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제안: 국민기본소득제의 모델과 재원

이원재·윤형중·이상민·이승주

LAB2050
LAB2050
56 min readOct 27, 2019

--

* LAB2050 ‘국민기본소득제: 2021년부터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한 모델 제안’ 보고서의 온라인 버전입니다. 주석, 참고문헌 등은 별도 포스트(링크)PDF 버전(다운로드)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가. 국민기본소득제의 개요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기 위해 3개의 시행 시점마다 2개씩 총 6개의 시나리오를 제안한다. 3개 시점은 2021년, 2023년, 2028년으로 대의 민주주의 제도에서 국민의 의사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제도인 선거를 염두에 둔 시점들이다. 정부의 주된 역할인 재분배(세금·복지 제도)에 있어 대대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기본소득제는 반드시 국민 다수의 의사에 의해 추진돼야 한다. 책임있는 정치 세력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국민기본소득제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지지를 얻은 이후 입법과 행정을 통해 이 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첫 번째 시점인 2021년은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리는 2020년의 다음해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세금 제도와 복지정책 등의 재정 지출 전반을 개편하기 때문에 입법이 필수적이다. 총선에서 공약으로 제시되고,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 뒤에 선거에서 지지를 받는다면 기본소득제도를 2021년부터 시행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21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2020년 5월 30일부터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연내 입법이 촉박하지만, 17대 국회에서도 임기 개시 후 5개월 이내에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4대 개혁법안(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언론관계법, 과거사 규명법 개정)을 모두 발의했던 것을 감안하면 가능한 일정이다. 법안 발의는 정치적 의지의 문제이고, 입법은 협상 능력에 달려있다. 따라서 민심이 지지하고, 지지를 받은 정당이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입법은 가능하다.

두 번째 시점인 2023년은 대통령 선거, 지방 선거가 치러지는 2022년의 이듬해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입법 뿐 아니라 행정 명령, 세칙과 규칙의 변경, 행정을 통한 집행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방 세제와 지방정부의 지출 구조에도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야 기본소득제 시행이 가능하다. 특히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 때는 국가적 아젠다와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를 지향하는 공약들이 제시된다. 또한 지역, 인물 등의 변수에 영향을 받는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대선에서는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대선에서 국민기본소득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에게 지지를 받는다면 큰 틀의 변화를 수반하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란 전제로 재원 방안을 마련했다.

2028년은 2026년에 있을 지방선거, 2027년 5월에 치뤄지는 대통령 선거를 모두 감안한 시점이다. 이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 2028년까지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모두 두 차례씩 치뤄진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축적되고 제반 여건을 만들어 나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표 4–1] 국민기본소득제 6개 시나리오
*인구는 통계청의 장기인구특별추계(2019.3)에 따름

3개의 시점마다 2개씩 금액을 달리해 제시된 총 6개의 기본소득제는 다양한 상황을 감안한 시나리오다. 국민기본소득제를 2021년에 도입한 뒤 2023년, 2028년에 다다랐을 때에도 적용 가능한 재원 방안일 뿐 아니라, 이전 시점에 정치적 논의가 성숙치 않아 2023년 혹은 2028년에 기본소득제가 처음 시행돼도 적용이 가능하다. 논의의 성숙도와 국민적 지지 여부에 따라 각 시점별 하위안(2021년 월 30만 원안, 2023년 월35만 원안, 2028년 월 50만 원안), 상위안(2021년 월 40만 원안, 2023년 월 45만 원안, 2028년 월 65만 원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나. 지급액 규모와 재원 마련의 원칙

6개의 시나리오로 제시한 국민기본소득제는 모든 개인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월 30만~65만 원으로 설정했다. 지급액의 규모를 정하면서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은 재정적 실현 가능성이다. 국민기본소득제는 미래의 정책이 아닌, 지금의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미래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현재의 제도’로서의 기본소득을 지향한다. 따라서 기본소득이 추구하는 ‘개인에게 실질적 자유’를 부여하고,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인간의 탈상품화’를 완전히 달성하는 수준에는 못 미친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 기본소득만으로는 생계 위협에서도 벗어날 수가 없다.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최우선 고려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재정적 실현 가능성 다음으로 고려한 사항은 기존 복지의 대체 가능성이다. 국민기본소득제는 궁극적으로 기존 복지 제도 중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를 대체하는 것을 지향한다. 기본소득은 선별적 현금성 복지를 상당 부분 대체하면서 분배 구조를 단순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면 복잡한 행정 비용을 단순하게 줄이면서 정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다. 공무원 조직에 들어가는 비용부터 모멸감이나 불편으로부터 생기는 간접적 비용까지 모두 사라진다. 그러기 위한 기본 조건은 기존의 복지 급여를 대체할 정도의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선별적 복지 급여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생계급여다. 생계급여는 가구 단위로 지급되며, 2019년 현재 지급 기준선은 1인 가구 기준 월 51만2102 원이다. 수입이 51만2102원 이하이면 그 차액을 생계급여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4인 가구의 경우는 138만4061원이고, 가구원 수가 늘어날수록 1인당 기준 금액은 줄어들게 돼 있다. 그리고 이 생계급여 금액은 중위소득의 30%로 책정된다. 국민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입을 국가가 정해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기본소득제의 6개 시나리오 중 최대 지급액을 월 65만 원(2028년의 상위안)은 이 생계급여 수준으로 책정된 것이다. 2028년을 기준의 중위소득 추정액(208만3399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1인당 생계급여 금액은 62만5075원이다.[16] 기본소득 금액은 궁극적으로 이 수준까지는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가능한 가장 빠른 시기에 현실적으로 지급 가능한 모델을 제안하기 위해 최소 지급액은 월 30만 원(2021년의 하위안)으로 정했다. 이는 현재 우리 나라에서 특정 연령대 인구에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지급 금액보다 낮지 않은 액수이기도 하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전체 국민소득의 10% 가량을 사전 분배하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 모두가 창출한 부의 10%를 똑같이 나누어 가지면, 모든 개인이 동일한 출발선상에 서게 된다. 국민기본소득제의 최저 지급 규모인 월 30만 원안의 소요 재원 187조 원은 2021년 추정 국민총소득(GNI)의 8.5% 수준이고, 2023년의 월 35만 원안(총218조 원 소요)의 경우 당해 연도 국민총소득 추정액의 9.1% 수준이다.[17] 처음엔 한 사회가 한 해 동안 창출한 부의 10% 미만 수준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지만, 일단 국민기본소득제가 시행되면 사전 분배의 수준이 어느 정도가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판 파레이스 등(2018)은 기본소득 금액을 GDP의 25%까지 지급해 모든 사람에게 실질적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초기에는 GDP의 10~15% 수준인 부분기본소득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민기본소득제에서 설정한 기본소득 액수는 이런 국제적 논의와 맥락을 같이 한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세금을 거두고, 정부 재정을 지출하는 국가 행정 전반의 변화를 수반한다. 거대한 변화를 사회에 안착시키기 위해선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 국민기본소득제가 재원을 마련하는 원칙은 크게 여섯 가지다.

첫 번째 원칙은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는 국민기본소득제로 인해 손해를 입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34조의 조항을 실정법으로 실현하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이 제도의 수급자가 기본소득을 비롯한 그 어떤 정책이 도입되더라도 이전보다 열악한 상황에 처하면 헌법 정신에 위반되는 것이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최대 지급액인 월 65만 원안(2028년)을 제외한 5개 시나리오가 생계급여 금액(1인 가구 기준)에 못 미치고, 이 경우 생계급여 대상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 이후 차액만큼을 추가로 지급한다. 재원안에도 이 차액을 반영했다. 기본소득과 생계급여 제도의 병행은 기존 운영 조직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현행 생계급여 제도가 수급 가구의 소득을 ‘소득 인정액’으로 산입해 수급액에서 삭감한다. 이를테면 생계급여를 받는 4인 가구가 30만 원의 소득이 있다면 기준금액인 138만 4061원에서 그만큼 삭감돼 108만 4061원을 지급 받는다. 생계급여 수급자가 기초연금(만65세 이상 인구 중 소득 하위 70% 계층에게 지급)을 받는다면 그만큼도 삭감된다. 따라서 기본소득이 도입될 경우 그 지급액은 현행 제도 상의 ‘소득 인정액’ 안에 포함되기만 하면 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생계급여와 중복 수급이 가능한 교육·의료·주거급여와 장애인연금의 예산은 국민기본소득제의 재원으로 삼지 않았다. 다만 생계급여와 중복 수급이 가능한 아동수당은 기본소득으로 대체된다고 가정했다. 이는 아동수당이 특정 세대나 계층, 지역에 지급하는 ‘부분 기본소득’의 일종이므로 ‘완전 기본소득’인 국민기본소득제로 통합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 대신 아동수당을 받는 생계급여 수급자에 한해 추가로 해당 금액을 채워주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국민기본소득제 재원모델에 ‘보완책’의 예산까지 다루진 못했으나, 실제 제도에는 보완책이 담겨 함께 도입된다고 가정했다. .

