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 제안
* LAB2050 보고서 ‘정책실험의 개념과 필요성: 청년 기본소득 지급 실험 모델 제안’의 온라인 버전입니다. 주석, 참고문헌 등은 별도 포스트(링크)와 PDF 버전(다운로드)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29] 본 장의 주요 내용은 LAB2050과 서울연구원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 <구교준 외(2018)> 및 LAB2050이 수행한 연구 <최영준 외(2019a)>에기반했다. LAB2050과 서울연구원은 공동 연구에 기반해 서울시와 각 지방자치단체와 중앙 정부에 기본소득 형식의 정책실험인 ‘청년수당 2.0’을제안(LAB2050, 2019.1.22)했으며, 이후 해당 내용은 주요 언론 매체에도 보도(KBS, 2019.2.19)된 바 있다.
가. 왜 ‘청년’인가?
본 장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시도해 볼 만한 기본소득 정책실험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2019년 1월 LAB2050이 중앙 및 지방 정부에 제안한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안)을 토대로 했다. 정책실험을 통해 청년(만 20~29세)에게 기본소득과 같이 보편적, 무조건적인 형태의 수당을 지급해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완화하는데 어떤 효과가 있을지를 검증하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복지 제도 중에서 보편적 성격을 갖는 것은 기초연금과 아동수당이다. 이 두 제도는 비경제활동 인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선별복지 체계 내에서 운영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근로 가능 연령대에 속하는 청년에 대한 보편적 수당 지급은 기존 복지 체계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기본소득 형태에 더 가까운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전체 근로 가능 연령대 중 청년부터 기본소득 정책실험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까?
한국 사회에서 청년기는 아동과 노인을 제외하면 경제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시기다. 중위소득 50% 미만인 20대 청년의 빈곤율은 7%가 넘고 30대 초반이 되면 3.4%로 떨어진다(김문길 외, 2017). 많은 빈곤 청년들은 부모와 동거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실제 독립된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빈곤율이 21%가 넘으며, 부모와 동거할 경우 3.5%로 줄어든다.
2017년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초반의 65%, 20대 후반의 30%의 청년이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매우 자주’ 혹은 ‘자주’ 받는다고 응답했다. 이렇듯 청년이 겪고 있는 경제적 결핍은 부모에 대한 종속으로 이어져 선택의 자유를 억압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기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다. 한국재정패널 10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대 초반의 13%, 20대 후반의 40%만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실업급여 제도는 취업 이후에 적용되기 때문에 20대 청년의 1.5%만이 혜택을 받았다.
오늘날 청년이 처한 빈곤과 불안정성의 문제는 미래 한국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재생산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기술 발전과 이에 따른 거래 비용의 감소는 성공적 혁신 창업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Henrekson, 2005). 동시에 직업의 양극화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따라 반복적 일자리가 아닌 창의적 일자리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Goos et al., 2014)[30].
이런 예측에도 불구하고 현재 다수의 청년들은 혁신과 창업을 지향하기 보다 고용을 통한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2017년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13~29세까지 청소년·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장은 국가 기관이나 공기업이었다. 창업을 하겠다는 청년은 약 3% 수준이며(표 1),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청년 창업율은 조사[32] 대상 60개국 중 59위(18~24세)와 58위(25~34세)로 최하위권이다(구교준 외, 2018).
또한, LAB2050이 2018년 10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 ‘자유와 안정 서베이’에서 ‘나는 창의적이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수준은 20대에서 가장 낮았다(그림 7).
같은 설문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를 물었을 때 20대의 경우, 26.8%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꼽아 전 연령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전체평균 19.1%), ‘경제적 여력’(24.7%)을 뽑은 비율 보다도 높게 나타났다(그림 8). 경제적 여력의 부족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현재 청년층의 혁신을 저해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사회 전체의 경제적 재생산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들의 불안정한 삶은 사회적 갈등과 사회적 재생산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청년들의 젠더 갈등[33]은 연애와 결혼, 출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위와 같은 LAB2050의 설문에 따르면 청년들도 저출산이 풀어야 할 사회문제라는 데에는 70% 이상이 동의 하고 있다(최영준 외, 2019b). 하지만 같은 설문에서 ‘결혼은 해야 한다’나 ‘아이는 있어야 한다’라는 질문에 대해서 20대 초반과 후반 응답자 모두 60% 이상이 부정적으로 답했으며, 20대 여성의 70% 이상이 부정적으로 답했다(그림 9).
