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5. 효과: 불평등 완화, 빈곤감소, 소비진작

이원재·윤형중· 이상민·이승주

LAB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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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in readOct 2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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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B2050 ‘국민기본소득제: 2021년부터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한 모델 제안’ 보고서의 온라인 버전입니다. 주석, 참고문헌 등은 별도 포스트(링크)PDF 버전(다운로드)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기본소득제가 가져올 효과는 다양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그 중 단기적이고 직접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효과 두 가지, 분배구조 개선과 소비 진작 효과를 양적으로 추정하는 모의 실험을 실시했다. (국민기본소득제의 재분배·빈곤 완화·소비 효과에 대한 상세한 분석 방법은 별첨 2·3·4(Part 6 하단)에 상세히 서술하였다.)

가. 소득 불평등이 완화되는가?

우선 분배 구조 개선 효과부터 살펴보자. 기본소득제는 경제 전체 부가가치의 일부를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사전 분배함으로써, 불평등을 완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노동 형태에 인센티브를 준다. 또한 복지 사각지대가 원천 제거된다.

기본소득제는 빈곤층을 선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소득을 똑같이 나누어주는 제도라, 격차를 줄이는 데는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서 제안한 대로, 소득세 누진성 강화를 동반한 국민기본소득제 형태의 제도를 도입하면 현행 사회보장제도에서와 견주어 획기적으로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다.

국민기본소득제는 현재의 소득세제와 국민소득 구조 아래서 도입하는 제도이므로, 당장 제도 도입에 따른 분배 구조의 변화로 이득을 보는 계층과 손해를 보는 계층이 명확하게 나뉜다.

국민기본소득제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전국민 중 소득 상위 20~30%는 손해를 보고 나머지 다수가 이익을 보는 제도가 된다. 그런데 이는 소득이 있는 사람만 따진 것이므로, 소득이 없는 사람들까지 합쳐 비율을 계산하면 손해보는 사람들의 비율은 10~15%가량이 된다. 즉 성인 중 소득 상위 10~15%를 경계선으로 이보다 상위 계층은 더 내고, 이보다 하위 계층은 더 받는 형태의 소득 분배 제도가 된다. 결국 상위 10% 고소득층이 더 내고, 나머지 대부분 계층이 더 받는 결과를 가져온다.

제도 도입의 재분배 효과를 더 자세히 추정하기 위해, 모의 실험(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국민기본소득제 도입 뒤 실제 국민들의 소득 변화 전망을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한 뒤, 그 분포가 현재 제도를 유지할 때에 비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보는 사고 실험이다. 이렇게 가처분 소득 자료를 활용하여 소득분배구조를 확인해본 결과, 국민기본소득제의 어떤 모델을 도입하더라도 현행 제도 하에서보다 소득 불평등도가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표5–1>에서는 각각의 모형 별로 지니계수를 중심으로 한 소득 분배 모의 실험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표 5–1] 모형 별 지니계수 비교

우선 현행 사회보장제도 아래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2019년 1분기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지니계수는 0.3243이었다. 그런데 국민기본소득제를 도입한 경우 현행보다 크게는 34%이상 지니계수가 낮아졌다. 2021년에 월 30만 원 모델을 도입하고 소득세율을 3%포인트 인하했을 때, 지니계수는 현행 제도 아래서와 비교해 28%가 낮아졌다. 가장 낮은 액수의 국민기본소득 도입으로도 큰 폭의 소득불평등 개선이 가능했던 것이다.

다른 모델들에서도 현행 제도와 비교하면 지니계수가 모두 낮아졌다. 대체로 액수가 높아질수록, 소득세율 하락폭이 작을수록 지니계수는 낮아졌다.

[표 5–2] 분위별 소득점유율 및 5분위 배율
※ 해당 수치들은 모두 소수점 넷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수치임

분위별 소득점유율과 5분위 배율로 살펴본 결과도 지니계수에서 나타난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현행 제도 아래서는 가장 빈곤층에 속하는 소득 하위 20% 계층의 소득 점유율이 현행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는 6.6%에 그쳤으나 국민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경우 모두 9%대로 크게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소득 상위 20%를 제외하고는 모든 소득 분위에서 기본소득을 시행할 경우 소득 점유율이 현행 사회보장제도 하에서보다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이 우려하듯이 기본소득제도 시행 시 중산층 이상부터는 근로유인 감소와 늘어나는 세금 부담으로 인해 소득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소득 최상위 계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득을 보는 제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소득 5분위 배율로 봐도 소득 분배 개선 효과가 확인된다. 5분위 배율은 고소득층인 5분위의 평균소득이 최빈곤층인 1분위의 평균소득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볼 수 있는 지표인데, 국민기본소득제의 모든 모델에서 현행 제도에서보다 크게 낮아져 최고소득층과 최저소득층의 차이가 작아졌다. 지급액이 높아질수록 상위 20%의 평균소득과 하위 20% 평균소득의 격차는 더 줄어들었다. 예컨대 2023년에 월 45만 원을 제공할 때보다는 2028년에 월 65만 원을 지급할 때 5분위 배율이 3.9% 가량 줄어들었다.

나. 빈곤이 감소하는가?