국민기본소득제의 두 번째 원칙은 핵심 재원을 기존의 소득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기본소득이 현재 매년 발생하고 있는 국민소득의 일부를 사전 분배하는 것이라는 관점을 최대한 지키는 것이다.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주장이 있다. 미국 알래스카의 경우 석유에서 나온 수익을 별도 기금으로 조성해 주민들에게 지급한다. 기본소득론자 중에는 자동화로 일자리를 줄이는 로봇에 과세(로봇세)하자는 주장도 있고, 모두가 공유하는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 환경을 토대로 환경세를 거두자는 주장도 있다. 이들 주장은 그 자체로 타당할 수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로봇이나 환경이 현금화 가능한 소득을 얼마나 발생시키는지를 측정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최대한 현재의 제도를 기반으로 설계된 국민기본소득제는 로봇세, 환경세 등의 새로운 세목의 신설을 전제하지 않는다. 다만 국민기본소득제가 향후 로봇세, 환경세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장을 마련하는데 기여했으면 한다.

세 번째 원칙은 세금 제도의 누진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세금을 거두고 재정을 지출하는 재분배 체계 전반의 변화를 수반한다. 흔히 기본소득은 ‘지급 제도’로서의 특징들로 정의된다. 기본소득의 5가지 요건으로 꼽히는 정기성(periodicity), 현금성(payment in cash), 개별성(individuality), 보편성(universality), 무조건성(unconditionality)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지급 측면에서 기본소득의 5가지 요소들을 모두 갖춘 동시에 조세 체계에서 누진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기본소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으나, 누진성을 강화한 국민기본소득제는 순수하게 세금을 더 내는 사람들을 일부 고소득계층에 한정한다. 중상위 이하의 소득 계층은 내는 세금보다 받게 될 기본소득이 더 많기 때문이다.

재원을 ‘소득’으로 하면서도 누진성을 강화하는 세금 제도를 지향하는 국민기본소득제는 소득세제의 비과세·감면 제도 대부분을 폐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각종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폐지해 소득을 세금부과 기준인 ‘과세표준’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하는 금액이 국민기본소득제의 재원을 확보하는 여러 방안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이유는 소득세가 세수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세목이면서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차이(세율 갭)가 커 비과세 감면분을 정비할 때 확보되는 재원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의도적으로 부가가치세, 법인세, 지방세 등 규모가 있는 다른 세제의 개편을 재원 확보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세목들은 누진성을 강화하기에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조세의 부담이 직접적으로 납세자에게 귀착되지 않는 단점도 있다. 소비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는 판매자가 납부하고, 기업의 이익에 부과되는 법인세는 법인이 납부하지만, 실제 담세자(조세 부담자)는 시장의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다.

[그림 4–1] 세목 별 세수입 통계(2017년 기준)
출처 : 2017년 국세통계연보

소득세제의 각종 감면 제도는 그동안 세금 제도의 누진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임주영 외(2011)가 소득세 감면의 재분배 효과를 분석한 결과 누진적 세율 구조가 세후 소득의 소득 불평등을 24.6%p 감소시켜주는 반면, 전체 감면 제도는 세후 소득의 불평등도를 13.5%p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별 공제 제도 중에서도 근로소득공제, 보험료공제, 인적공제가 소득 재분배 효과를 비교적 크게 약화시키고, 기부금 공제, 연금저축 공제, 신용카드 공제 등도 세후 소득의 불평등도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8]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소득세제에 있어 과도한 감면 제도를 운영한 결과 ‘법정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격차’(세율 갭)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19] 홍우형 외(2018)이 한국의 소득세 세율 갭을 일본,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핀란드 등 6개국과 비교 분석한 결과, 일본의 최고소득층과 캐나다의 중하위 소득층을 제외하면 한국의 세율 갭이 모든 소득 계층에 걸쳐 가장 큰 수준이었다. 특히 연소득 3000만 원 이상부터 2억 원 이하까지 중상위 소득층의 세율 갭은 10% 이상으로 한국의 소득 세제가 상위 구간의 소득자에게 과도할 정도로 감면 혜택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중상위 소득 계층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소득세 공제 제도의 혜택이 소득 세제를 통한 세수입 확보 및 소득 재분배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즉, 현재 소득공제 항목의 상당수가 세금제도를 역진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이와 같은 소득세제를 개편해 고소득자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하자는 제안 하에 설계됐다.

국민기본소득제가 재원을 마련하는 네 번째 원칙은 국민 모두가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다. 국민기본소득제는 모든 사람을 소득자로 만든다. 과거에 소득이 없던 이들에게도 기본소득은 주어지기 때문이다. 국민기본소득제는 기본소득의 과세를 전제로 하며 이로 인해 모든 국민은 근로 여부, 연령을 불문하고 납세자가 된다.

모두가 납세자가 되는 세금제도는 과세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유지하는데 중요한 동인으로 작동한다. 조세 체계 안에서 그동안 소득이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과세하지 않았던 제도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이를 테면 2000만 원 이하의 부동산 임대 소득은 2018년까지 비과세 대상이었고, 현재도 여러 요건을 충족하는 1주택자의 경우 양도세가 면제된다. 이처럼 여러 정책적 목적으로 유지되던 비과세 제도가 재검토 될 가능성이 높다. 기본소득이 유일한 소득이어도 세금을 내는 새로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탈루 소득의 과세 강화는 사회적으로 더욱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모두가 세금을 내게 하는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본소득에 최저세율을 적용해 원천징수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국민에게 종합소득신고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전자가 정책 집행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고, 후자는 공정과세의 문화를 확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모두가 종합소득신고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나, 각종 공제제도가 사라진 소득세 체계에서는 소득신고의 절차와 처리가 훨씬 간소화될 것이므로 과거만큼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국민기본소득제 재원 마련의 다섯 번째 원칙은 4대 사회보험과 관련된 재정, 기금 등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더불어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인 사회보험은 실업 및 육아휴직·근로능력 상실시 소득보장, 노후소득보장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이 기능은 상당 부분 기본소득과 그 역할이 겹친다. 하지만 가입자의 기여로 조성된 기금을 전국민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고, 국민기본소득제의 금액 수준을 감안할 때 기존 사회보험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민기본소득제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험 등을 유지하는 기금 및 재정 등에서 재원을 확보하지 않았다. 다만 국민기본소득제가 시행된 이후 고용보험 신규 납입분의 일부,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역할을 하는 균등부분[20]을 향후 어떻게 활용하는게 애초의 목적에 더 맞는 방식일지를 논의해볼 필요는 있다. 국민기본소득제가 이런 논의에 마중물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국민기본소득제의 여섯 번째 원칙은 개인 기준 연소득 4700만 원 이하의 소득 계층이 이익을 얻는다는 점이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다. 세금을 거두고 국민에게 나누는 정부의 재분배 체계가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해지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국민기본소득제는 각 시나리오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소한 연소득 4700만 원(세전 기준) 이하의 개인이 더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많도록 설계됐다. 4700만 원은 국세청으로부터 확보한 2012년~2017년 통합소득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2021년 미래 통합소득 기준으로 상위 27% 소득계층의 연 소득이며 이보다 많은 소득을 얻는 이들이 약 607만 명이다. 이들은 또한 무소득자를 포함한 성인 인구 중 상위 15% 소득 계층이며, 국민 전체 중 상위 12%에 속한다.

손익이 갈리는 소득의 기준점은 각 시나리오별로 다르다. 2021년 월 30만 원 지급 방안의 경우 연소득 4700만 원 이하인 사람은 국민기본소득제가 이익이지만, 2023년과 2028년의 기본소득안은 기준점이 더 높아져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소득 계층까지 국민기본소득제의 수혜를 입는다. 이 손익분기점은 소득세제를 단순성이 높고 누진성이 낮은 방향으로 정비하면서 생기는 추가 납세 부담을 감안해 계산했다. 탈루소득 과세와 재정 구조조정 등 다른 재원 마련 방안으로도 개인 소득이 변화할 수 있으나, 대부분 고소득자에게 불리하고 중간층 및 저소득자에게 유리한 변화일 것으로 보고 감안하지 않았다.