청년은 근로 가능 연령대에 있으면서 기존 분배 정책 체계에서 소외돼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이 기존의 고용, 노동 정책, 복지 정책과는 얼마나 다른 효과를 보일 수 있을지를 검증해 볼 수 있는 적절한 대상이다. 이에 더해서 청년은 향후 30~40년간 사회의 중추로 활동해야 하는 계층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한국 사회 전반의 경제적, 사회적 재생산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청년은 정책실험을 통해 기본소득이 한국 사회가 처한 불평등과 불안정성, 사회적 갈등과 재생산의 문제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검증하기에 적합한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나.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 모델
(1) 정책실험 모형 및 모형 근거
본 연구는 기본소득이 청년들의 일과 삶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측정·평가하기 위해 일정 숫자의 청년 집단들에게 2년 간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통제집단과 비교하는 형태의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을 제안한다. <표 2>는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 모형을 요약한 것이다.
① 실험집단 구성: 기본소득형과 보충급여형
정책실험의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은 무조건적 기본소득의 형태로 1인당 월 50만 원을 지급하는 집단(실험집단1), 현행 복지체계와 같은 보충급여의 형태로 1인당 월 최대 50만 원을 지급하는 집단(실험집단2), 추가적인 정책 없이 현행 제도하의 집단(통제집단)을 무작위 배정해 구성한다.
실험집단을 기본소득형과 보충급여형의 두 집단으로 구성한 이유는 동일한 최저소득(50만 원)이 상이한 방식으로 보장될 때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함이다. ‘실험집단1’은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의 핵심에 해당하는 집단으로, 취업 여부나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50만 원을 매월 지급받는다.
‘실험집단2’는 현재 복지제도에 가까운 보충급여 형태로 5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되, 근로소득만큼 수당액을 차감하는 집단이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이 없는 청년은 50만 원을 받고, 근로소득이 50만 원을 초과하는 청년은 수당을 받지 않는다. 매월 발생하는 근로소득액에 따라 수당액이 달라진다.
통제집단은 아무런 수당이 지급도지 않는 집단으로, 기존대로 현행 복지 체계 하에 있는 집단이 있다. 기존 복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층의 현실을 대변하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실험집단 구성은 ‘실험집단1’과 통제집단, ‘실험집단2’와 통제집단, ‘실험집단1’과 ‘실험집단2’의 3가지 집단 간 비교를 가능하게 한다. 기존 복지 체계가 잘 작동하지 않는 집단과 두 가지의 제도의 수혜를 받는 집단을 비교할 수 있고, 기본소득형과 보충급여형의 비교를 통해 기존 복지체계를 확대하는 것과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분배제도로 전환하는 정책 간의 효과 차이도 비교할 수도 있다.
② 집단 별 규모 및 구성: 취업자를 포함한 무조건성
각 실험집단은 취업자 400명과 미취업자 400명, 총 800명으로 구성한다. 서울시를 기준으로 현재 거주 중인 청년 취업자와 미취업자를 모집단으로 했을 때 정책실험에 따른 집단 간 효과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갖기 위한 표본 집단의 규모다.
현재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서울시 청년수당 제도는 미취업 청년 중 구직 활동 및 사회 참여 의사가 있는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 지원자의 활동 계획서를 선정 과정에 반영하기 때문에 수당이 수혜 청년의 구직 경과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해도, 애초에 적극적 구직 의사가 있는 청년이 수당을 받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정책 효과에 선택적 편의(selection bias)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이 두 제도의 참여자 선정 결과를 보면, 20세 중·후반 청년,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 청년이 많아 저학력으로 인해 불안정한 노동에 종사 중인 청년 층에 대한 정책 효과를 검증할 수 없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은 미취업자 뿐만 아니라 취업자 집단까지 실험집단에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 이로써 기본소득이 불안정한 노동에 종사 중인 청년 층의 노동 형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검증할 수 있다. 또한 선별 과정에 활동계획서 등의 의무 사항을 두지 않음으로써 선택적 편의가 발생할 가능성을 없앤다.
