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6. 결론: 자유안정성 시대를 향한 액션플랜

이원재·윤형중·이상민·이승주

LAB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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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min readOct 2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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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B2050 ‘국민기본소득제: 2021년부터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한 모델 제안’ 보고서의 온라인 버전입니다. 주석, 참고문헌 등은 별도 포스트(링크)PDF 버전(다운로드)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가. 국민기본소득제가 지향하는 사회

국민기본소득제의 직접적 효과는 모든 개인의 항상소득 보장을 통한 소득 재분배 개선이다. 간접적이지만 대체로 즉각적인 효과는 이런 분배 구조 변화로부터 파생되는 경제, 사회 활력의 확대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제는 단순히 소득 재분배 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최영준(2019)이 지적한 대로, 기본소득은 하나의 제도로 이해하기보다는 발전주의 국가나 복지국가와 같이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국가 모델로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제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미 많은 연구들이 설명한 바와 같이, 기본소득은 단순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정책을 넘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제공된다는 측면에서 고용·노동 정책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사회는 기본소득을 지렛대로 과거 가부장적 발전국가에서 자유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복지국가로 진보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 체제는 과거 가부장적 발전주의 국가와도 다르지만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국가와도 차이를 갖게 된다. 발전주의가 1차 노동시장 개입을, 사회민주주의가 고용을 촉진하는 사회 정책과 함께 2차 재분배 개입을 핵심으로 한다면, 기본소득이 이상적으로 주어지는 자유안정성 체제에서는 기본소득을 통해 고용에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기본적인 안정이 부여된다. 1층보다 아래에 기본층(0층)이 있는 건물과 같은 사회의 구조인 것이다. 이후 고용을 통해 추가적인 소득이 주어질 것이며, 복지를 통해서 개별화된 욕구나 사회적 위험을 대처하게 된다. 개인이 안정성을 부여받게 되므로 고용이나 일을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여기게 될 것이고, 가족 간의 연대 및 유대는 어떤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질 것이다(최영준, 2019).

사회체제의 변화는 시민의 삶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자유안정성 체제는 과거의 순종적 근로시민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민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사회정책의 목표는 시민이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역량’(capability)을 갖추는 것이 된다.

국가는 시민의 삶을 에워싼 환경이 되어 일과 학습과 여가 사이의 자유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시민은 기본소득으로 확보한 여유를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지식과 역량을 스스로 갖추는 데 투입해 공동체를 주도적으로 일구는 사회가 자유안정성 체제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자유노동이든 창작활동이든 스스로 선택해 일하고 그 선택을 위해 학습하며 살아가도록 지지하는 체제다. 이런 사회가 기술혁신으로 고용형태가 급변하며 보호무역주의로 경제구조가 전환되는 환경 속에서도 개인들의 삶을 안전하게 포용하며 혁신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나. 액션플랜

기본소득제 공론화 및 도입을 위해서는 민간에서도 노력을 해야 하지만, 정부가 도입해야 하는 정책이니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제도이니 중앙정부의 역할이 가장 크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주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중요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첫째, 재정 모델을 실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듬어야 한다. 이번 연구에서 국민기본소득제의 재원을 상세하게 분석했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 손봐야 하는 법률이나 통합해야 하는 다른 개별 제도들에 대한 검토는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

둘째, 공론화를 확대해야 한다. 기본소득제는 국민 전체에게 해당되는 제도인 만큼, 국민들의 숙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공론화는 정부가 실행하되 민간이 상당한 주도성을 갖고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기본소득 도입 시 일어날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정책실험을 실시해야 한다. 정책실험이란 제도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기 전에 무작위 추출 방법 등으로 일부 대상자를 선정해 사전에 소규모로 시행하면서, 기대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이미 핀란드 등 몇몇 국가에서는 기본소득 정책실험을 통해 예상되는 정책효과를 과학적으로, 정교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런 세 가지 작업을 위해, 중앙정부가 주도해 국가기본소득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기본소득제는 국가가 잔여 자원을 복지로 지급하는 식의 사후 분배가 아니라 국민이 마땅한 권리로서 지급받는 사전 분배다. 따라서 국가기본소득위원회는 거시경제와 노동과 복지와 시민사회 등의 정책 영역을 총괄할 수 있는 구조로 짜야 한다. 이 위원회에서 정책실험을 주도하고, 공론화를 지원하며, 재정 모델을 연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제는 오늘의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사회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더 구체화된 기본소득제 논의를 통해 우리 사회는 과거 개발연대의 유산으로부터 벗어나 포용과 혁신을 모두 담는 담대한 변화의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별첨 1. 미래 세수 및 소득규모 추산을 위한 가정 및 산출방법