손익이 갈리는 소득의 기준점을 개인이 아닌 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수혜를 입는 대상이 확대된다. 국민기본소득제는 경제 활동 여부를 따지지 않고, 나이나 성별, 인종 등 그 무엇도 차별하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지급된다. 따라서 가구의 소득이 가구원 수에 따라 9400만 원(2인 가구), 1억4100만 원(3인 가구), 1억8800만 원(4인 가구)을 넘지 않는다면 국민기본소득제가 이전의 조세·복지 체계보다 이익인 셈이다.

다. 가구 형태별 손익 분석

국민기본소득제는 재원의 상당 부분을 소득세에서 충당하는 제도다. 따라서 분명히 현재보다 더 받게 되는 사람과 더 내게 되는 사람이 나뉜다. 앞서 제시한 여섯 가지 시나리오 모두 연소득이 4700만 원을 넘지 않는 사람은 현재보다 더 받도록 설계됐다. 통합소득 기준으로 연소득 4700만 원인 사람은 소득자 가운데 상위 22%, 국민 가운데서는 약 10%에 해당한다. 주로 고소득자가 혜택을 많이 받는 소득세 비과세 감면을 없애면서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때문에 소득 상위 계층이 손실을 보고 나머지 대부분이 이득을 보는 구조가 된다.

다만 이는 개인 단위로 따진 계산이다. 현실에서 국민기본소득제는 가구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가구별 소득 영향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 장에서는 다양한 가구 형태를 제시하고, 시나리오 가운데 2021년 월 30만 원의 국민기본소득제가 실시되었을 때 각 가구의 소득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를 살펴본다. 서술 편의상 1만 원 이하 단위는 절사했으며, 세금 부담 액수는 적정한 선에서 어림해 추산했다.

① 외벌이 1인 소득이 연 1억 원인 4인 가구(부부와 미취학 두 자녀)

부부 중 1명이 취업해 소득을 얻고 다른 1명이 전업주부로 살아가며 두 자녀를 기르는 외벌이 4인 가구는 산업사회를 상징하는 가족 모델이다. 오랜 기간 동안 임금의 기준이 되는 생계비 산정 등 다양한 기준에 이런 4인 가구가 표준으로 제시되어 왔다.

두 자녀는 미취학 아동으로 각각 월10만 원의 아동수당을 수급 받고 있는 경우, 국민기본소득제가 실시된다면 이 가구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주소득자는 연소득이 1억 원이니 분명히 더 내게 되는 세금이 연 360만 원의 기본소득보다 분명히 많을 것이다. 소득자의 기본소득에 대해 매겨지는 세율도 고소득자이므로 꽤 높을 것이다. 그러나 소득이 없는 나머지 3명의 가구원은 추가 세금보다 기본소득이 훨씬 크다. 기본소득에 대해 매겨지는 세율도 매우 낮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가구는 국민기본소득제 도입 전에 비해 수입이 1440만 원 늘고 지출이 1087만 원 늘어, 순소득이 353만 원 늘어난다.

② 부부 합산 연봉 9000만 원인 맞벌이 3인 가구(부부와 중학생 자녀 1인)

다음으로 부부 연봉을 합치면 9000만 원이고, 자녀가 중학생인 3인 가구는 어떤 영향을 받을지 살펴 보자.

결론적으로 이 가구는 국민기본소득제 도입 전에 비해 순소득이 314만 원 늘어난다.

③ 연소득 3500만 원의 노부모 부양 3인 가구(노년의 두 부모와 성인 자녀 1명)

연봉 3500만 원의 청년이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65세 이상 부모와 함께 사는 3인 가구는 어떤 영향을 받을지 살펴보자.

결론적으로 이 가족은 이전보다 순소득이 168만 원 늘어나게 된다.

④ 연소득 없이 생계급여로 생활하는 2인 가구(한부모와 미취학 자녀 1명)

현행 제도에서 연소득 없는 한부모 가정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상의 생계급여와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아동수당 등이 지급되고 있다. 현재 제도가 유지될 때 2021년 수령 예상 급여는 기존 생계급여 월 91만 원(2019년 2인 가구 생계급여에 중위소득 예상 증가율 2.2%를 적용해 2021년 2인 가구 생계급여액을 추산, 1만 원 이하 절사),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월 20만 원, 5세 미만 자녀에게 지급되는 추가양육비 1인당 5만 원, 아동수당 월10만 원 등을 연단위로 계산하면 총 1512만 원이다.

국민기본소득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상 기존 생계급여 수급자가 손해를 입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생계급여 수급자에게는 1) 기본소득을 과세소득에 포함하지 않는다, 2) 아동수당 등 기존의 수당 제도를 (기본소득 금액이 충분히 높아질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유지하도록 한다.

따라서 이 가구의 경우 2인의 기본소득 720만 원에 대해서는 추가 과세하지 않는다. 또한 기존에 받던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5세 미만 자녀 추가 양육비, 아동수당은 기존대로 받게 된다.

이는 아동수당을 폐지하고 그 금액을 재원으로 통합하는 국민기본소득제와는 충돌하는 형태이나, 생계급여 수급자가 손해를 보지 않게 한다는 원칙을 위해서 이 대상자들에게 한정하는 별도의 아동수당을 운영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다만 생계급여의 일반 수급자가 117만 명이고, 수급 가구의 73.4%(2019년 기준)가 1인 가구라는 점을 감안해 재원 모델에 이 새로운 제도의 소요 재원을 반영하진 않았다.)

⑤ 연소득 5000만 원의 취업자 1인 가구(청년 1인 가구)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대기업에 취업해 연봉 5000만 원을 받게 된 30대 직장인의 경우를 살펴 보자. 이 사람에게는 별도 가구로 다른 도시 대학가에서 자취하는 동생이 있고, 고향에 사는 퇴직한 노부모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국민기본소득제는 이 청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단순하게 계산하면 아래와 같이 순소득이 연 41만 원 감소한다.

그러나 동거하고 있지는 않지만, 소득이 없는 동생과 퇴직한 부모님에게 기본소득이 끼친 영향을 함께 계산하면 아래와 같이 결론이 달라진다. 4인 가족 전체의 순소득은 419만 원 늘어난다. 이 30대 직장인의 소득세 감면이 줄어 세금 부담이 커지지만, 가족 부양 부담은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라. 6개 시나리오 별 재원 내역

① 2021년 월 30만 원 안

② 2021년 월 40만 원 안

② 2021년 월 35만 원 안

④ 2023년 월 45만 원안

⑤ 2028년 월 50만 원안

⑥ 2028년 월 65만 원안

마. 재원 마련 방법

1) 단순하고 누진적인 소득세제

① 소득세제 공제 항목 정비

[표 4–2] 소득세제 정비로 확보되는 재원

2021년과 2023년, 2028년에 근로소득과 종합소득, 다른 소득원 없이 일용직 일자리에만 종사하는 노동자의 소득(순수일용근로소득)을 추정한 뒤 이들의 소득에서 소득공제·세액공제를 모두 정비하면 기존의 소득세제에서 거두는 세수입보다 각각 82.8조 원, 86.9조 원, 117.6조 원을 더 걷게 된다. 국민기본소득제가 정비하는 소득세제 감면분은 기획재정부가 발간하는 ‘조세지출예산서’ 상의 ‘조세지출’보다 범주가 큰 개념이다. 조세지출예산서에 포함되지 않는 근로소득공제와 일부 세액공제가 포함된다. 쉽게 말해 각 개인들의 ‘세전소득’이 그대로 ‘과세표준’이 되어 세금이 매겨진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누구나 자신의 세금을 쉽게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소득세제 정비로 확보되는 재원을 계산하려면 미래 소득을 추정해야 했고, 그 추정을 위한 여러 가정이 불가피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나라살림연구소가 국세청으로부터 확보한 2012년부터 2017년 귀속연도 통합소득 100분위 자료(상위 1%는 1000분위 자료)를 통해 근로소득과 종합소득을 신고한 인원, 이들의 세전소득, 과세표준, 결정세액 등의 추이를 살펴본 뒤 이를 기반으로 2018년과 2028년까지의 미래 소득을 예측했다.[21] 그렇게 예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모든 감면 조항을 정비하면 2021년 79.9조 원, 2023년 84.0조 원, 2028년 114.7조 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추가 세수를 모두 국민기본소득제의 재원으로 삼지는 않았다. 2023년의 상위안(월 45만 원안)과 2028년의 시나리오엔 추가 세수를 그대로 반영했지만, 2021년의 시나리오와 2023년의 하위안(원 35만 원안)의 경우엔 명목세율을 일부 인하한 안으로 반영했다. 앞서 밝힌 국민기본소득제의 원칙에 따라 연 4700만 원 이하의 소득을 얻는 개인이 손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모든 감면 조항을 폐지하고도 연소득 4700만 원 이하의 소득자가 손해를 입지 않는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기 위해 소득세의 명목세율을 모든 구간에 3%p(2021년 월 30만 원안), 2%p(2021년 월 40만 원안, 2023년 월 35만 원안) 인하하는 방안을 적용했다.

