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체인지 메이커’인 사회의 비전

Dreaming of a Society Where Everyone is a Change-maker. What Kind of Society Will Tha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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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min readMay 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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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상상 2018 / 세션 2. 혁신이 모두를 위한 기회가 되려면 / 발표2

박선영 아쇼카 글로벌 벤처프로그램 공동대표

박선영 © 새로운상상 2018 (REIMAGINE 2018), LAB2050

안녕하세요? 저는 아쇼카에서 전세계 펠로우들을 발굴, 선정하는 글로벌 벤처 프로그램의 공동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아쇼카가 최근에 사회 혁신과 기술 혁신의 접점에서 발견하고 관찰하고 있는 몇 가지 재미있는 패턴을 소개해 드리고 그런 변화가 일어나게 된 사회적 배경, 요인들에 대해 간단히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 컨퍼런스 제목, 앞선 연사 분들의 발표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현재 우리는 대전환의 시대, 새로운 상상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과연 ‘새로운 시대’를 정의하는 주요한 특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쇼카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라고 강조합니다.

빨라지는 변화, 커지는 시민 참여

아쇼카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서는 “현재 사회는 산업혁명시대와 비교했을 때 변화의 속도가 10배 이상 빨라졌고, 스케일은 300배 커졌고, 그 파급효과는 3000배나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단순히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이 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민주화, 교육의 확대, 정보통신기술의 확대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변화에 진입할 수 있게 진입장벽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결과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에서 플로리다 총기 난사 사건 이후 피해 고등학생들이 주도해서 좀 더 강력한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전국적인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등 한국 사회에서 시민사회 주도로 일어난 일어난 정치 변화도 국제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쇼카는 지난 40년 간 총 3,500명 펠로우를 전 세계에서 선정했는데요. 그 중에서 700명에 달하는 펠로우들이 시민들이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시빅 인게이지먼트(civic engagement)’ 부문에서 혁신적 방법들을 개발해 왔습니다. 그 700 명 중 절반은 지난 10년간 선발됐습니다. 이 통계만 보더라도, 시민들의 사회문제 참여가 최근 들어 굉장히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이프리너십’의 부상

박선영 © 새로운상상 2018 (REIMAGINE 2018), LAB2050

아쇼카는 시민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 사회문제 해결사들의 궁극적인 롤모델, 사회혁신의 주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repreneur)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된 기관입니다.

저희가 정의하는 사회적 기업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서 사회 시스템 전체에 변화를 가져오고, 직간접적으로 수백만 명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사람들입니다. 비유를 해 보자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단순히 물고기를 나눠주거나 물고기 잡는 법 알려주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어업 산업 전체의 제도와, 규범과 목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사회혁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들 사이에 분야나 지역이 관계 없이 공통 분모, 패턴이 나타난다면, 저희는 이것을 거대한 사회변화의 전초, 미래를 내다보는 나침반이라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아쇼카가 최근에 주목하는 패턴이 ‘사이프리너십’(Sci-Preneurship)의 부상입니다. 이것은 과학(Science)과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조합한 단어입니다. 과학 기술의 학문적, 직업적 배경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서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혁신, 사회문제 해결을 해 내는 경우에 이 사람들을 이렇게 지칭합니다. 아쇼카 펠로우로 선정된 분들의 사례 몇 가지를 통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들어 보시면 “아,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사람이 ‘사이프리너’로구나!”하는 생각이 떠오를 것입니다.