국민기본소득제 재원 추산에 필요한 미래 세수 및 소득규모는 2012년~2017년 귀속연도 통합소득 100분위자료(상위 1%는 1000분위 자료)를 활용해 추정했다. 5년간의 통합소득자 인원, 통합소득 금액, 과세표준, 결정세액 등의 자료를 통해 과표비율, 실효세율, 실질세율 및 각각의 증가율을 구했다. 이렇게 계산한 5년 동안 통합소득의 변화, 과세표준의 변화, 과표비율의 변화를 통해 미래 세수규모를 예측했다.

○ 개념정의

  • 통합소득 100분위 자료 : 국세청을 통해 입수한 전체 소득금액 중 근로소득자 및 종합소득자의 중복을 제거하고 소득금액 100분위로 정리한 자료다. 다만 사용한 통합소득액 자체는 종합소득금액과 근로소득공제가 제거되기 이전의 과세 소득 금액을 합친 개념이다.
  • 소득세 체계 상 감면 정비 : 이 보고서에서 정비 대상인 소득세 감면은 조세지출예산서에 존재하는 조세지출의 개념보다 훨씬 큰 개념이다. 조세지출 외에도 소득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 상에 존재하는 경제적 실질 측면에서 세금을 줄이는 모든 조항을 감면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즉, 소득세 체계에 존재하는 모든 감면을 정비했다는 의미는 소득세 체계에 따른 소득금액이 과세표준과 일치하게 된다. 조세지출예산서에는 소득공제로 분류되지 않는 근로소득공제 및 기본공제 등도 모두 조세감면이라고 불렀다. 또한, 모든 세액공제 및 세액감면을 정비하여 산출세액과 결정세액이 일치하게 만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세지출예산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근로소득공제세액공제 및 외국납부세액공제 등도 이번 보고서에서는 감면 조항으로 정의했다.
  • 산출세액 :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하여 산출한 세금액수. 산출세액에서 세액공제와 세액감면 등을 제외하면 결정세액이 된다
  • 과표비율 : 통합소득 대비 과세표준 금액의 비율
  • 실효세율 : 과표대비 결정세액 비율
  • 실질세율 : 통합소득 대비 결정세액 비율

○ 가정 및 한계

이 추산에는 다음과 같은 가정이 들어 있으며, 이에 따라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 자료의 한계와 계산의 편의성을 위해, 모든 감면 조항을 없애고 통합소득과 과표가 동일하며 산출세액과 결정세액이 동일하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과세소득만 포함하고 있는 통합소득에는 과세소득 이전 단계에 존재하는 비과세 항목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월 10만 원 이하 식대, 취재수당, 위험수당, 야근수당 등은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비가 가능한 비과세 조항이나, 이번에 정비 가능한 기본소득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반대로 이중과세 방지 등 목적으로 존재하는 외국납부세액공제 등은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사실상 정비하기는 어려운 조항이나 소득세 체계 감면 조항 정비에는 포함되어 있다.
  • 통합소득자 수는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동안 연평균 3.3% 증가했다. 그러나 향후 경제활동인구 감소를 감안하여 증가 추세의 하락 정도만큼 통합소득 대상 인원의 증가율이 감소한다고 가정했다. 즉, 통합소득자 수는 2016~2017년 3.3% 증가했으나 매년 인구증가율의 변화가 6%만큼 하락한다고 가정했고 2020~2021년에는 1.78%, 2022~2023년에는 0.9% 증가한다고 가정했다.
  • 통합소득은 최근 3년간 1인당 성장률만큼 꾸준히 성장한다고 가정했고, 이에 따라 매년 1인당 3.45% 통합소득이 증가한다고 가정했다.
  • 통합소득 대비 과표의 비율은, 지난 2014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법 체계가 대폭 변한 것을 감안해 2014년 이후 자료를 비교했다. 각 소득분위별 통합소득 대비 과표 비율은 2014~2017년 기간 꾸준히 증가했는데, 이 증가 속도가 지속된다고 가정했다.
  • 과표대비 결정세액의 비율 역시 2014년 이후 자료를 비교했다. 각 소득분위별 과표 대비 결정세액 비율은 2014~2017년 기간 꾸준히 증가했는데, 이 증가 속도가 지속된다고 가정했다.