[표 4–3] 소득구간(과세표준)별 소득세 명목세율

모든 감면조항을 폐지한다는 전제로 2021년 기준 인구 총 5182만 명에게 월 30만 원(연 36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더 내는 세금이 기본소득과 같은 360만 원에 해당하는 계층은 연소득 3190만 원인 상위 42% 소득 계층이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 소득세율을 모든 구간에 걸쳐 3%p 인하했다. 월 40만 원 기본소득 안에서는 모든 구간에 걸쳐 2%p 인하했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세금제도의 비과세·감면을 정비해 상당 수준의 증세를 포함하고 있지만, 명목세율은 그대로이거나 일부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1년에 모든 구간에 걸쳐 소득세율을 3%p씩 인하하고 월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시행하면, 받는 기본소득과 더 부담해야 할 세금이 같아지는 계층은 연소득 4715만 원 가량인 사람이다. 이 소득 계층은 소득세제 정비로 287만 원의 세금을 더 내고, 연 360만 원의 기본소득에도 76만 원의 소득세가 부과돼 총 363만 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 기본소득 수령액보다 추가 세금 부담이 커지는 계층 중 소득이 가장 낮은 사람이다. 이보다 낮은 소득 계층은 더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많아진다.

2021년에 모든 구간에 걸쳐 소득세율을 2%p씩 인하하고 월 4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경계선에 선 사람의 연소득은 4997만 원이다. 이 사람은 소득세제 정비로 373만 원의 세금을 더 내고, 연 480 만 원의 기본소득에 부과된 106만 원의 소득세도 더 낸다. 따라서 기본소득 연 지급액인 480만 원에 육박하는 연 479만 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 소득 5000만 원에서 국민기본소득제의 손익분기점이 가려진다고 볼 수 있다.

[표 4–4] 2021년 월 30만 원, 월 40만 원 기본소득 도입시 1인당 세금 증가 액수(단위 : 백만 원)

근로소득과 종합소득 신고자에 해당하지 않는 순수 일용직 근로자의 소득도 다른 소득과 마찬가지로 비과세·감면분을 정비하면 추가 세수가 연 평균 2.9조 원이 된다. 이 금액은 통합소득(근로소득+종합소득)과는 달리 확보 가능한 최근 2개년도의 자료를 통해 미래 세수입을 추정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확보한 2016년~2017년 순수 일용직 근로자 지급 명세서 제출 자료를 보면 이들의 총 소득 금액은 2016년 46.9조 원, 2017년 48.5조 원이다. 이들에게 비과세·감면 없이 소득세율을 적용하면 세수입이 2016년 3.7조 원, 2017년 2.9조 원이 된다. 기존 과세금액을 제외한 추가 세수입은 2016년 3.4조 원이고 2017년 2.4조 원이다. 국민기본소득제의 6개 시나리오에 적용한 순수 일용직 근로자의 소득세 감면분은 확보 가능한 2개 년도의 평균값인 2.9조 원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추정한 근거는 상반되는 추세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순수 일용직 근로자의 숫자는 2008년 527만 명에서 2017년 502만 명으로 9년간 25만 명이 감소했다. 반면 소득 금액은 통합소득과 마찬가지로 물가, 경제 성장률 등과 연동해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 세수 투명화의 영향도 있다. 상반되지만 완만한 두 추세를 반영해 미래의 추가 세수입을 최근 2개 년도 평균 수준일 것이라 추정했다.

② 기본소득 과세

국민기본소득제는 모두가 세금을 내는 사회를 지향한다. 이를 위한 제도는 ‘기본소득 과세’다. 국민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소득세제의 개편을 통해 근로소득자의 41%(2017년 기준 근로소득자 1800만 명 가운데 739만 명이 면세자였음)에 달하는 면세자에게 과세가 가능하지만, 기존에 소득이 없거나 무자료 거래 등 소득세 미신고자의 경우 세금을 부과할 방법은 여전히 난망하다. 기본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과세는 이런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까지 세금을 내게 한다.

다만 이 제도는 세금 제도의 누진성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연소득 2000만 원인 사람은 기본소득 금액의 12~15% 세율이 적용돼 세금을 납부하지만, 연소득 5억 원 이상인 사람은 기본소득에도 42%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본소득 과세에는 두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하나는 기초연금처럼 ‘줬다 빼앗는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계급여 수급자가 실질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전자의 경우,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 계층에게 최대 월 3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로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상의 수급자는 기초연금의 수급액만큼 삭감된 생계급여를 받아 왔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내만복)는 취약 계층인 생계급여 수급자에게 ‘줬다 뺏는 기초연금’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해왔으나, 정부는 여전히 기초연금액을 생계급여의 소득 인정액으로 산입하는 방식을 변경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 제기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저생활을 보장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기초연금의 수혜 대상에서 기존의 수급자를 제외해선 안 된다는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본소득 역시 생계급여 수급자에게 추가적인 소득이 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기초연금과는 달리 지원 대상이 전국민이다. 또한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복지 효능감을 높여 증세 정치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작동하는 등 선별 복지와는 다른 정책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또한, 국민기본소득제의 첫 번째 원칙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손해를 입지 않는다’에 따라 기본소득 과세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생계급여 수급자에 한해서는 기본소득 과세 금액을 되돌려줘야 이 원칙을 지킬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2017년 158만 명에서 2018년 174만 명으로 늘어남)를 감안하면 이들이 받는 기본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이 전체 국민기본소득제 재원의 0.1~0.2% 수준이다. 2021년의 월 30만 원안에서는 2000억 원 정도의 금액이다. 이를 직접적으로 재원 내역에 반영하진 않았지만, 국민기본소득제의 원칙상 실제 운영될 때는 생계급여 수급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금액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그동안 빈곤 상황에 있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던 가구들은 국민기본소득제의 도입으로 추가 소득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제는 부양의무가 완전히 사라진 급여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과세는 두 가지 방법으로 계산했다. 하나는 통합소득(근로소득+종합소득)의 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소득수준에 맞는 과세를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근로소득과 종합소득 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저세율을 적용해 기본소득 과세 금액을 계산한 것이다.

[표 4–5] 기본소득 과세금액(단위 : 만 명, 조 원)
*인구 추계는 통계청 장기인구특별추계(2019.3)에 따름
*2021년, 2023년, 2028년 통합소득 인원 추계는 방법은 별첨 1 참조.

2021년을 예로 들면, 통계청이 2019년 3월에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2021년 인구는 총 5182만2000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국민기본소득제 재원 마련을 위해 자체적으로 추정한 근로소득과 종합소득을 납부한 인원은 2021년에 2250만5000명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이들이 받은 기본소득에 과세한 금액은 총 각각 11.9조 원(월 30만 원안), 16.1조 원(월 40만 원안)이다. 전체 인구에서 통합소득 인원을 제외한 기타 인구는 2931만5000명이고, 이들이 받은 기본소득에 소득세의 최저 명목세율인 3%와 4%를 각각 적용해 과세한 금액은 각각 3.2조 원(월 30만 원안), 5.6조 원(월 40만 원안)이다. 순수일용근로소득의 경우엔 별도로 계산하지 않고, 기타인구에 포함시켜 최저세율을 적용했다. 확보 가능한 최소한의 재원만 반영해 국민기본소득제의 재정적 실현 가능성을 높이려 했다.

2) 공정한 세금 제도

[표 4–6] 공정한 세금제도 운영으로 확보 가능한 재원

국민기본소득제는 세금 제도에 대한 높은 수준의 신뢰를 필요로 한다. 기본소득이라는 권리를 고르게 누리는 모든 국민에게 납세의 의무도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 제도에 대한 신뢰를 전제하지 않으면 모든 국민에게 분배하는 기본소득제도는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공정한 세금 제도를 확립하는 것은 재원 마련 방안을 넘어 국민기본소득제를 지탱하는 근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공정한 세금 제도를 확립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역외탈루 방지, 임대소득 탈루 방지, 간이과세제도 폐지와 종교인 과세, 공무원 복지 포인트 과세,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의 국세청 열람을 통한 숨은 세원 찾기 등이 있다.

