
#6. Access token 패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