○ 미래 소득 및 세액 금액 산출 방법

위의 가정에 따라 2012년부터 2017년까지의 국세청 통합소득 100분위자료의 소득 및 과세자료를 통해, 각 구간별 소득 금액 및 납부 세액 금액을 산출했다.

2019년 현재의 과세표준 금액과 세율이 2021년부터 2028년도까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산출한 금액과, 소득세 체계에 존재하는 모든 감면 조항을 정비한 상태의 각 소득 구간별 세부담 증가액과 세수 증가액을 비교했다.

2017년 통합소득금액 총액은 773조 원이다. 이중 과세표준은 466조 원이다. 즉 과표비율은 60%다. 통합소득 금액의 40%는 각종 소득공제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정의하는 조세지출예산서 상에 소득공제로 분류되지 않는 근로소득공제 등도 과세표준 금액을 줄인다는 의미로 모두 감면 조항이라고 불렀다.

2017년 실효세율 평균은 12.2%다. 이는 과세표준 466조 원 중 결정세액이 56.8조 원이라는 의미다. 상위 1% 실효세율도 29%에 그친다. 상위1% 명목세율이 40%가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각종 세액공제와 세액 감면이 세금 부담과 세수를 크게 줄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또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각 구간별 통합소득 인원, 통합소득 및 납세 금액을 위의 가정에 따라 2017년 자료에 적용했고, 이를 기초로 2021년~2028 재정정보를 추산했다.

2014~2017년 3년간 통합소득 및 납세금액 증감률을 정리해 보면, 통합소득과 과표와 결정세액뿐 아니라 실효세율도 구간 별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과표비율과 실효세율의 변화 추세를 반영해 2012~2028년까지의 과세표준 및 결정세액 금액을 추산할 수 있었다.

별첨 2. 기본소득제의 소득 재분배 효과에 대한 이론적 검토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 제도의 소득재분배 효과성과 관련해서는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분분하다. Wilderquist & Lewis(1997)는 모든 사회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우리 사회에서 빈곤문제를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있으며, 이를 가장 효과적이고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기본소득임을 주장한다.

Korpi & Palm(1998)은 선별적 복지 제도 하에서는 고소득층에서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을 꺼려하나, 보편적 복지 제도 하에서는 누구나 복지 혜택을 받게 되기 때문에 복지 재원 확대에 좀 더 긍정적으로 협조하여 빈곤층이 선별복지 제도 하에서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봤다. 특히 Burtless(1994)와 Garfinkel(1982)는 소득조사에 따라 빈곤층만을 선별한 후 이들만을 대상으로 혜택을 주는 복지 제도는 근로 유인을 낮추고, 낙인효과를 발생시켜 더 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며, 그 결과 사회적 연대보다는 소득 계층 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킨다고 봤다. 반면, 기본소득과 같은 자산조사가 없는 보편적 복지 제도의 경우는 시민권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 선별적 복지 제도 하에서와 달리 현재 공공부조를 받고 있는 빈곤층에게 근로로 추가소득이 발생하더라도 일정 소득 수준까지는 계속해서 공공부조 혜택을 주며, 빈곤층은 노동을 제공하면 추가로 소득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근로유인이 커져 사회전체의 소득분포가 좀 더 나아지는데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Furman(2016)은 현행 선별적 복지 제도가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 제도로 개편될 경우 소득분배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복지 재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증세를 가정하지 않는 한 기존 재원을 빈곤층에게 집중해서 혜택을 주기보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나눠주는 보편적 복지 방식은 빈곤층에게 이전보다 더 적은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봤다. 아울러 Phelps(2000)은 기본소득과 같은 무조건적인 복지 혜택을 제공할 경우 빈곤 근로층은 좀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목표 의식을 잃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기 때문에 더욱더 근로 유인이 줄어들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사회 전체적인 소득 분배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봤다. 아울러 Gamel et al(2006)은 중산층에 속하는 기존 근로자들의 경우 기본소득이 제공되는 경우 근로 유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결국 이들이 근로시간을 줄이게 되고, 경제 전반에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처럼 기본소득 제공으로 인해 현 근로자들의 근로 유인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생산성이 둔화된다면 결국 중산층의 몰락으로 사회 전체의 소득분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별첨 3. 국민기본소득제의 재분배 효과에 대한 분석 방법