국세청이 추징한 역외탈루 세액의 규모는 2010년 5019억 원, 2011년 9637억 원에서 2017년 1조3192억 원, 2018년 1조3376억 원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이는 해외 금융 계좌 의무신고가 정착되고 있으며 신고 기준 금액도 10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인하된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자산만 의무신고 대상이어서, 많은 부분이 탈루되고 있다.

역외탈루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의무 신고 대상을 현재의 5억 원 이상의 해외 금융 계좌에서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모든 자산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고, 신고 기준 금액도 인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신고 기준액은 미국 1만 달러(약 1,100만 원)와도 큰 차이가 있다.[22] 또한 위반 시의 처벌 강도를 강화하면 역외탈세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현행 처벌 규정은 위반 금액이 5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인적사항을 공개하게 돼 있고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과태료 수준도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신고 금액이 1) 20억 원 이하인 경우 해당 금액의 4%, 2) 20억~50억 원인 경우 20억 원 초과분의 7%에 8000만 원을 더한 금액, 3) 50억 원 초과인 경우 초과분의 10%에 2억 9000만 원을 더한 금액이다. 그에 비해 미국은 과태료가 50%에 달하고, 호주는 25%~75%의 가산세를 부과한다.[23]

역외탈루 규모의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과거의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연구가 있다. 영국의 시민단체 조세정의네트워크가 2012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2010년대 말까지 조세도피처로 흘러들어간 전세계 금융자산 누적액이 최소 21조 달러에서 최대 32조 달러[24]이고, 한국인의 금융자산도 7790억 달러(약 928조 원)에 달한다[25]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추정해 보면, 역외탈루 방지 조치가 시행되면 2020년에 2조 원의 추가 세수입이 생길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세수입은 재정지출 증가율인 매년 6% 정도 증가한다고 가정하고 재원 마련 방안에 반영했다.

부동산 임대소득 역시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정의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참여연대가 2017년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2015년)와 통계청의 ‘인구총조사’(2015년)를 분석한 결과 국내 전체 월세 가구가 납부하는 임대소득이 연 24조 7371억 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참여연대는 이 임대소득에 1)분리과세 구간을 1000만 원 이하로 변경, 2) 필요 경비액 인정 비율 30%로 변경, 3) 400만 원 기본공제 폐지 등의 개편 방안을 적용하면 해마다 2조200억 원의 추가 세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26] 2020년에 추가 세수입이 2조 원이라고 가정하고, 재정지출 증가율인 연 6%를 적용하면 2021년 2.1조 원, 2023년 2.4조 원, 2028년 3.2조 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간이과세제도는 연매출 4800만 원 이하 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고 공급 대가에 업종별 부가가치율을 적용하여 부가가치세금을 계산하는 일종의 납세편의제도이다. 영세사업자 지원, 과세편의 제공 등 취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기본소득제가 시행되면 지원 성격의 제도는 대체가 가능하다. 또한 최근 홈텍스, 전자세금거래 등으로 과거와는 다르게 세금 계산 및 납부가 편리해졌기 때문에 과세편의 제공의 의미도 거의 사라졌다. 간이과세 제도 유지로 인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 간이과세자들과 거래하는 일반과세자의 소득 파악이 어려워지는 단점만 남아 있는 상태다.

따라서 간이과세 제도를 폐지하면 간이과세자와 일반과세자 양쪽에게서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윤종훈(2006)은 간이과세를 폐지하면 간이과세자에게선 1조 3282억 원, 일반과세자에게서 부가가치세 2조 2683억 원, 소득세 6424억 원의 증대효과가 있어 총 4조 2389억 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27] 비록 이 때의 추산이 2004년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부가가치와 소득세의 세수가 더 커졌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보아 이 때의 추산을 그대로 반영했다.

숨은 세원으로 확보 가능하다고 추정한 재원은 2020년 3조 원이다. 이 금액에 재정지출 증가율인 연 6%를 적용해 2021년 3.2조 원, 2023년 3.6조 원, 2028년 4.8조 원을 기본소득 재원에 반영했다.

숨은 세원으로 분류한 항목들은 크게 세 가지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를 국세청이 일부 부적절한 자료만을 제외한 전체 자료를 상시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하고,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과세하며, 세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비과세로 유지 중인 공무원 복지 포인트를 과세한다는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초인 2013년에 복지공약 달성에 필요한 135조 원 가운데 53조 원을 지하경제 양성화로 확보하겠다고 밝히고, FIU 정보의 국세청 열람 입법을 추진했다. 당시 국세청이 주장한 ‘FIU 정보 상시열람’으로 확보 가능한 예산은 연 4.5조 원이었다. 당시 입법은 FIU 정보의 상시 열람이 아닌,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정보제공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으로 후퇴했다. FIU 정보 열람은 개인정보 보호와 세원 확보라는 법익이 충돌하는 사안으로 열람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방안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종교인 과세의 경우 현행 ‘기타소득’을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기타소득은 더 많은 필요 경비를 인정 받아 감면 혜택을 적용 받으며, 소득세법상 일회적이고 예외적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나, 종교인들은 대부분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소득을 얻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꾸더라도, 연 소득 4700만 원 이하는 손해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감안하면, 대부분 종교인은 수령하는 기본소득이 더 커서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기업과 공기업의 복지 포인트는 엄연한 과세 대상이고, 별도의 세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과세가 되지 않고 있는 공무원 복지 포인트에 대해서 과세가 실현되면 연간 1000억 원 정도의 추가 세수입이 확보된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013~2017년의 공무원 복지 포인트의 규모를 추산한 결과 3조3000억 원에 달하고, 여기에 공무원 평균연봉의 한계세율인 15%를 적용하면 미납 세금 규모는 4959억 원이었다.[28]

3) 복지 대체

① 복지 정책 대체

[표 4–7] 복지 대체로 확보되는 재원(단위 : 조 원)

국민기본소득제는 소득을 보전하고, 안전망을 강화하는 복지 정책들 중의 일부를 대체한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연령대의 부분 기본소득의 성격을 가진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지급되는 생계급여의 일부 혹은 전부, 일자리 유지를 위한 사업주 지원정책인 일자리안정자금, 구직 지원정책인 청년내일채움공제, 2020년에 최초로 도입되는 실업부조 정책인 국민취업지원제도, 4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두루누리지원사업 등을 대체한다.

다만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국민기본소득제의 원칙에 따라 생계급여와 중복 수급이 가능한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를 제외했다. 장애인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장애인연금도 제외했다. 지방정부가 각기 진행하는 현금성 수당은 ‘지방재정 지출 조정’ 부문에서 다룬다.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는 직불금, 양곡매입 및 관리비 등은 기본소득의 취지상 대체될 수 있지만, 여러 논란의 여지가 있어 제외했다. 이 외에도 모든 계층에 통틀어 의료와 관련된 지원을 제외했고, 현금이 아닌 사회 서비스로 지원되는 각종 정책에 따른 지급액도 기본소득 재원에 포함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를 포함해 행정안전부, 국방부, 농림수산식품부, 여성가족부, 통일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부처에도 비슷한 성격의 수많은 복지 정책들이 있으나, 이번 국민기본소득제의 재원 마련 방안엔 반영하지 않았다. 여러 복지정책들을 한 번에 조정하는 것은 수급자들과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기본소득제를 준비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복지 정책들의 조정과 통합 등에 대한 논의도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국민기본소득제는 기초연금 예산의 전액을 재원으로 반영하기 위해 최소 지급액을 월 30만 원으로 정했다. 기초연금이 소득 하위 70% 계층에게 최대 월 30만 원씩 지급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은 2019년 중앙정부 예산 기준 11.5조 원 규모로 기금이 아닌 일반회계의 재원으로 실시하는 복지 제도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이다. 기초연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7대3 비율로 부담하는 구조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추계한 기초연금 중기 재정계획안에 따르면 2021년 18.8조 원(국비 14.5조 원, 지방비 4.3조 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이 추계의 평균 상승률인 8%를 반영하면 2023년 21.6조 원, 2028년에 31조 원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확보 가능하다.