③ 수당 지급액 50만 원: 충분성
본 연구가 제안하는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의 수당 액수는 매달 50만 원이다. 이는 1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급여 수준으로, 기본소득의 ‘충분성’ 논의에서 통용되는 최저생계비 혹은 중위소득의 50% 수준(다니엘 라벤토스,2016; 필리프 판 파레이스 외, 2018)에 따른 것이다.
정책실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인 가구 최저생계급여 수준 보다 더 높은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예산 제약과 여론, 현재 시행 중인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청년수당 등을 감안해도 월 50만 원은 적절한 수준이다. 최근 기본소득 정책실험을 시도했거나 고려 중인 사례와도 유사한 수준의 지급액이다(표 3).
(2) 정책실험 목표와 가설: 더 좋은 삶과 더 좋은 일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을 통해 검증하려는 가설은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을 통한 안정성이 주어지면 삶에 있어 더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해지는지, 고용·노동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나아가 기본소득이 경제적, 사회적 재생산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를 더 구체화하면 ‘기본소득은 청년들에게 삶의 안정성과 함께 삶에 있어서 좀 더 자유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청년들이 자신이 원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고, 건강하고 안정되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또한 기본소득을 통해 주어지는 자유와 안정은 사회 구성원 상호 간의 신뢰 수준과 국가에 대한 신뢰 수준을 높인다는 가설도 세울 수 있다.
따라서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의 궁극적 목표는 청년 개인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면서도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된다. 그 하위 목표는 ‘더 좋은 삶’(better life)과 ‘더 좋은 일’(better work)이며, 이를 평가하는 세부 지표는 각각 1) 건강, 주거, 관계와 2) 고용관계, 혁신, 인적자본으로 구성된다. 즉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의 효과를 보여주는 종속 변수는 더 좋은 삶과 더 좋은 일을 대표하는 여섯 개 지표와 핵심 결과 변수인 행복의 변화다.
정책실험의 가설 및 목표 간의 구조는 <그림 10>과 같다.
① 목표 1: 더 좋은 삶
‘더 좋은 삶’의 가설은 ‘청년 기본소득은 청년들의 건강, 관계, 주거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이는 청년들의 더 좋은 삶으로 이어질 것이다.’이다. 더 좋은 삶에 대한 각각의 가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청년 기본소득은 질 높은 수면과 운동, 식사의 가능성을 높여 진료 횟수를 줄이거나 자존감을 높이는 등 청년들의 신체 및 정신 건강을 향상시킬 것이다. 둘째, 청년 기본소득은 사교, 교제 등 친목 활동의 가능성을 높이고, 정치·사회적 활동의 기회를 제공해 청년들의 사회적 관계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셋째, 청년 기본소득은 청년 가구주의 주거 환경을 개선해 삶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다. 건강, 관계, 주거 세부 지표 별 가설을 정리하면 <표 4>와 같다.
② 목표 2: 더 좋은 일
‘더 좋은 일’의 가설은 ‘청년 기본소득은 청년의 인적 자본, 고용 관계, 혁신에 긍정적 영향주고, 이는 청년들의 더 좋은 일로 이어질 것이다’이다. 더 좋은 일을 구성하는 세부 지표에 관한 가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청년 기본소득은 청년의 인적자본 향상과 자기 투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청년들은 자신의 역량과 관심에 좀 더 부합하는 일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노동 시장에서 능력과 직업 간 일치(skill-match)가 좀 더 효과적으로 일어나도록 해 노동 시장의 전반적 효율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둘째, 고용 관계의 측면에서 청년 기본소득은 청년들의 일터 내 교섭력을 증가시킬 것이며 청년들이 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성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셋째, 앞의 효과들이 발생한다면 청년들은 이전과 비교해서 좀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더 좋은 일의 세부 지표 별 가설을 정리하면 <표 5>와 같다.
(3) 정책실험 절차 및 거버넌스
이 부분에서는 본 연구가 제안하는 정책실험을 실제 진행할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체 실행 절차를 요약하면 <그림 11>과 같다.
① 표본추출 및 관리
정책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표본을 추출하고 관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본 정책실험에서 고려한 전체 모집단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만 29세 이하 시민이다. 표본은 주민등록 자료를 활용하기 위한 통계청 승인 후, 모집단에서 성별, 지역, 연령 분포를 고려해 무작위로 추출하는 무작위 층화 추출 방식으로 진행한다.