본 연구에서는 기본소득이 제공될 때 소득 불평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예측해보기 위해서 대표적인 소득불평등 지수인 지니계수와 5분위 배율을 활용하여 분석을 진행했다.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는 소득불평등도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소득 분배 지표다. 지니계수는 공평하게 분배되는 이상적인 수준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수다(강신욱 외, 2006). 지니계수가 0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모든 사람들의 소득이 완전히 평등한 상태에 가까워짐을 의미하고, 거꾸로 1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소득분포가 매우 불평등하게 이루어진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지니계수가 1인 경우 한 사람만이 모든 소득을 소유하고 다른 사람들은 소득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지니계수는 로렌츠 곡선에 기초하여 산출된다. 로렌츠 곡선은 가장 빈곤한 자부터 가장 부유한 자까지를 순서대로 왼쪽부터 정렬한 인구누적분포 곡선이며, 왼쪽 아래 지점부터 오른쪽 위 지점까지를 일직선으로 연결한 45°선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대각선과 로렌츠 곡선 사이의 포물선 형태의 면적을 45°선 아래의 면적으로 나누어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지니계수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기준 지니계수는 0.35로 OECD 35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OECD, 2018). 이는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다소 높은 수치이며, 지니계수만을 가지고 판단할 때 멕시코, 칠레, 터키, 미국 다음으로 소득불평등도가 높은 국가임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소득불평등도를 측정하기 위해 지니계수와 함께 5분위 배율을 함께 제시했다. 5분위 배율은 최상위(5분위)층의 평균소득을 최빈곤(1분위)층의 평균소득으로 나누어 도출한 값으로 지니계수와 함께 소득분배를 파악하기에 좋은 지표다. 5분위 배율은 지니계수와 달리 1부터 무한대의 수치를 가질 수 있다. 완전균등 소득 분배를 실현하고 있는 국가의 경우는 5분위 배율은 1이 되고, 상위 20%에 소득이 더 집중되면서 하위 20%에 소득이 줄어들면 들수록 5분위 배율은 무한히 커진다. 극단적으로 모든 소득이 최상위층에 집중되는 경우는 무한대가 된다. 이렇듯 5분위 배율의 값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 사회의 소득 분배의 불평등성은 커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5분위 배율은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

5분위 배율을 활용하면 최상위층인 5분위의 평균 소득이 최빈곤층인 1분위의 평균 소득에 비해 평균적으로 얼마나 더 버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5분위 배율이 5라는 의미는 하위 20% 소득층의 평균 소득보다 상위 20% 소득층의 평균소득이 5배나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5분위 배율은 주요 사회적 관심 소득 계층인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변화를 중심으로 소득 분배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득 분배 논의에서 저소득층의 빈곤은 매우 중요한 이슈이므로 이들 계층의 소득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5분위 배율은 이런 점에서 지니계수와 함께 소득 분포 구조를 파악하는데 아주 유용하게 활용된다.

한편 국민기본소득제가 취약 계층인 저소득층의 소득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상대적 빈곤율과 빈곤갭 지수를 통해 기본소득 제공 시 빈곤층에게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예측했다. 본 연구에서 활용한 상대적 빈곤율은 현재 OECD에서 국가들의 빈곤상태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Fuchs(1969)가 제안한 방식으로 계산했다. 즉, 균등화 가처분 소득을 활용하여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그 50%선을 빈곤선으로 정하고 그 아래에 위치한 빈곤층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통해 측정한다. 이러한 상대적 빈곤율은 아래 식과 같이 표현된다.