[표 4–8] 기초연금 중기재정계획안(단위 : 조 원)
<국회예산정책처, (2018) ‘2018~2027년 기초연금 재정소요 추계’>의 시나리오4(소득 하위 20~40% 계층이 2020년부터 월 30만 원 수급, 소득하위 40~70% 계층이 2021년부터 월 30만 원 수급)를 채택.

아동수당은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소득 차별 없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수당으로, 2019년 9월부터 지급 연령이 만 6세 미만에서 만 7세 미만으로 변경됐다. 도입 첫 해인 2018년엔 소득 하위 90% 계층에게 지급하는 제도로 시작됐지만, 막대한 선별 비용으로 인해 이듬해부터 전 계층에게 지급하는 제도로 바뀌었다. 2019년 기준 아동수당 예산은 2.2조 원 규모이고, 국비 보조율이 약 72.9%이라서 나머지 27.1%를 지방정부가 부담한다. 아동수당은 중기 재정계획안에 따르면 저출생으로 인해 2020년에 최대 규모가 되었다가 이듬해부터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아동수당 감소 추세를 반영하면 2021년 3.1조 원, 2023년 3.0조 원, 2028년 2.9조 원의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

[표 4–9] 아동수당 중기재정계획안(단위 : 조 원)
출처 : 나라살림연구소[29]

생계급여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라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기본 복지 제도로 중위소득의 30%를 보장하는 형태로 지급 액수가 정해진다. 생계급여의 예산 규모는 2019년 중앙정부 3.8조 원, 국비 보조율이 81.3%로 나머지 18.7%는 지방정부가 부담한다. 중기 재정 계획안에 다르면 생계급여의 규모는 2021년 5.1조 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연평균 증가율은 5%를 적용하면 2023년 5.8조 원, 2028년 7.3조 원이다.

[표 4–10] 생계급여 중기재정계획안(단위 : 조 원)
출처 : 2019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사업설명자료, 보건복지부 내부자료

생계급여는 국민기본소득제로 전액 대체되지 않는다. 국민기본소득제의 6가지 시나리오 중 최대지 급액
인 월 65만 원안(2028년 상위안)을 제외하면 기본소득 금액이 1인 가구 최저생계비 보장 금액보다 적다. 따라서 5개 시나리오에선 생계급여의 일부 금액만 대체된다.
이 대체 금액은 정확하게 추산하기가 어렵다. 생계급여 수급 가구 별 소득과 간주부양비 등을 감안한 실제 수급액을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기본소득제가 대체하는 생계급여 규모는 보수적인 추정으로 최소 금액을 반영했다. 일단 2019년 기준 생계급여 수급자는 총 82만1000가구의 126만 명이다. 2019년 생계급여 규모인 3.8조 원을 수급자 수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연 298만 원이고, 12개월로 나누면 월 25만 원이다. 개인 당 평균 지급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월 30만 원으로도 대체가 가능하지만, 보수적 추정을 위해 다른 방식을 사용했다.
생계급여 수급자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구 유형은 1인 가구다. 2019년 기준으로 전체 82만 가구 가운데 1인 가구가 60만2492가구를 차지했다. 하지만 인원 수를 가구 수로 나누면 1.53명으로 2인에 가깝다. 따라서 2인 가구의 1인당 최대 생계급여 액수를 기준으로 기본소득 금액이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대체하는지를 계산했다. 예를 들어 2021년 2인 가구의 1인당 최대 생계급여 지급액은 월 45만 5718원이다. 기본소득 월 30만 원은 이 금액의 65.8%를 차지하고, 월 40만 원은 이 금액의 87.8%를 차지한다. 이 비율을 전체 생계급여 예산에 적용하면 기본소득으로 대체 가능한 금액은 월30만 원안이 3.3조 원, 월40만 원안이 4.5조 원이 된다.

[표 4–11] 1인당 생계급여 최대금액 대비 기본소득 대체 비율(2인 가구 기준)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 대책으로 고용 유지를 위해 사업자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이 제도는 취지상 한시적인데다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가 기본소득과 일부 겹치기 때문에 전액 정비가 가능하다. 2019년에 책정된 2.8조 원을 그대로 2021년, 2023년, 2028년의 기본소득 재원으로 반영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자산형성 방식으로 취업 청년의 저축금액 일부를 보조하는 제도로 소득보전과 장기 고용 유지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제도는 2019년 정부 일반회계로 5740억 원을 지원하고, 고용보험기금에서 4232억 원을 지급한다. 중기재정계획상 2021년에는 일반회계 지출액이 1.1조 원이 된다. 이 제도는 보다 보편적인 소득 보장 대책인 기본소득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이 제도에서 사회보험의 기금인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하는 예산을 제외하고,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지원하는 재원만을 반영했다. 중기재정계획상 매년 1.3% 증가한다는 가정을 적용해 2021년 1.1조 원, 2023년 1.1조 원, 2028년 1.2조 원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반영했다.

[표 4–12] 1인당 생계급여 최대금액 대비 기본소득 대체 비율(2인 가구 기준)
자료 : 고용노동부 사업설명자료

정부는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영세 사업장의 근로자와 사업자에게 사회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 사업을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두루누리 사업의 예산은 중기재정계획상 2021년 1.6조 원으로 예상된다. 중기재정계획상 2019년~2023년 연평균 증가율인 8%를 적용하면 2023년 1.8조 원, 2028년 2.7조 원이다. 두루누리 사업은 점점 커져가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정책이다. 지원 대상은 사업장 규모(10인 미만), 소득 규모(월 210만 원 미만) 조건에 맞는 근로자와 사업자다. 두루누리 사업은 당초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이 30~40%대로 저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현실적으로 미가입자의 가입을 유도하기 보단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사업자에게 소득을 이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30] 따라서 보다 포괄적인 소득보장 정책인 국민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두루누리 사업이 대체된다고 가정했다. 다만 국민기본소득제가 대체하는 것은 사회보험 그 자체가 아닌, 사회보험에 투입되는 정부의 재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7월에 최초로 도입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정책인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월 50만 원의 구직촉진수당을 최대 6개월간 지급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인당 연 300만 원의 지급 규모, 소득보장의 취지 등을 감안해 이 제도를 기본소득이 대체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정부는 이 제도에 2021년 1조2000억 원, 2022년 1조3000억 원의 예산을 추산했다.[31] 2개년도의 증가율을 적용해 2023년 1.3조 원, 2028년 1.9조 원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반영했다.

② 소득보전 성격의 비과세·감면 정비

[표 4–13] 소득 보전 성격의 비과세 감면 정비

국민기본소득제는 근로장려금(EITC)과 자녀장려금 예산도 재원에 포함한다. 근로장려금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노동 시장으로의 참여를 줄이는 부작용을 개선하는 것이 제도 도입의 중요한 이유였다. 그러나 근로장려금도 소득 증가에 따라 수급 액수가 줄어드는 구간에선 이론적으로 노동 참여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1인당 수급액이 기본소득보다는 많지만, 여러 자격 요건으로 인해 수급자가 제한되고 행정 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도 있다. 저소득 가구의 양육비를 지원하기 위한 자녀장려금도 기본소득과 그 역할이 겹친다.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은 국세청 총징수액에서 차감되는 대표적인 조세지출 항목이다. 국세청에서 징수한 금액에서 이 장려금들이 차감된 이후 소득세수 및 내국세수가 정해진다. 따라서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은 소득세 정비 외에 추가로 확보 가능한 재원이다. 근로장려금 금액은 2019년 5조 원으로 매년 재정지출 증가율 정도인 6% 성장한다고 가정했을 때, 2021년, 2023년, 2028년도에는 각각 5.5조 원, 6.2조 원, 8.3조 원 정도의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자녀장려금 금액은 2019년 0.9조 원이다. 1인당 자녀장려금 금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아동 숫자가 줄어들 것을 감안해 2028년까지 2019년의 규모가 유지된다고 가정했다.

부가가치세법에 존재하는 비과세, 감면 조항을 정비해서 2020년 기준 연간 3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 부가가치세에서 사실상의 소득 보전 성격인 면세 농산물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 신용카드 부가가치세 공제, 폐자원 매입세액공제 등이 정비 대상이다. 사실상 영세 상공인들의 소득보전 역할을 하는 의제매입세액공제액은 2020년 기준 3조 원에 달하고, 최근 3년간 연평균 증가율도 6%에 달한다. 또한 신용카드 부가가치세 공제액도 연 2조 원이며 폐자원 매입세액공제액도 7000억 원이 넘는다. 이 금액 중 일부인 2020년 기준 3조 원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반영했고, 최근 3년간 의제매입세액공제액 증가율인 연 6%를 적용하면 2021년 3.2조 원, 2023년 3.6조 원, 2028년 4.8조 원이다.