앞서 제안한 바와 같이 취업자와 미취업자 집단을 구분[34]해 실험집단과 통제집단 구성에 필요한 표본의 2배 수(취업자 2,400명, 미취업자 2,400명)를 무작위 층화 추출 방식으로 추출한다. 이렇게 추출된 2배수 표본(1차 표본)을 대상으로 소득 분포를 추가로 고려한 2차 표본(취업자 1,200명, 미취업자 2,400명)을 무작위 층화 추출 방식으로 추출한다.
2차에 걸쳐 추출된 표본에 대해 실험 참여 및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동의서 등)를 받도록 하고, 만약 동의하지 않는 표본의 경우 1차 표본 중에서 재추출해 교체하도록 한다.
또 하나 고려해야할 사항은 청년 기본소득을 제공받는 경우 기존 복지 급여 대상(기초생활보호대상자 등)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2차 표본 중 기존 복지 급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는 대상은 다른 표본으로 교체하거나, 청년 기본소득 지급에 따른 기존 복지급여 탈락 가능성을 사전에 고지하고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책실험의 윤리적 측면에 대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 승인[35]도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확정된 표본을 ‘실험집단1’과 ‘실험집단2’, 통제집단에 취업자와 미취업자 집단 별로 무작위 배정하면 정책실험을 위한 참여 집단 구성이 완성된다.
② 설문조사[36] 운영
정책실험의 효과 평가는 설문조사와 기타 활용 가능한 정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한다. 정량 데이터를 통한 효과 평가를 위해서는 개인정보 활용과 행정 데이터의 확보 등에 대한 제도적 기반과 관련 기관과의 협력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따라서 현재 체계에서 정책실험에 대한 효과 평가는 설문조사를 위주로 실시할 수밖에 없다.
참여 집단에 대한 설문조사는 크게 연간 대면 조사, 월간 비대면 조사, 시간 사용 수시 조사로 나뉘며, 추가적으로 참여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실시한다. 연간 대면 조사는 일대일 면접으로 총 3회 1년 단위로 시행한다. 1차 조사는 표본 선정을 목적으로 한 기초 조사로 정책실험 시작 시점에, 2차와 3차 조사는 수당 지급 1년과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행된다(표 6).
월간 비대면 조사는 월 1회(총 24회) PC 혹은 모바일 앱을 통해 응답 시간 5분 이내의 간단한 설문 형태로 진행된다. 피조사자의 편의를 위해 참여자가 매월 마지막 평일 0~24시 사이에 자유롭게 응답할 수 있도록 한다.
시간 사용 수시 조사는 불특정 시간에 무작위로 참여자 일부에게 모바일 앱을 활용한 팝업(pop-up) 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응답자의 기억 왜곡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심층 면담은 전임 면접 조사원 2명이 각자 매월 3~4명의 정책실험 참여자를 선정해 반구조화된 면담 조사를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심층 면담은 사전에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행동 변화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③ 수당 및 사례 지급
정책실험 참여자 구성을 완료하고 정책실험 시작을 위한 준비가 갖춰지면, 참여자를 대상으로 수당 지급과 설문조사 진행을 안내하는 안내문을 발송한다. 수당은 실험집단에게 매달 1일(은행 영업일 기준 첫 영업일) 정해진 금액을 개인 계좌[37]에 지급한다.
수당 지급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고용 및 소득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본 정책실험의 설계에 따르면 ‘실험집단1’은 매월 50만 원 정액이 지급되지만 보충급여형의 ‘실험집단2’는 참여자의 소득액을 차감한 금액이 지급된다.
월 소득이 0원 이상~50만 원 미만인 경우 급여를 지급받지만 50만 원 이상인 경우 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다. 이 때 소득은 고용 형태(정규직·비정규직·전일제·시간제 등)를 구분하지 않고 발생하는 모든 임금을 포함한다. ‘실험집단2’는 소득을 숨기거나 줄여 신고할 유인이 있기 때문에 매월 고용 및 소득 변화 파악을 목적으로 소득 자료 제출을 의무화 해야 한다.