위 식에서 H는 빈곤율(Headcount ratio), q는 상대적 빈곤선 아래의 빈곤 집단을, n은 전체 인구 수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대적 빈곤율은 빈곤층의 빈곤 위험의 심각성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빈곤선 아래에 있는 계층의 소득이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감소한다고 할지라도 구성 비율이 변하지 않는 한 상대적 빈곤율로 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고자 본 연구에서는 빈곤갭 지수(Poverty gap index)를 통한 빈곤층의 변화를 함께 추정했다. 빈곤갭 지수는 빈곤선과 빈곤선 아래 인구의 소득과의 비교를 통해 측정된다. 빈곤갭이란 빈곤선과 빈곤선 아래에 있는 소득과의 차이의 총합을 의미하고 빈곤갭 지수는 빈곤갭에서 구해진 소득차이의 총합을 빈곤선 아래의 인구수에 빈곤선 소득을 곱한 값으로 나누어 구한다. 빈곤갭 지수는 다음 식과 같이 계산된다.

위 식에서 n은 빈곤선 아래에 있는 인구의 수, z는 빈곤선을 의미하고 yj는 빈곤선 아래에 있는 개인의 소득을 의미한다. 이론상 빈곤갭 지수는 0부터 100% 혹은 0부터 1사이 값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때 1의 값에 가까워질수록 빈곤계층의 분배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본 연구에서 기본소득의 소득 재분배 효과를 예측하기 위해 활용한 자료는 2019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자료다. 통계청에서는 매년 「가계동향조사」자료를 활용해 우리 사회의 각종 소득분포 구조를 분석·제공하고 있는데, 이때 통계청에서 소득 분포를 추정할 때 사용하는 소득이 OECD기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사용하여 분석을 진행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란 시장소득과 공적이전소득을 합한 금액에서 공적비소비지출을 제한 후 이를 가구원 수의 제곱근으로 나누어 균등화 처리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시장소득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사적이전소득으로 구성되고, 공적비소비지출은 경상조세, 연금지출, 사회보험지출로 이루어진다.

기본소득은 가구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개인 대상 지급을 원칙으로 하고, 소득세도 개인 단위로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세전 소득을 기준으로 개인에게 기본소득을 더한 후 개편된 소득세율을 적용하여 최종 개인 소득을 구한 뒤, 이를 다시 가구소득으로 전환해서 균등화했다.

아울러 생계급여 대상자의 경우 최소한 이전의 생계급여 수준보다 기본소득을 받을 때 그 소득 수준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본 연구에서는 2019년 기준 생계급여 지급액을 적용했는데, 1인 가구는 최고 51만 원, 2인 가구는 87만 원, 3인 가구는 112만 원, 4인 가구는 138만 원, 5인 가구는 164만 원, 6인 이상 가구는 189만 원으로 조정했다.

즉, 생계급여 대상 가구 중 기본소득 시행 시 이전 생계급여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에는 최소한 생계급여까지는 보장받을 수 있도록 소득을 조정했다. 그 후 해당 소득을 연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각각 해당 년도인 2021년, 2023년, 2028년의 미래소득으로 전환한 뒤 소득불평등도의 변화를 예측했다.