2001년 경유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인상에 따라 3년간 한시적으로 화물차주의 소득보전 정책으로 도입된 유가 보조금은 계속 일몰이 연장돼 왔다. 유가 보조금 규모는 2015년 2.7조 원, 2016년 3조 원이다. 3년간 연평균 증가율인 5%를 적용하면 2021년 3.9조 원, 2023년 4.3조 원, 2028년 5.4조 원에 달하고, 소득보전의 성격인 만큼 전액 기본소득 재원으로 반영했다.

이 외에도 2019년 기준 농어업용 면세유에 대한 세금 감면 규모가 1.2조 원이다. 이와 함께 택시연료 개별소비세 감면분 0.6조 원, 군부대 내 판매하는 주류의 개별소비세와 주류세 감면분 0.4조 원 등 총 2.2조 원을 기타세제의 비과세·감면 정비로 확보할 수 있다. 이 금액을 최근 3년간 면세율 조세지출 금액의 증가율인 연 2%를 적용하면 2021년 2.3조 원, 2023년 2.4조 원, 2028년 2.6조 원이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소득보전 혜택을 기본소득 지급으로 대체해 세율을 정상화하면 교통에너지환경세로 세수 연 1.5조 원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일몰이 도래한 조세 지출 항목들을 연장하지 않고도 2020년 최소 1조 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일몰 도래 항목의 세수입에 연간 6%의 증가율을 적용하면 2021년 1.1조 원, 2023년 1.2조 원, 2028년 1.6조 원이 된다.

4) 재정 구조조정

[표 4–14] 재정 구조조정으로 확보 가능한 재원

① 기금 및 특별회계 정비

정부는 총 87개의 지갑을 목적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 일단 일반적인 지출과 수입을 위한 1개의 ‘일반회계’라는 지갑을 가지고 있고, 19개의 특별회계, 67개의 기금을 두고 있다. 특별회계나 기금에서 발생하는 여유 재원은 자체적으로 금융 기관에 예치하기도 하지만, 단기적으로 지출하지 않을 여유 자금은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해 관리한다. 이 금액의 규모가 2017년 결산 기준 16.3조 원이고, 2018년 결산 기준 25.3조 원이다.[32] 공공자금관리기금은 일반회계의 부족 재원을 보충해주고, 적자 국채의 발행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87개로 나뉘어진 지갑이 재정의 칸막이로 작동해 자금 집행의 비효율성을 높이고 여유분을 과도하게 쌓아두게 하는 측면도 있다. 특히 특별회계와 기금 사업이 진행되면 해당 사업의 이해관계 집단이 형성됨에 따라 본래 취지대로 재정이 쓰이기보다는 이해 집단을 위해 사업이 지속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국민기본소득제는 복권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방송통신발전기금, 정보통신진흥기금 등의 일부와 공자기금에 예탁한 일부 여유자금을 재원으로 확보한다고 가정했다. 다만 기금 중 사회보험에 해당되는 고용보험기금, 산업재해보상보험및예방기금, 국민연금기금 등에서는 재원을 마련하지 않았다. 복권기금은 다른 기금과 특별회계, 특정 기관지원 등에 배분되는 용도로 주로 지출됐다. 그 배분의 비율은 ‘복권 및 복권기금법 시행령’으로 규정돼있고, 2004년 복권법이 제정된 이후로 큰 변동이 없다. 복권수익금이 다른 기금에 배분되는 이유는 매년 복권 판매수입금이 풍족하게 들어오고, 이를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수입금의 대부분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2019년 기준으로 복권기금의 지출액은 5.6조 원이고, 이 중 복권 판매사업으로 지출된 2.7조 원을 제외한 3조 원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확충할 수 있다. 복권기금에서 다른 쪽으로 배분된 재원 중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 있다면 정부가 일반회계로 재정을 조달하고, 국회의 심의를 거쳐 재정 사업으로 유지할 수 있다.

스포츠토토와 로또 판매액이 주수입원인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도 상당분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스포츠토토 발행액은 4.7조 원, 로또 판매액은 3.9조 원이다. 이 판매액의 일부가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사업 수입이 되고, 2019년 2.3조 원의 지출액 가운데 공자기금 예탁액이 5200억 원, 금융기관 예치액이 4700억 원으로 1조 원에 달했다.[33]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주수입원은 주파수 매각 금액이다. 공공재인 주파수를 매각해 이 분야의 산업 진흥에 활용해 왔다. 하지만 향후 산업 진흥 예산은 정부가 직접 지출하고, 공유자원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는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 특별회계 중에는 도로의 포화로 인해 여유 재원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하는 교통시설특별회계가 있다. 이 특별회계의 주수입원인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연 세수 규모가 15조 원이고, 이 중 80%인 12조 원이 교통시설특별회계에 전입된다. 하지만 이 특별회계는 2018년 기준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한 금액이 7.3조 원을 초과하고, 총지출은 2019년 기준 8.5조 원이다. 전입금 12조 원에서 총지출 8.5조 원을 차감한 3.5조 원은 매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확보 가능하다.

복권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주파수 매각대금 등과 공자기금에 예탁된 기금 여유 재원, 교통시설특별회계 등을 정비해 최소 5조 원에서 최대 12조 원까지의 기본소득 재원을 확보한다고 가정했다.

② 지방 재정 지출 조정

국민기본소득제는 지방 재정의 지출을 조정해 5조~6조 원의 재원을 확보한다. 지방정부는 지방자치의 정신에 따라 자체적으로 주민복지를 위한 사업을 진행해 왔고, 이 중 상당수는 중앙정부의 복지 사업과 겹치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는 현금성 수당이 크게 늘어 이를 통합하고 조정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 받은 바에 따르면 모든 지자체의 2017년 현금성 수당 정책의 총 규모는 89.4조 원에 달했다. 이 금액에는 중앙정부의 복지 정책인 기초연금, 생계급여, 아동수당 등의 지방정부 분담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상당분은 청년배당, 출산장려금, 청년구직수당, 해녀수당 등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집행하는 사업들이다.

지방정부가 보유한 기금의 구조조정을 통해서도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 2017년 말을 기준으로 지자체가 보유한 기금 잔액은 31조 원에 달한다. 지자체는 보유한 기금에서 지출해야 할 금액 대비 적립해야할 금액을 나타내는 운용배수를 설정하지 않아 자금이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관련법을 개정해 기금의 운용배수를 설정하고, 남은 재원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확보할 수 있다.

③ 융자 사업 이차보전 사업으로 전환

정부가 자금을 개인과 기업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사업은 지원 방식에 따라 융자, 이차보전, 신용보증 등으로 나뉜다. 직접 융자는 정부가 조성한 자금을 융자 대상을 직접 선정해서 대출하는 방식이지만, 이차보전 사업은 자금은 시장에서 조달하고 정부는 시장금리와 정책금리 차액만큼의 이자만 융자 대상에게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정부가 전체 융자 금액을 조성하는 사업을 이차보전 사업으로 전환한다면, 시장 자금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자금 집행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택도시기금에서는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에 융자를 위해 7.8조 원의 자금을 대출해주고 있으며 이를 위해 40조 원의 여유재원을 운용하고 있다. 이 7.8조 원에 대해서 시장금리와 정책금리 차이가 약 2%p라고 가정했을 때, 이차보전 금액은 1560억 원에 불과하다. 결국, 이차보전으로 전환하면, 7.8조 원의 총지출 금액이 아닌 1560억 원 지출만으로도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즉 도시주택기금이 40조 원 규모로 운용 중에 있는 재원 중 일부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가능하다.

융자 사업의 전체 규모는 2016년 31.7조 원, 2017년 29.3조 원, 2018년 31.0조 원, 2019년 32.7조 원이다. 4년간의 증가율인 연평균 1%를 적용하면 2021년 33.4조 원, 2022년 34.1조 원이 융자사업 규모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차보전 사업으로 전환하면 이 금액의 상당분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확보할 수 있다.

단점도 있다. 융자사업은 차후의 사업자금을 기대출금의 상환액으로 충당이 가능하고, 이자 수입도 기대할 수 있지만, 이차보전 사업의 경우 그런 수입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이차보전 사업으로 전환시 확보 가능한 기본소득 재원은 한시적이고 한정적이다.