통제집단은 별도의 수당이 지급되지 않아 정책실험 도중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정책실험의 효과 추정을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다. 탈락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문조사 참여를 최대한 독려하고, 설문 응답시 매달 사례금[38]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④ 정책실험 거버넌스
정책실험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서는 별도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 정책실험 전반을 운영하는 운영위원회를 두고 그 산하에 전임 인력 2인 이상의 사업 관리·집행팀을 상설로 운영하는 구조가 이상적이다.
또한 데이터 관리 및 운영을 위해 설문조사 업체 및 빅데이터 관리 업체와 별도 계약을 할 필요도 있다. 설문조사 업체는 모바일·PC 조사 수행, 원자료 데이터베이스(DB) 관리와 가공 통계표 작성 및 제공이 가능한 업체를 우선 선발하고, 빅데이터 관리 업체는 GPS 정보 수집, 가계부 작성 기능, 설문조사 응답 기능 등을 포함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제작 및 유지·보수가 가능해야 한다.
설문조사 업체와 빅데이터 관리 업체를 통해 수집 및 관리된 데이터에 대해서는 사업 관리·집행팀과 이후 정책실험 평가를 전담할 조직이 접근 권한을 공동으로 보유하도록 한다. 운영위원회 내 사업 관리·집행팀의 세부적인 역할은 <표 7>의 형태가 될 수 있다.
(4) 정책실험 효과 평가
① 평가 목적과 체계
본 정책실험 평가의 목적은 청년 기본소득의 정책 효과를 엄밀하게 측정해 기본소득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예상되는 부작용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향후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핵심적인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책실험의 효과 평가는 아래 <그림 12>와 같은 통제 집단 전후 비교(pretest-posttest control group design) 방식을 따른다.
정책 변수인 X의 효과는 (A1-A0) — (B1-B0)로 측정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표본 추출과 무작위 배정이 적절하게 진행될 경우 실험집단과 통제집단 모두 정책 변수 이외에 내적타당성을 저해할 수 있는 대부분의 제3변수의 효과를 공통적으로 담고 있게 되며, 실험집단만 정책 변수 X에 따른 효과를 포함하게 된다. 따라서 (A1-A0) — (B1-B0)를 통해 공통적으로 포함된 제3의 변수 효과를 제거하고, 정책 변수 X에 따른 순수한 효과를 추론할 수 있다.
앞서 제안한 총 3회에 걸친 연간 대면 조사는 <그림 13>과 같은 구조로 진행된다. 1차 조사는 정책실험 실시 이전에, 2차 조사는 정책실험 실시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3차 조사는 정책실험을 마친 2년 후의 시점에 시행된다.
이 때, X는 월 50만 원의 기본소득형 수당을, Y는 월 50만 원의 보충급여형 수당을 의미한다. 기본소득 방식의 정책 효과는 ‘실험집단1’과 통제집단의 종속 변수 변화를 비교한 (A2-A0) — (C2-C0)를 통해 측정이 가능하며, 보충급여 방식의 정책 효과는 ‘실험집단’1과 통제집단의 종속 변수 변화를 비교한 (B2-B0) — (C2-C0), 기본소득 방식과 보충급여 방식의 정책 효과 비교는 ‘실험집단1’과 ‘실험집단2’의 종속 변수 변화를 비교한 (A2-A0) — (B2-B0)를 통해 측정·평가가 가능하다.
한편 제시된 정책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1년차와 2년차 시기를 구분해서 평가할 수도 있다. 이를 정리하면 <표 8>과 같다.
② 정책 효과 평가 기준
앞서 제시한 <그림 10>은 정책이 작동하는 전체 구조를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정책 효과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핵심 평가 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는 전체 종속 변수 보다 제한적으로 설정된다.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의 핵심 평가지표는 주로 고용·노동 측면의 변화와 관련된다.