기술로 안전하고 주도적인 삶 만들기

아쇼카 펠로우 ‘에누마’ 이수인 대표 © Ashoka

첫번째 유형은, 기술을 활용해서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좀 더 안전하고 주도적으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엔지니어들입니다. 그 좋은 예가 2017년 한국 아쇼카 펠로우에 선정된 ‘에누마’ 이수인 대표입니다. 이 분은 한국에서 인정받는 게임 개발자였는데, 첫째 아이가 어려서 학습 장애를 겪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자, 게임 개발자로서의 경험이 아이의 삶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영감을 받은 것은 게임업계에서 사용되는 ‘캐쥬얼 게이머’라는 콘셉트입니다. 게임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게임 소비자의 패턴을 심도 있게 들여다 보면 발견되는 것이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나 팬들만이 아니라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캐쥬얼 게이머들이 굉장히 큰 잠재적 시장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게임 업계는, 게임이 너무 어렵거나 고도의 기술 연마를 요구하면 안 되기 때문에 굉장히 촘촘하게 레벨을 만들고 여러 가지 요소들을 만듭니다. 각자 개별화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게임업계에서 이런 경험을 한 이 대표는 학습장애가 있는 아동들이 학교에서 학습에 흥미 잃지 않고 계속해서 공부를 해 나갈 수 있도록 굉장히 촘촘한 디지털 학습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한 교실에서 학습 장애를 가진 아이부터 학습 능력이 뛰어난 아이까지 모두 모두 흥미를 잃지 않고 본인의 페이스에 따라 기본적인 수학, 언어 능력을 습득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 도구는 한국의 학교, 지역을 넘어서 전 세계 다양한 지역으로 전파되고 있습니다.

시민이 직접 환경 개선하도록 돕기

아쇼카 펠로우 쉐만 도스마겐의 ‘퍼블릭 랩’ © Ashoka

두번째 유형은, 시민들이 과학기술을 활용해서 본인이 처한 환경의 문제를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과학 기술 솔루션 플랫폼 개발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아쇼카 펠로우인 쉐만 도스마겐의 ‘‘퍼블릭 랩’이 그런 일을 합니다.

도스마겐은 2010년 미국 루이지애나 주 기름 유출사고 이후 그 정확한 피해 규모와 복구 진척도를 시민이 알기 어렵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언론이나 기업은 그 정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공유하는 데 시민만큼 절박함이 없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죠. 그는 어떻게 시민들이 환경에 대한 정보를 알고 대처하도록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현재 환경오염 수준을 보여주는 항공사진을 시민들이 직접 찍어서 온라인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낮은 비용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관련 정부와 기업에 해결을 요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 플랫폼을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어느 커뮤니티에서건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개발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들을 적극적으로 돕습니다. 그 결과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난민들이 가자 지구 내에 녹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리고, 녹지 조성을 위한 자원을 모아낼 수 있었습니다.

한 분야의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기

아쇼카 펠로우 게리 슬러킨과 ‘큐어 바이얼런스’ © Ashoka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유형은, 어떤 한 분야에서 나온 과학적 발견이나 방법론을 전혀 다른 분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적용하는 경우입니다. ‘큐어 바이얼런스’(Cure Violence 라는 단체가 그 예입니다. 이 단체를 만든 게리 슬러킨이라는 아쇼카 펠로우는 의사이면서 공공보건정책 전문가입니다. 사회생활의 첫 20년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일했고, 주로 개발도상국에 가서 전염병 확산을 막는 일을 했습니다.

그 이후로 고향인 시카고로 돌아왔는데요. 시카고는 미국에서도 총기사고가 많기로 유명한 Top3 도시입니다. 그는 “외국에서는 수많은 생명을 살렸는데 당장 내 고향, 내 커뮤니티 안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총기사고로 죽어가고 있었구나.”하는 회의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은 총기 이용 범죄가 퍼져 나가는 방식이 전염병 확산되는 방식과 유사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염병 확산 막는 방법론을 총기 사고 프로그램 개발에 적용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시카고에 시작해서 지금은 총기사고로 유명한 모든 도시에 들어가 있습니다. 심지어 뉴욕에는 매주 한 명씩 총기 살인이 발생하는 지역이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 적용 후 1년 반 동안 하나의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여러 시 정부들은 이 프로그램을 시가 후원하는 공식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예를 봐도 아시겠지만 사이프리너들은 단어만 새로울 뿐이지 이전에 없었던 사람들은 아닙니다. 예전에도 존재했던 사람들이 더 많이, 빨리 나오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배경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사회적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한편 시민 참여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이프리너들도 좀 더 많이 나와야 할 텐데요. 이어지는 토론을 통해, 어떤 사회적 지원을 통해 이들을 발굴 활성화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전체 발표 영상 © 새로운상상 2018 (REIMAGINE 2018), LAB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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