별첨 4. 국민기본소득제의 소비효과 영향 분석 방법

Keynes(1973)는 사람들의 소비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외생적 요인으로 상품 가격, 조세, 자산 금리, 미래 기대소득, 그리고 소득 분배 구조를 꼽았다. 그동안 여러 경제학자들이 실제로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 왔다. 예컨대 Hamburger(1967)는 금리 변화가 현재 소비와 미래 소비 사이의 선호도를 변화시켜 국민 총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Modigliani(1966)는 자산은 근로소득과 마찬가지로 현재 소비성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산의 증감이 소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미래소득 변화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Friedman(1957)의 항상소득 가설이나 Modigliani와 Brumberg(1954)의 생애주기가설과 같은 소비행태 이론들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Keynes가 제시한 여섯 개의 외생적 요인 중에서 주류 경제학자들로부터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아 온 것이 바로 소득 분배 구조의 변화다. Keynes(1973)는 소득 분배가 평등해지면 평등해질수록 더 많은 소득이 빈곤층에게 흘러들어가게 되고, 이들은 고소득층보다 한계소비성향이 커서 국민총소비가 증가하게 된다고 봤다. 반면 Blinder (1975), Della Valle & Oguchi(1976), Musgrove(1980)과 같은 학자들은 Keynes의 주장과 정반대로 불평등한 소득 분배가 오히려 총소비를 진작시키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학자들 이후 소득 분배가 총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주류 경제학자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소득 분배 구조가 크게 악화되면서 가계소비도 동시에 하락하는 현상이 목격됐다. 이러한 현상을 경험하면서 일부 경제학자들이 소득 분배의 변화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Stockhammer (2015)는 소득 불평등과 총수요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Keynes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저소득 가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한계소비성향을 나타내고 반대로 고소득층의 경우 낮은 한계소비성향을 나타내므로 소득이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게 집중되면 총수요는 줄어들게 된다고 봤다. 아울러 Palley(2008)와 Kumhof & Rancière (2010)의 경우도 소득불평등이 증가하면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으나, 반대로 고소득층으로부터 저소득층으로 소득의 이동이 크면 클수록 소비가 살아나 경제가 활성화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 정책 기조로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면서 소득 분배를 통한 경제 성장 이론이 주목을 받았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최저임금 등의 인상을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주면 유효 총수요가 살아나 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경제적 관점을 제시한다. 이러한 소득주도성장의 배경에는 신자유주의를 기초로 한 기존 경제 정책이 소득 분배를 악화시켜 소비를 위축시키고, 이것이 경제 전반의 성장률 둔화로 이어지도록 했다는 비판적 자각이 들어있다(ILO, 2011; Stockhammer, 2011).

이 연구에서는 이처럼 소득 분배 구조의 개선이 Keynes의 주장처럼 실제로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주는지를 확인했다. 이를 위해 Friedman(1957)의 항상소득가설 모형을 기초로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모형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도출했다.

우선 t기의 소득 계층별 소비함수는 다음 식(5.3.1)로 표현된다.

위 식(5.3.1)에서 Cit는 소비를, γi는 생계형 소비(subsistence consumption), ki는 한계소비성향, yit*는 항상소득, i는 소득 계층을 의미한다. 추정 상 편의를 위해 소비함수 ψ(·)은 선형함수형태(linearity)를 띠고 있다고 가정했다. 따라서 i 소 득계층의 소비 Cit*는γi+kiyit* 의 함수로 나타낼 수 있고, 이때 γi와 ki는 금리에 영향을 받는 변수로 가정했다. 한편, 앞의 소비함수에는 항상소득의 변화와 관련이 없는 일시적 소비(transitory consumption)도 포함되어있다. 이러한 일시적 소비는 위의 식(5.3.1)에서 μit에 포함된다.

이렇게 도출한 소득 계층별 소비함수인 식(5.3.1)를 모두 합산하여 총소비함수로 도출하면 다음 식(5.3.2)와 같다.

만약 이때 항상소득정보가 있다면 식(5.3.2)을 그대로 활용해 추정함으로써 총소비를 도출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해당 정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소득은 항상소득 추정식에 의해 도출된 소득을 활용한다. 본 연구에서는 다음 식 (5.3.3)과 같이 Friedman의 항상소득 추정식을 활용하여 해당 소득을 예측했다.

위 식에서 mi은 외생적 소득증가율을, λi는 기대조정계수로 0과 1사이의 값을 갖는 것으로 가정했다. 위 식(5.3.3)으로 식 (5.3.4)로 대체할 수 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소득계층별 기대조정계수(λi=λ)와 소득증가율(mi=m)이 같다고 가정한 후 식(5.3.4)를 합산한 총소비성향을 구하면 식 (5.3.5)가 도출된다.