(a) 핵심 평가 지표 1: 노동시장 매칭 결과
청년 기본소득의 고용·노동 측면의 주요 목표는 첫 취업을 하는 청년 세대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게함으로써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간 ‘매칭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 목표 달성 여부의 핵심 평가 지표는 노동시장 매칭의 결과다. 이를 측정하는 주요 변수는 다음 세 가지다. 각 변수의 변화는 설문조사와 함께 행정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 정책실험 전후를 비교함으로써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각 변수의 구체적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임금: 근로 조건을 평가하는 변수로 임금 수준으로 측정
- 고용 기간(재직 월 수): 이직률을 평가하는 변수로 한 직장에서 일한 기간(재직 월 수)으로 측정
- 창업: 구직 활동의 다양성을 평가하는 변수로 새로운 창업 활동 여부 측정(단 생계형 창업과 기회추구형 창업 구분 필요)
(b) 핵심 평가 지표 2: 노동시장 매칭 과정
노동시장에서 매칭의 질에 대한 또 다른 핵심 평가 지표는 매칭 과정에 대한 평가다. 이는 청년들이 얼마나 원하는 일을 찾았는지에 대한 것으로 임금 불일치, 학력 불일치, 기능(지식) 불일치, 고용 형태 불일치라는 4가지 측면의 일자리 불일치(job mismatch) 여부를 통해 측정할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임금 불일치: 참여자가 원하는 임금 수준과 실제 받는 임금 수준의 차이로 측정
- 학력 불일치: 참여자의 실제 학력 수준과 실제 일하는 일자리에서 요구하는 평균적인 학력 수준의 차이로 측정
- 기능(지식) 불일치: 참여자의 숙련 수준(skill proficiency)과 참여자가 종사하는 직종의 평균적 숙련 수요(skill requirement) 간의 차이로 측정
- 고용 형태 불일치: 참여자가 원하는 고용 형태와 실제 일하는 고용 형태의 일치 여부로 측정
이러한 측정법은 실제 개인의 위치와 OECD의 직업 분류기준 코드(OECD occupational code)에 따른 직종 별 평균치를 비교하는 규범적 접근법(normative approach)으로서, 정책실험 전후 각각의 불일치의 변화 정도를 비교해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때 매칭 과정에 대한 평가를 보완하는 자료로 더 좋은 일(혁신, 인적자본, 고용관계), 더 좋은 삶(건강, 주거, 관계)을 구성하는 다른 세부 변수에 대한 설문조사 자료도 활용될 수 있다.
(5) 정책실험 효과 해석의 제약 요인
정책 효과 평가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인과 관계 위협 요인에 대한 고려다. 정책 효과 평가의 목적은 정책 변수(청년 기본소득)를 통해 종속 변수에 나타난 정책 효과 간의 인과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과정의 핵심은 관찰된 정책 효과가 실제 정책 변수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제3의 변수에 따른 것인지를 파악하는 데 있다. 앞에서 제시한 정책 효과 평가 모델은 정책 변수 이외에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정책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두 가지 정책 개입이 동시에 발생하는 문제다. ‘실험집단1’과 ‘실험집단2’에 대해서는 수당 금액과 수당 지급 방식 두 가지 측면에서 서로 다른 정책 개입이 존재한다.
최대 보장 금액은 50만 원으로 동일하지만 근로소득에 따라 수당 금액에 차이가 생긴다. 또한 수당 지급 방식도 기본소득 형태(무조건성)와 근로소득에 따른 보충급여 형태(조건성)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종속 변수의 변화가 존재하더라도 이것이 수당 금액의 차이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기본소득 형태와 보충급여 형태라는 지급 방식의 차이에 따른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 실험 효과(Testing Effect)의 문제다. 정책실험 참여자, 특히 실험집단의 참여자는 정책실험 기간 동안 상당한 금전적 혜택을 받기 때문에 설문조사에서 최대한 긍정적 답변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39] 반면 통제집단 참여자들은 이러한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낮아 정책실험 효과 평가 결과에 편향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다.
셋째, 선택적 편이(selection bias)의 문제다. 실험집단과 달리 통제집단은 설문조사에 따른 약간의 보상 이외에 뚜렷한 보상이 없다. 이로 인해 실험집단 보다 정책실험 참여를 거절할 유인이 높다. 이는 고소득자의 참여 가능성을 낮추고,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의 참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정책실험 효과 평가 결과에 편향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요인들은 앞서 제시한 주요 분배 정책실험 사례에서도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현금 지급을 포함한 경제적 혜택이 동반된 정책실험, 여러 정책 효과를 복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정책실험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음 글 읽기: Part 5. 결론: 정책실험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인식적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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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