이 단점을 감안해 국민기본소득제 시행 첫 해에 융자사업 총액에서 최대 금액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확보하고 향후 3년~5년간 감액한다고 가정했다. 이차보전 사업으로 확보 가능한 기본소득 재원은 최대 30조 원으로 가정했다. 이는 2021년과 2023년에 추정되는 융자사업 총액을 감안한 금액이자, 융자사업의 재원인 각종 기금의 여유재원도 고려한 규모다.

국민기본소득제 6가지 시나리오는 2021년, 2023년, 2028년 세 개 연도 중 어느 해에 기본소득제를 시행해도 가능한 재원 마련 방안을 지향한다. 만일 2021년에 국민기본소득제를 시행한다면 첫 해에 15조 원, 2022년에 10조 원, 2023년에 5조 원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반영했고, 2023년에 국민기본소득제 시행시엔 첫 해에 5조 원, 2024년 4조 원, 2025년에 3조 원, 2026년에 2조 원, 2027년에 1조 원을 반영했다.

5) 유휴 및 신규 재원 활용

[표 4–15] 유휴 및 신규 재원 활용으로 확보되는 재원

① 지방정부 세계잉여금 활용

지방자치단체의 순세계잉여금이 2017년 기준 32조 원[34]이다. 순세계잉여금이란 총세입예산과 총세출예산의 차액을 의미하는 것으로, 각종 사업 예산에서 보조금 집행 잔액 반납금 등을 제외하고 남은 최종 잔액을 의미한다. 순세계잉여금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향후에도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 2016년 26.9조 원이었던 순세계잉여금이 한 해 만에 32조 원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지방재정의 세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지방소비세율을 상향하여 기존 부가가치세의 11%에서 2019년 15%, 20년 이후 21%가 지방소비세 형태로 지방정부로 지출될 예정이다.

다만 순세계잉여금은 매년 생성되는 재원이 아닌, 사용할 때마다 그동안 적립된 금액이 소진되는 특징이 있다. 보수적으로 추계하면 가장 최근의 통계인 2017년의 32조 원 초과의 재원을 기본소득에 사용한다고 가정하긴 어렵다. 따라서 순세계잉여금은 국민기본소득제 시행 첫 해에 최대 금액을 사용하고, 3년~5년간 점점 감액하는 방안으로 반영했다. 만일 2021년에 시행된다면 첫 해에 16조 원, 둘째 해에 10조 원, 셋째 해에 6조 원 반영했다. 2023년에 시행한다면 첫 해에 6조 원, 둘째 해에 5조 원으로 순차적으로 감액해 2027년에 2조 원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한다고 가정했다.

국민기본소득제 6가지 시나리오는 2021년, 2023년, 2028년 세 개 연도 중 어느 해에 기본소득제를 시행해도 가능한 재원 마련 방안을 지향한다. 따라서 지방정부 순세계잉여금의 경우 2021년에 시행할 경우 2021년 16조 원, 2022년 10조 원, 2023년 6조 원을 반영했다. 만일 국민기본소득제를 2023년이나 2028년에 처음 시행할 경우 첫 해에 상대적으로 큰 금액의 순세계잉여금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할 순 있으나, 보수적인 재원 추계를 위해 언제부터 기본소득을 시행하든 2023년엔 6조 원만 반영했고, 2028년 재원엔 순세계잉여금을 아예 반영하지 않았다.

② 재정증가분의 일부 활용

국민기본소득제는 정부 재정의 증가분에서 최소 9조 원, 최대 145조 원의 재원을 마련한다. 이는 향후 중앙정부의 재정이 일정한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전제하는 상황에서 그 증가분의 상당분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한다고 가정한 재원안이다.

미래 재정규모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재정 증가 추이를 참고했다. 중앙정부의 총지출 규모는 2017년 본예산 기준으로 400.5조 원에서 2020년 정부 예산안(2019년 10월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예산안 기준) 규모는 513.5조 원으로 113.2조 원이 증가했다.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재정지출 증가율이 연 7%이다.

[표 4–16] 중앙정부의 미래 재정규모 추이
자료 : 기획재정부 2018년~2022년 중기재정운용계획(2018년 9월)

이 증가율을 적용하면 중앙정부 재정 규모는 2023년 607.4조 원, 2028년 852.8조 원으로 증가한다.

[표 4–17] 중기재정운용계획상 연평균 증가율을 적용한 미래 재정규모 추이

국민기본소득제는 이 증가율보다 낮은 5%를 적용해 2028년까지의 재정지출 규모를 다시 추산했다. 의무지출과 재량지출의 규모도 모두 2%p씩 인하한 각각 5.8%, 4.2%를 적용했다.

[표 4–18] 조정된 연평균 증가율을 적용한 미래 재정규모 추이

중기재정운용계획과 연평균 증가율을 조정한 미래 재정 규모 추이를 보면, 2021년 535.9조 원, 2023년 596.0조 원, 2028년 760.6조 원이 되고, 이는 2019년 중앙정부 본 예산(469.6조 원) 대비 각각 66.3조 원, 126.4조 원, 291조 원 증가한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이 증가분의 일부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한다고 가정했다.

국민기본소득제는 재정 증가분의 상당액을 재원으로 반영했다. 두 가지 배경이 이를 가능케 한다고 가정했다. 하나는 기존 재정 증가분의 사용처의 상당분이 불요불급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정 증가분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기본소득 재원 등 특정한 용도로 사용할지는 국민의 뜻에 맡겨 정치적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늘어난 113조 원의 정부 예산의 사용처를 파악한 결과, 예산 증가분이 큰 분야는 사회복지, 일반·지방행정, 교육 순이었다.

[표 4–20] 최근 3년간 예산 증가액이 큰 상위 5개 분야

예산 증가분이 큰 상위 분야를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사회복지 분야의 증대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 및 의무복지지출 증가에 따른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이 중에서 기초연금과 의무복지 지출은 기본소득 도입시 감액될 수 있는 분야다. 또한 일반·지방행정과 교육 분야의 예산 증대는 내국세 증가에 연동된 지방재정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액 효과가 컸다. 따라서 불요불급한 예산이 아닌, 내국세 증대에 따른 부수적 효과에 불과하다.
재정 지출은 법령 등에 의해 국가의 지출 의무가 명시된 의무지출과 그렇지 않은 재량지출로 나뉜다.

[표 4–21] 의무지출과 재량지출의 차이
출처 : 2019 대한민국 재정, 국회예산정책처

국민기본소득제의 재원은 최대한 재량지출의 증가분에서 반영했으나, 각 연도별 상위안의 경우 의무지출의 증가분도 일부 반영했다.

[표 4–22] 의무지출 분야별 현황 (단위: 조 원, %)
출처 : 2019 대한민국 재정, 국회예산정책처

의무지출의 분야별 현황을 살펴 보면 지방 이전 재원과 복지 분야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국민기본소득제가 기존 재정 지출을 재구조화한다는 전제를 감안하면 기존 의무지출의 일부분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아울러 국민기본소득제는 여러 검토 끝에 재원 마련 방안에 포함시키지 않은 여러 항목들이 있음을 밝힌다. 농가 소득보장을 위한 직불금 제도, 양곡매입제도 등을 운영하며 정부는 최근 3년간 매년 3조 원 이상의 예산을 사용했다. 대표적인 직역연금인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에 들어가는 정부의 국고보전금이 2018년 4조3000억 원이 넘었고, 매년 증가 추세다. 포괄적인 소득보장제도인 기본소득이 시행되면 농가소득보장제도와 직역 연금의 지급을 정부가 보장하는 제도 등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또한 재산세 등 자산에 부과하는 세제에서 세율을 올리거나,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거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017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토지보유세’ 등의 도입도 국민기본소득제의 재원을 마련하면서 검토했던 방안이었으나, 보다 보수적인 재원안을 마련하기 위해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들 방안에 대한 논의를 추후 과제로 남겨둔다.

다음 글 읽기: Part 5. 효과: 불평등 완화, 빈곤감소, 소비진작

전체 포스트

보고서 소개 및 목차

Part 1. 문제: 99%가 위험하다

Part 2. 기회와 제약: 자유노동과 그 적들

Part 3. 해법: 왜 기본소득인가?

Part 4. 제안: 국민기본소득제의 모델과 재원

Part 5. 효과: 불평등 완화, 빈곤감소, 소비진작

Part 6. 결론: 자유안정성 시대를 향한 액션플랜

참고문헌 및 주석

보고서 다운로드 (PDF로 보기)

--

--

LAB2050
LAB2050

다음세대 정책실험실 Policy Lab for Next Gene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