이때, μit는 이분산성(heteroskedasticity)을 나타낼 확률이 높고, 이 경우 ηit에도 이분산(heteroskedasticity)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총소득이 증가할 때 μit의 표준편차가 비례해서 커지는 이분산(heteroskedasticity)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상기 모형을 총소득(Yt)로 나누어 식(5.3.6)으로 변환할 경우 더 바람직한 모형이 된다.

식 (5.3.6)에서 Ct/Yt는 총평균소비성향(Aggregated Average Propensity to Consume, 이하 APC)을 나타내고, 이러한 평균 소비성향을 추정하기 위해서 소득의 역수, 소득 계층별 소득 비중과 APC 시차변수를 활용한다. 이때 만약 kt가 금리(rt)에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금리와 소득 계층별 소득 비중의 상호작용항이 포함돼야 한다(식(5.3.7)). 이 경우 추정계수가 너무 많아지는 데다가, 소득 계층별 소득 비중의 변화폭이 크지 않고 설명변수 간에 다중공선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소득 계층 별 소득 비중을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소득 불평등지수로 대체하고, Keynes가 제시한 소비의 주요 결정 요인 중 하나인 금리를 모형에 추가했다(식(5.3.8)).

아울러 본 분석에 포함된 변수들은 시계열 자료이기 때문에 Augemented Dickey-Fuller 단위근 검정을 통해 안정성 여부를 검토한 결과, 소득의 역수인 1/Yt를 제외한 모든 변수들에서 단위근이 존재하여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단위근이 존재하는 불안정적인 시계열 자료를 분석에 그대로 사용할 경우 서로 상관관계가 없는 변수들끼리도 서로 강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허구적 회귀(spurious regression)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소득의 역수를 제외한 모든 변수를 1분기 차분하여 불안정한 시계열 자료를 안정된 시계열자료로 변환했다.

[표] 단위근 검정 결과
※ D1._은 해당 변수들을 1차 차분하여 변환한 변수임.

이를 통해 다음 (5.3.9)와 같은 소비행태 방정식을 최종 모형으로 설정했다.

본 연구에서 분석에 포함한 시계열자료는 한국은행의 국민계정으로부터 연 단위 가계총소비와 총처분가능소득 자료가 활용가능한 1990년부터 년단위 소득 5분위 분배율 자료가 존재하는 2016년까지 17년간의 자료를 활용했다. 이런 변수들을 활용해 총소비 행태방정식으로 소득 분배 구조가 소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했다.

추정 결과 소득불평등지수만이 평균 소비성향의 변화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부(-)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사회에 불평등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소비에 악영향을 미치며, 반대로 사회가 평등하면 평등할수록 평균 소비성향이 증가하게 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렇게 추정한 소비성향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기본소득제 실시 때 소비성향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날지를 예측했다. 이 예측 분석에서는 벡터자기회귀모형(Vector Autoregressive Model; 이하 VAR)을 활용했는데, 이는 일변량 자기회귀모형을 다변량 자기회귀모형으로 확장한 것으로 예측과 내생변수에 충격이 발생할 때 이에 따른 효과를 분석하는데 자주 활용된다. 주요 관심변수인 평균소비성향 차분변수뿐만 아니라 시계열분석에서 활용했던 5분위 분배율 차분변수, 금리 차분변수, 소득의 역수를 포함하여 VAR모형으로 추정했다. 이 VAR모형을 통해 추정된 값을 활용해 우선 내생변수인 평균소비성향 변화와 5분위 분배율 변화에 대한 동적예측값을 2016년까지 계산한 뒤, 이를 베이스 시나리오로 하여 2031년까지 해당 수치값을 예측했다. 그 후 기본소득 제공 시점인 2021년, 2023년, 2028년 각각 기본소득 제공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소득 분배 구조에 충격이 발생 시 그 충격의 효과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봤다.

전체 포스트

보고서 소개 및 목차

Part 1. 문제: 99%가 위험하다

Part 2. 기회와 제약: 자유노동과 그 적들

Part 3. 해법: 왜 기본소득인가?

Part 4. 제안: 국민기본소득제의 모델과 재원

Part 5. 효과: 불평등 완화, 빈곤감소, 소비진작

Part 6. 결론: 자유안정성 시대를 향한 액션플랜

참고문헌 및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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