[표 5–3] 모형별 상대적 빈곤율과 빈곤갭 지수 비교
※ 해당 수치들은 모두 소수점 넷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수치임

국민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빈곤 완화 효과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국민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경우, 현행 제도 아래서보다 빈곤완화 효과가 나타났다. 현행 제도에서는 상대적 빈곤율이 15.3%였으나, 2021년에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할 때 빈곤율은 14.7%로 떨어지고, 2028년에 65만 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안을 기준으로 시행한 추정에서는 빈곤율이 12.6%로 현행보다 20%가 감소했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소득 50% 수준을 빈곤선으로 사용해 빈곤선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비율만을 측정한다. 따라서 빈곤층 다수의 소득이 작아지더라도 빈곤선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비율만 줄면 빈곤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빈곤층의 소득수준을 감안하기 위해 이번 연구에서는 빈곤선 대비 빈곤선 이하 계층의 소득 수준을 보여주는 빈곤갭 지수를 함께 살펴봤다. 이를 통해 국민기본소득제가 빈곤 계층의 상대적 소득수준을 높일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행 제도 아래서 빈곤갭 지수는 5.06%이었으나, 국민기본소득제의 가장 낮은 지급액인 월 30만 원 모델을 시행해도 빈곤갭 지수는 2.16%로 뚝 떨어졌다. 기본소득은 빈곤층의 평균소득을 중위소득 50% 수준에 더욱 가깝게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기본소득 액수를 높일수록 빈곤 감소 효과는 커졌다.

다. 내수 소비가 증가하는가?

이제 소비 증대 효과를 살펴보자. 대부분 인구의 소득이 기본소득 지급으로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증세 때문에 고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 소비가 오히려 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기본소득 지급 때 소비 변동에 대한 모의실험을 실시했는데,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할 때와 비교하면 민간소비는 전체적으로 완만하게 증가하거나 최소한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월 30만 원 지급안이나 2028년 월 65만 원 지급안 모두 결과는 비슷했다.

국민기본소득제를 도입하지 않은 현행 제도 아래서의 모의실험 결과, 2021년 이후 평균 소비성향은 2022년을 제외하고는 전년도에 비해 계속 하락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소득 5분위배 율의 경우는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현행 사회보장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소득 분배가 악화되는 것으로 예측되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현행 사회보장제도가 지속될 경우 우리 사회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이는 사회 전체의 소비행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이런 소비성향은 국민기본소득제 도입으로 반전될 수 있다는 게 이번 모의실험의 결과다. 2021년도에 국민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소득 분배 구조가 바뀌게 된다. 이 새로운 구조가 평균 소비성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모의실험을 실시했다. 결론적으로 국민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현행 사회보장제도 아래에서와는 반대로, 중장기적으로 소비성향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그림 5–1). 도입 직후인 2022년에는 전년에 비해 평균 소비성향이 다소 감소하나, 그 후 크게 증가하여 따라잡아 소비가 더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다만 도입 첫해인 2021년에는 국민들이 아직 장기적인 항상소득에 대한 신뢰가 적은 상태에서 추가 세금 부담에 대한 우려를 크게 가질 수 있고, 이 때문에 소비가 잠시 위축되었다가 반등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패턴은 모든 모델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데, 단 2023년에 국민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첫 해에도 소비성향이 현행 제도 하에서보다 낮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림 5–1] 2021년 국민기본소득 도입시 소비성향 변화 전망

결론적으로 국민기본소득제 도입은 현행 제도에 비해 소득격차를 줄이고 빈곤을 감소시키며 소비성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 제도 도입으로 고소득자의 소득은 줄고 중저소득자의 소득은 늘어나게 될 것이지만, 전체적으로 소비성향이 높아지므로 민간소비가 완만하게나마 살아나거나 적어도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격차 확대와 고령화 등으로 내수부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국내 경제에는 좋은 소식이다.

결과적으로 국민기본소득제는 불평등과 빈곤문제를 완화할 뿐 아니라, 내수소비 기반을 확충하며 경제 활력을 높이며 수출 주도 경제 구조의 허약성을 보완할 수 있다.

라. 다른 효과들

이번 연구에서 모의실험을 통해 검증하지는 않았지만, 기본소득제가 가져올 다른 효과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문헌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그 중 국민기본소득제가 가져올 수 있는 핵심적 효과로는 행정 비용 감소와 시민사회 및 사회혁신 활성화가 있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효과는 행정 단순화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수당을 지급하는 과정이 기존의 선별 수당보다 획기적으로 단순해질 수 있다. 여기에다 수급 대상이 신청을 해야 탈 수 있는 기존의 다양한 제도를 정비하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더욱 단순화 할 수 있다. 그러면 여기 투입되는 공무원 조직을 줄일 수 있으며, 더 많은 행정력을 선별 및 감시 대신 직접 서비스 제공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제도가 복잡하면 할수록 지식과 자원이 있는 사람들만 활용하게 되고 애초 수당이 필요한 사람들은 접근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제도가 줄어들면 시민들의 정부 및 사회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시민사회 사회혁신 활성화 효과도 예상[35]된다. 사회적경제·사회혁신·마을공동체·비영리 등 시민 섹터 활동은 과거보다 활성화되고 있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사업을 위탁 받은 지원 기관들이 의제 설정, 선별 지원 등을 주도하면서 기존의 독립적인 비영리 민간 조직들 또는 시민 개개인의 활동이 오히려 눈에 잘 띄지 않게 됐다는 비판이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시민사회의 사회혁신 활동에 관심이 있는 시민 개인에게 일종의 활동비를 제공함으로써, 시민의 자발적 활동을 촉진하고 풀뿌리 시민 중심의 시민사회를 활성화할 수 있다.

다음 글 읽기: Part 6. 결론: 자유안정성 시대를 향한 액션플랜

전체 포스트

보고서 소개 및 목차

Part 1. 문제: 99%가 위험하다

Part 2. 기회와 제약: 자유노동과 그 적들

Part 3. 해법: 왜 기본소득인가?

Part 4. 제안: 국민기본소득제의 모델과 재원

Part 5. 효과: 불평등 완화, 빈곤감소, 소비진작

Part 6. 결론: 자유안정성 시대를 향한 액션플랜

참고문헌 및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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